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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소어 핸슨 지음 | 조은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3년 06월 21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6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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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1.18MB)
ISBN 9791168129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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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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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생물학’을 연구하는 소어 핸슨의 신간이다. 지금까지 기후변화는 대부분 인간 활동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왔다. 하지만 저자는 능동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지구 생물들을 무대의 중앙에 올린다. 형태와 크기, 먹이와 서식지, 심지어 성격과 유전자까지 모든 것을 바꾸는 그들의 ‘진화’는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 경이로운 생존기는 기후변화 시대의 막연한 위기감과 순진한 낙관 넘어, 우리 인간은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한다.
저자의 말
들어가는 말│이미 현실이 된 세계

1부 기후변화의 주범 The Culprits

1장 변치 않는 것은 없다
이번 세기가 끝날 무렵│고대에도 현대에도 세계는 변화한다│멸종의 발견│갑자기, 광범위한, 대량의│인간이라는 결정적 변수│3000년어치 30년

2장 독기 어린 공기
맥주와 탄산수│피클과 온난화의 관계│더위에 허덕이는 미생물

2부 위기 The Challenges

3장 어긋난 타이밍
생물계절학자가 된 소로│기후변화는 관계를 바꾼다│어긋난 타이밍, 반응하지 않는 생물│세상에서 가장 독한 관계│벌을 잃은 꽃

4장 버거운 온도
도마뱀은 그늘 아래에서 짝짓기하지 않는다│열 스트레스가 일으킨 전염병│돌고 돌아 핵심종으로│기후변화의 희생자이자 수혜자

5장 뜻밖의 동거인
1440킬로미터의 의미│예언된 기괴한 숙명│로켓 공학보다 복잡한 산림학│망가진 안전장치와 폭주하는 시스템│“놀랄 준비를 하라”

6장 생활필수품
0.39도가 바꾼 새들의 고도│멸종의 에스컬레이터│줄어드는 생활필수품│껍데기를 지켜라│세상에서 가장 작은 벽돌공

3부 반응 The Responses

7장 이주: 나무가 발을 떼다
암시된 진리│지구 생물의 85퍼센트가 이주 중│빠른 더하기, 더 빠른 빼기│맥베스를 떨게 한 나무 군대│북, 또는 서로 진로를 돌려라│날아가는 나무들

8장 적응: 플라스틱 오징어의 탄생
사실 곰은 연어를 좋아하지 않을지도│곰의 입맛이 바꾼 세계│늘어나고 구부러지는 가소성│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변화할 뿐이다│수온 변화와 나비고기의 마음│진화적 줄타기
9장 진화: 선택부터 변이까지
낙엽 청소기가 밝힌 도마뱀 진화의 비밀│DNA와 공격성, 깃털, 비행근, 부리│수수해진 매력, 축소된 선택│낚시터 연구소│송어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10장 피난: 길 잃은 종들의 안식처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냉기│멸종하는 종들의 피난처, 레퓨지아│메이플 시럽 사업가들의 분산투자│변덕스러운 기후 역사의 산증인│팝콘 바닷말의 차가운 핫스폿│일부는 살아남고 대부분은 사라졌다

4부 결과 The Results

11장 한계를 초월하다
현대 생물학의 기본 도구│가장 널리 인용된 가장 짧은 논문│기후변화를 연구한 적 없는 기후학자│데이터, 더 많은 데이터│인공지능이 예측한 새들의 여행│그리워하지만 애통해하지 않는 마음│현실에 만들어진 가짜 봄

12장 깜짝 쇼
전혀 다른 미래│예상 밖의 기회│비선형의 세계와 가소성│조슈아나무와 숲쥐 그리고 부동산│똥에서 찾은 실마리│혼돈은 계속된다

13장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식물은 어디에나 있다│여섯 번째 대멸종│시간 여행의 오차 범위│더는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올 때까지│빙하코어에서 역사책으로│극단의 시대, 생존의 비밀

