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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 말기 유종주와 지식인 네트워크

신현승 지음
솔과학

2023년 08월 25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10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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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54.10MB)
ISBN 979119240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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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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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송명유학사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최고의 유학자 유종주,
명대 말기의 사상공간과 유교 지식인 네트워크를 파헤치다!

이 책은 유종주 개인의 가족사에서부터 출발하여 학문적 여정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및 유교 지식인 네트워크로서의 즙산학파 유학자들의
면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유종주와 즙산학파 제자들은 중국 명대 말기라는 혼란기에 살면서 학술 문인집단으로서 지식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폭넓은 학문 교류를 도모하였다. 물론 거기에는 지역 언론을 대변하는 정치적 언설과 사회적 로컬 엘리트로서의 역할이 내포되어 있었다. 또 수기치인이라는 신유학의 슬로건은 그들에게 삶과 학문의 궁극적 지표를 부여하였다. 끊임없는 자기수양을 바탕으로 유교 지식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들은 여기에서 찾았다!

사대부 혹은 향촌 지식인으로서의 그들은 무한한 사회적 책임감을 가슴 속에 품었으며, 유교적 실천 장소인 지역사회에서 강렬한 유교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학술 네트워크 내지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사상문화’ 이것은 주관적인 사유로서의 철학개념의 틀 안에 머물지 않고 그 철학개념을 낳은 정치·경제·사회 등의 역사적 배경으로까지 파고 들어가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 용어이다!

이 책은 주관적 관념론으로서의 철학을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명대 말기청초기‘사상문화’의 한 단면을 유종주라는 유학자와 그 문인들에게서 찾고자 한 것이다! 이 과거의 찬란한 지적 유산은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산 중국 명대 유교 지식인들의 학문교류와 삶의 형태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과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펴내며 _04

들어가는 말 _11

제1부 인물과 가족사

제1장 출생과 성장과정 _26
1 출생과 시대 및 지역적 배경 _26
2 성장과정과 어머니의 죽음 _41
제2장 일상공간으로서의 가계 _49
1 부계의 환경 _49
2 모계의 환경과 장영의 가르침 _57

제3장 사승관계와 초기의 인적 교류 _64
1 사승관계에서 본 사상사적 위상 _64
2 초기의 우인과 인맥 _71

제4장 스승 허부원과의 만남 _85
1 스승-허부원이라는 인물 _85
2 허부원의 지방관 활동 _91
3 스승과의 만남 이후 _98

제5장 과거와 관료생활 _108
1 과거합격의 길 _108
2 관료로서의 유종주 _119
3 숭정 초·중기의 관력 _125
4 숭정 말기의 관력 _134

제2부 유종주와 주변 인물들

제1장 명대 말기의 강학과 유종주 _144
1 초·중기의 강학-동림서원과 수선서원 _146
1) 동림서원 강학과 초기의 강학 활동 _146
2) 수선서원과 동림당 그리고 유종주 _155

2 후기의 강학과 증인서원 _164
1) 증인서원 시기와 강학의 양상 _164
2) 증인서원에서의 유종주와 도석령 _172

제2장 강학과 정치 네트워크 _181
1 학술공동체로서 서원과 강학 _182
1) 서원의 기능과 지역 서원 _184
2) 강학-유교 학술과 정치 담론 _192

2 학술과 정치 네트워크 _197
1) 학술·정치 네트워크로서 동림서원 _197
2) 소동림으로서 복사 _202

제3장 인맥과 주변 인물들 _213
1 유종주와 문인들(그 첫째) _213
2 유종주와 문인들(그 둘째) _239

제4장 문인집단의 성격과 지역사회 _258
1 문인집단 성격의 한 단면 _258
2 문인집단의 지역사회 활동 _272

제5장 유종주와 즙산학 후계자들 _284
1 유종주와 황종희의 관계 양상 _285
1) 사학 계승을 둘러싼 몇 가지 평론 _285
2) 학술적 사승관계의 양상 _294

2 후학으로의 비판적 계승 문제 _301
1) 전조망의 즙산학 계승 관계 _301
2) 또 다른 후계자-진확과 장리상 _309

제6장 몇 개의 유종주상 _317
1 명청시대의 유종주상 _317
2 유종주상의 시점 _327

제3부 명말 유교사상계와 지역

제1장 학술문화의 중심지로서 강남 지역 _338
1 절강의 지리와 사상문화 _339
1) 자연·문화지리와 출판문화 _339
2) 과거제와 사상문화의 지역성 _349
2 절동의 학술과 유교문화 _358
1) 절동 지역과 학술문화 _358
2) 절동의 진사와 유교 지식인 _366

