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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조애나 버크 지음 | 송은주 옮김
디플롯

2023년 07월 31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4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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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2.39MB)
ISBN 9791198278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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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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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난무하는 성적 폭력을 일으키고 계속되도록 만든 이념과 제도, 법적 틀, 권력 구조에 ‘수치’를 돌려주려는 학문적 노력이다. 저자는 성 학대를 일으키는 제도적,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파헤치고, 그 패턴과 실제 사례를 탐색한다. 동시에 희생자와 가해자가 폭력적인 행동에 부여하는 여러 의미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가 현실을 오롯이 이해하고, 폭력 없는 세계, 강간 없는 미래를 상상하는 데 도움을 줄 강력한 도구다.

“이 책은 한국 사회 구성원의 인문학적 인식 수준을 끌어올려줄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_정희진, 여성학 박사

“전 지구적 유대의 미래를 에둘러 요청하는,
폭력에 대한 광범위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을 보여준다.”
_주디스 버틀러, 젠더 이론가
해제: 성폭력의 세계사
서문: 전 세계적인 재앙에 대항하기 위하여

1장 수치
#미투와 맞물린 억압들 | 수치의 정치학 | 고통받는 몸 | 가해자도 수치를 느낀다 | 해시태그 페미니즘의 한계

2장 정의와 불의
성 학대에 관한 그릇된 믿음 | 강요당한 침묵과 수치심 | 불운을 타고난 여자들? | 가해하는 민중의 지팡이 | 강간 희생자를 의심하는 법의학 | 피해자를 의심하는 법정

3장 젠더 트러블
너의 성 정체성을 교정해주마 | 동성애 혐오증 | 트랜스젠더 삶에서의 성폭력 | 감옥도 위험하다 | 성 학대에 취약한 남성들

4장 부부 관계의 잔인성
가정 폭력, 가정 밖으로 꺼내기 | 아내의 신고와 고발을 막는 압력들 | 부부간 강간 죄를 옹호하는 주장 | 권력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

5장 어머니이거나 괴물이거나
여성 가해자들 | 무기화된 여성의 섹슈얼리티 | ‘평등 페미니즘’에 대한 예술적 경고 | 가부장적 군대 내 장기 말 | 성폭력의 희생자이자 가해 여성 | 어머니와 괴물, 창녀 | 여성이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것

6장 성범죄 자경단
법이 지켜주지 않는 계층 | 자기 손으로 구한 정의 | 왜 법 밖에서 정의를 구하는가? | 린치 뒤에 숨은 인종의 정치학 | 같은 죄, 다른 판결 293 | 인종화된 강간 치료

7장 군대가 낳은 강간
효과적인 전쟁 무기 | 전 세계 여성 학살의 역사 | 도구화당하는 희생자들 | 아프리카 전쟁에 대한 잘못된 가정 | 전쟁이 끝나도 폭력은 계속된다

8장 트라우마
강간 희생자 스테레오타입의 변화 | 강간 트라우마 증후군 | 보편적인 트라우마 모델은 없다 | 트라우마의 전 지구화가 끼치는 영향

9장 강간 없는 세계
지역의 변화가 전 지구적 변화로 | 타협하기, 공유하기, 연합하기 | 지역성과 다양성, 쾌락, 신체 | 페미니즘적 유대의 열쇠, 횡단의 정치

감사의 말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성폭력의 희생자-생존자는 여전히 “세상이 이해해줄 거라”는 생각이 “실수”였음을 깨닫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이 성적 학대를 겪는다는 사실이 수치다. 다른 젠더와 섹슈얼리티, 인종, 민족, 계급, 카스트, 종교, 나이, 세대, 신체 유형,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성적 위해를 별것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수치다. 자신들에게 성적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 친구와 연인, 남편이 수치스러워해야 한다. 성적 피해를 당했다고 알리는 사람들을 믿어주지 않기 일쑤인 법 집행자들이 수치스러워해야 한다. 권력을 휘둘러 성적 피해를 입히는 권력자들이 수치스러워해야 한다. 강간 생존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사법’ 체계에서 당하는 취급이 수치다. 1970년대 영국에서 강간 피해 세 건 중 단 한 건만이 경찰에 신고되어 유죄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수치다. 오늘날에는 스무 건 중 한 건도 안 된다. 페미니즘 행동주의와 법률 개혁이 이루어진 지 40년이 지났는데도 이렇다는 것이 수치다. 우리가 여전히 성폭력범을 교도소에 수감하는 것 외에 효과적으로 다룰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다. 성 학대를 겪은 사람들에게 그토록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니 통탄할 일이다. _〈서문: 전 세계적인 재앙에 대항하기 위하여〉, 23~24쪽

