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2023년 07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7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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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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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운영하는 시인 임후남은 말한다. 시골 책방의 풍경은 때때로 허구 같다고.
허구 같은 책방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함께 책을 읽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클래식 연주를 듣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치유한다. 혼자 훌쩍 와서 책 한 권 읽고 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멍하니 창밖을 보다 가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각자 사회에서 불리는 이름들을 내려놓고 시골 책방에 앉아 저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을 불러낸다.
그는 프롤로그에 이렇게 쓰고 있다.
“그들은 이름 모를 들꽃처럼 책방에서 피었다 사라진다. 그들이 잠깐 피어나는 순간, 나는 그들과 함께 떨림의 순간을 지난다.”
그는 이 떨림의 순간이 책방이라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할머니가 되어서도 책방을 하고, 신간을 읽고, 찾아오는 이들을 통해 떨림의 순간을 지나 길을 찾고 싶다고 고백한다.
소설가 신경숙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기에 책방이 있어? 싶은 곳에 다소곳이 열려 있는 공간에서 서로 느슨한 친구가 되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일구어놓은 온기는 살아오느라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린 꿈과 마음을 복구해가는 과정들로 보였다.”
시골 책방 생각을담는집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책방 주인이 꿈꾸는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를 모두 꿈꿀 수도 있겠다.
1. ‘책방에 들어서면 나는 소년이 된다’ … 010
2. 책방과 아이들 … 014
3. 사소한 용기 … 017
4. 함께 나누는 사람들 … 019
5. 책방은 섬 … 023
6. “사는 게 재밌어요” … 025
7. 세상천지에 이곳만 봄이라고 … 028
8. 버려진 책 표지 … 031
9. 서로 실수하며 … 034
10. 다정한 손님 … 037
11. 내 맘대로 책방 … 040
12. 우연과 필연 … 043
13. 우리들 마음에는 소년 소녀가 산다 … 046
14. 설날 풍경 … 049
15. 언제나 좋은, 언제나 아름다운 … 051
16. 봄날 아침 … 053
17. 슬픔이 다 찬 후에 … 056
18. 다른 이의 무례를 건너는 법 … 060
19. 나는 아직 신간을 읽고 있는 때 … 064
20. 바디프로필을 찍다 … 068
21. 나는 오페라를 좀 좋아한다 … 072
22. 가만히 있으라는 말 … 077
23. 나를 살리는 책방 … 081
24. 오늘을 살아갈 뿐 … 084
25. 느림보여행, 전국을 걷기로 한 할아버지 … 088
26. 안부가 궁금한 손님들 … 092
2부
1. 호사로운 격리생활… 098 3부
2. 목련꽃 아래에서 … 102
3. 쓸쓸해져야 보이는 … 105
4. 사라지는 것들 … 108
5. 소박하면서 품위 있는 … 111
6. 사람 속을 보는 글쓰기 … 113
7. 수크령처럼 … 116
8. 대파를 나누며 … 118
9. 고구마와 고라니 … 120
10. 맨발로 걷기 … 123
11. 복숭아잼을 만들며 놀기 … 125
12. 우리 동네 ‘우영우’ 나무들 … 128
13. 마치 하루치만 살아가듯 … 132
14. 바라보는 위치의 차이 … 134
15. ‘나의 시간’에 대하여 … 137
16. 집에 대한 생각 … 139
17. 한없이 촌스러운 … 143
18. 벼룩의 간에 대한 기억 … 147
19. 역시 시간이 약 … 151
20.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 155
3부
1. 사람이 그리운 날들 사이에서 … 160
2. 시골책방의 열린 음악회 … 164
3. 함께 책을 읽는 사람들 … 168
4. 김수영을 읽은 봄밤 … 172
5.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에 대하여, 세 권의 책 이야기 … 174
6. 정호승 시인과의 아름다운 봄날 하루 … 184
7. 시인 박형준과의 여름 한낮 … 188
8. 책방 하는 마음 … 191
9. 동네책방 축제를 마치고 … 195
10. 막걸리를 함께 담그다 … 200
11. 모닥불 앞에서 시를 읽고 … 203
12. 호사로운 음악회 … 206
13. 꿈속 같은 책방에서의 피아노 독주회 … 209
14. 책방에서도 송년회를 … 211
15. 어쩌다 책방, 어쩌다 문화공간 … 215
16. 먹고사는 일의 슬픔 … 218
17. 작은 책방 사용법 … 224
18. 까짓거 10년은 책방을 하자 … 230
19. 일 앞에서는 여전히 설렘을 안고 … 234
에필로그 238
중년 사내가 책방에서 소년이 된다. 그동안 세상의 거센 바람 덕분에 거칠 대로 거칠어져 나무껍질 같았던 마음이 맨살을 드러낸다. 아직 자라지 않은 소년의 가슴은 일렁댄다. 그 보드라운 가슴으로 들어앉는 것들은 이제껏과는 다른 것들일 테고, 그 물결이 어떤 무늬를 그려낼지 그 자신도 모른다. 12쪽
아니, 왜 우세요. 저 그렇게까지 망하지 않았어요. 괜찮아요. 얼마나 열심히 사는데요. 새벽에 일하러 나가서 보면 다 열심히 살아요. 청소 일도 재밌어요. 지금 다른 일도 많이 해요.
