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유혹
2023년 07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7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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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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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유혹에 이끌려 구원받다 _336
그 모든 게 이젠 끝났다. 평화를 찾은 지 오래였다. 그리고 프레더릭은 열정적으로 사랑한 신랑과 흠모해마지않는 젊은 남편에서, 어느새 신 다음으로 의무와 참을성을 가지고 견뎌야 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24쪽)
“거봐요, 우리가 얼마나 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냐고요. 남편들이 모르는 일을 난생처음 하고는 이렇게 죄책감을 느끼잖아요.”(29쪽)
“저는 더 부자가 됐고, 부인은 더 행복해지셨네요. 저는 돈을 벌었고 부인은 산 살바토레를 가지셨습니다. 뭐가 더 좋은지 모르겠네요.”(41쪽)
“그래서 우리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는 거예요. 우린 늘 강요당했고, 그래서 더는 진정한 인간이 아니에요. 진정한 인간이라면 우리처럼 늘 착하기만 할 순 없어요. 우리가 지금 바로 이 역에서 출발을 앞두고 꼭 행복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우리가 여태 행복하지 않았던 게 틀림없어요.”(58쪽)
‘세상에, 내가 이렇게 예뻤어?’ 여러 해 동안 그녀는 신발끈을 묶었다 풀듯 무심하게 저녁이면 땋고 아침이면 풀기만 했을 뿐 이렇게 아름다운 머리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78쪽)
“천국에서는 아무도 다른 사람을 돕지 않아요. 그럴 필요가 없죠. 무엇이 되려고 하거나 뭘 하려고 노력하지않아요. 그냥 그렇게 있으면 돼요.”(107쪽)
전에는 마음속으로 그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외로워졌다. 캐럴라인은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긴 싫었다. 그건 매우 달랐다.(121쪽)
결혼 기간 동안 남편은 마카로니처럼 굴었다. 미끈거렸고, 꿈틀거렸으며 자신을 채신없는 사람으로 느끼게 했다. 남편은 죽었지만 여전히 남편의 작은 조각이 남아 변함없이 입가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130쪽)
곶 너머 스페치아만에 화려하게 핀 보라색 히아신스 무리의 윗부분을 보면서도 부인은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게 이상해서 얼굴을 찌푸렸다. 지팡이에 의지해 간신히 걸었던 사람이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는 게 아주 기이했다.(195쪽)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함께 있고 싶은 사람,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 ‘저거 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없으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197쪽)
가정생활이나 그와 관련한 것들에 굶주린 브리그스는 피셔 부인 같은 할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275쪽)
나라고 왜 행복하면 안 되나? 왜 도대체(그 에너지 넘치는 표현이 반항하고 싶은 기분과 잘 어울렸다) 나는 사랑을 받고 사랑하면 안 되나?(302쪽)
더는 죽은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었다. 반면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뭔가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부인은 살아 있는 사람들, 발전하는 사람들에 목말라했다.(332쪽)
햇빛과 등나무와 바람과 바다로 만든
몸에 좋은 건강한 소설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의 《4월의 유혹》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T. S. 엘리엇의 《황무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등 세계문학사에 분명한 획을 그은 작품이 다수 출현한 1922년에 출간되었다. 《4월의 유혹》은 출판과 동시에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곧장 아르님의 첫 소설이자 자전적인 작품인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독일 정원》의 인기를 뛰어넘는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제1차 세계대전의 후폭풍이 남아 있던 당시의 영국은 허물어진 경제와 마음을 재건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었는데, 햇빛과 등나무와 바람과 바다 같은 자연을 질료로, 그러니까 함께할 때 기분 좋지 않기란 쉽지 않은 대상을 소설의 뼈대로 삼아 전쟁의 여파로부터 사람들을 한발 비켜서게 해주었다.
사람들은 행복해서가 아니라 행복해지고 싶어서 웃었다.(129∼130쪽)
자꾸 어두워지는 런던의 일상에 지친 ‘로티’와 ‘로즈’는 4월 한 달 동안 이탈리아의 ‘산 살바토레’라는 작은 성을 임대해준다는 《타임스》의 광고에 자석처럼 이끌린다. 체류비를 아끼기 위해 ‘레이디 캐럴라인’과 ‘피셔 부인’이라는 두 명의 동행을 구해 이탈리아로 향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달콤한 이탈리아의 햇빛만이 아니다. 가정과 남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로티와 로즈, 좀체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 레이디 캐럴라인, 그리고 어쩐지 괴팍해 보이는 노파 피셔 부인까지……. ‘4월의 유혹’에 이끌린 네 여성은 각자의 상처와 과거를 넘어 서로에게, 4월의 이탈리아라는 천국에 당도할 수 있을까?
