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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잠수

아무튼 시리즈 58
하미나 지음
위고

2023년 08월 04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8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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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8.04MB)
ISBN 979116089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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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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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번째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잠수』는 프리다이빙에 관한 이야기이다. 프리다이빙은 공기통 없이 자기의 숨만큼만 잠수해 있다가 올라오는 스포츠다(무척 오래된 영화지만, 뤽 베송의 〈그랑블루〉를 떠올리면 된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로 여성과 고통(우울증)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준 하미나 작가가 오랫동안 사랑해왔던 혹은 두려워해왔던 이야기를 프리다이빙을 통해 들려준다.
저자는 (어느 시점 이후로) 더 버틸 수 없겠다고 느끼는 순간마다 프리다이빙을 위해 바다를 찾았다. 익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익사의 고통을 선택했다는 것이 스스로 아이러니하다고 느끼면서. “왜 굳이 그래야 할까? 왜 굳이 고통과 불편과 두려움을 겪으면서도 뭔가를 보려고 할까?” 스스로 많이 물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답이 다가왔다. “아름다움을 직관하고 그게 얼마나 좋았는지를 사람들과 나누는 것, 삶에서 진정으로 추구할 만한 게 있다면 오직 이런 것뿐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잠수』는 프리다이빙의 아름다움에 관한 글인 동시에 두려움에 관한 글, 그리고 그 두려움을 넘어서는 해방에 관한 글이다. 두려워서 한 발짝도 더 뗄 수 없을 때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환영해

1부 드라이 트레이닝
준비호흡
첫 수업
포유류 잠수 반응
케언스의 네일 숍
물표범baby
밍 언니
태양의 딸
We are Mauna Kea
몽크물범

2부 웨트 트레이닝
첫 번째 날
두 번째 날
세 번째 날
네 번째 날
다섯 번째 날
일곱 번째 날
아홉 번째 날
열두 번째 날
열세 번째 날
열일곱 번째 날
열여덟 번째 날
열아홉 번째 날
스무 번째 날
스물두 번째 날
스물세 번째 날
스물네 번째 날
스물일곱 번째 날
스물여덟 번째 날

도착하지 않는다

“너무 좋아서 충격받았어요.”
선생님은 피식 웃더니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장비를 정리하는 일로 돌아갔다. 피식 웃던 선생님의 표정, 그 표정이 오랫동안 남았다. 그 후에도 비슷한 표정을 몇 번 목격했다. 그것은 지극히 좋은 어떤 것, 말로도 글로도 다 표현할 수가 없는 것, 반드시 직접 경험해야만 아는 것, 한번 경험하고 나면 일상의 어느 순간, 설거지를 하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술자리에서 웃고 떠들다 쓸쓸히 집에 걸어가다가도 문득문득 떠올라 당신을 잠시 다른 세상에 데려다놓는 것, 맞아, 삶에는 그렇게 지극히 좋은 것이 있었지, 하고 영원히 당신을 겸허하게 할 그런 것을 아는 표정이었다. (7-8면)

나는 운동을 못한다, 라고 쓰고 싶다. 그렇게 말하면 편하다. 내가 선수도 아닐뿐더러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며 누리는 근원적인 기쁨이 운동을 잘하거나 못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아는데도 더 많은 근육과 더 적은 체지방을 갖지 못한 거울 속 나를 볼 때마다 수치심을 느낀다. 여전히 내 몸의 동세가 우스꽝스러워 보일까 봐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고 움츠러들 때가 있다. 우연히 찍힌 사진 속 몸을 확대해 보며 괴로워한다. 그런데 이 몸으로 운동에 관한 글을 쓴다고? 내가 가장 먼저 비웃고 있다. 그렇다. 나는 지금 몸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용기를 내려 애쓰고 있다. (14면)

바다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왜냐고? 바다에는 거울이 없기 때문이다. 물속에서는 부력 때문에 우주에서처럼 중력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몸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바다는 너무도 커서 내가 50킬로건 60킬로건 70킬로건 상관하지 않았다. 바다에 다녀올 때마다 물 밖에서 하던 고민들이 사소하게 느껴졌다. 지저분한 것들을 헹궈내고 깨끗한 영혼을 되찾아오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잠수를 하다 보면 다 같이 초라해져서 좋았다. 바다에서는 누구든 예외 없이 쫄쫄이 슈트에 몸을 끼워 넣고 눈물 콧물 다 흘리며 허우적대는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 (14-15면)

