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귀도 살인사건
2023년 08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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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 찬 외딴섬에서 펼쳐지는
전건우표 궁극의 호러 미스터리!
재앙의 근원은 섬 전체다!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된 불귀도의 저주
인간에 대한 증오와 한(恨)으로 빚어진 산발귀,
핏빛 살인을 시작한다!
“몰라서들 물어? 산발귀가 천벌을 내리는 거야.”
조선시대처럼 계급이 존재하는 섬, 불귀도. 태풍과 함께 외지인들이 각자의 사연을 품고 섬을 방문한다. 주인공 ‘유선’은 실종된 동생 ‘유현’을 찾기 위해, 피디 ‘정우’와 리포터 ‘현정’은 취재를 하기 위해, 경찰 ‘만철’과 ‘동주’는 생활지도를 하기 위해 섬을 찾는다. 그들이 도착한 지 얼마 있지 않아 유선은 마을 앞 방파제에서 한 여성의 익사체를 발견한다. 외지인들과 같은 배를 타고 온 의문의 낚시꾼 셋은 “며칠 전에 사라진 그 여자”(59쪽)가 아니겠느냐고 속삭인다. 섬사람들은 익사체를 수습하기에 급급하고, 불귀마을의 이장 ‘거식’은 익사체는 섬사람이 아니라 바다에서 떠밀려 온 것이라 주장한다. 거식을 ‘주인’이라 부르며 떠받드는 섬사람들을 보며 유선과 정우는 수상함을 느낀다.
익사체의 넋을 기리기 위한 굿이 시작된다. 마을의 전속 무당인 ‘황 무당’은 빙의되어 산발귀가 왔다 소리치고, 이장의 아버지이자 마을의 큰 주인인 ‘두만’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소금창고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된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섬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가고, 거식에게 무조건적으로 순종하는 섬사람들은 자신들만의 계급사회대로 천민, 평민, 양반으로 나뉘어 외지인들을 의심하고 경계하며 위급 상황에 대처하려 한다. 하지만 살인은 계속된다.
“이 작고 오래된 섬에 복닥복닥 우리끼리 모여 살다 보면 이상하다, 부당하다는 생각은 못 하게 되는 법입니다. 순응하게 된다고나 할까.”(167쪽)
홀로 바다장에 남아 있던 현정이 실종되고, 정우는 현정을 찾아 나선다. 한편 유현의 실종에 책임을 느끼고 있던 유선은 잇달아 잔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와중에도 유현을 찾아 나선다. 그러다가 두만이 죽은 소금창고에서 홀로 굿을 하고 있는 황 무당을 발견한다. 황 무당은 “언니도 어쩔 수 없이 사람 죽여봤잖아”(177쪽)라며 유선이 남몰래 간직하고 있던 비밀, 마음속 내밀한 곳에 숨겨둔 끔찍한 죄책감을 끄집어낸다. 황 무당이 사용하는 독특한 향의 냄새 때문에 환각에 빠진 유선은 유현이 누군가를 해치는 환영을 보고, 이 살인사건에 유현이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 후 이 섬에 화를 입히려는 자들이 들어오거나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산발귀가 나타나는 거야. 상투가 잘려 산발을 한 머리카락으로 스윽스윽 다리를 끌며 돌아다니는, 산발귀가!”(113쪽)
“여기 사람들은 산발귀를 봤어. 물론 나도. 산발귀는 필요한 때에 반드시 나타나니까.”(114쪽)
섬사람들 모두 “불귀도에 발을 들여놓은 자, 피를 토하고 죽으리라”는 산발귀의 저주라며 또 누가 어떤 처참한 모습으로 죽게 될 것인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와중, 황 무당의 대척점에 있는 ‘김 목사’가 나타나 거식과 청년회장 ‘강두’를 돕고 나선다. 무당의 굿 소리와 목사의 기도 소리에 혼란에 빠진 외지인들은 각자 비밀스러운 속내를 숨긴 채 이 살인을 멈추고 해결하기 위해 분투한다. 하지만 사람의 짓인지 귀신의 짓인지 불분명한 상황, 그들은 불귀도의 뿌리 깊은 저주와 섬사람들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한 비밀의 실체를 맞닥뜨리게 된다.
전건우 작가는 은폐된 미궁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파헤치며 속도감 있게 끌고 나간다. 눈을 뗄 새 없이 이어지는 사건과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진실의 끝을 향해 거침없이 치닫는 방식으로 독자를 거대한 밀실의 섬, 불귀도에 빠져들게 만든다.
