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페
2023년 08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8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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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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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는 매혹적이고 때로는 억압적이면서도, 항상 활기로 가득 찬 미국의 모습에 감탄하고 압도당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얌전한 부르주아 도시라면, 그에게 미국은 〈모든 이가 긍정적이며, 그때마다의 상황이나 삶의 변덕스러운 면모에 맞춰 적응하려 애쓰면서 저마다 나름대로 앞길을 헤쳐 나가는〉 대중적인 나라로 비쳤다. 그는 자신이 영어만 잘 구사할 수 있었더라면,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았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닌 매력에 심취해 있었다. 상페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한, 때로는 슬며시 풍자와 해학을 더한 그림들을 통해 미국의 새로운 면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상페와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칼럼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상페의 오랜 친구이자 저널리스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는 상페를 〈짓궂은 숭배자이자 기꺼이 놀랄 준비가 되어 있는 기록자〉로 묘사하며, 그의 재즈를 향한 사랑은 물론 그가 삽화가로서 보낸 일상도 소개했다. 한편 또 다른 칼럼들에서는 달 탐사에 성공한 미국의 역사적 순간을 자신의 방식대로 표현한 상페, 새로운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잡지 『렉스프레스』와 연을 맺은 상페, 센트럴 파크와 그리니치빌리지에서의 상페 등을 만날 수 있다. 비록 상페는 지금 우리 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는 우리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가 얌전한 부르주아 도시라면, 그에게 미국은 〈모든 이가 긍정적이며, 그때마다의 상황이나 삶의 변덕스러운 면모에 맞춰 적응하려 애쓰면서 저마다 나름대로 앞길을 헤쳐 나가는〉 대중적인 나라로 비쳤다. _7면
새턴 5호의 발사와 세 명의 우주인이 벌이게 될 달 탐사를 앞둔 현장에 2천 명 가까운 기자가 몰려들어 열띤 취재 경쟁이 일어난다. 상페는 이 역사적 순간을 보름달이 비치는 몇 개의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달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요약해 표현한다. 거기에 우리 자신의 보잘것없는 인생사를 웃음거리 삼으려는 듯, 발사체를 향해 걸어가며 부부 생활의 애로점을 털어놓는 두 우주인의 대화를 슬쩍 곁들인다. _8면
나는 여전히 당시의 전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나의 필설로는 당시의 벅찬 감동을 표현하기에 불충분하다. 그 점에서는 예술가가 훨씬 유리하다. 자, 상페, 자네의 펜과 붓으로 자네가 경험한 아폴로호를 우리에게 보여 주게나. _15면
우리가 그랬듯이 프랑수아즈 지루 역시 매주 상페의 만화를 고대했고,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 둘은 촌철살인적이면서도 가벼운 필치로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들면서 생각할 거리도 안겨 주었다. 그리고 단어 하나로 혹은 인물 한 명으로 시대의 모순상과 인간의 어리석음, 그리고 운명의 장난 따위를 그려 냈다. _20면
뉴욕 주민들은 쉽게 감정을 드러내며, 행복에 겨워하고, 흥겨워하고, 살아 있음을 기뻐했다. 그래서 상페가 그린 인물들은 거대한 환경 속에서 한없이 작아 보이지만 그래도 절대 겁먹는 법이 없다. _38면
아주 미세한 것과 아주 거대한 것을
동시에 볼 줄 아는 삽화가, 장자크 상페
나로서는 아직까지 상페보다 더욱 빼어난 재치와 은근한 유머를 구사하는 작가를 만나 본 기억이 없다. 언제나 허를 찌르는 상상력과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신통한 유머가 느껴지는 상페의 삽화를 통해, 그가 얼마나 많은 인생의 우여곡절이며 삶의 풍파를 헤쳐 왔을지(얼마 전에 출간된 『계속 버텨!』는 그 제목만으로도 많은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어렴풋하게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결과만을 향유할 뿐, 그가 묵묵히 걸어온 그 지난했던 과정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 모든 어려움과 고달픔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 주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야말로 상페의 삽화를 관통하는 두 상수(常數)가 아닐까 싶다. 힘겨운 우리네 세상살이에서 이보다 더욱 절실하고 필요한 요소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의 삽화가 발휘하는 재치와 유머에서 이 두 가지가 빠져 있다면, 과연 그 재치와 유머가 상페다운 재치와 유머로 느껴지겠는가? ━ 〈옮긴이의 글〉 중에서
작가정보
Jean-Jacques Semp?
첫 번째 작품집이 나왔을 때 이미 프랑스에서 데생의 일인자로 꼽힌 전 세계적 그림 작가. 장자크 상페는 가느다란 선과 담담한 채색으로 인간 내면의 고독함을 표현하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드로잉으로 일상을 유쾌하게 펼쳐 보인다. 193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난 상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소년 시절 악단 연주자를 꿈꾸면서부터다. 자신이 존경하는 재즈 뮤지션들을 한 장 한 장 그리며 음악뿐 아니라 그림에 대한 열정도 함께 키워 낸 것이다. 1960년 유머 작가 르네 고시니와 함께 『꼬마 니콜라』를 만들었고, 이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며 삽화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1991년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의 삽화를 그렸으며, 같은 해에 발표한 『속 깊은 이성 친구』와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는 영화나 희곡을 단 한 편의 데생으로 요약할 수 있는 그의 능력을 여실히 드러낸 명작들이다. 1991년 상페가 30년간 그려 온 데생과 수채화가 〈파피용 데 자르〉에서 전시되었을 때, 현대 사회에 대해 사회학 논문 1천 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는 평을 받았다. 프랑스 그래픽 미술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상페의 작품집으로는 『어설픈 경쟁』, 『파리 스케치』, 『뉴욕 스케치』, 『얼굴 빨개지는 아이』, 『각별한 마음』, 『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 『프랑스 스케치』 등이 있다. 지금까지 60여 권의 작품집을 발표했으며 이 책들은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 출간되었다. 2022년 8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미국의 상페』는 장자크 상페 별세 1주기를 추모하며, 상페가 미국을 여행하며 그려 낸 작품과 그를 기리는 칼럼들을 함께 엮은 것이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 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잠수복과 나비』, 『지금 이 순간』, 『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아가씨와 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철학자의 식탁』 등이 있으며, 장자크 상페의 책으로는 『진정한 우정』, 『상페의 어린 시절』, 『상페의 음악』, 『상페의 스케치북』, 『계속 버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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