제2장 명말 사상계-주자학·양명학의 변화 _374
1 양명학 좌파와 동림파 _374
1) 양명학 좌파의 유행 _374
2) 동림파의 등장 _382
2 명말 사상계와 유종주의 인식 _388
1) 명말의 사상 동향과 사회 현실 _388
2) 명말 사상계에 대한 인식 _393

제3장 학파간의 논쟁-무선무악 _403
1 절동 양명학 좌파의 계보와 평가 _404
1) 절동 양명학 좌파의 계보 _404
2) 좌파의 입장에 대한 평가 _411
2 무선무악 논쟁 _417
1) 논쟁의 경과와 의의 _417
2) 반무선무악의 입장 _424

제4장 명말 동림파와 유종주 _434
1 동림파 인식과 태도 _436
1) 이삼재 사건의 실상 _436
2) 동림파와의 교유 그 후 _445
2 또 하나의 동림당 사건 _451
1) 숭정 15년 전후의 행적 _451
2) 강웅의 옥과 유종주 _458

제5장 학문의 수용 양상과 교유 _469
1 정주학의 비판적 수용 _470
1) 정주학과의 접촉 _470
2) 정주학에 대한 평론 _474

2 양명학의 수용 양상과 교류 _484
1) 양명학의 비판적 수용 _484
2) 양명학 좌파 인사와의 교류 _492

나오는 말 _500
참고문헌 _503
찾아보기(인명·지명) _509

유종주(1578-1645)가 태어난 시기는 명 왕조 신종神宗 만력萬曆 6년의 정월 26일이다. 태양력으로 환산하면 서력 1578년 3월 4일이 된다. ?연보?에 의하면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세속의 때가 묻지 않고, 또한 맑고 속되지 않은 용모를 지녔으며 향리의 사람들은 모두 그를 ‘한옥寒玉(맑고 아름다운 옥 즉, 아름다운 구슬이란 뜻이지만 훌륭한 용모와 인품을 일컬음)’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유종주가 태어난 것은 송대
주돈이의 사후 506년, 주희가 사망하고 난 지 378년 뒤이고, 왕수인이 사망하고 난 지 51년 후의 일이다.
(pp.26~27 중에서)

지금까지 서술한 바와 같이 적정 시찰의 일환으로 일본의 군사적 행동을 정탐하여 무역권익의 보호에 진력한 일, 그 이외에도 향약보갑제를 실시하여 도적과 해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경비 태세를 강화한 일 등이 그것이다. 후에 ?연보?의 기록이나 유종주 자신의 발언으로부터 유종주와 허부원의 사승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면, 이러한 허부원의 학자 및 지방관으로서의 공무 태도는 제자 유종주에게 일정의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된다. 결국 유종주의 관료로서의 행동지침 원칙이나 정주학적 사상의 기초는 이러한 스승과의 만남과 가르침으로부터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유종주는 스승과의 만남을 통하여 처음으로 자기학문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99 중에서)

유종주는 스스로 증인서원(증인사 혹은 증인회)을 창건하고 고향인 절강 소흥에서 적극적으로 강학 활동을 전개한다. 당시 그의 명성은 좁은 절동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주변의 강소 지역까지 널리 퍼져나갔다. 그로 인해 그의 높은 명성을 듣고 배움을 청하기 위해 소흥에 방문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서는 유종주 문하의 인물들에 관하여 면밀히 살펴보기로 한다
(p.213 중에서)

나는 ?대학?, ?중용?을 ?예기?로 환원하고, 송명의 학자들이 말하는 성리性理의 세밀한 말을 삭제하고, 정주程朱를 절차탁마하며, 공맹孔孟을 부흥시켜 배우는 사람들을 (송학의) 두터운 굴레로부터 구출해 내어 양심을 속박의 틀에서 건져 올리고 싶다
(p.310 중에서)

주지하다시피 무선무악 논쟁은 왕수인의 사구교四句敎로부터 시작된다. 즉 “무선무악無善無惡(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은 마음[心]의 본체[體]이고, 유선유악有善有惡(선도 있고 악도 있는 것)은 의意의 발동[動]이며, 지선지악知善知惡(선도 알고 악도 아는 것)은 양지良知이고, 위선거악爲善去惡(선을 행하고 악을 제거하는 것)은 격물格物이다.”라고 하는 사구교를 둘러싸고 논의는 전개되었다.
(p.418 중에서)

