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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인생 별거 있다

한시에서찾은 삶의 위로
김재욱 지음
메디치미디어

2023년 08월 08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7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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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3.29MB)
ISBN 9791157069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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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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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먹으면 세상에 대한 통찰이 생길 거라 여기지만 저자는 자신의 생각이 다름을 말한다. 내가 살아온 건 과거이고,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데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 사람들에게 ‘세상은 이렇다’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생각을 책에 담으려 했다. 옛사람의 진중하고도 사려 깊은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교훈을 주려 하지 않았다. 이 책에는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한 정답은 들어 있지 않다.
이 책은 한시 자체에 주목해서 한시를 소개하고 해설하는 책이 아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한문학자이자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인 저자의 옛 추억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에세이다. 저자는 때로는 옛 추억을 떠올리고, 때로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산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삶의 지혜를 얻는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옛사람의 한시를 소개하며 그에 담긴 뜻을 풀어낸다. 우리는 이 책에 실린 옛글을 통해 위대한 옛사람들의 삶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며 삶의 위로와 공감을 얻는다.
책을 펴내며

존재와 자연
물은 얕아 모래 흔적 드러나고 / 흩날리는 향기 뜰을 덮는다 / 시간은 이제 점점 짧아지는데 / 사람 일이란 게 그런 거라서 / 생각난다 그 옛날이 / 서로 만나는 우리들이 바로 친구지 / 오늘에야 마침내 두 아들을 두게 됐구나 / 밤 오자 등불 밝혀 오직 당신과 함께 / 가을 소리 닿는 곳 없다고 말하지 마라 / 내년에 피는 건 다른 꽃일 거야

사색과 감성
내 손님일 뿐이었다는 걸 / 내일은 내가 나를 잊겠지 / 산촌의 방아소리 희미하게 들려온다 / 함께 놀던 사람 지금 몇이나 남았을까 / 살림이 가난해도 여유 있겠지 /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너인 듯 / 내년 되어 올해 지은 시를 본다면 / 구름이 오고 가도 산은 다투지 않는다 / 너를 바라보는데 애가 끊어질 듯 / 천년이 지난 뒤엔 또 살기를 바라겠지

해학과 풍자
왜 사람만 만나면 침을 흘리나 / 어째서 함께 사는 즐거움을 잊어버리고 / 비록 그 아이 살게 되더라도 / 왜 하필 슬프게도 무당을 후대하는가 / 이상한 맛이지 좋은 맛 아니거든 / 겉 다르고 속 다를 바에야 / 토사물 사이를 윙윙대며 다녀도 / 지나치게 펴면 네 몸이 욕을 당한다

삶과 사랑
냇물에 비친 나를 봐야지 / 지금 내 맘이 어떤지 아나 / 머물렀던 발자국 찍혀 있네 / 내 맘에 맞는 게 중요한 것 / 왜 이토록 괴로울까 / 친구들을 데리고 벼를 벤다 / 내 마음을 기쁘게 할 일을 찾아 보거라 / 병의 괴로움이 없다면 / 질투를 받을 바에야 비웃음을 사는 게 좋지 /
말을 몰고 가네 석양을 밟으며

옛날엔 대부분 집집마다 크고 작은 마당이 있었다. 이래서 옛사람들의 글을 보면 마당에 여러 가지 식물을 심어 놓고 기르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떤 식물을 주로 심었는지 정확하게 통계를 내기는 어려운데 매화, 국화, 대나무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다양한 화초와 식용 작물도 자주 등장한다.
매화와 국화는 선비의 고아한 마음을 상징하고, 대나무는 곧은 마음이나 변치 않는 절개를 상징하는 대표 식물이다. 이렇게 보면 마당은 단순히 집에 붙어 있는 공터가 아니라 집주인의 취향이나 생각이 담긴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당은 장소이되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마당은 늘 그 자리에 당연히 있으면서 자연을 배우고 느끼는 곳이기도 했다.
그 마당은 이제 없지만 그때의 마당은 내 추억 속에 여전히 있다. 채송화를 좋아하게 해 준 곳, 막연하나마 죽음이 어떤 것인지 보여 준 곳, 어울림과 조화를 느끼게 해 준 곳, 계절의 변화를 가르쳐 준 곳, 지금 나에게 눈물을 흘리게 해 준 곳. 그 마당이 그립다.
- 25~26쪽, 〈흩날리는 향기 뜰을 덮는다〉 중에서