수치는 개인적 특성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시기, 지리적 장소, 무수히 많은 권력의 제도적 체제에 깊이 뿌리박힌 사회적 감정이다. 그것은 광범위한 젠더와 인종, 민족성, 종교, 성적 지향, 연령, 세대를 포함하여 다양한 교차적 자아들을 통해 굴절된다. 수치는 성차별주의와 인종주의, 식민주의, 경제적 불평등을 포함하여 지배의 관계들을 통해 심어지기 때문에 불균등하게 분배된다. (…) “성적 트라우마는 억압의 다른 범주에 스며든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소수화된 집단 속에서는 수치가 유독 강한 감정이다. 이를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수치는 여성을 포함하여, 다른 종속적이고 존중받지 못하는 자로 폄하당하는 사람들을 구성하는 과정의 일부다. 그래서 인식의 페미니즘 정치학은 경험과 유대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강조해야 한다. _〈1장: 수치〉, 64~65쪽

정말로, 수치를 공개적으로 다시 끌어내어 반대로 바꿀 수 있다. 무엇보다도, 수치는 듣는 상대에 따라 달라진다. 희생자-생존자는 피해를 무시하고, 폭력을 축소하거나 강간을 변명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방에서 말한다면 수치심을 느낄 수 있지만, 페미니스트, 활동가, 분노한 생존자들이 가득한 방에서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래는 바로 거기에 있다. _〈1장: 수치〉, 87쪽

말은 상처를 입힌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말처럼, “생각이 언어를 오염시킨다면, 언어 또한 생각을 오염시킬 수 있다”. 말은 우리가 세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세계를 어떻게 경험할지를 결정한다. 말은 우리에게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알려준다. 말은 그 밑에 깔린 가정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성폭력에 대해 말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들이 위험으로 가득하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강간 담론은 젠더 이분법(‘그’와 반대되는 ‘그녀’)과 행위성(‘희생자’ 대 ‘가해자’)에 깊이 의존한다. 퀴어적인 사고가 ‘단수형 그(they)’를 제공했고, 홀로코스트에 대한 반성 덕분에 희생자/가해자 이분법에 ‘방관자’가 추가되었다. 그렇지만 관련자들을 젠더화하는 동시에 행위자를 따지는 손쉬운 방법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학대의 경험을 생각하고 쓰기가 어렵다. _〈3장: 젠더 트러블〉, 135쪽

성적으로 폭력적인 여성들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그들의 희생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군국주의적이고 공격적인 남성 우월주의자의 스테레오타입을 강화함으로써 평화주의적인 시스젠더 남성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다른 사람에게 성적인 피해를 입히는 사람 대다수는 젠더화된 남성이지만, 여성의 존재도 무시할 수는 없다. ‘가해자’와 ‘희생자’는 행위자/주체 구분을 흐리게 하거나 다 지워버리는 역사적, 물질적, 이데올로기적 맥락 안에서 출현한다. 역시 성적으로 유해한 세계 속에 깊이 박혀 있을 수도 있는 여자들로부터 입은 성적 피해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이런 형태의 폭력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_〈5장: 어머니이거나 괴물이거나〉, 264쪽

페미니즘 단체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도 비슷하게 “희생자의 도구화 정치”를 경고했다. 그들은 “누가 진짜 희생자인지, 혹은 누가 자신을 희생자로 부를 수 있는 가장 큰 권리를 가졌는지”에 대한 논쟁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희생자는 희생자이고, 다른 희생자들의 숫자가 자신의 고통을 줄여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이런 말도 했다. “우리는 어쩌다보니 베오그라드에 살고, 어쩌다보니 세르비아식 이름을 가진 여자들과 어쩌다보니 함께 일하고, 어쩌다보니 전쟁 포로와 강간 희생자가 되었다.” _〈7장: 군대가 낳은 강간〉, 335쪽