결론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특파원이 된 생물학자

용어 설명

참고문헌
찾아보기

달라진 기후에 생물이 반응하는 방식을 이해하면 그 안에서 우리의 자리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여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독자에게 객관적 정보는 물론이고 영감과 혜안까지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여치와 뒤영벌과 나비조차 행동을 바꾸는데 인간이 못할 리 있겠는가. 이 땅의 동물과 식물이 다가올 세상에 대해 우리에게 해줄 말이 많다. 이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그 세계는 이미 현실이므로.
_ 19쪽 〈들어가는 말〉 중에서

자연을 고정되고 어길 수 없는 것으로만 보았던 과학계와 대중의 인식이 두 세기에 걸쳐 점차 달라졌다. 자연은 서서히 변할 수도, 또는 빠른 시간에 갑자기 탈바꿈할 수도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사고가 전환되면서 생물학자의 역할도 확장되었다. 종의 목록을 작성하는 일에 머무는 대신 종의 역사와 관계를 해독하고, 진화가 진행 중임을 잘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 나선 것이다.
_ 36쪽 〈1장 변치 않는 것은 없다〉 중에서

열파, 한파, 그 밖의 극한 날씨는 이미 현대 기후변화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 사건들이 광범위한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여기야말로 기후변화 생물학의 완벽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_ 55쪽 〈2장 독기 어린 공기〉 중에서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융통성 있는 식물이 유리해진다. 보수적인 종보다 다만 얼마라도 먼저 자라 꽃을 피우고 에너지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 프리맥의 말처럼 “일찍 잎을 피울 수 없는 식물은 경쟁에서 뒤처진다.”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바꾸는 것은 기온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관계를 바꾼다.
_ 66~67쪽 〈3장 어긋난 타이밍〉 중에서

바다가 따뜻해지면 그곳에 사는 동물과 식물에 스트레스를 주고, 스트레스를 받은 생물은 병에 잘 걸린다. 그 강력한 상관관계 때문에 하벨의 연구는 원래 추구하던 바와 달리 점점 기후변화와 연관성을 갖게 되었다.
_ 85~86쪽 〈4장 버거운 온도〉 중에서

산소나무좀은 완벽하게 건강한 나무에 침입해 병들게 하고 죽이는 습성이 있다. (…) 왜 그렇게 이 곤충이 치명적이냐는 질문에 린그렌은 유명한 캐나다 산림학자 프레드 버넬의 명언을 인용해 답했다. “산림학은 로켓 과학이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해요.”
_ 102쪽 〈5장 뜻밖의 동거인〉 중에서

분석 결과 이번에도 새들 대부분이 서식 범위를 위쪽으로 옮겼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내용이 발견되었다. 정상은 그 아래쪽의 울창한 우림이 키가 작고 이끼로 뒤덮인 나무에 자리를 양보한 지역이었는데, 그곳에서 멸종의 에스컬레이터가 최고 속도로 운행되고 있었다. 1985년에는 흔했던 고지대 전문종의 절반이 사라졌고, 남아 있는 것들도 대부분 수가 크게 줄어 정상 바로 밑의 마지막 조사지에만 분포했다.
_ 119쪽 〈6장 생활필수품〉 중에서

잠자리, 여우, 고래, 플랑크톤 그리고 화이트가 사랑했던 제비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 범위 이동이 관찰, 기록된 생물만 이미 3만 종이 넘었다. 이것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현재 전체 생물 종의 25~85퍼센트가 이주 중이라고 추정된다. “낮게 잡아 25퍼센트라고 해도 지구 전체 생명체의 4분의 1이에요.” 페클이 신랄하게 지적했다.
_ 135쪽 〈7장 이주: 나무가 발을 떼다〉 중에서

다행히 연구팀은 지루함을 이겨내고 나비고기 38종에 대해 2348건이라는 엄청난 양의 관찰 기록을 쌓았다. (…) 산호가 하얗게 변하면서 물고기의 성질도 죽었다. 백화현상이 일어나자 적대적 상호작용은 과거의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했고, 이로써 고작 몇 주 만에 사나운 공격자가 적당히 온순한 평화주의자로 전향하고 말았다.
_ 168쪽 〈8장 적응: 플라스틱 오징어의 탄생〉 중에서