이십 년이면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졌을 시간이다. 그사이에 별의별 일도 다 겪었을 것이다. ‘세상일은 어지러워 가짜 진짜가 섞여 있고, 비와 구름은 엎치락뒤치락 인심은 새로 바뀌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다. ‘비와 구름이 엎치락뒤치락 한다’는 쉽게 바뀌는 세태를 비유한 말인데 중국 당(唐)나라 두보(杜甫)의 「빈교행(貧交行)」에서 “손을 뒤집으면 구름이 되고 엎으면 비가 된다(번수작운복수우(翻手作雲覆手雨)).”라고 한 데서 나왔다.
간과 쓸개까지 내줄 것처럼 다정하게 굴던 사람이 배신을 하고, 나를 진심으로 대해 주던 친구였는데 나에게 어려운 일이 닥치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나 버린다. 그래도 세상엔 좋은 사람이 많을 거라 믿으며 살지만, 막상 현실을 살다 보면 저런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는 일이 많다. 그러니 얼마나 친하게 지냈는가 따지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서거정은 ‘죽음’, ‘반목’, ‘배신’을 담은 바람이 옛 친구들을 떨어트렸어도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친구가 아니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시를 읽는 내내 대현이 생각이 났다. 우리 둘은 과거급제를 하진 않았어도 학교를 같이 다닌 동기이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나는 문과, 대현이는 이과를 택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길을 걸으며 사십 년을 지냈어도 결국 지금 내 옆에 있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청운(靑雲)’, ‘푸른 구름’과 같은 벼슬은 하지 못했어도 오랜 시간 같은 하늘 아래에서 잊지 않고 지내왔다.
-49~50쪽, 〈서로 만나는 우리들이 바로 친구지〉 중에서
들꽃

어딜 가나 핀 들꽃, 이름은 모르지만
초동과 목수의 시야를 밝혀 주지
꼭 상림원(上林苑)의 꽃들만 부귀한가?
하늘의 마음 씀씀이는 공평하다

고려 후기는 물론 한국 한시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 1396)의 시다. 이색의 온화한 성정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이 시가 전하는 메시지도 마음에 든다. ‘상림원(上林苑)’은 황제를 위해 만들어 둔 동산이다. 황제의 동산이니 그 안에는 이름이 있는 꽃과 나무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이 안에 있다는 것 자체로 선망의 대상이 된다. 사람이면 누구나 상림원 안의 꽃이 되고 싶어 한다. 이름을 내려고 하며 부유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이색은 굳이 그러려고 애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보기에 따라 현실에 만족하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옛날은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으니까 그렇다. 그러나 이 시를 읽는 독자는 한시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글을 읽을 수 없는 계층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자신과 같은 부류들이 보라고 쓴 시다. 이름이 있든 없든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존재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주목받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은 또 그 사람대로 살아가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자체로 존중 받기에 충분하다.
-76~77쪽, 〈내년에 피는 건 다른 꽃일 거야〉 중에서

낮잠

밤 짧아 금세 아침 오고 낮은 긴 봄날
마당 나무엔 바람 없고 새소리만 떠들썩하다
막 낮잠에서 깨었어도 아직 눈을 감고 있는데
멀리 산촌의 방아 소리 희미하게 들려온다.

조선의 영조(英祖), 정조(正祖), 순조(純祖) 시기를 살았던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 1741~1826)의 시다. 윤기는 평생 높은 벼슬을 하지 못했지만 올곧은 정신을 지니고 있었으며 시인의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 사람이 쓴 시를 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 시도 그런 시 중 한 편이다. 소리만으로 풍경을 그려 낸 솜씨도 좋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편안한 느낌을 준다. 적막하지도 않고 떠들썩하지도 않다. 낮잠에서 깬 뒤의 기분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어떤 기분이었을지 짐작이 된다. 읽는 이의 처지에 따라 한가함, 그윽함, 상쾌함, 여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는 윤기가 쉰네 살 때 썼다. 나는 윤기 또래의 나이가 되어 이 시를 읽으며 어린 시절 내 낮잠을 떠올렸다.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무척 놀랐다. 시원한 마루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마당에서 새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잠에서 깬 것이다. 마루 앞에 있는 대추나무, 대문과 지붕을 연결하는 포도나무 넝쿨, 심지도 않았는데 싹을 내더니 어느덧 크게 자라 있는 오동나무에 이름 모를 새들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일어나 보니 여전히 주변엔 아무도 없다. 마루에 서서 담장 바깥을 바라보니 저 멀리 소백산 줄기가 오늘따라 조금 가까워 보인다.
-98~99쪽, 〈산촌의 방아소리 희미하게 들려온다〉 중에서
단속하는 사람은 오래 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결국 다 잃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오래 간다’다. 예나 지금이나 영원히 누리는 사람은 없다. 평생 누리다 간 사람은 영원히 누렸다고 할 수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그렇게 보일 뿐 당사자는 더 얻지 못해서 속을 끓였을 것이다. 이건 알기 쉽다.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앉으면 눕고 싶으며 누우면 자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얻기도 쉽지 않고 얻는다 해도 지속하기 쉽지 않다. 천신만고 끝에 얻었더라도 잃어버리면 노력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상실감이 찾아 든다. 이래도 굳이 얻기를 바라고 얻으려고 노력해야 되나? 그래. 노력은 힘들고 귀찮아서 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바라기는 한다. 왜? 이걸 가지고 있으면 몸은 편하고 마음은 즐거울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데다 남들이 떠받들어 줄 만큼의 명성을 지니고 있다면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생각이 생각을 낳는다. 너무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 지키지 못해서, 더 가지지 못해서 즐겁지 않을 것이고, 명성이 높아지면 이를 유지하기 위해 남들의 눈치를 봐야 하니 즐겁지 않을 것이다. 내가 세상에서 무슨 일이든 하는 이유는 편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인데 이것저것 따져 보니 결국엔 그렇게 살 수 있는 길이 없는 것 같다.
-129~130쪽, 〈구름이 오고 가도 산은 다투지 않는다〉 중에서