전시 성폭력 희생자들은 인정받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영원히 침묵할 수는 없다. (…) 평화의 소녀상은 군대 성 노예 생존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청동 조각상이다. 성 노예로 이용당했던 맨발의 어린 한국 소녀가 의자에 앉은 모습이다. 그 뒤에는 소녀가 수십 년 후 보게 될 그림자가 있다. 즉 일찍 나이 들어버린 여성이다. 소녀는 주먹을 꼭 쥐고 있다. 머리는 삐쭉빼쭉하게 잘랐다. 소녀의 어깨에 앉은 새는 “희생자들의 넋을 상징”한다고 역사가 비키 성연 권이 설명한다. 그것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이승을 떠나 환생할 수 없다”. 어린 위안부 옆에 하나 더 놓인 의자는 비어 있다. 소녀상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방문객들은 청동 위안부를 쓰다듬어주고, 겨울에는 소녀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주고 차디찬 발 위에 양말을 덮어주었다. 그들은 텅 빈 의자를 꽃으로 장식했다. 조각상은 남한에서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중국에서 적어도 예순여섯 곳에 복제되었다. 행위예술가들은 런던, 뮌헨, 시카고의 광장에서 자신을 “살아 있는 소녀상”으로 바꾸었다. _〈7장: 군대가 낳은 강간〉, 349~350쪽

이 책이 꼭 우울한 이야기가 될 필요는 없다. 효과적인 연합과 저항 전략을 창조하고 구축함으로써 모두를 위한 강간 없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성 학대가 없는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들을 가장 좌절시키는 신화는, 폭력이 남성 섹슈얼리티에 고유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많은 평자들이 이런 형태의 폭력이 진화적 관점에서 깊이 박혀 있거나, 어느 문화에나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쓰고 있을 때에도 어떤 친구들은 강간이 근절된 세상을 믿다니 대책 없이 유토피아적이라고 나를 비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인간이 된다는 것은 동료애와 협력, 우정, 사랑을 구하는 것이다. _〈9장: 강간 없는 세계〉, 395~396쪽

나는 낙관주의자다. 모든 공동체는 강간 없는 세상을 위한 특정한 요구와 욕망을 다루는 데 이용할 지식이 풍부하다. 우리에게 열려 있는 공적ㆍ사적 저항의 풍요로운 태피스트리는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희망을 이끌어낸다. 우리가 어디에 있건(학자이건, 주부건, 노동자건, 상점 주인이건, 비서건, 출판인이건, 기자건, 공무원이건, 교사건, 학생이건, 연예인이건, 소설가이건, 예술가이건, 변호사이건, 의사이건, 과학자이건, 실업자이건 뭐건) 간에 우리는 우리의 지역적 맥락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책의 각 장은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예다. 효과적인 활동주의는 우리 각자가 특정한 성향ㆍ기술ㆍ영향을 미치는 영역을 이용하도록 요구한다. 교차성(우리에게 차이를 상기시키는)과 횡단의 정치(차이를 포용하면서 함께 행동할 방법을 제공하는)는 강간 없는 세상이라는 공유하는 목표를 성취하는 데 강력한 도구다. _〈9장: 강간 없는 세계〉, 421쪽