송어 연구는 코바크에게 달콤하고 쌉싸름한 충격을 안겼다. 생물학적으로는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결국 언젠가는 한 종이 사라질 거라는 예언을 남겼기 때문이다. (…) 그러나 코바크는 이종교배가 진화에서 늘 부정적인 힘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식물의 잡종은 적어도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부모보다 적합도가 높다. 또한 어류에서도 새로운 종의 유입으로 혜택을 얻은 동종 번식 개체군의 예가 있다. 호모사피엔스에게 남아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형질처럼, 수가 감소하는 종에게 이종교배는 멸종으로 지워질 위험에 처한 독특한 유전물질을 보존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그 결과는 다양하지만, 기후변화로 이토록 많은 종이 제 영역을 벗어나 다른 종과 부딪히는 상황에서 한 가지는 분명하다. 잡종이 늘고 있다는 것.
_ 190~191쪽 〈9장 진화: 선택부터 변이까지〉 중에서

“맨 처음 깨달은 건 콘택트렌즈가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밀라가 수화기 너머에서 여유 있게 웃으며 말했다. “맨눈으로는 똥이 안 보이더라고요!” 피카는 대개 바위 사이에 숨어 지내기 때문에 이 생물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난히 동글동글한 똥을 찾는 것이다. (…) 피카는 이미 레퓨지아를 활용하고 있었고, 모든 증거를 볼 때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아온 것 같았다.
_ 207쪽 〈10장 피난: 길 잃은 종들의 안식처〉 중에서

예상한 대로 모든 가능성은 북쪽에 있었다. 그리고 내 촉이 사실이었다고 증명하듯이 상모솔새는 이미 기회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 그래서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뒷마당의 작은 새에 대해 어느 정도 안심하며 컴퓨터를 껐다. 나는 이 새들을 그리워하겠지만 애통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더 나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으니까.
_ 237쪽 〈11장 한계를 초월하다〉 중에서

자연 시스템은 날씨만큼이나 복잡해 비유로든 실제로든 펄럭대는 날개가 도처에 있다. 실로 무한한 나비효과의 잠재력은 생물학 분야의 확률 분석가에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예측하게 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를 기대하라.
_ 246쪽 〈12장 깜짝 쇼〉 중에서

연구자들은 최근에 출간된 60편 이상의 논문을 요약하면서 서식 범위 이동, 행동 변화 그리고 생물학적 군집이 폭넓게 전환한 사례들을 찾아냈으나 문제의 시기에 멸종은 거의 없었다. (…) 종과 군집은 빠른 변화를 계속해서 탄력적으로 견뎌내고 있었다. 더는 버틸 수 없는 순간이 올 때까지.
_ 277쪽 〈13장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중에서

나는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고든 오리언스가 일러준 철학에 동의한다. (…)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개념 있는 시민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는 바로 한마디를 던졌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_ 291쪽 〈결론〉 중에서

“생태학 교과서를 내다 버려야 할 상황”

바로, 지금, 지구 생물의 85퍼센트가 변화 중!
익숙한 걱정과 방향 잃은 두려움 넘어
생명 깊이 내재된 ‘가소성’에 주목한
새로운 관점의 기후변화 이야기

