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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죄인 만들기

마크 갓시 지음 | 박경선 옮김
원더박스

2023년 07월 19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3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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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69MB)
ISBN 979119295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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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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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범인을 놓치는 것보다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사법제도의 금과옥조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잘못된 유죄판결로 억울하게 수감되는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성여 씨는 20년을 수감하고 가석방된 뒤에야 진범이 밝혀지면서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서는 15살의 최모 군이 살인범으로 몰려 10년의 형을 살았고,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우리 국민의 93%가 사법제도에 오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실제 재심 사례에서 보듯 오판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왜 이런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걸까? 이 책은 죄 없는 죄인들을 만들어내는 검경 및 사법 시스템의 잘못된 관행과 정치적 요인, 그리고 오판에 관여하는 인간의 심리 결함을 탐구한다. 비록 미국의 사례를 다루는 번역서이지만, 검경의 무리한 수사와 유죄를 만들어 내는 정치적 압박이 자주 문제가 되는 우리 사회에도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상세 소개]
어느 날 당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유죄가 되고 감옥에 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어느 날 당신에게 경찰이 찾아와 당신을 강간 혐의 용의자로 붙잡아 갔다고 하자. 경찰은 포렌식 분석을 위해 음모를 뽑고, 당신의 행적을 추궁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지만, 피해자는 당신이 범인이라고 증언했다. 결국 당신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을 믿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피해자의 증언이 있으니, 당신은 분명 범인 아니겠는가? 이 책의 저자인 마크 갓시 교수도 그랬다. 그는 교수 업무의 일환으로 결백을 주장하는 한 재소자의 구명 운동에 나선 로스쿨 학생들을 지도하게 됐지만, 솔직히 무죄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 학생들이 상담한 허먼 메이라는 이 재소자는 분명히 범인일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가 틀렸다. DNA 검사를 통해 허먼 메이는 실제 강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는 13년간의 복역 끝에 무죄 방면된다. 전직 검사 출신이기도 한 갓시 교수는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고 완전히 눈을 새로 뜨게 된다. 검경과 사법 시스템의 잘못된 수사와 판결로 죄 없는 이들을 감옥에 가두기도 한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 문제에 뛰어들게 됐다. 그는 동료들과 오하이오 이노센스 프로젝트를 설립하고, 2022년 현재까지 39명을 감옥에서 꺼냈다.
이 책은 그런 그의 활동 기록으로, 전직 검사의 고백록이자, 사법 제도 개선을 위한 제안서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에서 잘못된 유죄판결로 이어지는 심리적이고 정치적 요인들을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지금껏 그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는 한 사람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이자 내가 새로이 눈뜨고 진실을 발견해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나는 인간 심리의 타고난 결함과 정치적 압력이 어떻게 형사사법 분야의 행위자들 -경찰관, 검사, 판사, 변호사 -을 기이하고도 놀라우리만치 불공정한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지 설명하려 한다. …… 정말이지, 우리 형사사법제도는 정의의 여신처럼 눈을 가린 채 정의를 실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불의에 눈감고 있다. -12쪽

오판을 만들어내는 경찰, 검찰 그리고
사법 시스템 전반의 문제점들

그럼 어째서 죄 없는 이들이 유죄판결을 받아 감옥에 갇히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몇 가지 주요 원인을 함께 설명한다.

확증 편향: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심리 경향을 말한다. 형사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판사 역시 인간인 이상 이런 확증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은 어떤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나면, 용의자를 범인으로 만드는 증거에만 몰두하고, 결백을 보여주는 증거는 무시한다. 장모를 강간 살해하고, 조카를 강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클라렌스 엘킨스 사건에서 검경은 피해자에게 남은 정액의 DNA가 엘킨스의 것과 다르다는 명백한 증거도 끝끝내 부정하려고 했다.

‘과학수사’의 오류: 확증 편향은 이른바 ‘과학수사(포렌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검경 등의 수사기관은 과학수사를 의뢰할 때 원하는 결과도 같이 전달하곤 한다. 탄도 검사라 치면, “그 총알들이 피고인의 총에서 나온 게 맞는지 확인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검찰청에서는 분석 결과에서 찾고자 하는 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답은 언제까지 필요한지를 늘 포렌식 전문가에게 알려줬을 뿐 아니라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으려면 ‘일치’ 여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 답이 중요하다는 언질을 주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은 CSI 류의 기관이 지문이나 필적, 치아 흔적을 대조해서 내리는 결론이 객관적인 과학에 근거한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지문의 경우만 해도, 현장에 남은 지문은 종이에 대고 꾹 눌러 찍은 지문과 달리 뭉개지고 흐릿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를 용의자의 지문과 대조하는 일은 해석이 필요한 작업이며, 당연히 수사기관이 심어준 선입견과 기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이뤄진 325건의 무죄 방면 사례에서 잘못된 포렌식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사례가 47%나 됐다. 우리나라에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에서 국과수의 필적 감정 전문가는 검찰이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준 바 있다.

