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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의 서사

수많은 창작물 속 악, 악행, 빌런에 관한 아홉 가지 쟁점
돌고래

2023년 08월 04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8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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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9.38MB)
ISBN 97911983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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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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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향유가 일상화되면서 창작 윤리에 대한 질문도 끝없이 제기되는 오늘날, 언젠가부터 많은 관객과 독자,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말이 빈번하게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 간명한 슬로건은 당초 현실의 잔혹 범죄를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을 규탄하기 위해 대두됐지만, 머잖아 창작 서사 전체를 아우르는 원칙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매혹과 연민의 시선으로 악인과 악행을 묘사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향해 이들 작품이 악을 비호하고 합리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악인의 서사 자체를 비윤리와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이 널리 확산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구가 새로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한 물음은 없을까? 지금껏 악인의 서사에 관한 논쟁은 소셜미디어(트위터)를 중심으로 벌어졌지만, 분량 제한(140자)과 휘발성이 강한 매체의 특성 때문인지 상호간의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풍부한 논의를 낳는 데까지는 충분히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악인의 서사』는 악인의 서사에 관한 논쟁의 무대를 단행본 지면으로 옮겼다. 소설가 겸 영화 평론가 듀나, 문학 평론가 겸 편집자 박혜진, 문학 평론가 전승민, 미스테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김용언, 영화 평론가 강덕구, 영문학 연구자 전자영, 번역가 최리외, 웹소설 작가 겸 연구자 이융희, 비평가 윤아랑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통찰 넘치는 글쓰기를 이어오고 있는 저자 아홉 명이 참여해, 창작 서사에서 악을 재현하는 문제를 두고 저마다 시의적이고도 다채로운 논점을 제기한다.

특히 숱한 오해와 모호한 주장으로 점철된 기존 논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악인의 서사』에는 모든 저자가 (140자의 100배에 해당하는) 14,000자 분량의 글을 쓰고 실었다. 일찍이 수많은 문학 작품을 비롯한 창작 서사는 인간의 복합성과 양가성, 도덕적 회색지대와 윤리적 딜레마 등을 추체험하는 장소로 기능해왔다. 창작 서사의 이런 입체성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명령만으로 특정 작품의 재현 윤리를 온전히 가늠하기란 무리에 가깝다. 여기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악의 서사와 재현의 문제를 엄밀히 논하려면 적어도 이 한 줄짜리 문장에 멈추기보다 이로부터 상세하고 정연한 고찰을 시작해야 한다.
ㆍ 편집자의 말 | 악인의 서사,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
ㆍ 듀나 | 악인보다 선인의 이야기에 집중할 것
ㆍ 박혜진 | 악이 동굴에서 나올 때: 오늘의 한국 소설 속 살인자들
ㆍ 전승민 | 조명등, 달, 물고기: 나르시시스트의 선한 얼굴은 어떻게 악이 되는가
ㆍ 김용언 | 범죄의 기술(記述): 선정주의를 넘어선 범죄 논픽션
ㆍ 강덕구 | 나쁜 놈도 눈물 흘려야 할 이유: 서부극, 공동선과 윤리를 탐구하는 악인 서사
ㆍ 전자영 | 현실의 낙인, 무대 위의 매혹: 목소리를 빼앗긴 마녀가 무대 위에서 던지는 물음
ㆍ 최리외 | 응징할 수 없는 악에 관하여: ‘빌런’이 득시글거리는 모녀 서사
ㆍ 이융희 | 웹소설의 악인이라는 가짜 쟁점: 연대이자 사회운동으로서의 웹소설을 향하여
ㆍ 윤아랑 | 악(당), 약동하는 모티프들

ㆍ 듀나 | 악인보다 선인의 이야기에 집중할 것
- [한니발] 렉터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 [토머스] 해리스는 이 인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감을 잃어버린다. 더 불쾌한 악인도 등장시켜본다. 스탈링과의 관계도 발전시켜본다. 하지만 무엇을 해도 『양들의 침묵』만큼 재밌지는 않은데, 구경하기엔 재밌어도 온전히 공감할 수 없는 악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38쪽)