자연사 저술 분야 최고의 영예로 손꼽히는 존 버로스 메달 수상자인 소어 핸슨은 ‘보전생물학자’다. 보전생물학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관리를 목표로 하는 학문으로, 최근의 가장 긴급한 화두는 당연히 기후변화다. 연일 치솟는 기온이 생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절체절명의 순간을 기록한 핸슨의 책에서 느껴지는 것은 걱정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호기심이다. 일반적인 우려와 다르게, 실제 자연에서 수많은 동식물은 순순히 멸종의 문턱을 넘는 대신 적응하고자 분투하며 진화의 다음 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
저자는 북미의 숲과 사막, 남미의 우림, 태평양과 대서양 곳곳의 해안가, 북극의 빙해에서 동식물 연구에 매진 중인 동료 학자들의 입을 빌려 그 놀라운 이야기를 전한다. 가령 카리브해의 아놀도마뱀은 빈번해지고 강력해지는 허리케인에서 살아남고자 앞다리는 길게, 뒷다리는 짧게, 발가락 패드는 크게 진화했다. 그럼으로써 나뭇가지를 붙잡고 깃발처럼 나부끼며 강풍을 흘려 보낼 수 있게 되었다(173~179쪽). 이러한 형질 변화는 놀랍게도 단 한두 세대 만에 이뤄졌으니, 저자의 소감은 간명하다.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를 기대하라.”
책은 아놀도마뱀 외에도 훔볼트오징어부터 흑가문비나무까지 총 22종의 “실제로 벌어진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이 생존 전문가들의 공통점은 바로 ‘가소성(plasticity)’이다. “유전자 코드에 장착”된 유연한 적응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생태계 전체를 새롭게 조직하고 있는 것. 이처럼 기후변화는 “광범위한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기회로도 작용”하는바, 저자는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분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생태계의 작동 방식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인간 또한 나름의 가소성을 발휘해 더 나은 미래를 찾아갈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조정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정하라”
이동하고 바꾸고 변이하는 상상초월 진화 분투기
보전생물학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기온이 높아질수록 진화도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진화는 수만 년이 아니라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이뤄진다. 서식지를 옮기는 즉각적인 반응부터 유전자가 변하는 궁극적인 변화까지 연구자들을 놀라게 하는 “깜짝 쇼”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저자는 바로 이 ‘오늘의 세계’를 확인하고자 생물학, 생태학, 기후학, 지질학, 박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짧게는 수년, 길게는 평생을 바쳐 연구를 수행 중인 학자들을 만났다. 이제는 자연을 연구하는 어떤 분야도 기후변화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이들은 모두 ‘기후변화 생물학’이라는 큰 틀에서 함께한다.
[변화_비건으로 진화한 알래스카의 회색곰]
생물들은 먹이와 성격, 심지어 형태까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알래스카의 회색곰은 최근 ‘채식’의 비중을 크게 높였다. 많은 사람이 곰 하면 겨울잠을 자기 전 살을 찌우기 위해 연어를 잡아먹는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연어는 단백질 함량이 70~80퍼센트에 달해 ‘다이어트 식품’에 가깝지, 살 찌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된다. 다만 곰은 연어를 엄청나게 많이 먹어 이를 만회할 뿐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알래스카에 일찍 봄이 찾아오자 엘더베리라는 열매가 더 일찍, 더 많이 열리게 되었다. 이 장과류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비율이 2:8로 곰을 매우 빨리 살찌운다(155~158쪽). 곰으로서는 사양할 이유가 없으니, 오늘날 알래스카에서 곰을 보려면 강가 대신 숲속을 뒤져야 한다.
한편 먹이는 동물의 성격과 행동을 바꾸기도 한다. 태평양 일대의 나비고기는 굉장한 공격성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차지한 산호를 자나 깨나 경계하고 침입자를 몰아낸다. 역시 산호에 살며 광합성으로 당분을 만들어 먹이를 제공하는 와편모충류를 지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해양 열파로 와편모충류가 자취를 감추자 먹이가 부족해진 나비고기도 온순해졌다. 1분 1초라도 더 살아 있기 위해 경계하고 싸우는 데 쓸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다. 이처럼 “싸움의 비용이 승리의 보상을 넘어”설 때 동물은 성격을 바꾼다(166~169쪽).
무엇보다 급진적인 변화는 형태에서 나타난다. 캘리포니아만 앞바다에 사는 훔볼트오징어는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대왕오징어로도 불린다. 그런데 해양 열파가 맹위를 떨치자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해양생물학자들이 조사해보니 훔볼트오징어는 다른 종으로 보일 만큼 작아져 있었다. 즉 환경이 열악해지자 기존보다 절반만 살고 그만큼 작게 자라는 쪽을 택한 것(164~166쪽). 이처럼 자기 생까지 깎아내는 극단적인 변화가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저자가 “인간도 동물과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힘에 똑같이 지배”당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이유다.