입도(入道)
주인
산발귀
연쇄살인
어두운 비밀
귀신의 일
사람의 죄
에필로그
작가의 말
다시 해초를 거머쥐고 당겼다. 손가락이 아팠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빨리 벗어나야 했다. 온 힘을 다해 몇 번 더 잡아당기자 비로소 뜯어지며 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유선은 끊어낸
그것을 한 움큼 쥐고 손을 빼냈다. 길고 시커먼 뭉치가 딸려 나왔다. 순간 파래인가 싶었다. 아니었다.
그것은…… 길고 긴 머리카락이었다.
“꺄악!”
_57쪽
“맞네. 그 여자네, 그 여자.”
“쯧쯧. 안 그래도 속 시끄러운데 이런 일이 생길 게 뭐람.”
“이장님이 또 한 소리 하시겠네.”
“하여간 뭍의 것들은…….”
일반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죽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다들 너무 태연했다. 조금이라도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성가시다. 짜증 난다. 모두 그렇게 여기는 것 같았다.
_71~72쪽
“내가 무서운 이야기 해줄까?”
황 무당의 목소리와 말투가 어린아이처럼 바뀌었다. 유선은 주위를 살폈다. 사람들 표정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 황 무당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것 같았다.
“산발귀가 왔어.”
황 무당은 웃었다. 키득키득.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던 황 무당이 다시 돌변한 것은 찰나였다.
“산발귀가 왔다!
_98쪽
김 목사의 우렁찬 기도가 끝나자 산발적으로 “아멘”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김 목사의 행동이 익숙한 듯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굿판에 있던 사람들이 오늘은 또 목사의 기도에 호응하다니, 유선으로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유선의 그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정우가 조용히 말했다.
“섬사람들은 뭐든 다 믿습니다. 아니, 믿으려고 합니다. 이왕이면 둘 이상의 신에게 안전을 비는 게 더 든든하니까요.”
_133쪽~134쪽
“컥!”
사이다를 마신 노파가 사레에 들린 듯 기침을 쏟아냈다.
“컥, 커억!”
격렬하게 기침하던 노파가 시뻘건 피를 내뿜는 순간 주위가 얼어붙었다. 노파는 모로 쓰러져 버둥거렸다. 밖으로 비죽 튀어나온 혀는 검푸르게 변한 채 꿈틀거렸고 입과 코에서는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으아악!”
노파는 목을 쥐어뜯으며 비명을 질렀다. 바닥은 곧 피범벅이 되었다.
_140쪽
“두만 할아버지는 말이야.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였다고 했어.”
“그게 무슨 소리죠?”
유선이 물었다.
“언니는 알잖아.”
황 무당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언니도 그랬잖아.”
“무슨…….”
“언니도 어쩔 수 없이 사람 죽여봤잖아, 크크크.”
_177쪽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아니, 혼자가 아니었다.
산발귀가 뒤에 서서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유선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돌아보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돌아봐야 했다. 확인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어둠에 삼켜질 것 같았다. 유선의 두려움을 산발귀가 파고들어 영영 지배할 게 확실했다. 그리고…… 피를
토하고 죽을 것이다. 틀림없이.
_215쪽
이제 와서 더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자신하며 동주 곁에 선 유선은 순간 너무 놀라 숨을 멈췄다.
“헉.”
누군가가 변기에 앉아 있었는데 머리가 없었다. 잘린 목 부위에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잘린 머리는 바로 그 피바다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유선은 눈도 감지 못한 채 죽은 그 머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봤다.
_218쪽
“공포에 빈틈이 생기면 그 감정은 곧 분노로 바뀝니다. 공포와 분노는 동전의 양면과 같으니까요. 공포가 분노로 뒤집힐 때 날 선 감정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뻔합니다. 바로 우리들입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우리를 범인으로 몰아갈 겁니다. 내부에 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내 다 같이 공격하는 게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서는 훨씬 더 효과적이니까요. 이런 섬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합니다.”
_222~223쪽
작가정보
작가의 말
나는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익숙하지만 너무 재미있어 끝까지 읽게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 『불귀도 살인사건』을 자신 있게 내어놓는 이유는 재미 하나만큼은 확실하다는 자부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부심이야말로 소설가가 계속 작품을 쓸 수 있게 만들어준다. 당연히 내 소설이 모두의 입맛에 맞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더 내 작품을 좋아해주는 독자들이 원할 만한 작품을 쓰는 데 매진한다. 이 작품 역시 그런 독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또한 만족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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