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보다도 빛나는
2023년 07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7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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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8540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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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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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2400년대, 지구 이주민이 정착한 새로운 터전 여름성에서 시작된다. 여름성은 아름다워 보이지만, 다이아몬드 비가 생명을 위협하고 휴봇에 대한 인간의 혐오가 만연한 사회다. 주인공 은하는 그곳에서 할머니와 산다. 할머니는 은하를 위해 휴봇이 되는 수술을 받았고 부모님은 사고로 실종된 지 15년이다. 은하에게는 자신만을 위한 꿈이 없다. 휴봇이 된 할머니에게 인간의 몸을 되돌려주고 실종된 부모님을 찾아 함께 사는 게 인생의 목표이자 꿈일 뿐. 그런데 어느 날, 실종되었던 엄마가 나타났다. 그것도 머리만 휴봇인 상태로….
이제 은하에게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엄마와 아빠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과연 평범한 행복이 은하의 가족에게도 찾아올 수 있을까?
터널
어둠 속에 드리운 빛
마주해야 하는 것
랑데부
조우
마찰
중력 가속도
한 걸음
견뎌야 할 무게
균열
쌍소멸
재조합
오해의 끈
블랙홀
모르고 디오라마
별보다도 빛나는
에필로그
작가의 말
혐오는 그러한 차이에서 시작됐다. 인간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는 탐욕 덩어리. 유기체와 비유기체. 인간과 비인간. 같은 전기 신호로 움직이는 둘을 무엇으로 나누는지 나는 알지 못했으나, 사람들은 그 둘을 자주 나누고 차별했다.
- P.28
우주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사람들은 그것을 나누어 가진다. 그러나 인간들은 끝없이 살아남고 가지려 했다. 욕심이었다.
- P.172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거대한 계획이나 균형 같은 것은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단지 사랑하는 사람이 아팠고, 그에 따른 답이 유일했을 뿐이었다.
- P.172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똑같을 순 없어.”
우리의 존재도 그랬다. 남들이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해도, 혹은 어떤 이들에게는 쓸모가 없다고 해도, 우리는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 P.229
“그럼, 저기 별처럼 예뻤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별들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것으로 엄마를 표현할 수는 없었다.
나는 혜진이에게 말했다.
“아니. 저 별들보다도 더 밝고 빛났어.
- P.289
팍팍하기만 한 여름성의 삶
휴봇이 된 할머니와 엄마, 실종 후 흔적조차 없는 아빠
평범하고도 평온한 가족의 행복이 찾아올 수 있을까?
소설의 무대, 여름성은 우주에서 바라봤을 땐 아름답게 보이지만 다이아몬드 비가 생명을 위협하고 휴봇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다. 이곳에 사는 주인공 은하는 가련한 인물로 등장한다. 아주 어릴 적 부모님은 사고로 실종됐고 할머니는 은하를 위해 전뇌화 수술을 받고 휴봇이 되는 길을 택했다. 낱낱이 흩어진 가족의 파편들을 부여잡고 사느라 스무 해도 안 되는 소녀의 삶은 다소 냉소적으로 변했다. 은하의 꿈은 딱 두 가지, 실종된 부모님을 찾는 일과 휴봇이 된 할머니에게 인간의 몸을 돌려주는 일. 자신을 위한 꿈을 꿀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가족에만 매몰되어 아등바등 살다 보니 가족에 대한 감정은 애정인지 미움인지 헷갈릴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여름성에서의 팍팍한 삶에도 은하는 단 한 번도 삶을 놓은 적이 없다. 부모님 찾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다짐한 때에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라는 말에 흔들리고 다시 돌아온 엄마가 혹시 어찌 되진 않을까 전전긍긍. 금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도 아빠를 수색하는 비용은 꼬박꼬박 입금하며 할머니의 차가운 금속 육체를 싫어하면서도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는 건 물론, 가족을 위해 몸을 바쳐 일한다. 어린 은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일의 연속이었다. 톡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위태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쓰러지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왔다. 그러고 보면 파편화된 가족이었을지라도 그 조각 하나하나에 담긴 사랑과 그리움이 결국 은하를 여태껏 살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어느 날 그토록 그리워하던 엄마가 눈앞에 나타났다. 조금 이상한 모습이었지만 괜찮았다. 은하는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자신이 바라던 것들을 이루고 가족과 함께 행복할 거란 희망에 젖어본다.
은하는 과연, 삶을 바쳐 지키려 했던 꿈을 이루고 평범하고 평온한 가족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답은 책 속에 있지만 이것은 확실하다. 은하가 그래왔듯 사랑과 존중 그리고 그리움, 이런 마음들이 모두의 삶을 이어가게 할 거라는 것.