키나르완다어에서 성폭력을 뜻하는 말인 ‘쿠부호자(kubohoza)’를 풀어 쓰면 ‘해방되도록 도와주다’라는 뜻이 된다. 케추아어에서는 성폭력을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희롱했다”나 “여성으로서의 나의 상태” “나의 존엄”이라고 돌려 말한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아예 ‘강간’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 이 단어가 있다 한들, 법 집행자들이 성적 피해자들의 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가해자들이 ‘억울하다’며 무고죄를 주장하고, 남자들이 여자친구와 아내의 성적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착각하는 사회에서 여성은 폭력을 고발할 수 없다. 이렇게 세상은 ‘수치’를 성폭력 당사자에게 전가하고, 그 목소리를 끊임없이 지워왔다. 여성은 자기 삶에서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고, 좌절은 강간 생존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전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학자 재클린 로즈는 이 책에 대해 “성폭력에 대한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기념비적인 연구와 정치적 조사”라고 말했다. 정희진 여성학 박사 또한 〈해제〉에서 이 책이 “구체성과 보편성을 보여주는 세계사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언급한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저자인 조애나 버크가 뉴질랜드, 잠비아, 솔로몬제도, 아이티 등 다양한 세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개인적인 경험과, 런던대학교 버크벡칼리지 역사학 교수로서 쌓은 전문성을 더해 놀랍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성폭력의 의학 및 정신의학적인 측면을 탐구하는 SHaME의 연구 책임자이자 이사로 활동하면서 성폭력에 대한 임시방편적인 해결책들에서 벗어나 한 발 더 나아갈 방안을 고심한 바 있다. 그가 정리한 이 성폭력의 세계사적 연구는 “한국처럼 젠더가 성차별이 아니라 대결 구도(counter discourse), 갈등으로 다뤄지는 젠더 문해력이 극히 낮은 사회, 성폭력을 ‘비동의(저항 여부)’ 수준에서 다루는 사회, 모두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시대를 사는 사회 구성원의 인문학적 인식 수준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16~17쪽)”.


“당신이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은
이런 재앙을 근절시키겠다고 단호히 마음먹었다는 증거다!”
처음으로 소개하는 성폭력의 세계사

지금껏 어떤 책도 이토록 많은 강간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했다. “청바지 입은 여성은 강간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던 이탈리아 대법원부터 부부(아내에 대한) 강간을 ‘가정 내 사적인 문제’로 보던 남부 오스트레일리아, 아직도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와 이를 어느 정도 눈감아준 한국 정부,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등 성적으로 더 취약한 이들을 향한 강간 사례까지 끝도 없이 열거되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다 보면 문득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 민족, 계급, 카스트, 종교, 나이, 세대, 신체 유형, 장애 유무가 복합적으로 얽히고설킨 전 세계의 성 학대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과연 성폭력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그러나 저자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청바지 강간 불가론’을 주장하는 이탈리아 대법원에 대항해 ‘정의를 위한 국제 청바지의 날’을 발족한 정치인과 페미니스트들이 있었고, 이는 곧 2008년 로마 대법원이 어머니의 파트너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열여섯 살 소녀에 관한 판결을 내리면서 비로소 철회되었다. 법원은 청바지를 “정조대에 비교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페미니스트들은 정부와 법원에서조차 ‘가정 폭력’과 ‘부부 강간’을 인정하지 않을 때부터 피해 여성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기금을 마련해 단편 영화 〈닫힌 문 뒤에서〉를 제작해서 피해 여성들의 실태를 알린다. 한국의 활동가들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전히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열고, 일본군 성 노예 피해 당사자들은 ‘나비 기금’을 설립해 다른 분쟁 지역 희생자들을 돕는 연대를 보여준다. 이처럼 이 책은 참담한 현실을 직면하는 동시에 강간 없는 세상을 부수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페미니즘적 유대를 보여준다. 그는 이 정치적 유대를 ‘횡단의 정치(transversalism)’라는 개념을 빌려 소개한다.

전 세계적인 재앙인 성폭력을 근절시킬 방법은 있다!
페미니즘적 유대의 열쇠, 횡단의 정치

횡단의 정치는 각자가 자기 관점에서 세계를 인식하며, 그러므로 모든 지식은 부분적이고 불완전하다는 믿음을 기본으로 한다. 흔히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말한다. 이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여러 갈래로 나뉘는 진보의 성향이 결국 ‘원팀’으로 뭉치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지만, 저자는 이러한 속성을 오히려 긍정한다. 그 어떤 지식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서로가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의 시행착오를 배워가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 쌓아올린 다양한 이론과 지식을 서로 수용한다면 우리는 더 넓고 깊은 페미니즘적 유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 유대는 결국 성폭력이라는 전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할 단단한 초석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이들을 구체적인 예로 보여준다.