김진영 선생님 글이 좋더라고요. 『아침의 피아노』를 정말 잘 읽었거든요. 『상처로 숨쉬는 법』은 어떨까 모르겠네요. 아도르노 강의라. 그냥 읽으면 읽혀지겠지요. 근데 아도르노는 누구래요? 27쪽
나이 들면 지금보다 할 수 없는 일이, 하고 싶어지지 않은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때, 하고 싶을 때 해야지. 커피를 마시는데 책방에 햇살이 들어왔다. 그새 날이 갠 것이다. 늙어가는 일이야 혼자만의 일도 아니고 어쩔 수 없지만, 아직 나는 신간을 읽고 있는 때. 나는 커버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67쪽
삶은 외롭다. 그래서 나는 책방을 구실로 이런저런 일을 도모하는지도 모른다. 책방, 시골책방을 하는 것은 고독하다. 그래서 신발이 흙투성이가 되도록 걷고 종일 책 속으로 파고들기도 한다.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자연이, 책방이 나를 살리는 중이다. 83쪽
저 꽃털처럼 가볍게,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뿌리를 생각했다. 수크령 꽃털은 가볍기 그지없지만, 수크령의 뿌리는 보통 억센 게 아니다. 지난해 덩치 큰 수크령을 옮겨 심으려다 아주 애를 먹었다. 수크령의 일본 이름은 찌까라시바, ‘힘센 풀’이라는 뜻이다. 잎도 날카롭기 그지없다. 억세서 맨손으로 잡으면 손을 베이기 십상이다. 겉보기에는 한없이 가벼우면서도 한없이 무거운 존재. 이 생을 가볍게 농담하듯 넘어가는 이들의 무게를 새삼 느낀다. 꽃털처럼 가벼우려면 얼마나 무거워야 하는가. 일생 동안 다다르지 못하는 세계. 117쪽
사람이 떠난 공간은 내게 더는 장소로서 의미가 없다. 비록 사람보다 바람이 더 잦은 시골책방이지만 누군가 들꽃 향내를 풍기며 들어설 때 나는 반색한다. 마치 오래 그리워한 이가 온 것처럼. 162-163쪽
오늘 한 젊은 책방주인이 다녀갔다. 그가 말했다.
“사실 그동안 내가 무모하게 책방을 차렸나, 다들 잘하는데 나만 못하고 있나, 뭐 이런저런 생각으로 자괴감도 들고 힘들던 터에 줌에서 만난 책방주인들을 통해 힘을 얻었어요. 고맙습니다.”
순간 울컥했다. 이렇게 하면 돈이 된다, 저렇게 하면 더 좋다. 다른 사람은 말을 쉽게 한다. 그러나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다 똑같아요. 멋대로 하고 싶어서 시작한 책방이니 그냥 멋대로 하세요. 그러다 보면 나만의 길이 보여요.”
말하면서도 길이 보이나,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어쩌겠는가. 길인 줄 알고 가야지. 그러다 보면 진짜 길이 만들어질 테지. 우리가 사는 것처럼.
그래도 책방 하는 일은 꿈을 꾸게 한다. 꿈은 설렘과 떨림을 동반한다. 그래서 무모하게 오늘도 책방 문을 연다. 돈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책방 문을 열면 펼쳐지니까. 이 ‘피로 사회’에서 내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소, 그게 바로 책방이니까. 193-194쪽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걸 구매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작은 책방이 있는 이유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책은 상품이지만, 그 이상의 가치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이다. 나는 책방을 차리고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책방을 차리길 백만 번 잘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책방 주인들이 아마 나와 같을 것이다. 이유는 큰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책방 하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그 즐거움은 바로 ‘책’과 ‘사람’에서 나오는데, 그건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아주 은밀한 것이다. 이 즐거움을 책방을 찾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오래 누릴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228-229쪽
작은 책방이 대단한 장소는 물론 아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장소가 된다. 내가 어느 한 시절들을 보낸 음악다방과 카페와 서점 같은 곳들이 내게 살아갈 힘을 줬던 것처럼. 그러나 세월과 함께 나는 그곳을 잊거나, 잃었다. 나도 변했고, 그곳들 중 대개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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