- 문제는 시시한 인간들의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는 지금과 같은 시대엔 이 자유로움이 종종 독이 된다는 것이다. ‘유독한 팬덤toxic fandom’은 이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데, [……] 「스타 워즈」 팬덤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한국에서도 주류적 인기를 얻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팬덤은 어느 모로 보나 자신들보다 평균적으로 유능한 창작자들이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시리즈를 진보시킬 때마다 창작자와 배우, 캐릭터를 향해 끔찍한 공격을 퍼붓는다. ‘나의’ 「스타 워즈」는, ‘나의’ 마블은 이렇지 않다며 불만을 잔뜩 품은 채로.(43~44쪽)


ㆍ 박혜진 | 악이 동굴에서 나올 때: 오늘의 한국 소설 속 살인자들
- 이야기의 기본 속성이자 이야기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공감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여전히 우리가 악을 말하는 방식이 ‘사실상 모순’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공감이라는 강력하고도 불완전한 기준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악에 대해 말하는 우리의 방식이 모순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의 유무에서 벗어난 악의 서사들이 필요하다.(57~58쪽)

- [정유정의 『완전한 행복』의] 모티프는 2019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고유정 전남편 살인 사건이다. [……] 고유정을 연상시키는 소설 속 ‘신유나’는 전남편의 죽음과 의붓아들의 죽음을 비롯해 과거 아버지와 대학 시절 교제한 남자의 죽음에도 연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악인이다. [……]『완전한 행복』은 한순간도 신유나의 시점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 악은 벗어날 수 없는 ‘힘’이다. [……] 그러한 힘이 어떻게 행사되는지를 피해자들의 심리 상태를 통해 복원하는 『완전한 행복』은 ‘피해자 중심 서사’의 전범을 보여주는 작품이다.(63~66쪽)


ㆍ 전승민 | 조명등, 달, 물고기: 나르시시스트의 선한 얼굴은 어떻게 악이 되는가
- 악의 부재는 선을 재현하는 한 가지 방식일 수 있는가? 적의 얼굴을 마주하며 갈등에 뛰어드는 대결 하나 없이 그저 악이 없는 세계를 미리 상정하며 선을 구현하는 작업은 오히려 위선이지 않을까?(80~81쪽)

- 선의 손을 들어주고자 하는 이는 구체적인 악의 얼굴을 고의적으로 표백하는 일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피해자성으로 함몰시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는 작가와 독자를 포함해 텍스트를 둘러싼 모든 존재자들이 주의해야 하는 지점이다.(82~83쪽)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기연민의 망망대해에서 허우적대던 나르시시스트 화자가 독서를 통해 자신의 껍질을 뚫고 나오는 데 한 단계 성공하는 이야기다.(110쪽)


ㆍ 김용언 | 범죄의 기술(記述): 선정주의를 넘어선 범죄 논픽션
-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는 좀 더 건조한 톤으로 범죄자들의 유형을 체계화하고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려 노력했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레슬러는] FBI 행동과학부의 활약이 토머스 해리스, 메리 히긴스 클라크 같은 유명 작가들에게 직접적인 영감으로 작용했으며 TV 실화 범죄 프로그램의 뜨거운 인기를 불러왔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대중문화의 첨병들이 연쇄 살인과 범죄자에 지나치게 많은 매력을 부여했다는 데 염려를 표하기도 했다.(125~128쪽)

- 악을 아예 다루지 말아야 한다, 혹은 악인에게 목소리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쉽게 내리고 싶진 않다. [……]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어떤 ‘경계’를 쉽게 돌파해버린 범죄자들에 대한 매혹, 알고 보면 저런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게도 그런 상황으로 내몰린 가슴 아픈 비밀의 이유가 있었다는 관대한 이해, 범죄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공포와 불안을 최대한 잘 전달하겠다는 이유로 범죄자의 1인칭 시점에서 피해자를 ‘사냥’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고수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다(149쪽)


ㆍ 강덕구 | 나쁜 놈도 눈물 흘려야 할 이유: 서부극, 공동선과 윤리를 탐구하는 악인 서사
- 서부극에서 법적 질서는 결코 선악을 구분하는 척도가 아니다. 선악은 개인의 모럴에 의해 좌우된다. 어쩌면 오늘날 서부극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서부극은 법적 규범과 개인의 모럴, 달리 말하자면 추상적 질서에 저항하는 얼굴을 그리기 때문이다.(169쪽)