무당이나 역술인을 종교처럼 믿는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내 인생의 방향은 오로지 내가 결정하고 내가 가야 할 것이다. 길흉화복을 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면 점을 치러 간 사람들 모두 걱정 없이 호의호식하고 살아야 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건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래도 그게 아니다. 다 무시할 수는 없다. 참고할 가치는 있다.”
이미 저런 말을 한다는 것부터 점괘를 참고하는 것 이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남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든 참고만 하고 내 생각대로 사는 사람은 주관이 뚜렷하다. 애초에 근거 없는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당장 일이 풀리지 않아 답답하고 어디에라도 기대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 역시 마음 약한 사람이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한다. 그러나 점이 나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밝은 미래를 약속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산다. 가족에게 기대고 친구를 의지하고 어른을 찾아가서 물으며 내 길을 찾는 게 낫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무당과 역술인보다 더 용하다. 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 삶에서 가장 용한 점쟁이는 나의 어머니다.
-179~180쪽, 〈왜 하필 슬프게도 무당을 후대하는가〉 중에서

아프다는 소식 듣고 한번 가 봐야지 했는데
문밖에서 문득 상여가 떠난다고 하네
동갑내기인 내가 먼저 가는 자네를 곡하는데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아나

조선 후기 학자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6대손인 강재(剛齋) 송치규(宋穉圭, 1759~1838)의 시다. 동갑내기 친구인 사언(士彥) 민달혁(閔達爀)을 추도하는 글이다. 민달혁이어떤 사람인지는 자세히 알기 어렵다.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만(輓)’은 ‘끌고 간다’는 뜻인데 상여를 끌고 가면서 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시를 만시(輓詩), 만사(輓詞) 또는 ‘끌다’는 뜻의 다른 한자를 써서 만시(挽詩)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의 추모시나 추도시에 해당하는 글이라 할 수 있는데 시를 남긴 사람 치고 만시를 쓰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이런 만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시를 보는 순간 우석이가 떠올랐다. 상황이 똑같지는 않지만 한번 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부음을 듣게 된 점, 고인과 동갑내기라는 점, 뭐라 말하기 어려운 마음을 드러냈다는 점이 같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송치규의 마음이 다 설명된다. 그 마음이 내 마음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문득문득 옛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그러나 남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소리 내어 통곡하거나 눈물을 흘리기 쉽지 않다. 남자가 부끄럽게 아무 때나 울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서가 아니라 눈물을 흘릴 시간과 공간이 없어서 그렇다. 마음껏 슬퍼할 시간도 없이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간다.
- 220~221쪽, 〈지금 내 맘이 어떤지 아나〉 중에서

많은 사람이 행복은 평범한 곳에 있다고 말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런 말을 들으며 살아왔고 대체로 수긍하는 편인 것 같다. 반면 나이가 들면서 저런 말을 이상적인 것이라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행복은 평범한 곳에 있다’는 말을 다들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험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것은 경험을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짠’ 법이니 그렇다. 소금이 짜다는 건 누구나 안다. 소금을 먹은 뒤에 짠맛을 아는 것과 먹어 보지 않고 ‘짜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어찌 보면 나이가 들었다는 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소금을 먹어 봤다는 말과 같다고 할 수도 있겠다.
‘너희들이 뭘 알아? 겪어 보지도 않았으면서?’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병을 앓은 뒤에 보니 평범한 것들이 새롭게 느껴졌고, 평소엔 마음을 두지 않았던 것에 눈이 가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즐거움이 느껴지더라는 말이다. 윤선도라고 처음부터 닭 소리와 새벽빛에 즐거움을 느꼈을까. 겪어 보고야 안 것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 연령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가장 바랐던 것이 무엇이었나? 별거 아니었다. 평소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아무 때나 아무 곳으로 놀러 가고, 편하게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하나도 대단한 게 없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었다.
-262~263쪽, 〈병의 괴로움이 없다면〉 중에서

