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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

차승민 지음
아몬드

2023년 05월 23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5월 22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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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23MB)
ISBN 9791192465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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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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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에서 치료감호소 내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뤄 화제를 모았던 정신과 전문의 차승민, 그가 2년 만에 두 번째 책을 들고 돌아왔다. 책에서 그는 정신감정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심신건재와 심신미약, 심신상실 판정 기준은 무엇이며 판결에서는 어떻게 활용되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 자세히 기록했다. 또한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도 심신미약으로 봐야 하는지’를 비롯해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모두 심신미약 처분을 받는지’, ‘정신감정과 프로파일링은 어떻게 같고 다른지’, ‘심신미약을 받으려고 일부러 속이려 드는 환자를 어떻게 감별하는지’, ‘사이코패스도 심신미약으로 봐야 하는지’ 등 정신감정에 관해 일반 독자 시각에서 평소 궁금해할 법한 여러 질문에 답한다.
책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정신감정의 세계를 여러 겹 열어 보여준다. 조현병, 음주 후 범죄뿐 아니라 치매나 자폐증, 우울증과 조울증, 성범죄자와 사이코패스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정신감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렵지 않게 차곡차곡 알아갈 수 있다.
머리말 ‘또 심신미약 타령이냐’는 질문 앞에서

1장 정신감정이란 무엇인가
2장 프로파일링과 정신감정은 어떻게 같고 다른가
3장 단 한 줄을 위해 한 달 동안 고심한다
4장 조현병은 무조건 심신미약 판정을 받을까
5장 술 마시고 저지른 범죄도 심신미약일까
6장 우울증, 조울증 그리고 정신감정
7장 사이코패스를 정신감정에서 만났을 때
8장 성범죄자를 정신감정하는 이유
9장 자폐증과 정신감정
10장 치매 정신감정하기
11장 감정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
12장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
13장 나와 우리를 위한 정신감정

나는 지난 5년간 국립법무병원에서 230건 넘는 형사정신감정을 진행했다. 정신과 의사 이전에 사람인지라 나도 술 때문에 혹은 정신질환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뻔뻔하게 구는 피감정인을 만나면 화가 났다(그러나 피감정인과 감정의사라는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결코 앞에서 화를 내거나 기분 나쁘다는 티를 내지는 않았다). 실제로 정신감정을 나쁘게 이용하려 드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신감정이 아예 가치가 없는 것이라거나 심신미약 제도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확한 정신감정이야말로 나쁜 사람과 아픈 사람을 구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9쪽)

형사정신감정은 형사재판에서 피의자가 범법 행위에 어느 정도 책임능력이 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을 때 진행한다. 책임능력이란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행동을 책임지기 위해 벌금을 내거나 교도소에 가야 하는지, 교도소에 간다면 어느 정도 형량을 받아야 하는지 정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책임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아니면 남들보다 미약한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얻고자 형사정신감정을 한다. (20쪽)

《법정신의학》 제2판에 따르면 가장 유능한 법정신의학자는 정신의학과 법학 언어를 모두 사용하는 “이중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법정신의학의 최전선에 있는 정신감정 역시 정신의학과 법학 언어를 모두 중요하게 사용해야 한다. ‘이중 언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28쪽)

내가 만난 어떤 피의자는 면담 중에 갑자기 허공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마도 환청을 들었거나 듣는 척한 것일 텐데 다수의 조현병 환자가 환청을 듣는 증상과 다른 모습이었다. 진짜 환청을 듣는 사람은, 그처럼 어색하게 갑자기 빽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중얼중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더 흔하다. 멀쩡하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아주 또랑또랑하게 환청을 들은 척 소리를 지르다니, 아무리 봐도 연기였다. (36쪽)

정신감정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한 줄의 결과를 완성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는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고뇌한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환자를 만나는 일이 모두 조심스럽고 신경 쓰이는 일이기는 하지만, 특히 정신감정이 의뢰된 피의자들과 만나는 일은 더 조심스러웠고 꽤 부담을 느꼈다. (62쪽)