성性은 단지 기질의 성밖에 없고, 의리라는 것은 그 본래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심(=마음)은 단지 인심밖에 없고, 도라는 것은 사람의 규범이며 마음을 마음이게 하는 근본이다. 인심이라 하고 도심이라 해도 요컨대 동일한 마음이며, 기질이라 하고 의리라 해도 요컨대 동일한 성이다. 마음도 성性도 하나라는 것을 알면 공부도 또한 하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존靜存의 공부 외에 새로이 동찰動察의
공부가 없으며, 주경主敬의 공부 외에 또한 궁리窮理의 공부는 없다. 결국 공부와 본체도 하나인 것이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신독의 설이다. 그런데도 후세 사람들의 해석은 때때로 그 진의를 잃어버리고 있다.
(pp.482~483 중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좌절과 굴절의 역사는 반복되었다. 그 굴절의 역사 속에서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며 온몸을 불사른 인물들은 수없이 존재한다. 이 책의 주인공 유종주(호 즙산)도 그와 같은 전형적 유교 지식인이자 관료였다. 중국 명대明代 말기라고 하면 우선 굴절과 혼란을 연상시킨다. 바로 유종주는 굴절과 혼란을 거듭하던 명대 말기에 활약한 유학자이다. 17세기 초엽부터 시작된 불안한 정국과 외세(북방민족인 만주족)와의 끊임없는 대결 속에서 명조는 거센 바람 앞의 등불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여 있었다. 주자학과 양명학을 신봉하고 시대의 지식인을 자처하던 사대부 혹은 향신들은 제각기 시대의 물음에 답하고자 분주한 나날들을 보낸다.
그 가운데 중국의 강남지역, 특히 절강 지역 출신의 지식인들은 당시 사상계 내부에서의 주역들이었다. 그들은 주자학·양명학으로 상징되는 신유학의 학술적 토대를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문인집단을 형성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학술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중국 선진시대의 백가쟁명과 가장 유사한 시기를 중국사상사 전체에서 찾는다면 바로 이 시기가 될 것이다. 필자가 즙산?山 유종주라는 유학자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일본 유학시절부터이다. 그 이전 한국에서 학부를 다니고 중국에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파란만장한 시대를 살은 이 매력 넘치는 인물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2000년도부터 시작된 일본 동경대학에서의 유학생활은 이 매력적인 유학자와 접하게 된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주지하듯이 일본의 중국철학 연구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대량으로 연구 성과를 내놓은 분야는 양명학이다. 이에 필자도 자연스럽게 양명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가운데 주자학과 양명학의 접점에 위치한 유종주라는 인물에게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양명학 좌파의 이론을 배격하면서 주자학·양명학 양자를 비판적으로 통합하고 수용한 유종주의 학문적 입장에 매력을 느꼈다고나 할까. 정치적 입장에서는 명대 말기 지역 언론을 주도하던 동림파를 지지하면서도 중용의 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한 그의 정치적 처세가 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고나 할까. 여하튼 유종주라는 인물은 그렇게 홀연히 나타나 필자로 하여금 송명대 신유학과 명대 말기 유학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국내의 중국철학 내지 유교철학 연구 분야에서 볼 때, 유종주는 『명유학안』으로 유명한 제자 황종희에 비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였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주자학(=성리학)을 얘기할 때는 주희, 양명학을 언급할 때는 왕수인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오직 두 인물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국내 학계의 중국철학 연구 분야에서 그 주변 유학자들에 대한 관심의 폭을 좁혀 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신유학으로 일컬어지는 주자학과 양명학의 거대한 학술 체계 속에서 수많은 주변 유학자들의 삶과 언설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이에 따라 연구의 편식을 지양하고 보다 더 다양한 인물과 학술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도 그러한 다양한 동아시아 신유학 연구의 시도이자 초보적 작업의 일환으로 세상에 내놓는 작은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는 유종주의 학문적 내용, 즉 그의 유교사상 혹은 철학사상의 알맹이에 관해서는 그다지 대폭적인 지면을 할애하지 않았다. 이에 관해서는 별도로 기획된 다른 책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사실 이 책은 유종주의 가족사에서부터 출발하여 학문적 여정과 그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들 들면, 어떤 산속에 있는 숲의 전체상을 파악하고자 할 때, 밖에서 바라보는 숲의 모습과 안으로 들어가 세밀히 들여다보는 숲의 모습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물론 내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무시될 수는 없다. 그러한 작업은 별도로 출간될 다른 책에서 진행하기로 한다.
중국 명대 말기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포함한 외부적 환경이 그 자신만의 독특한 즙산학(=유종주 유학의 별칭)을 형성한 주요한 인자로 작용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 외부적 환경에는 가족과 친족의 영향이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가족의 역사가 있을 것이다. 또 가족 이외에 수많은 주변 인물들의 영향이 즙산학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외부적 환경에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연적 환경, 지리적 환경, 사회문화적 환경 등도 포함된다. 그러한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어떤 지역의 사상문화를 형성하고 개인의 사상마저 좌지우지할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주자학을 탄생시킨 복건성, 양명학을 낳은 절강성, 양명학 적통의 깃발을 높이 올려든 강서성에 주목하여 ‘사상문화의 지역성’을 언급하는 학자들도 부지기수 존재한다. 필자 또한 사상문화의 지역성과 지역 학술 네트워크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 책의 집필의도도 바로 거기에 있다.

