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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로즈 트러메인 지음 | 공진호 옮김
문학동네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3년 07월 28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5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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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5469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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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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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슬픔이 있어요. 웃기도 하고, 키스도 하고,
그러다가 슬픔이 불쑥 찾아와요.”
“알지. 슬픔이 그렇다는 걸.”
“어쩌면 영원히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그 슬픔에서 놓여날 수 있을까요?”

무분별한 벌목으로 더는 자를 나무가 없어진 마을. 제재소에서 일하던 레브는 실직자가 되어 방황하다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 런던으로 떠난다. 고향에 두고 온 노모와 어린 딸, 병으로 죽은 아내를 그리며 마음속에는 늘 뭉근한 슬픔이 고여 있다. 마침내 어느 레스토랑의 설거지 담당이 된 레브. 착실히 돈을 모아 가족에게 돌아가려는 굳은 결심도 매일이 낯선 타지에서는 매번 길을 잃고 마는데…… 그럼에도 소중한 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려는 레브는 과연 꿈꾸던 행복을 만날 수 있을까.

뉴요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을 이 소설은 한 나라에 마음을 두고 다른 나라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수백만 명의 삶을 탐구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거칠고 생기 없는 상황에서 본질적인 선함을 발휘하는 캐릭터를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1 담배와 회상
2 다이애나 비 기념엽서
3 “몸은 타향에 있어도 마음은 고향에”
4 오염된 호수
5 스테인리스 건조대
6 엘가의 초라한 시작
7 도마뱀 문신
8 충격의 필요성
9 행복할 권리
10 ‘여긴 완전히 난장판……’
11 침수
12 구명보트 박물관
13 정점
14 연극
15 밤 아홉시
16 햄릿만 남고 모두 퇴장
17 채소의 여왕
18 향기
19 색유리병의 방
20 꿈을 위한 대출
21 사진 구경
22 마지막 야영지
23 공산주의 사회의 음식
24 포드로르스키가 43번지
감사의 말

“도시는 빌어먹을 서커스야.” 언젠가 루디가 말했다. “너나 나 같은 사람들은 춤추는 곰이고. 그러니까 쉬지 말고 춤을 추라고, 동지, 계속 춰. 아니면 채찍 맛을 보게 될 거야.” (61p)

잘 곳이 없다는 것과 배고픔, 이 둘을 얼마간 그저 참아낼 수밖에 없겠다고 레브는 생각했다. 굶주리고 잠잘 곳이 없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수천, 수백만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꼭 죽거나 희망을 잃거나 미치는 건 아니다. (73p)

뒤쪽 어디선가 테니스 시합이 시작되는 소리가 나자 그는 그들이 부러웠다. 영국에 온 뒤로 어디서고 더는 뛰어본 적이 없었다. 싱크대 앞에 서 있거나, 버스정류장의 차양 아래 앉아 있거나, 노인처럼 느릿느릿 거리를 쏘다닐 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레브는 한심하게 장식된 빛나는 호랑가시나무를 가만히 서서 쳐다보다 느닷없이 자신이 달려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깨닫는 상심이 더욱 커졌다. (204p)

그때 우리 학교에서 총독을 환영하는 행사를 열었는데 여학생들이 무대를 가로질러 몸으로 ‘Welcome’이라는 글자를 만드는 거였어. 나는 ‘O’ 자의 절반 역할을 했고. 지금까지 그 일을 잊은 적이 없어. 그래서 간혹 생각해. 루비 콘스태드, 결국 네 인생은 절반의 인생이었던 거야. 그게 무엇이든 절반이었지. 우리가 평생 잊지 못하는 게 그렇게 어이없는 것들이라니까. 자네는 뭘 기억하고 사나? (222p)

그는 언어가 늘 그처럼 단순하고 달콤하고 명료하다면 인생도 덜 복잡할 거라는 생각을 붙들고 씨름했다. (414p)

그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이제 그녀와의 모든 대화는 빈 술통에서 찌꺼기를, 앙금을 긁어내려고 애쓰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고 나면 술통은 생채기가 나기 마련이다. (452p)

레브는 꼼짝하지 않고 창백한 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생각했다. 재스미나의 말이 맞았다. 꿈은 사람을 무모하게 만들어 정상적이라면 절대 택하지 않을 길로 내몬다. 하지만 그에게 이 꿈 말고 붙잡을 게 무엇이 있겠는가? (479p)

레브는 몸을 떨었다. 오로의 추위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제재소에서 어떻게 그 겨울들을 이겨냈는지 의아했다. 제재소의 일에는 뭔가 비인간적인 데가 있었다. 그는 줄곧 어떤 무언의 형벌, 단순히 복잡한 시대에 살아 있다는 죄에 대한 형벌을 받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544p)

소외된 이들의 삶에서 소중하고 진실된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 로즈 트러메인

로즈 트러메인은 1976년 장편소설 『새들러의 생일Sadler’s Birthday』로 데뷔한 이래 오십 년 가까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온 영국의 중견 작가다.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문예창작을 가르쳤고, 2013년 동 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2020년에는 글쓰기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을 수훈했다. 국내에는 또다른 대표작 『구스타프 소나타』로 알려진 작가다.
로즈 트러메인은 ‘절망과 외로움의 기록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소외된 이들의 삶을 섬세하게 포착해 따뜻하게 그려내는 작가적 재능을 발휘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스무 종 넘는 작품을 발표하며 부커상,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 페미나상, 휫브레드상, 오렌지상 등의 후보자 및 수상자로 호명되었다. 2008년 『집으로 가는 길』로 매년 우수한 영국 여성작가에게 주어지는 오렌지상을 수상했다.