고개를 들고 다시 물 밖을 봤다. 배의 모터 소리와 선생님이 주의사항을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알던 세계였다. 다시 고개를 넣어 물속을 보았다. 순식간에 고요해지며 지구에서 제일 큰 것이 보였다. 완전히 모르는 세계였다. 이렇게 간단히 고개를 까딱하는 것만으로 다른 세상으로 접속할 수 있다니. 지금껏 이걸 전혀 모르고 살았다니. 자연 앞에서 인간은 미물일 뿐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어떤 의미였는가를 그제야 몸으로 알게 됐다. 그때 오키나와 바다에서 내가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던 수많은 고민들, 가령 몸에 대한 고민, 돈에 대한 고민, 커리어에 대한 고민, 가족, 친구, 연인과의 고민 등은 끊임없이 흐르는 바닷물에 다 쓸려 가버렸다. (28-29면)

선생님은 숨을 오래 참는 비법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번민에 휩싸일수록 뇌에서 산소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숨을 오래 참으려면 생각을 멈추고 몸에 힘을 빼야 한다. 그러려면 긴장된 상태로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 있는 몸의 부위를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 자기 몸을 알기. 힘 빼기. 이것이 힘을 줘서 무언가를 해내는 일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일인지 그때는 몰랐다. (40면)

여러 번 시도해도 나는 24미터를 갈 수가 없었다. 힘을 내서 가려고 애쓸수록 더 갈 수가 없었다. 프리다이빙은 책을 쓰는 일과는 달랐다. 지친 몸을 무시하고 억지로 끌고 가서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의지로,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몰아붙여서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에 익숙했다. 프리다이빙은 그렇게 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힘을 줘서 움켜잡을 수 없는 게 바다였다. (69면)

어느 날은 공원에 누워 있다가 옆자리에 누워 있던 현에게 우울증 작업을 한 뒤 행복하다고 느낄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고 고백했다. 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단박에 말했다.
“말도 안 돼! 나는 젊은 시절에 베트남 전쟁 작업을 했잖아. 그러면 나는 뭐, 맨날 아이고 아이고 흑흑 너무 슬퍼요 하면서 울고 있어야 되냐? 네가 할 일은 책을 펴낸 걸로 끝난 거야. 나머진 세상의 몫이지. 발끝에서부터 차곡차곡 기쁨을 채우는 연습을 해. 그렇게 채운 힘이 어려운 시기를 버티게 해줘. 혹시 모르지. 그 힘으로 네가 나중에 세상을 구할지도. 강아지 한 마리를 구해도 그 강아지의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말이야.” (81면)

하와이에서의 교통사고와 스스로 숨을 참고 바다에 들어가는 프리다이빙, 둘 다 내가 일상에서 당
연하게 여기던 삶의 감각에 균열을 냈는지도 모르겠다. 숨을 쉬고 살아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 위해 숨을 참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사는 것을 좋아하고 누리고 있다.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다만 선뜻 인정하지 못했을 뿐. 살고 싶다는 마음은 왜 조금은 창피하게 느껴질까? (126면)

“데이비드 화이트는 인간 경험의 대부분은 상실과 축하 사이의 대화라는 것을 상기시켜줍니다. 현
실의 이러한 대화 같은 속성, 이것은 사실 생명의 드라마이기도 하지요.”
나는 이 말을 곱씹는다. 인간 경험의 대부분은 상실과 축하 사이의 대화, 그리고 이것은 현실의 대화이기도 하지만 실은 모든 생명이 지닌 드라마…. 그렇다면 생명이 있는 것은 언제나 상실과 축하 사이를 오간다고도 할 수 있다. 곧, 우리는 살아 있는 한 잃은 것을 애도하고 얻은 것을 기뻐하는 일 사이를 오간다. (137면)

내 기쁨을 누리고 있자니 그제야 나 말고도 자기만의 문제에 매달려 매일의 실패를 견디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 시도가 얼마나 고단한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무언가를 이루거나 성공하지 않은 날에도 물에, 바다에 들어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내가 잘 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인생이 가졌던 것을 잃어 애도하는 마음과 갖고 싶었던 것을 얻어 기뻐하는 마음 사이를 진동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면 매번의 다이빙이야말로 인생의 축소판이 아닐까. 사바아사나, 즉 송장 자세로 매번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요가처럼. (157면)

못하는 연습, 내려놓는 연습, 욕심을 버리는 연습, 힘 빼는 연습을 계속 하고 있다. 마구 몰아치고 한계까지 몰아붙여 내가 성과를 내게 하고 성장시키는 방식으로 지내왔다.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들을 얻어왔지만 그보다 더 크고 넓은 것을 갖고 싶다. 오래 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만들고 싶어서. 그러려면 지금과 같은 속도와 방식이어서는 안 됐다. 그걸 배우려고 보홀에 왔나 보다. (178-179면)

작가정보

저자(글) 하미나

작가. 프리다이버. 하마글방의 글방지기. 무언가 되고 싶어 아득바득 살았는데 막상 좋아진 건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알려준 것들이다. 글쓰기와 바다가 그래서 좋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썼고, 함께 지은 책으로 『상처 퍼즐 맞추기』,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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