비인간화와 ‘대의를 위한 부패’: 검사와 경찰은 자신들을 정의를 실현하는 좋은 사람들로, 자신들이 수사하는 용의자는 ‘나쁜 놈’들로 사고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상대방을 처벌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문제는 그럴 때 자신이 수사하는 이가 실제론 무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그를 유죄로 만들기 위해 규칙을 위반하는 일도 벌어진다. 강압적으로 자백을 강요하거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와 증언은 기록해두지 않는 식이다. 이런 것이 ‘대의를 위한 부패noble-cause corruption’다. 살인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스트 클리블랜드 3인방 사건에서, 경찰은 3인방 중 한 명을 총을 쏜 사람으로 지목한 목격자 증언은 남겨둔 반면, 그와 상반된 증언을 한 목격자의 증언은 묵살했다.

정치적 야심: 미국에서는 지방 검사장과 주 판사를 선거로 뽑는다. 대중은 범죄에 강경한 후보자를 선호하는 까닭에, 검사장과 판사 들은 흉악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을 유죄판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2015년에 나온 브레넌 보고서에 따르면, 선출직 판사들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중대 사건에서 더 무거운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으며, 임명직 판사가 있는 관할권에서는 사형 선고 건 중 26%가 항소심에서 뒤집혔으나 법관 선거 제도가 있는 관할권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단 11%만이 뒤집혔다. 우리나라는 법관을 선거로 뽑진 않지만, 흉악범죄를 빨리 해결하고 유죄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검사들은 선거 외에도 실적(즉 담당한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것)에 따라 직장에서 좋은 업무 평가를 받기 때문에 승소하라는 압력과 억세고 공격적인 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국선변호인의 질: 유죄를 이끌어내려는 검경의 의욕에 반해 피의자들은 충분한 수준의 변호를 보장받지 못한다. 사람들은 호화 변호인 군단이 재벌이나 유명인을 변호하는 장면을 주로 보지만, 실제로 다수의 형사피고인들은 국선변호인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국선변호인들은 업무는 너무 과중한데 보수는 너무 적어서 적절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한 일화에서는, 어떤 국선변호인은 비용 청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수감 중인 자기 의뢰인으로부터 걸려온 수신자부담전화도 받지 않았다. 〈60분〉 프로그램에 출연한 국선변호인 5인은 자신들이 변호를 맡았던 의뢰인들 가운데 결백한 이들마저 결국 감옥에 간 건 적절히 변호할 시간과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심으로 무죄가 밝혀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나 삼례 나래슈퍼 강도치사 사건의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맡았었다.

기억의 오류: 놀랍게도 “목격자의 잘못된 범인식별
1장 불의에 눈뜨다
2장 눈을 가리는 부정
3장 눈을 가리는 야심
4장 눈을 가리는 편향
5장 눈을 가리는 기억
6장 눈을 가리는 직관
7장 눈을 가리는 터널비전
8장 인간의 한계를 직시하고 받아들이기

심리학자들은 이제 이런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목격자 열 명이 증인석에 앉아서 전부 이 남자가 범인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는데 어떻게 DNA 검사에서는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올 수가 있죠?” “보통 사람, 지능도 평균 이상인 사람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자백을 하고 게다가 본인이 한 짓이라고 스스로 확신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DNA 검사로 범인이 따로 있다고 밝혀지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죠?” “당연히 중립적이어야 하는 CSI 과학수사관이 증인석에서 피고인의 지문이 피 묻은 칼에서 나온 지문과 일치한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불일치 사실이 밝혀지는 게 어떻게 가능하죠?” -18쪽

리키 잭슨은 석방되기 전날 밤 교도소에서 우리에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선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곁에서 “당신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고 나는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겁니다”라고 말해준 것이 어떻게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게 해줬다고. 혹 자유를
되찾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에게는 그 자체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이들도 똑같이 느낀다는 걸 저는 알아요. 그리고 제가 앨은 잘 알지 못하지만, 그가 사려 깊은 사람이라는 것과 그 역시 분명 그렇게 느끼고 있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다른 어느 누구도 나서서 싸워주려 하지 않는 어떤 타인에게 손을 내밀고 그와 함께 싸우는 일은 그저 그 자체로 엄청난 의미가 있습니다. -100쪽

정치적 압력에 꿈쩍하지 않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진정으로 독립성을 유지할 용기가 있어 보이는 일부 선출직 판사들도 만나본 것도 사실이지만, 대다수까지는 아
니어도 상당수는 가능하면 늘 검찰 측 편을 들기로 마음을 먹은 듯 보였다. 법이나 사실관계를 교묘하게 조금씩 건드려서라도 말이다. -114쪽