“사실 끝이 보이지 않아요. 끝이 없어요. 그러니 휴식이 필요해요. 모두를 위해서 끊어줘야 해요. 잠시 떠나서 행복해지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 아닐 거예요. 훨씬 나아져서 돌아올 거니까요. 누구에게나 휴가는 필요해요. 안 그래요?”(20쪽)
《4월의 유혹》의 가장 돋보이는 미덕 중 하나는 삶에 대한 긍정성이다. 변호사로서 성공하는 데만 혈안이 된 남편과 애정 없는 관계를 이어나가는 로티, 추잡한 글을 써서 먹고사는 남편이 못마땅한 로즈, 늘 혼자 있고 싶어 하지만 그렇다고 외롭기는 싫어하는 레이디 캐럴라인, 그리고 과거의 기억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우울한 노인 피셔 부인까지 소설의 초반부에 하나같이 축 처진 모습으로 그려지던 네 여성은 산 살바토레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파릇파릇한 삶의 새싹을 틔워나간다. 로티는 ‘여행’과 ‘휴식’이라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치료약을 통해 주체적인 미래를 꿈꾸고, 로즈는 그런 로티를 통해, 또 성의 젊은 주인이 건네는 작은 친절을 통해 점차 바뀌어간다. 레이디 캐럴라인 역시 평소에는 믿지 않던 사랑이 산 살바토레에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보며 사람에 대한 경계와 회의를 거둔다. 특히 피셔 부인은 가장 극적으로 변화한다. “예순다섯이란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라고 하거나 “남편이 죽은 지 11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검은 정장을 갖춰 입”을 정도로 갑갑하기만 했던 그가 행복하고 건강한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들에게 전염되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뒤바뀐 것이다. 그래서 소설의 후반부에 “사람은 얼마나 늙었든(당연히 위엄 있게) 성장을 계속해야 한다. (……) 살아 있는 한, 더 정확히 말해 죽지 않은 한 성장하고 변화하고 성숙해가는 게 인생이라고” 전하는 피셔 부인의 잠언이 자주 허물어지고 쉽게 고단해지기 쉬운 지금의 우리에게도 귀중하게 다가온다.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은 독일 귀족이었던 첫 남편과 사별한 후 허버트 조지 웰스와 사귀었고, 이 소설을 쓸 무렵에는 버트런드 러셀의 형인 프랭크 러셀과 재혼하지만 평탄한 결혼 생활을 보내지는 못했다. 아르님은 열네 마리의 개를 키웠던 각각의 시기에 따라 자신의 전 생애를 조망한 색다른 방식의 에세이 《내 인생의 모든 개》에서 러셀을 ‘운명’이라고 칭했지만, 빠르게 가까워진 만큼 똑같은 속도로 멀어지고 말았다. 어쩌면 아르님은 적어도 자신이 그려낸 소설의 세계에서만큼은 행복한 결말을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의지했는지 모른다. ‘살바토레’가 이탈리아어로 ‘구세주’ 혹은 ‘구원’을 뜻한다는 점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아르님은 실제로 이탈리아 포르토피노의 한 성에 머물며 이 소설을 썼는데, 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포르토피노 역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브로드웨이를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지금도 활발하게 극화되는 살아 있는 고전
《4월의 유혹》은 브로드웨이를 포함한 세계 각지에서 연극과 영화로 지금도 활발하게 극화되는 살아 숨 쉬는 고전이다. 특히 1991년 마이크 뉴얼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제작해 다시 한번 큰 화제가 되었다. 공전의 대성공을 거둔 당대의 베스트셀러이자 아르님의 가장 활기차고 유머러스한 소설이지만, 우리에게는 10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온전한 모습으로 당도했다. 그러나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 몸에도 이로운 것처럼 인생에서 좋은 것들을 찾아내 단단하고 건강한 서사로 풀어낸 소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활력을 잃지 않는다. 캐서린 맨스필드가 “맛있는 책이다. 이 책을 쓸 수 있는 다른 사람은 모차르트뿐이다”라고 말하고, 버지니아 울프가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쓸 수 있느냐며 극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4월의 유혹》을 오마주한 소설을 쓰기도 한 미국의 소설가 브렌다 보언은 “영어로 쓰인 가장 위트 있는 소설 중 하나”라고 평하기도 했다. 아르님은 오만하고 이기적인 남편을 내세운 이전 작품 《비라》를 통해 제인 오스틴과 비견되기도 했지만, 그의 가장 탁월한 장기는 누구나 마음의 문을 열면 어떤 삶으로든 새롭게 나아갈 수 있음을 건강하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로 그려내는 데 있다. 일상에서 녹다운된 네 여자의 마법 같은 여정을 함께하다보면, 어느새 햇빛처럼 웃음이 번지는 당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
Elizabeth von Arnim | 1866년 호주 시드니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이름은 메리 애넷 뷰챔프. 1891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만난 독일 귀족 헤닝 아우구스트 폰 아르님 슐라겐틴과 결혼했다. 결혼 후부터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고, 첫 소설이자 자전적인 작품인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독일 정원》(1898)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1912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스위스에 거주하며 사촌이자 친구인 캐서린 맨스필드를 비롯해 버지니아 울프, 버트런드 러셀 등과 활발히 교류하며 지냈다. 캐서린 맨스필드는 아르님의 대표작인 《4월의 유혹》(1922)을 두고 “맛있는 책이다. 이 책을 쓸 수 있는 다른 사람은 모차르트뿐이다”라고 말했고, 버지니아 울프는 아르님을 가리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사람”이라며 어떻게 이런 재미있는 소설을 쓸 수 있느냐고 극찬했다. 이후 아르님은 허버트 조지 웰스와 사귀거나 버트런드 러셀의 형인 프랭크 러셀과 재혼하기도 하지만, 그리 오래 관계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어른도 노인도 마음의 문을 열면 얼마든지 더 성장해나갈 수 있음을 그려내는 데 탁월할 재능을 보였던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고독한 여름》(1899), 《비라》(1921), 《사랑》(1925), 《스케핑턴 씨》(1940), 열네 마리의 개를 키웠던 각각의 시기에 따라 자신의 생애를 조망한 색다른 방식의 에세이 《내 인생의 모든 개》(1936) 등이 있다. 1941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세상을 떠났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 《일중독자의 여행》,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징구》, 《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 《음식의 위로》, 《엄마의 반란》, 《회색 여인》, 《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는 《당신의 떡볶이로부터》(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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