[서식 범위 이동_나무들의 진군이 시작되다]
수많이 생물이 이상기후를 피하고자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반응인데, 그 이동 범위와 방법은 상식을 벗어난다. 북미의 갈색펠리컨은 더위를 피해 1440킬로미터나 북쪽으로 날아갔다. 따개비부터 병코돌고래까지 각종 해양 생물도 평균 345킬로미터를 이동했고, 후드윙커개복치는 아예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고향을 바꿨다(95~98쪽). 이러한 대규모 재배치를 ‘글로벌 위어딩(global weirding)’이라고 하는데, 오늘날 동식물의 최소 25퍼센트에서 최대 85퍼센트가 이주 중이다(135쪽). 워낙 광범위한 지역에서 수많은 개체가 움직이므로, 분석을 위해 인공지능과 알고리즘까지 동원된다(234~236쪽).
그렇게 밝혀진 글로벌 위어딩의 가장 ‘이상한’ 경우는 바로 나무다. 말 그대로 나무도 자신의 ‘쾌적 온도’를 찾아 움직인다. 발도, 날개도, 지느러미도 없는 나무가 어떻게 움직인단 말인가. 해답은 종자의 “새를 통한 장거리 운송”이다. 가령 유럽에서 대왕참나무는 거의 전적으로 파랑어치에 의존해 이동한다(10년간 3.5킬로미터). 식물학자들은 20세기 전부를 바쳐 이를 실제로 관찰하고 증명해냈다. 흥미로운 점은 나무의 이동 거리가 처음 예측을 아득히 뛰어넘어, 때로는 새보다 빠를 정도라는 것이다. 가령 북미의 미국흰참나무는 10년간 17킬로미터를, 새우나무는 34킬로미터를, 쥐엄나무는 64킬로미터를 이동한다(147~151쪽). 이는 나무의 놀라운 이동 능력뿐 아니라 적응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새로운 서식지에는 새로운 관계가 있다. 즉 낯선 이웃, 천적, 먹이와의 얽힘이 생존을 좌우한다. 나무의 서식 범위 이동은 생태계가 무수한 관계의 연속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유전적 변이_더는 구애하지 않는 수컷들]
기후변화는 짝짓기 풍경도 바꾸고 있다. 가령 수컷 목도리딱새의 유명한 왕관 모양 깃털은 크기가 작아지고 색이 칙칙해졌다. 날이 더워지자 짝짓기 경쟁을 회피해 에너지를 아끼는 것으로 보인다. 수컷 큰가시고기는 더는 춤추지 않는다. 무더위로 녹조가 잔뜩 낀 물에서는 아무리 춤을 춰도 암컷이 볼 수 없으니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182~185쪽). 더 극단적인 경우로는 북미 사막 지대의 울타리도마뱀이 있다. 가뜩이나 사막에 사는 녀석들인 만큼 기온 상승에 예민해 최근에는 거의 온종일 그늘만 찾아다닌다. 자연스레 먹이 활동할 시간이 줄어들자, 끝내는 “아예 새끼를 낳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81~83쪽).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생물들이 당장 ‘인구 절벽’을 맞닥뜨리지는 않겠지만, 유전적 다양성은 확실히 줄고 있다. 북미 로키산맥의 송어들이 좋은 예다. 수온 상승으로 컷스로트송어의 원래 서식지인 차가운 물이 따뜻해지자, 그런 온도를 좋아하는 무지개송어가 섞여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마구 교배가 이뤄져, 가뜩이나 수가 줄고 있던 컷스로트송어의 유전적 다양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얼마 안 가 컷스로트송어의 존재는 무지개송어 유전자의 일부 DNA로만 확인될지 모른다. 사실 이는 우리 인간에게 그리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자에는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남아 있다. 저자는 여기에서 진화의 새로운 차원을 엿본다. 즉 특정 종으로서는 멸종하더라도 DNA는 끝내 보존한다는 것. 이것이 기후변화 시대에 “잡종”이 맡은 역할이다(189~192쪽).

