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빨간 맛 인생으로 살아도 괜찮아

미라클 조인트

이인숙 , 문희연 , 서미옥 , 유지영 , 김영란 , 김명희 지음

작가와 2023년 07월 26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10,20대를 보내고 여유롭게만 지낼 줄 알았던 인생 후반 문득 찾아온 성장에 대한 열망으로 써 내려간 6명의 에피소드를 모은 책.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간다. 그런 여정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 깨닫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목차

<목차>

프롤로그: 생각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

1장 물음표가 가득한 인생
1. 워킹맘의 성공 스토리
2. 버리고 싶은 걱정들
3. 뭐든지 해봐
4. 돈이 없다면
5. 내가 소중해
6. 특별한 토요일

2장 일주일이 빚어내는 인생 이야기
1. 월요일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하듯
2. 화요일 아침부터 엄마는 왜 피곤한 걸까?
3. 수요일 오후 무더위를 뚫고 놀이터로 향하는 우리

4. 목요일 늦은 밤 ‘댄스가스 유랑단’이 준 위로
5. 어느 금요일에 밤에 깨어난 드라마 덕후 본능


3장 물도 셀프 인생도 셀프
1. 엄마 손과 내 손
2. 더러운 무를 보셨나요?
3. 흘러가는 인연
4. 물은 셀프, 인생도 셀프
5. 월간 생일


4장 부캐? 본캐! 역할도 힘들다
1. 당신의 인생이 뉴스라면 어떤 제목일까요?
2. 갖고 싶은 습관과 버리고 싶은 습관
3. 나의 인생을 바꾸어 준 문장들


5장 인생은 빗물 같아요
1. 비 오는 날 문득 생각에 잠기다
2. 비 오는 날의 소나타
3. 비 오는 날, 한 여름의 꿈
4. 인생은 정리하며 사는 것
5. 경제부자, 마음부자

6장 멀티 페르소나
1. 괜찮아, 나 그런대로 잘 살았어
2. 엄마표, 김치만두
3. 사흘만 볼 수 있는 것처럼
4. 글을 쓴다는 것

에필로그: 한 발자국의 시작

책 속으로

괜찮아, 나 그런대로 잘 살았어!

불과 한 달 전, 카톡으로 목소리 녹음 파일을 받았다. 10여 분 남짓, 친구 남편과 의사의 대화가 오고 간 녹음 파일!
사랑하는 내 친구가 혈액 암 4기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의사의 목소리를 스피커폰으로 녹음한 것이다. 의사는 매우 힘들고 급박한 상황임을 침묵과 호흡으로 알리고 있고, 친구 남편은 그저 앞으로 치료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녹음파일 속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보니, 의사는 남편에게 부인의 상태가 아주 위험함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기 못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의사는 호흡으로 답답함을 전하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의사가 말하는 혈액 암4기라 매우 힘든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잘 치료해 달라고만 말한다

녹음파일일 듣고 나니 문득 ‘아티스트웨이’라는 책 속에 듣기에 대한 글귀가 떠올랐다. "듣기에는 내적 듣기와 외적 듣기, 즉, 자신을 듣는 것과 타인을 듣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진정한 대화에는 이 두 가지 듣기가 다 필요하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들으면 상대의 진심을 파악할 수 있다. 가슴으로 들으면서 우리는 공감을 연습한다. 진정한 이해의 비밀 재료인 공감 말이다."

친구 남편과 의사의 대화 속에서 그녀의 남편은 친구의 위험한 상태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아, 답답하다. 그래서 친구의 상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무심했던가?

녹음 파일을 들으며 펑펑 울었다. 동시에 친구가 이지경이 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그녀의 남편에게 화가 났다. 친구가 남편의 고향인 상주로 내려가 갖은 고생하며 가정경제를 꾸려 갔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더불어 코비드를 핑계로 작년 1 년 동안 친구가 살고 있는 상주에 내려가지 못한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지금, 내가 그녀에게 할 수 있는 건 기도와 잘 들어주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이 답답하기만 했다.

그 다음 날이었다.
"명희야, 내 병명은 '고 등급 B세포 림프 종4기'인데 엄청 빠르게 진행되는 게 특징이래."
친구가 보내온 톡을 보자마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목이 메어 울음부터 터졌다.
"명희야, 나 그런대로 잘 살았어. 괜찮아…왜 우니?"
".........흑"
"누구나 왔다가 가는 인생이야...너무 속상해하지 마."
"계연아, 지금 나를 위로하는 거니? 너 도대체 뭐야... 너 억울하지도 않아? 상주에서 생활비 버느라 너무나 기를 쓰며 살았잖아. 시어머니 20년 모시고 살았고, 시댁 식구들 건사하며 살았잖아. 화가 나면 화난다고 말해야지. 열심히 살았는 데 왜 지금 이런 병이 걸린거냐고, 네 삶이 억울하다고 소리질러야지. 그리고 무섭고 두렵다고 그렇게 말 해야지... 왜 맨날 '괜찮아, 다 좋아.' 그렇게 말하니? 네 감정을 쏟아내라구... 난 네가 그런 말을 하면 들어줄 수 있는 친구라고. 내가 너한테 친구이긴 한 거야?"
"아이고, 내 친구 명희! 많이 속상하구나. 괜찮아..."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내 친구. 평생 그렇게 살아온 것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

최근엔 내 친구와 매일 통화를 하거나 톡을 한다. 마음대로 병원에 달려가서 얼굴도 못 보게 하는 코로나가 원망스럽기
그지없다.
‘감정에 충실하게 쏟아내라고 한 말 때문일까?'
요즘은 친구가 나를 위로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저 오늘은 어떤 치료를 했고, 의사 말 대로 따르고 있다고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열심히 너무 애쓰며 살아온 내 친구의 삶이 억울해서 마구 토해댄 말때문에 며칠 동안 괴롭기도 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내 친구의 말을 들어야 했다.
'난 괜찮아.' 하는 그 말의 의미를 '네가 속상해하는 거 잘 알아. 고마워, 명희야.'로 들었어야 했다.
오늘은, 친구에게 내 마음을 담은 목소리 낭독편지를 보내야겠다. 전화나 톡으로는 못했던 말.
"계연아, 오늘 새벽에 눈 뜨고, 정갈하게 머리를 빗었어.
그리고는 기도했지. 내 친구 계연이 아프면 안 돼요. 와, 신나는 소식이야. 앗, 3개월 후면 다 낫는단다. 하느님이 그렇게 전하래. 하하, 우리 3개월 후에, 맛있는 음식 실컷 먹으러 다니자. 내 친구로 와 줘서 고마워. 사.랑.해."

작가정보

저자(글) 이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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