[들어가는 말]

중국 명대 말기에 활약한 유학자 유종주劉宗周(1578-1645)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명대 말기 환관 일파의 세력에 대항하여 활약하고, 명조明朝의 부흥에 노력하지만 끝내는 그 염원을 이루지 못하고 식음을 끊고 순절한 충의忠義의 유학자로 알려져 있다. 또 저명한 명말청초의 학자인 황종희黃宗羲(1610-1695)의 스승으로서 양명학 우파의 계통을 이어 기氣를 중심으로 하는 독자적 철학체계를 세운 인물로서도 묘사되고 있다. 그 밖에도 유교 수양법의 근본으로서 신독愼獨과 성의誠意을 주장하고 명교와 절의를 중시한 학자로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확실히 그의 명성은 중국철학사에서 지금까지 널리 알려져 있고, 중국 송명유학사를 언급할 때 반드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사상사적 위치와 평가 및 의의에 관해서는 아직도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주지하듯이 유종주는 왕수인(왕양명)과 나란히 명대 최고의 유학자로서 황종희의 극찬을 받는 인물이다. 일본 현대의 유명한 양명학연구자 오카다 다케히코岡田武彦는 그의 저서 속에서 동림파東林派의학문과 유종주의 학문을 평하여 “고경양顧涇陽(고헌성)·고반룡高攀龍을 중심으로 하는 동림학은 왕학王學(양명학)을 통과한 신주자학新朱子學이었지만, 유즙산劉·山(유종주)의 학문은 주자학을 통과한 신왕학新王學이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유종주상 혹은 이미지는 올바른 것일까. 또한 유종주는 어떻게 명대 말기 최고의 대유大儒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일까.
명대 전체의 유교사상계를 대표하는 인물은 왕수인이겠지만, 명대 말기가 되면 주자학과 양명학의 접경 지역에서 유종주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명대 말기 유교사상계를 이야기할 때, 양명학 좌파(혹은 왕학좌파라고도 한다) 및 양명학 정통의 후계자를 자임한 황종희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크고 유명했던 것에 비하여 유종주의 존재는 그다지 크지 않고 미미하였다. 하지만 유종주의 존재를 간과해서는 명대 유교 학술문화의 전체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유종주의 몰후에 등장한 중국 최초의 체계적 유교학술사로 칭해지는 황종희의 『명유학안明儒學案』(1676)의 평가 속에서 유종주는 변함없이 양명학자라는 레테르(딱지)가 붙여졌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명유학안』의 초점은 심성론心性論에 있다. 바로 그 점에 의해 후세가 되어 유종주에 대한 평가는 ‘양명학자’로서 고정화되는 경향이 강해지게 된 것이다.
- (중략) -
이 책에서는 유종주의 사상 혹은 학문 형성의 배경으로서의 가족사 및 그 주변 인물들의 검토를 통하여 중국 명말청초 강남지역 지식인들의 학술·교유 및 그 성격의 일단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런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개 학자 혹은 사상가의 학문이나 사상은 그 사람이 생존한 시대·환경이나, 그 사람의 개성·교양·사람됨, 일상생활·인맥 등의 상관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입장에 근거하여 전개된다. 그래서 이제야말로 유종주의 사상체계를 이해하고자 함에 있어서는 이들 제 조건의 전체상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이 책은 명말청초기라는 중국 근세사회의 일대 전환기에 초점을 맞추고, 이 동란기에 유종주와 그 주변 인물들이 그 학술 및 인적 교류를 통하여 어떠한 작용을 발휘했던가에 관하여 고찰하기로 한다. 또 이 시기의 유교사상계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때 관통하는 유교 이념의 주요한 요소의 추출을 시도하면서 그 분석으로부터 유종주 철학의 본질에도 접근하여 재검토를 진행하기로 한다. 관점 및 방법상 이 책은 유종주의 생애와 사상 형성의 배경으로서의 가족사 및 그 주변 인물들에 관한 사회문화사적 의의의 분석을 통하여 명대 말기 사상계의 한 단면을 사상문화사적 관점으로부터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이책의 과제는 다음의 두 가지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번째 과제는 16 17유종주의 사상 형성의 배경(=가족사)을 중심으로 하여 유종주 개인과그 주변 인물들과의 제 관계를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본론에서다룰 유종주의 가족사와 지식 및 인적 네트워크는 한 마디로 말하면 그의 개인사에서 고립해서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은 그 주변 인물들과의 인맥관계 속에서 형성된 것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유종주의 학문세계가 인맥관계를 통하여 절강浙江·강소江蘇지역에서 전개되고 발전했다고 하는 점이다. 