더이상 자를 나무가 없어 문을 닫은 제재소와 쇠락해가는 마을,
상실과 변화라는 물결 앞에 내던져진 인물들의 외로운 여정

동유럽의 한 작은 마을, 주인공 ‘레브’는 자신이 일하던 제재소가 문을 닫고 한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괴로워하다 대도시 런던으로 떠난다. 여전히 마을에 남아 방법을 찾아보려는 이들과 달리 새 도시에 가서 빨리 돈을 벌어 안정적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고자 한다. 다만 고향에 두고 온 노모와 어린 딸,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며 그는 늘 마음속에 뭉근한 슬픔을 품고 있다. 그러다 마침내 한 레스토랑의 설거지 담당이 된 레브는 타고난 성실함과 눈썰미로 셰프에게 인정받으며 자신도 이 타국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한편으론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며 알지 못했던 행복과 함께 쓰라린 슬픔과 혼란도 가슴에 새기게 된다.

그 세상은, 일자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그가 등골이 휘도록 일할 곳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구석지고 그늘진 곳을 찾아 앉아 담배를 피우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자신의 가슴은 고국에 두고 왔다는 것을 입증해 보일 것이다. (12p)

십 파운드짜리 지폐를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을 보니, 오랜 시간 설거지물에 담근 바람에 익히지 않은 순무처럼 살갗이 벌겋게 여기저기 벗겨져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게 사람들에게 비치는 내 모습이다. 지성도 없고 목소리도 없는 순무 같은 모습. (191p)

고된 레스토랑 일을 묵묵히 해나가며 제법 현지의 생활에 적응해가던 어느 날, 레브는 가족과 친구가 살고 있는 고향 마을이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평생 세상에 저항 한번 해본 적 없이 고향에 뿌리를 박고 살아온 노모, 아직 세상의 좋은 경험을 많이 해야 하는 어린 딸, 갈수록 어려워지는 생업과 마을 사정으로 깊은 우울감에 빠진 친구…… 예정된 비극 속에 소중한 이들을 두고 레브는 자기 혼자 이 화려한 도시에서 무얼 쫓고 있는 건지 깊은 혼란에 빠진다. 과연 레브는 자신이 꿈꾸던 일을 이뤄낼 수 있을까.


한 인간의 내면에 고여 결코 녹아 없어지지 않을 근원적 슬픔,
그럼에도 끊임없이 우리를 호출하고 위로하는 관계와 세계

『집으로 가는 길』은 무언가를 꿈꾸고 시도할 수 없는 자신의 고향을 떠나 화려한 대도시 런던에서 홀로 서고자 분투하는 주인공 레브의 여정을 현실적이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는 한편, 인물들 저마다가 내면에 품고 있는 근원적인 슬픔을 이야기하며 인간의 삶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고독과 우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그 필연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법, 비록 그 어둠이 길고 길지라도 결국 끝이 있다고 믿을 수 힘이란 내 주변의 작은 세계와 소중한 관계 안에서 찾을 수 있음을 레브의 외롭지만 착실한 여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을 이 소설은 한 나라에 마음을 두고 다른 나라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수백만 명의 삶을 탐구한다”라는 〈뉴요커〉의 평처럼, 이 소설은 ‘이방인으로서 홀로 서기’라는 경험의 테두리에 속했거나 혹은 그 시기를 살아내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준다.

레브는 레모네이드를 마셨다. 톡 쏘면서도 달콤한 맛이 좋았다. 진정한 요리사라면 잠깐일지라도 사람들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맛과 질감을 예측하고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반영하는 건 결국 인생이란, 그리고 늘 우리와 함께 나아가는 인생의 추억이란 그런 일시적인 순간순간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이었다. (471p)

그는 자기가 살아온 인생의 아주 많은 부분에 어둠의 수의를 드리우려 했다. 하지만 그 어둠 밑에 있는 사람과 장소들은 끈질기게 공명하며 끊임없이 그를 호출했다. 그들은 밝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빛이 여전히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573p)

작가정보

Rose Tremain
194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문예창작을 가르쳤고, 2013년 동 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2020년 글쓰기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을 수훈했다.
1976년 첫 장편소설 『새들러의 생일Sadler’s Birthday』을 발표하고 ‘절망과 외로움의 기록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작가적 색채를 확립했다. 이후 오십 년 가까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며 『부활Restoration』(1989) 『신성한 국가Sacred Country』(1992) 『음악과 침묵Music and Silence』(1999) 『구스타프 소나타The Gustav Sonata』(2016) 『릴리: 복수 이야기Lily: A Tale of Revenge』(2021) 등의 대표작을 선보였고, 부커상,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 페미나상, 휫브레드상, 오렌지상 등 다양한 문학상에 호명되었다. 로즈 트러메인은 외롭고 소외된 이들의 삶에서 소중하고 진실된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적 재능을 발휘하며 자신의 확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창작을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하퍼 리의 『파수꾼』, 밥 딜런의 『타란툴라』, 조지 오웰의 『198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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