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무봉 비현서가 3권

송한별 대체 출판 역사 소설

송한별 지음

에픽로그 2023년 08월 14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천의무봉 비현서가』는 가상의 세계에서 새내기 출판업자가 좌중우돌하며 책을 만들어 나가는 본격 출판 소설입니다.

『비현서가』의 주인공 조이비는 유서 깊은 출판 명문의 후계자로서 어려서부터 전문가 교육을 받습니다. 그대로 때가 되면 가문을 이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어릴 적 사별한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누군가 어머니를 가문의 역사에서 지워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비는 얼마 남지 않은 흔적을 쫓아 수도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머니가 통속 소설 출판업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가문이 아닌 어머니의 업을 잇기로 결심합니다.

『비현서가』는 금속 활자와 출판 문화가 함께하는, 책이 너무 좋아 참지 못하는, 선량하고 착실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목차

25장 사람이 열이면 생각도 열
26장 눌러 담을 목소리
27장 이야기의 주인
28장 가늘고 확고한 선
29장 네가 꾸는 꿈
30장 수탉과 여우
31장 돌아가는 길
32장 고르고 고르길
33장 그물과 물고기
34장 온점
35장 가족, 집, 혹은 무엇이든
36장 새로운 도전
37장 미끼와 덫
38장 가장 평범한 삶

책 속으로

“전에 그랬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은 언젠가 쓰게 되어 있다고. 그 말이 맞다. 내게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백면의 올곧은 눈빛이 정면을 똑바로 응시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비는 백면과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꿰뚫렸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너에게 맡기고자 한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나는 모르겠지만, 너는 알 것이다. 네가 내린 결정이라면 후회 없이 따를 수 있을 것 같다.”
어렵게 말을 마무리하고 나서 백면은 웃었다. 무언가 단단히 결심한 사람이 아니면 지을 수 없는 결연한 웃음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까요. 남은 건 하늘의 몫이에요.”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맺은 관계, 관계와 관계 가 만들어 내는 불가해한 가능성. 이비는 그 모든 것을 일컬어 하늘이라 했다. 그러니 하늘에 맡긴다는 말은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 온 업(業)과 연(緣)을 믿는다는 말과 같았다.

아이는 언젠가 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난다. 그것을 탓해서는 안 된다. 자기만의 길을 찾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뻐해야 한다. 어른의 도리란 그런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쓸쓸하기 그지없구나.”
그래서들 그렇게 복닥복닥 모여 사는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윤재는 두더지에게 인쇄기 다루는 법을 전수한 뒤 떠나 버렸다. 언젠가 한 번쯤은 얼굴을 보러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두더지는 흥, 콧바람을 불었다. 윤재는 바보 같은 데다 제멋대로인 사람이다. 그러니 언젠가 또 머쓱한 표정으로 돌아올 것이다. 두더지는 그날이 올 때까지 비현서가에 남을 생각이었다. 윤재는 요령 없고 술버릇이 끔찍해 남을 상처 입히는 형편없는 사람이지만...... 그런 사람에게도 돌아올 곳은 있어야 하니까.
두더지는 조금 전에 본 여행객들을 떠올리고 짧은 기도를 올렸다. 언제가 되었든 그들이 바라 마지않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길. 그래서 그들을 반기는 얼굴들과 마주할 수 있길.

작가정보

저자(글) 송한별

장르 소설 기획 편집자 겸 작가.

노답 케이팝 리스너, 수동 킥보드 라이더, 포켓몬 트레이너, 턴제 전략 게임 마니아. 돈과 명예, 재미 중에서는 아무래도 재미인 편.

2009년 창작 동인 창작집단 몽니의 편집장이 되어 단행본과 웹진 《텍스툰:Textoon》을 발행했고, 2013년 출판사 에픽로그를 창업해 테마 앤솔로지와 문고본 중편 소설 등의 장르 소설을 출간했다. 2014년부터 전자책과 웹소설 플랫폼에서 장르 소설 PD로 근무했다. 2017년 제5회 과학소재 장르문학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궤도채광선 게딱지」로 대상을 수상한 이후 SF와 판타지, 호러 등의 장르 소설을 쓰고 있다.

2018년 ‘언젠가 사라져 버릴 것들의 기록’을 모토로 개인 브랜드 미씽아카이브를 만들어 편집자로서, 작가로서 독립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