만약 조현병 환자가 무조건 감형받는다면 굳이 정신감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냥 조현병을 앓은 병력이 있다는 의무기록만으로 재판에서 간단하게 심신미약으로 판단하면 그만 아닌가. 하지만 실제 정신감정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조현병 증상이 ‘사건’에 영향을 주었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사건 당시, 조현병 증상이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확실해야 심신미약으로 판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66쪽)

술과 관련된 여러 가지 범죄를 정신감정한 결과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관점과 다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정신과 의사들의 관점이다. 한번은 정신감정 관련 논문을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다가 정신과 의사들이 작성한 정신감정 결과와 실제 판결문 기록, 즉 재판관이 최종 판단한 형사책임능력 결과를 비교해보았다. 그 비율은 90퍼센트 이상 일치했으나 술과 관련된 범죄에서는 재판관의 판단이 더 엄격했다. (97쪽)

자폐증이나 심한 지적장애처럼 약물치료의 한계가 분명하고 입원 환경이 오히려 환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에는 치료감호형을 받아 입원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이는 쉽게 말해 국민 세금으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치료를 하는 셈이다. 그래서 치료감호형보다는 통원치료 수준의 약물치료를 권고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감정의사는 딜레마를 경험한다. 심신상실의 경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자신의 범죄를 책임지지 않는다. (…) 그렇다면 그 사람은 정말 무죄인가? 분명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가해자에게 책임능력이 없다고 아무도 죄를 책임지지 않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150~151쪽)

‘정신감정’ 하면 혹시라도 심신미약을 받아 죗값을 다 치르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심신미약 여부를 정확히 결정하는 과정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의 재발 방지에도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제대로 된 정신감정은 제대로 된 재판으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제대로 된 치료와 재범 방지로 이어진다. (200쪽)

판사는 내 의학적 판단을 꼼꼼히 확인하고자 꼬치꼬치 물었고 혹시나 불법으로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킨 것은 아닌지 의심하듯 질문했다. 판사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겠으나 그 모든 과정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여태껏 양심에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일해왔다고 자부했는데 마치 내가 잠재적 범죄자라도 된 느낌이었다. (204쪽)

정신감정은 범죄인 도피를 돕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심신미약 혹은 심신상실을 주장한다고 그것이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정신감정’ 하면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아직 정신감정의 표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신뢰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31쪽)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큰 족적을 남길 만한 책”
-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치료감호소 시절 5년간 230건 넘는 형사정신감정을 진행한
정신과 전문의 차승민의 정신감정과 심신미약 이야기
2023년 4월, 어느 화창한 토요일 오후 대전에서 60대 남성이 만취 상태로 운전해 인도를 걷던 초등학생 4명을 차로 치였다. 그중 한 아이가 사망한 이 사건은 모든 언론에 대서특필되었고 사람들은 경악과 분노에 휩싸였다. 가해자를 향한 분노 속에는 희생된 어린 생명에 대한 한없는 안타까움과 슬픔과 함께, 이런 생각과 맥락이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파렴치하게 술 먹고 기억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드는 것 아닐까?”, “혹시 심신미약으로 감형이라도 받으면?”, “굳이 심신미약 제도 같은 건 왜 있는 거지?”
그렇다면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심신미약으로 봐야 할까?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은 범법 정신질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하는 국가 기관인 동시에 ‘형사정신감정’을 수행하는 곳이다. 형사정신감정은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게 법적인 책임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진행하는데, 이것이 왜 필요하며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안다면 더 정확한 방향을 향해 분노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에서 치료감호소 내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뤄 화제를 모았던 정신과 전문의 차승민, 그가 2년 만에 두 번째 책을 들고 돌아왔다. 제목은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 부제는 ‘정신감정과 심신미약에 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교양’이다.
부제에 걸맞게 그는 정신감정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정신감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심신건재와 심신미약, 심신상실 판정 기준은 무엇이며 판결에서는 어떻게 활용되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 자세히 기록했다. 또한 앞서의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도 심신미약으로 봐야 하는지’를 비롯해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모두 심신미약 처분을 받는지’, ‘심신미약을 받으려고 일부러 속이려 드는 환자를 어떻게 감별하는지’, ‘사이코패스도 심신미약으로 봐야 하는지’ 등 정신감정에 관해 일반 독자 시각에서 평소 궁금해할 법한 여러 질문에 답한다.
저자는 “정신감정이나 심신미약 같은 주제가 생각보다 우리 삶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과거 조두순 사건부터 앞서 언급한 음주운건 사건까지 ‘술을 먹어서 또는 정신질환을 핑계로’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려는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았으며 비단 강력범죄가 아니라도 정치인이 공화장애나 우울증을 핑계로 꼭 출석해야 하는 재판이나 조사에 나가지 않는 것도 모두 심신미약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뉴스를 볼 때마다 ‘이번에도 또 심신미약 타령이냐’ 조롱하고 분노하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 상황이야말로 정신감정과 심신미약이 우리 가까이에서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짚는다.