- 「루이」에선 게이 인물을 향해 날아든 ‘패곳’이라는 멸칭을 지우지 않는다. 단지 그 멸칭이 현실에서 사용된다는 이유로 그런 것은 아닐 테다. 진짜 이유는 바로 우리 인간이 허구를 통해 자신을 비춰보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들리는 혐오표현, 악행에 정당화를 부여하는 서사가 허구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때로 불편하거나 역겨울 수 있는 거짓말은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기원에 담긴 폭력의 정체를 따져 묻게 만들기도 하고, 우리 세계의 잔혹성을 고발하기도 한다.(185쪽)


ㆍ 전자영 | 현실의 낙인, 무대 위의 매혹: 목소리를 빼앗긴 마녀가 무대 위에서 던지는 물음
- 버나드 쇼의 해석에 따르면, 베토벤은 악덕에 고귀한 음악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악덕은 아름다워서는 안 된다. 돈 조반니는 사기꾼에다 법규를 모독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난봉꾼이다. 모차르트는 그런 그에게 화려한 선율의 노래를 부여해 지위를 드높이고, 주인공이 될 기회를 준다.(189~190쪽)

- [17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빌런인] 마녀는 악역으로 낙인찍힌다. 그런 그가 연극에서 마땅히 기대되는 도덕성을 초과하는 모습으로 무대 위에 존재한다면, 이 초과된 것들을 어떤 감정과 규칙으로 이해해야 할까?(223~224쪽)


ㆍ 최리외 | 응징할 수 없는 악에 관하여: ‘빌런’이 득시글거리는 모녀 서사
- 문학은 첨예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응징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응징은 적어도 문학의 역할은 결코 아니며 [……] 당위를 한껏 부여해 ‘내가 옳으며 선하다.’고 주장하는 장르도 아니다. 오히려 응징할 수 없는 악이 있음을 인정하는, 손쉬운 비난을 넘어서는, 날카롭고도 섬세한 성찰이 깃든 작품을 우리는 은밀하게 사랑하게 된다.(232~233쪽)

- 수많은 여성 작가들이 어머니의 삶과 죽음에 관한 자전적 작품을 남겼다.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에는 말 그대로 ‘사나운’ 모녀 관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한국계 이민자의 딸인 미셸 자우너가 쓴 『H마트에서 울다』에는 ‘죽었을 때나 우는 것’이라며 딸을 훈육하는 냉엄한 어머니의 모습이 빼곡하다. 아니 에르노는 어떤가. [……] 그의 자전 소설에서 어머니는 경멸 또는 연민의 대상(‘어머니는 나보다 약하며 불쌍한 존재’라는 온정주의적 정의감), 서로를 적극적으로 모욕하거나 질투하는 대상으로 드러난다.(248쪽)


ㆍ 이융희 | 웹소설의 악인이라는 가짜 쟁점: 연대이자 사회운동으로서의 웹소설을 향하여
- 웹소설의 악인은 대개 [……] 고유의 배경과 서사를 지닌 독자적·입체적 인물이라기보단 주인공의 전지전능함을 방증하는 일회적·기능적 도구로 이용될 때가 많다. [……] 이렇듯 웹소설이 악인을 다루는 방식은 일견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일부 독자의 메시지와 매우 잘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연민하고 동정할 여지는 일절 주어지지 않은 채 부정적이기만 한 존재로서 납작하고 단순하게 묘사되다가 곧장 권선징악의 대상이 돼 초라한 최후를 맞이하기 때문이다.(260~261쪽)

-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주인공이 힘을 숨김』이나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작품에는 주인공이 겪어나갈 시련과 고난이 존재하지 않는다. 5000자 분량으로 잘게 쪼개진 이 세계에는 주인공이 연속적으로 밀어닥치는 사건들을 얼마나 유능하게 극복하는지가 등장할 뿐이다.(268~269쪽)


ㆍ 윤아랑 | 악(당), 약동하는 모티프들
- 오카자키 교코의 만화는 (도덕의 구축 자체는 존중하면서도) 도덕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의 전부가 되려는 것에 대한 나름의 저항으로서 숭고한(그리고 그만큼 황당무계한) ‘조작’이다. 도덕이 결코 충분히 이해하고 포괄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이 있다고, 혹은 도덕 바깥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기. [……] 그 속에서 우리는 ‘악’과 ‘악당’과 ‘부정적인 것’이, [……] ‘부정적인 통일’, 즉 중층적이고 역동적인 관계로서의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는 걸 생생히 느끼게 된다.(313~314쪽)