“어둠을 깨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인공지능 시대, 인간이 잃지 말아야 할 가치
미래가 아닌 ‘현대의 인간’에게 던지는 질문
우주 이동이 자유롭고 지구 밖 행성에 인간이 살며 필요하다면 로봇의 몸에 인간의 의식을 심을 수도 있는. 지금의 우리로서는 경험할 수 없는 미래가 소설의 배경이다. 지금도 산업 현장에서는 로봇(특히 AI를 탑재한 로봇)의 영향력이 크고 그들이 인간을 대체하니 마니 잉여 인간이 생기니 마니 하는 등의 문제로 시끄럽다. 그런 걸 보면 어떤 접점에서든 로봇과 인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별보다도 빛나는》에 그려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여기에 등장하는 건 순수한(?) 딥러닝 기술로 탄생한 AI 로봇은 아니고 인간의 의식을 로봇의 몸에 이식한 ‘휴봇’이다. (정신은 인간 자체이기에 휴봇을 단순히 로봇이라 정의하기에는 애매한 면이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굳이 로봇의 몸을 가지려는 이유가 뭘까? 대체로 죽음이나 병을 피하고자 함이었다. 인간의 몸을 버리면 질병이나 유한한 생명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이는 불로불사를 얻고픈 욕심에 선택하는 길이기도 하겠으나, 은하의 할머니가 그러했듯 그저 사랑하는 이를 잃고 싶지 않거나 죽음 뒤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걱정에서 선택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전뇌화 수술을 받은 휴봇에게는 인간일 때와 다른 삶이 펼쳐진다.
“혐오는 그러한 차이에서 시작됐다. 인간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존재.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는 탐욕 덩어리. 유기체와 비유기체. 인간과 비인간. 같은 전기 신호로 움직이는 둘을 무엇으로 나누는지 나는 알지 못했으나, 사람들은 그 둘을 자주 나누고 차별했다.” _본문에서
소설에서는 휴봇이 배척당하는 하층민처럼 그려진다. 여름성뿐 아니라 우주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인간에게 휴봇은 인간성 따위 없는 징그럽고 탐욕스러운 존재로 인식된다. 휴봇도 한때는 인간이었고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인데 말이다. 어떤 휴봇에게는 다시 인간의 몸을 가지는 게 큰 희망이자 목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의 육체를 되돌려 준다’는 소문의 행성으로 불법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는 일도 허다하다. 죽음이나 병을 피하고 싶어서 유약한 인간의 몸을 버리고 로봇의 몸을 택했는데, 그토록 다시 인간의 몸을 갈구하는 건 왜일까. 이는 결국 생명으로서 존엄성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일 거라 생각한다. 미움받아도 되는 생명이 있을까? 인간이건 휴봇이건 누구에게든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앞에서 “지금의 우리로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미래가 이 소설의 배경이다.”라는 말을 적었는데. 사실 김준녕 작가의 예리한 시선은 여기에서 빛난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은하의 가족이 겪는 슬프고도 따뜻한 이야기를 썼지만 어쩌면 이 책은 아주 지극히 현실적인 이 시대 우리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사회적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 혐오, 차별.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자가 가지는 필연적인 슬픔 등등.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눈부신 발전으로 한층 생활이 편리해진 현대 사회지만, 과학 발전이 가져온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시간의 여유가 늘어난 만큼 마음도 넉넉해지면 좋을 텐데, 어쩐지 사람답게 사는 법은 계속 잊어가는 것 같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다. AI 로봇이 산업 현장이나 우리 일상 곳곳에 스미는 것도 자연스러운 발전의 수순이다. 나아가 끔찍하지만 소설 속 내용처럼 로봇의 몸에 인간의 의식을 집어넣는 수술이 정말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소설 속의 미래가 진짜 우리 사회 미래와 얼마나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척박한 여름성 위에서도 꽃피는 인간성과 사랑을 보면 느끼는 바가 많다. 은하의 가족이 그렇고 은하 주변의 모습이 그렇다. 인공지능 시대, 첨단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 이 소설은 인간으로서 잃지 말아야 할 마지막 가치는 무엇인가. ‘잉여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한 능력적인 우위보다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성, 따뜻한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고 보면 책의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다.
“오늘도 나는 먹먹한 수면 아래에서 나를 향한 시선들을 느낀다. 그들은 손짓하듯 물결처럼 흐느적거리며 나를 조금씩 밖으로 꺼내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내 시선도 누군가를 수면 밖으로 이끌어 내는 등불이 되길 바란다.”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누군가를 모른 척하지 않고 밖으로 이끌어 주는 등불. 등불은 한낮보다 어두운 밤에 제 가치를 드러낸다. 어둠 속에서 서로를 이끌어 내는 연대, 사랑.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마지막까지 잃지 말아야 할 가치 아닐까. 어둠을 깨치는 힘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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