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무봉 비현서가 2권

송한별 대체 출판 역사 소설

송한별 지음

에픽로그 2023년 08월 14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천의무봉 비현서가』는 가상의 세계에서 새내기 출판업자가 좌중우돌하며 책을 만들어 나가는 본격 출판 소설입니다.

『비현서가』의 주인공 조이비는 유서 깊은 출판 명문의 후계자로서 어려서부터 전문가 교육을 받습니다. 그대로 때가 되면 가문을 이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어릴 적 사별한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누군가 어머니를 가문의 역사에서 지워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비는 얼마 남지 않은 흔적을 쫓아 수도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머니가 통속 소설 출판업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가문이 아닌 어머니의 업을 잇기로 결심합니다.

『비현서가』는 금속 활자와 출판 문화가 함께하는, 책이 너무 좋아 참지 못하는, 선량하고 착실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목차

13장 다르지만 같은 꿈
14장 방울방울 떨어진다
15장 셈값
16장 백면의 서생
17장 활자와 종이
18장 고위험군 투자
19장 이름과 업의 나무
20장 무너지는 하늘에도
21장 두 번째 기회
22장 산과 같이 바람과 같이
23장 스승과 제자
24장 때가 되면 아기 새는

책 속으로

고용인이 피고용인을 평가하는 것처럼 피고용인도 고용인을 평가한다. 일자리의 질을, 일의 내용을, 그리고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한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탐색이 끝나고 나면 비로소 결론을 내린다. 이 사람과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을지 아닐지. 같이 일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내 한 몸 편하자면 그만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천지사방에 말리려 드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출판이라는 가시밭길에 몸을 던질까? 이유가 있다면 아마 단 한 가지. 청개구리 짓을 하는 이유는.......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지.”
그것뿐이다. 하고 싶다는 의지 말고는 아무것도 없고, 어떤 것도 필요치 않다.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사람은 그 순간에 영혼의 조각이 묶여 버리고 만다. 그 순간의 고통이, 상처가, 아픔이 기억보다 훨씬 깊은 곳에 새겨진다. 악몽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사람의 마음이 약해질 때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윤재에게는 채현을 기다렸던 시간이 상처로 남았다. 믿고 기다렸지만 끝내 배신당했고,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윤재의 마음속에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채현에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지금도 악몽이 되살아날 정도로, 아주 깊게.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남았다는 걸 깨달았소.”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하고 의도치 않은 실수를 저지른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미련은 그런 생각에 뿌리를 내린다. 잊으려 노력해 봐도 쉽지 않다. 의식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집중해 버리는 것이 사람이니까.
“그럼 해내야죠.”
그러니 정 잊지 못하겠다면 과거와 마주하고 매듭을 지어야 한다. 지나간 시간이 언제까지고 지금을 휘두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와 있다는 말을 하려는 참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겠습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닙니까.”
단향은 자기 연민을 가득 담아 웃었다.
“맞습니다. 너무나도 뻔해서 유치하기까지 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것이 삶인 것을. 두어 장만 읽어도 결말을 예측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것이 통속 소설 아니겠습니까?”
삶은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보다도 흥미롭다. 동시에 아주 흔해 빠진 이야기보다도 지루하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듣고 접한 것보다 더 큰 세계를 상상할 수 없기에 이야기 속 세상은 너무나도 보편적이다. 단향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통속을 다루는 이야기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작가정보

저자(글) 송한별

장르 소설 기획 편집자 겸 작가.

노답 케이팝 리스너, 수동 킥보드 라이더, 포켓몬 트레이너, 턴제 전략 게임 마니아. 돈과 명예, 재미 중에서는 아무래도 재미인 편.

2009년 창작 동인 창작집단 몽니의 편집장이 되어 단행본과 웹진 《텍스툰:Textoon》을 발행했고, 2013년 출판사 에픽로그를 창업해 테마 앤솔로지와 문고본 중편 소설 등의 장르 소설을 출간했다. 2014년부터 전자책과 웹소설 플랫폼에서 장르 소설 PD로 근무했다. 2017년 제5회 과학소재 장르문학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궤도채광선 게딱지」로 대상을 수상한 이후 SF와 판타지, 호러 등의 장르 소설을 쓰고 있다.

2018년 ‘언젠가 사라져 버릴 것들의 기록’을 모토로 개인 브랜드 미씽아카이브를 만들어 편집자로서, 작가로서 독립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