- 우리는 N번방 범죄자들을 경멸하면서도 살인마 캐릭터의 행보를 응원할 수 있다. 같은 말이지만, 도덕에 한쪽 발을 담그는 한편 ‘악’을 다루는 픽션에 다른 한쪽 발을 담글 수 있다. 이는 해소될 수 없는, 아니 결코 해소되어서는 안 될 역설이며 오히려 우리가 기꺼이 쟁취하고 유지해야 할 역설이다. 그것이야말로 불통합적(이라서 통합적)인 주체인 우리가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이다.(316쪽)

K-드라마에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세계 문학 고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작품과 장르의 사례로 들여다본 창작물 속 악인의 서사

『악인의 서사』에 수록된 많은 글들은 실제 작품의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악인의 서사라는 문제를 매우 구체적으로 고찰해보도록 유도한다. 기존에 악인의 서사를 두고 벌어진 논쟁은 지극히 일반론적이고 당위적인 차원에서 창작자의 윤리 법칙을 논하거나 실제 범죄를 넘어 허구의 창작물에서까지 악인의 서사를 배제하는 게 옳으냐는 물음을 중심으로 벌어졌다. 하지만 『악인의 서사』는 지금껏 추상적 차원에서 되풀이된 논쟁에 매몰되기보다 온갖 시대, 장르, 매체를 아우르는 유명 작품 속 악인의 사례를 소환해, 창작물에서 악인 또는 악이 어떤 효과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묻고 답하는 데 주된 초점을 맞춘다.
아홉 명의 저자가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작품과 인물은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스펙트럼의 한쪽에는 주로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널리 알려지고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있다. tvN의 「작은 아씨들」 같은 한국 드라마, 『주인공이 힘을 숨김』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의 인기 웹소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어벤저스」 「블랙 팬서」 「변호사 쉬헐크」 등)와 DC 코믹스(『왓치맨』,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의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영화로 더욱 널리 알려진 범죄 스릴러(『양들의 침묵』 『리플리』 『미저리』 등), 또 해리 포터 시리즈, 「베터 콜 사울」, 수정주의 서부 영화 등 오랜 세월 동안 막대한 팬층을 형성해온 시리즈와 장르가 논의의 대상이 된다. 그 밖에도 『완전한 행복』(정유정) 『재수사』(장강명) 『제2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처럼 지극히 최근에 발표돼 많은 사랑을 받은 한국 소설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H마트에서 울다』 같은 논픽션 베스트셀러가 주요하게 다뤄지고, 스펙트럼의 정반대편에는 셰익스피어, 『레 미제라블』 『죄와 벌』 『제인 에어』 등 일찍이 정전의 자리를 꿰찬 세계 문학 고전이 자리한다. 이렇듯 실로 다종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가로지르는 논의는 악인의 서사에 관해 한결 심화된 이해와 입체적 고민을 나눌 수 있게 한다.
역사를 가로지르는 무수한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여러 장르에 대한 배경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인의 서사』는 그 자체로 교양서로서의 면모 또한 두루 갖추고 있다. 각 원고 말미에는 저자들이 논의한 작품에 관한 정보를 목록으로 정리해 실었다. 책에는 국내에 잘 알려진 창작물이 다수 등장하지만, 워낙 다방면의 논의가 다뤄지는 만큼 독자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새롭게 접하게 되는 작품도 있을 것이다. 또 『악인의 서사』를 읽은 뒤 각 저자들이 언급한 작품들을 직접 입수해 감상하며 고민의 폭과 깊이를 확장해보길 희망하는 독자들도 존재할 텐데, 글에 등장하는 모든 작품의 매체·장르, 창작자·출연자, 제작사·출판사, 발표 연도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파생적 감상 및 독서가 한층 수월할 수 있도록 했다.