옛글을 따라 우리 인생을 걷다
매일 매일 나를 돌아보는 시간

한시를 소재로 한 책은 대체로 한시를 소개하고 한시 자체를 해설하는 데 주력하지만 이 책의 중심은 한시가 아니라 저자의 옛날이야기이다. 한문학자이자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인 저자의 옛 추억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서른여덟 편을 소개하는 일기장 같은 에세이다. 다만 일기와 다른 점은 저자의 느낌과 생각만 담아낸 것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옛사람의 한시를 섞으며 글을 풀어 나갔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제는 크게 존재와 자연, 사색과 감성, 해학과 풍자, 삶과 사랑의 네 가지로 나눠진다. 아름다운 자연풍광 속에서 어린 날의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며 조선 선비의 감정에 공감하고, 인생의 소소한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고려의 시인이 느꼈던 삶의 지혜를 깨닫고, 군왕과 대학자도 모기를 미워해서 시를 지었음에 웃음과 더불어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겪고 난 뒤 비슷한 경험을 한 선비들의 시를 읽으며 마치 내 일 인양 가슴 깊이 슬픔을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 일상의 이야기들과 함께 소개된 한시를 읽다 보면 고려와 조선 시대 사람들의 마음도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공자는 오십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 하여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 불렀다. 공자의 말 때문인지 사람들은 대부분 오십 세가 넘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생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살아온 건 과거이고,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데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말이다. 그것이 저자가 나이가 적은 사람들에게 함부로 ‘세상은 이렇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저자는 이런 생각을 책에 담으려 했다. 따라서 이 책에는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한 정답이 들어 있지 않다. 옛사람의 진중하고도 사려 깊은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교훈을 주려 하지 않았다. 옛사람들의 마음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면서 위로와 공감을 얻을 뿐이다. 역사 속의 위대한 문장가, 사상가로 알려진 사람들도 평범한 우리처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고민했고, 지난날을 떠올리며 온갖 상념에 젖었다. 아름다운 꽃을 향한 감탄과 숭배, 달려드는 해충을 향한 분노와 적의, 친구와 자식의 죽음을 마주한 비통함, 아내와 해로하기를 바라는 애틋함을 담아 시를 썼다.
어떤 사람들은 인생이 다 그렇고 그런 것이지 별 거 있냐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래도 인생 별거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이다. 황제의 정원에 핀 꽃뿐만 아니라 들판과 산에 핀 야생화도 아름다고 소중하듯이 모든 사람의 인생은 다 가치 있고 소중하고 의미 있다는 것, 그래서 인생 별거 있다는 것.
이 책은 저자의 열한 번째 작품이다. ‘10’은 완성된 숫자이기에 다시 ‘1’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썼다고 저자는 말한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처음 쓸 때의 설렘만으로 원고를 썼기에, 내용의 경중에 관계없이 그 설렘을 독자들이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글) 김재욱

어렸을 적 할아버지께 천자문을 배우고, 아버지께 명심보감을 배웠다. 어린 마음에 이게 전부인줄 알고 한문을 쉽게 봤다. 뭐가 되겠다는 꿈도 없어서 전공 선택을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쉽게 생각했던 한문학과에 들어갈 성적이 돼 전공을 하게 되었다. 너무 어려웠다. 공부는 포기하고 놀다가 대학 졸업을 했는데, 20대 중반의 어느 날 까닭 없이 한문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이때부터 마음을 잡고 즐겁게 공부를 시작해서 박사학위까지 받게 되었다. 일체의 운명론을 믿지 않지만, 이쪽으로 올 운명이었던 것 같다.
대학원에서는 한시(漢詩)를 전공해서 이 분야의 교양서를 썼고, 한시 이외의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꾸준히 교양서를 써 왔으며, 삼국지 인물에 현실 인물을 비유해서 정치평론서를 쓰기도 했다. 지금은 고려대학교에서 교양한문을 가르치는 강사이자 글을 쓰는 작가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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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그래도 인생 별거 있다
    한시에서찾은 삶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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