심신미약이라고 무조건 감형받는 것 아냐…
감정서에 적는 단 한 줄을 위해 한 달을 고민하는 의사들
그동안 몰랐던 정신감정 제도에 관한 모든 것
형사정신감정이란 담당 법관이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피의자의 정신 상태를 의학적으로 판정하는 일을 의미하는데, 형사재판에서 피의자가 범법 행위에 어느 정도 책임능력이 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을 때 진행한다. 근대 형법은 개인이 자기 행위를 책임질 수 있을 경우에만(책임능력이 있을 때만)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 전제에 따라 제정한 대한민국 형법에도 책임능력이 부족하거나 없는, 심신장애자 관련 조항이 존재한다. 심신상실 조항(형법 제10조 제1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과 심신미약 조항(형법 제10조 제2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 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감경할 수 있다”)이 그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제2항’ 심신미약 조항이 역사에 따라 변화를 겪었다는 점이다.(1장) 저자는 1953년 10월 18일 처음 형법이 만들어진 당시에는 “감경할 수 있다”가 아니라 “감경한다”로 명시했다고 짚는다. 이 둘의 차이는 크다. 법에 명시된 ‘한다’는 언제나 해야 하는 일이지만, ‘할 수 있다’는 경우에 따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변화를 겪었을까?
2008년 미성년자를 강간했음에도 술을 먹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형을 감경받은 ‘조두순 사건’ 이후, 심신미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형을 감경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때 성폭력특별법에 ‘아동 성폭력 범죄의 경우 음주나 약물에 따른 심신미약이라면 감경하지 않도록’ 부칙이 생겨 ‘무조건 감경’이 무너졌다. 그러다 2018년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으로 그해 12월 8일부터는 일반 범죄에도 심신미약 의무 감경을 폐지했다. 이 사건들로 인해 심신미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형을 감경하는 일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마디로 심신미약이라고 해서 모두 감형받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정신과 의사가 정신감정 결과를 냈어도 그것은 재판에서 ‘증거물 중 하나의 자료’로 활용될 뿐 증거 능력을 인정해 감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판사의 몫이다.(1장) 의사는 전문가로서 의학적 판단을 제공하고, 법적 처분은 법률가가 한다는 뜻이다. 심신미약 판정을 받았다고 무조건 감형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
저자는 ‘정신감정 결과를 과연 믿을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보도하는 한 줄의 결과를 완성하기 위해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고심한다”고 답한다.(3장) 한 달간 의사뿐 아니라 임상심리전문가와 간호사 등 여러 의료진이 다각도로 면담하고 모니터링해 쌓은 근거를 기반 삼아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한 달간 감정을 진행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피감정인의 ‘병동 생활’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일상생활을 굳이 한 달간 관찰하는 이유는, 정신질환이 남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단순한 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도록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조현병이라도 심신건재 판정 가능
술에 관한 심신미약 판결은 더 엄격해져…
정신감정에 관한 대표적인 오해와 편견에도 답한다
책은 정신감정과 심신미약 제도를 향한 대표적인 오해와 편견도 해소해준다. 보통 ‘정신감정과 프로파일링을 같거나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어떻게 다른지 소상히 알려준다.(2장)
프로파일링은 개인의 심리와 행동 특성을 분석해 특정 상황이나 영역에서 어떤 행동을 보일지 예상하는 것을 뜻하며, 범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활용된다. 마케팅에서 특정 소비자를 분석하거나 경찰이 특정 계층이나 성별을 검문 대상으로 삼는 것도 프로파일링이다.
범죄 영역에서 쓰이는 프로파일링은 한마디로 범죄자의 심리 행동을 분석하는 ‘과학적 수사 기법’이다. 즉 범죄자 프로파일링의 목적은 범죄자의 정보를 알아내 진범을 잡는 데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신감정은 수사가 아니다. 정신감정을 하는 정신과 의사에게는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는지가 아니라 사건 당시 피의자의 정신의학적 상태가 어떠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조현병에 관해서는 어떨까?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심신미약으로 감형받을까?(4장) 대부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심신미약 판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만약 조현병 환자가 무조건 감형받는다면 굳이 정신감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는다.
실제 정신감정에서는 조현병 증상이 ‘사건’에 영향을 주었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사건을 일으킨 당시, 조현병 증상이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확실해야 심신미약으로 본다는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같은 조현병을 앓더라도 서로 다른 정신감정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어 자세히 풀어놓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마지막으로 앞서 던진 가장 뜨거운 질문, ‘술 마시고 저지른 사람도 심신미약으로 볼 수 있을까?’에도 답한다.(5장) 저자는 정신감정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13장)은 바로 ‘사건 당시’라고 말한다. 특정 사건을 저지른 바로 그 순간 변별능력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닌지를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술에 취해 저지를 범죄의 경우라도 정신감정 결과가 심신미약일 수도 있고, 건재일수도 있다고 답한다. 실제로 책에는 그 기준에 근거해 정신감정을 진행한 여러 사례가 실려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음주 범죄 사건에 관해서 판결이 더 ‘엄격’해지고 있다고 짚는다. 특히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경우에는 전2항(심신미약)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술이나 약물을 사용한 뒤 범죄를 저지른 경우 ‘스스로 원해서’ 사용한 것으로 보고 형을 감경하지 않는 추세다.