취소 문화, 정치적 올바름, 해시태그 운동, 피해자 중심주의,
그리고 예술가의 도덕성과 범죄에 대한 고발이 보편화된 시대
불매, 분서갱유, 단죄로 종결되지 않는 심층적 감상 문화를 위한 제안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말이 그토록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게 된 배경에는 오늘날 소위 ‘취소 문화’라 일컬어지는 문화적 풍토 등이 직간접적으로 뒤얽혀 있다. 근년에는 예술가의 도덕성과 범죄에 대한 고발이 본격화되면서 ‘윤리적이지 않은’ 작품을 들추어 불매를 유도하는 것이 창작물에 대한 대중적 수용의 방식으로서 어엿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창작자 개인이 아니라 창작물 자체가 윤리적 검증의 대상이 될 때, 작품의 어떤 요소를 근거로 윤리와 비윤리의 구분할지 우리는 충분히 섬세하고 소상하게 살피고 있을까?
『악인의 서사』에는 악인의 서사를 배제하라는 단호한 요구에 깔린 집단 정서에 관한 논의도 부분적으로 담겨 있다. 특정한 창작물을 단죄의 대상으로 지목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 작품의 면면을 얼마나 다양한 각도와 층위에서 살펴보고 있을까? 『악인의 서사』는 창작물을 감상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악인의 서사를 불매와 분서갱유의 구실로 섣불리 고착시키기보다 이 문제를 차근히 숙고해보길 권한다. 이 긴요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데 『악인의 서사』가 기꺼이 임시방편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작가정보

저자(글) 듀나

소설가, 영화 평론가.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 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을 공개하며 경력을 시작했다. 소설 『평형추』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민트의 세계』, 논픽션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등을 썼다. 『평형추』로 2021년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박혜진

문학 평론가, 문학 편집자. 『언더스토리』 『이제 그것을 보았어』를 쓰고, 『82년생 김지영』 『딸에 대하여』 등을 편집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2011년부터 출판사 민음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됐고, 제19회 젊은평론가상, 제67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전승민

문학 평론가. 서강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있다. 202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됐고, 제19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했다. 《창작과비평》 《문학동네》 《뉴래디컬리뷰》 등에 평문을 발표했다. 퀴어 페미니즘과 영미 모더니즘에 관심이 있고, 동네 책방에서 독자들과 독서 경험을 나누는 활동을 겸하고 있다.

저자(글) 김용언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장. 『여자에게 어울리는 장르, 추리소설』 『문학소녀』 『범죄소설』 등을 쓰고,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 『죽이는 책』 『코난 도일을 읽는 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영화 잡지 《키노》 《필름2.0》 《씨네21》,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 서평 웹진 《프레시안 books》 등에서 일했다.

저자(글) 강덕구

영화 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상이론을 전공했다. 영상 비평지 《오큘로》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비평 공유 플랫폼 《콜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 『밀레니얼의 마음』을 쓰고, 『사탄 박사의 반향실』을 우리말로 옮겼다. 사회, 문화, 예술이 만나는 접경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있다.

저자(글) 전자영

서강대학교 영문학부 강사. 셰익스피어부터 현대 희곡까지 다양한 연극 텍스트를 가르치고 있다. 뉴욕시립대학교에서 근세 영국 희곡의 여성과 복화술에 대한 연구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기졸업자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Money and Magic in Early Modern Drama, Adaptation, 《미스테리아》 《영어영문학》 등에 논문과 에세이를 발표했다.

저자(글) 최리외

번역가. EBS 다큐팀 리서처, 《여성신문》 기자로 일했고,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 박사 과정에 있다. 《자음과모음》 게스트 에디터로 여성 디아스포라 작가에 관한 특집을 기획하고, 『벌들의 음악』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문학과 관계하는 행위로서 낭독에도 관심이 많아, 낭독자로서 다수의 퍼포먼스에 참여하며 배수아 등과 협업했다.

저자(글) 이융희

문화 연구자, 작가. 2006년 『마왕성 앞 무기점』으로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장르문학을 창작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국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장르 비평 동인 텍스트릿의 창단 멤버이자 팀장으로 다양한 창작·연구·교육 활동에 참여하며 (주)지티이엔티 콘텐츠제작본부 소설 파트 팀장을 겸하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 창작학과 조교수로 재직했다.

저자(글) 윤아랑

비평가. 《부산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며 2020년부터 ‘공식적인’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주체성과 현실 감각을 문제시하는 문화 비평에 관심이 있다. 『뭔가 배 속에서 부글거리는 기분』 『영화 카페, 카페 크리틱』(공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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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악인의 서사
    수많은 창작물 속 악, 악행, 빌런에 관한 아홉 가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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