특히 절강지역에서 형성된 여러 형태의인맥관계는 그의 사상 혹은 학문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주춧돌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는 가장 기본적 관계라 할 수 있는 가족관계를 출발점으로 하여 그의 학문세계는 사우師友관계 및 문인門人관계를 통하여 점차적으로 자기 사상의 구축이라는 길로 향해 나아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은 유종주의 학문세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전개되어 나갔는지를 살펴 볼 것이다. 즉 사상을 낳은 배경에 초점을 맞추어그 사상의 형성사적 관점에 입각해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과제로서는 기존의 ‘주자학파’대 ‘양명학파’라는 대립 구도에서 조금 벗어나 파란만장하게 한 시대를 살은 역사적 인물로서의 유종주와 그 문인들의 면면을 더듬어 보기로 한다. 그것은 인간의 사상이 결코 역사적 현실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 (중략) -
사실 종래의 유종주 사상에 관한 연구는 그의 철학 이론적 측면을 강조하고, 주자학과 양명학이라는 두 항목의 이분법적 분류의 범주를 시야에 넣으면서 진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종래의 연구에서는 대부분이 그의 신독·성의 개념에 관심이 집중되었다고 하는 점이다. 그래서 연구의 양상은 대체적으로 유학자로서의 유종주 개인의 관념론적 사상에 초점을 맞추고 철학적 개념 분석에 관한 연구에 집중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기존의 유종주 연구에서는 문인집단, 지식인 네트워크(혹은 인적 네트워크), 가족, 종족 등의 학문 외적 요소에 대해서는 그만큼 관심이 덜하였다. 여기에서 필자가 말하는 지식인 네트워크는 본문에서 학술 네트워크, 인적 네트워크, 학술공동체, 문인집단, 학파 등등의 포괄적 관계망을 가리킨다. 가령 중국 근세의 유교사상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어떤 유학자와 그를 둘러싸고 있던 외부의 사회적 환경을 나누어서 생각한다면 그 연구는 당시의 일상생활을 좌우한 역사적 상황에 접근해 갈 수 없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필자가 이 책에서 자주 ‘사상문화’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용어는 최근 일본의 중국학 연구 분야에서 유행이 되고 있는데, 이것은 주관적인 사유로서의 철학개념의 틀 안에 머물지 않고 그 철학개념을 낳은 정치·경제·사회 등의 역사적 배경으로까지 파고 들어가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 용어이다. 따라서 이 책이 의도하는 바도 주관적 관념론으로서의 철학을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명대 말기청초기 ‘사상문화’의 한 단면을 유종주라는 유학자와 그 문인들에게서 찾고자 한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신현승

(辛炫承)
현재 중국 정강산井岡山대학 외국어학원 일본어과교수. 일본 동경대학 동아시아사상문화 전공 석사 및박사, 중국 천진사범대학 정치사상 전공 석사, 강원대 철학과 학사. 10년 간의 중국, 일본 유학생활을마치고 귀국한 뒤 고려대 HK연구교수, 상지대 조교수 및 여러 대학 등에서 강의와 연구 활동에 매진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운명의 힘에 이끌려 중국으로 다시 건너가 지금은 동아시아 유교사상사 가운데, 강서 유학과 여릉문화(강서성 길안시)에 흥미를 갖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제국 지식인의패러독스와 역사철학』(2015), 『한국을 다시 묻다』(2016, 공저) 등, 옮긴 책으로『잔향의 중국철학:언어와 정치』(2015), 『삼국지의 세계』(2011, 공역), 『송학의 형성과 전개』(2004), 『사대부의 시대』(2004), 『동아시아 역사와 일본』(2005, 공역), 『청년 모택동』(2005) 등이 있다. 그 외 수십 편의동아시아 사상문화 및 유교철학 관련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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