정신감정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 많지만,
나쁜 사람과 아픈 사람을 구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작점
저자는 물론 정신감정을 나쁘게 이용하려 드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2장에 진짜 환자와 가짜 환자를 감별해낼 수 있는 이유, 즉 의사를 속이기 어려운 이유가 자세히 실려 있다), 그렇다고 정신감정이 아예 가치가 없다거나 심신미약 제도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정신감정이 범죄자의 감형이나 회피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라며 “정확한 정신감정이야 말로 나쁜 사람과 아픈 사람을 구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물론 현재의 정신감정 제도가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정신감정과 심신미약에 관해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는데, 정신감정이 범죄자 도피를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님에도 여전히 대중이 ‘정신감정’ 하면 거부감부터 보이는 이유를 저자는 “정신감정의 표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신뢰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책에 따르면, 정신감정은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는 일에 복무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정신감정이 치료 기회를 놓쳤던 누군가에게 치료를 개시하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단초가 되는데 이 ‘치료’는 그저 그 사람 개인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라면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 자체가 재범을 막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책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정신감정의 세계를 여러 겹 열어 보여준다. 조현병(4장), 음주로 인한 범죄(5장)뿐 아니라 치매(10장)나 자폐증(9장), 우울증과 조울증(6장), 성범죄자(8장)와 사이코패스(7장)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정신감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렵지 않게 차곡차곡 알아갈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모두 읽은 후라면, 매일의 뉴스 속 사건이 조금 다르게 보일 것이다. ‘또 심신미약 타령이냐’는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정신감정 의사가 신중하게 분석하고 감정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 그럼으로써 덮어놓고 (진짜) 정신질환자와 범죄자를 손쉽게 동일한 카테고리에 넣으려는 시도를 보류하는 것, 이 책은 그 주요한 단서이자 마중물이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차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충남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충남대학교 병원에서 노인정신건강의학 전임의를 지냈으며 돈보다 시간이 중요한 워킹맘으로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으로 이직, 매일 170명에 육박하는 범법 정신질환자를 돌보는 주치의로 5년 여간 일했다. 치료감호소 시절 230건 넘게 정신감정을 진행한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형사정신감정과 심신미약에 관한 다양한 오해와 편견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지은 책으로 치료감호소 내부 이야기를 처음으로 다룬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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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법정으로 간 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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