“모든 일을 할 순 없지만, 어떤 일도 할 수 있다”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서
혹자는 기후가 지구 역사상 언제나 변해왔다고, 따라서 지금의 기후변화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지 모른다. 사실 5500만 년 전의 팔레오세-에오세 극열기 때는 지금보다 무덥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현재는 기온이 너무나 빨리 오르고 있어 상황이 전혀 다르다. 19세기 말에 예측한 3000년어치의 탄소 배출량을 채울 때까지 고작 30년도 남지 않았을 정도다(39~40쪽). 이런 극한의 환경에 모든 생물이 잘 적응 중이라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가령 데스카마스는 이른 봄에 속아 수분을 도울 곤충이 활동하기 전에 꽃을 피웠다가 번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71~75쪽). 남미 고지대의 새 수십 종은 0.39도의 기온 상승 때문에 멸종하고 말았다(114~119쪽).
이처럼 생물들은 진화라는 기회와 멸종이라는 위기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고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존 논의는 이 지점에서 무책임한 낙관, 또는 염세적인 비관으로 흐른다. 전자는 녹색 경영, 탄소 저감 기술 같은 온갖 첨단의 것을 제시하며 꿈꾸듯 희망에 빠진다. 후자는 문제가 너무 거대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절멸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태도들에 “조금 옳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진실의 정반대”라 소리를 높인 저자는 다시 한번 가소성을 강조한다. 특히 저자가 정말 기대하는 것은 “변화하는 세계에 살고 있는 하나의 종”으로서 인간의 가소성이다. 자연에서 가소성은 개체 단위에서 발휘되어 개체군, 종, 군집 전체로 퍼져나간 끝에 모두의 생존을 돕는다. “같은 패턴을 (인간)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즉 우리 또한 각 개인이 당장 바꿀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도마뱀이 한두 세대 만에 다리 모양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정도의 변화는 능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소소한 행동과 태도가 모여 세계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합당한 접근법이다.” 그러니 일단 시도해보자.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소어 핸슨

태평양에 접한 미국의 퍼시픽노스웨스트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적부터 자연을 벗 삼아 지냈다. 네 살 때 처음 연어를 잡았고, 여름철이면 애벌레와 올챙이부터 가터뱀, 소라게, 청개구리까지 여러 동물과 시간을 보냈다. 자연을 향한 이러한 애정은 그를 자연스레 생물학자의 길로 이끌었다. 레드랜드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버몬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아이다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알멘드로나무와 방울금강앵무의 관계를, 탄자니아에서는 쥐 떼의 새 둥지 습격과 아프리카독수리의 먹이 활동을 연구했다. 우간다에서는 미국의 평화봉사단과 함께 산악고릴라 프로그램을 설립했고, 알래스카에서는 미국산림청의 불곰 프로그램을 관리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자연을 누비며 인간 활동과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되었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울창한 숲The Impenetrable Forest》 《깃털》 《씨앗의 승리》 《벌의 사생활》 그리고 기후변화 생물학의 최전선을 탐험한 이 책을 썼다. 그 경이로운 이야기들은 존 버로스 메달, 파이베타카파 과학도서상, AAAS/스바루 SB&F 상, 퍼시픽노스웨스트 북어워드 상 등을 받았고, 지금까지 10개 이상의 언어로 옮겨졌다. 그 외 《월스트리트 저널》부터 《가디언》까지 유수의 매체에 자연과 인간 세계의 만남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어려운 과학책은 쉽게, 쉬운 과학책은 재미있게 옮기려는 번역가.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대학교 식물학과에서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는 《암컷들》 《다른 몸을 위한 디자인》 《생명의 태피스트리》 《식물을 위한 변론》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뛰는 사람》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 《코드 브레이커》 《새들의 방식》 《10퍼센트 인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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