횡단의 정치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이다. 우리가 공유하는 목표는 ‘성폭력 근절’이다. 이 책은 보다 평등하고 폭력 없는 세계, 조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과 상상력을 제공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재앙 같은 현실에 대한 비관과 낙담, 좌절과 수치가 아니라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힘을 선사할 동료애와 협력, 우정과 사랑뿐임을 깨달을 것이다.


전시 성폭력부터 동성애 혐오, 전시 성폭력, 부부 강간, 감옥 내 강간 문제까지
성폭력, ‘여성의 문제’에서 ‘모두의 문제’로

이 책은 지금껏 담론 바깥에 있던 바람에 피해자임에도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이들에게도 마이크를 쥐어준다. 그간 강간은 중산층, 백인, 이성애자, 젊은 여성의 시각에서 주로 다루어져왔다. 물론 이들의 호소 또한 아무리 외쳐도 여전히 미약하고 지금보다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지만, 주도적으로 담론 바깥으로 밀려나간 성폭력 당사자들도 분명 존재한다. 예컨대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 여성 같은 소수 젠더 집단, 동성애자와 시스젠더 남성(생물학적 남성)인 성폭력 피해자는 어디서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가? 감옥 안에서 강간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또한 이 책은 각종 전쟁에서 인질을 상대로 성폭력 가해를 저지른 여성들도 언급한다. 또한 NGO단체들이 학대의 가해자가 되거나 가해 여성들의 가해 행동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피해당한 사실만 부각해 ‘순진한 여성 피해자’로 홍보하는 대목도 등장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들여다보다 보면 ‘행동이나 성별만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성폭력 담론 바깥에 있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성폭력 피해의 절대 다수인 여성들의 피해 사실을 축소시킬까봐 우려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인권은 나누어 가질 양이 정해져 있는 케이크가 아니다. 우리는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가졌어야 할 정당한 몫을 돌려주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중이다. 그것이 ‘여성 문제’로 축소되었던 성폭력을 인류 문명의 기반이자 범역사적인 문제로 확장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담론 바깥으로 밀려나는 이들을 내버려둔다면 우리는 결코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것이 그 어떤 피해 호소에도 ‘나중에’라는 말을 돌려주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작가정보

(Joanna Bourke)
런던대학교 버크벡칼리지 역사학 교수이자 브리티시아카데미의 펠로우, 그레셤칼리지의 수사학 교수이며, 호주 뉴캐슬대학교의 폭력연구센터 글로벌혁신의장이기도 하다. 성폭력의 의학 및 정신의학적인 측면을 탐구하는 SHaME, 성적 피해와 의학적 만남을 언급하는 웰컴 트러스트(Wellcome Trust) 프로젝트의 수석연구원이다.
기독교 의료 선교사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 잠비아, 솔로몬제도, 아이티 등에서 자랐다. 오클랜드대학교에서 문학사와 역사학 석사를, 호주국립대학교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한 후 호주국립대학교, 케임브리지의 엠마누엘칼리지, 런던대학교 버크벡칼리지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스스로를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는 그는 여성의 역사, 성별, 노동계급 문화, 전쟁과 남성성, 공포의 문화사, 강간의 역사, 전쟁 예술, 고통, 군사화, 인간성에 대한 역사, 동물과 인간의 관계 등을 연구한다. 그의 책은 한국 포함 10여 개 언어로 번역된 바 있으며, 대표작인 《살인의 친밀한 역사(An Intimate History of Killing)》는 울프슨상과 프렌켈상을 수상했다. W. H. 스미스문학상 최종 후보 명단에 오른 바 있다. 2014년에는 영국의 인문학 및 사회과학 국립 학술원인 브리티시아카데미의 펠로우로 선출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고통 이야기(The Story of Pain)》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What It Means to Be Human)》 《강간(Rape)》 《남성 해체(Dismembering the Male)》 외 다수가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런던대학교 SOAS에서 번역학을 공부했다. 현재 이화인문과학원 학술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인류세 시나리오》 《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공저)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가 있고, 옮긴 책으로 《포스트휴먼 지식》 《바디 멀티플》(공역) 《웃어넘기지 않는다》 《우리가 날씨다》 《위키드》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클라우드 아틀라스》(1, 2) 등이 있다. 《선셋 파크》로 제8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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