“지금 우리 검사들이 부당하게 일부러 사건을 지체시키고 있다는 얘깁니까?” 그는 ‘우리’라는 단어를 유독 강조하며 길게 늘여 말했다. 그리고 절차가 진행되는 내내 같은 말투였다. 검찰 측이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다거나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는 어떤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할 때마다 그는 “우우우우리이이 검사들”이라 부르며 이렇게 되묻곤 했다. “지금 우우우우우리이이 검사들이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얘깁니까?” 나는 이렇게 대꾸하고 싶었다. “판사님, 그 사람들은 판사님과 한 편이 아닙니다. 그들이 판사님에게 소속된 사람들도 아니고, 판사님이 그쪽에 소속된 것도 아닙니다. 판사님은 재판부를 대표하시는 겁니다. 검사들은 법 집행을 하는 거고요. 서로 역할이 다르고 독립적이어야 하는 겁니다. 판사님은 검찰이랑 한 팀이 아니에요.” -117쪽

전문가들의 비교대조 작업은 대개 명료한 이미지 한 장-경찰서에서 여러 조건이 통제된 상황에서 확보한 용의자의 이미지-을 범죄현장에 남은 왜곡되고 더럽혀진 이미지에 맞춰보는 식으로 이뤄진다. 여기엔 인간의 해석, 확증편향, 오류 등의 여지가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다. 과학수사관들의 검사로 나온 증거는 인간의 해석이 배제된,
엄정하고 확실한 데이터가 아니다. 차라리 로르샤흐 잉크 반점 검사에 가깝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증거를 바라보기 마련이며 어떤 이미지 속에서 사람들이 보는 것은 각자가 기대하는 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180~181쪽

앨런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 때문에 13년을 복역한 후 2012년에 석방됐다. 다시 말하지만, 객관적인 과학 대신 ‘정답’ -사건에 대해 당국이 세운 가설을 고려할 때 진실이어야만 한다고 과학자들이 생각한 답 -이 결과를 좌우했다. 앨런 사건을 담당했던 과학자는 앨런에게 불리한 당국의 증거를 굳게 믿었던 탓에 앨런을 무죄방면시켰던 자신의 이전 결론이 실수였던 게 틀림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197쪽

“나는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중대 범죄를 허위자백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라고 장담하기 전에 일단 이 이야기부터 들어보시라. 2015년, 캐나다의 심리학 교수들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형적인 경찰 신문 방법을 본떠서 실험했더니 피험자의 70%가 완전히 허구로 지어낸 폭행, 흉기 사용 폭행, 절도 등을 본인이 저질렀다는 거짓 기억을 형성하는 결과가 나왔다. -246쪽

2001년, 빌리 웨인 코프 역시 경찰의 설득 끝에 자신의 12세 딸 어맨다를 성폭행 및 살해했다고 허위자백했다. 그전까지 그는 650회 이상 살해 혐의를 부인했었다. 그러나 경찰이 가차없이 몰아붙이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알려준 이후 그는 자백을 했다. 코프는 경찰 측 주장이 옳다고 믿게 된 상태였다. 재판정에서 자백을 공식 철회한 이후 코프는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에 대한 언급 때문에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중략) 코프는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던 거라는 확신이 든 나머지, 자백을 하자마자 안도감을 느꼈다. “정말 그랬습니다. 제가 그랬었던 것 같아요……. 털어놓고 나니 이제 제 딸의 죽음에 대한 응보가 이뤄지겠다 싶어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 이미지들을 제 머릿속에서 이제 꺼내버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250~251쪽
심리학자 댄 사이먼은 이를 ‘합성된 증언synthesized testimony’이라 지칭한다. 여기에는 두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 목격자들은 법집행관들을 만족시키고 경찰이 ‘나쁜 놈’을 잡도록 돕고 싶은 경우가 많다. 경찰이 신문 과정에서 원하는 말 그리고 ‘정답’이 무엇인지 눈치를 챈 목격자들 가운데 일부는 본인이 틀렸다고 추정한 뒤 발생한 상황에 대해 경찰 측 추론에 동조하기가 쉽다. (중략) 둘째,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기억은 상당히 가변적이다. 때문에 목격증인들은 자기 기억에 의문을 품고, 결국은 처음 진술한 내용과는 사뭇 다른 진술을 수용하거나 심지어 그걸 믿도록 유도당할 수 있다. 검사 시절의 경험과 이노센스 활동 변호사로서 지켜봤던 것들을 바탕으로 돌이켜보면 우리의 형사사법제도에서 합성된 증언은 흔한 일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이는 부적절할 뿐 아니라 잘못된 유죄판결로 이어질 수도 있다. -253~254쪽

검찰과 경찰에게서 나는 거짓말 탐지 능력에 대한 고집스럽고 오만한 자신감을 늘 본다. 오하이오 이노센스 프로젝트가 과거 유죄판결 난 사건을 조사중이라는 사실을 알면 검찰이나 경찰이 엄청나게 분노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나 경찰관에게 과거 사건의 증거나 자료를 전화로 요청하면 이런 식의 대답만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난합니까. 그 증인들을 직접 만나본 건 나밖에 없어요. 나는 그 사람들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그 이야기를 다 들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는 거 확실해요. 의심의 여지는 전혀 없습니다. 이 사건을 문제삼다니, 완전히 잘못 짚으신 겁니다, 변호사님.” -276쪽

원심 당시, 비극이 발생한 이후에 이한탁이 보인 태도는 정밀 조사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 현장에 첫 번째로 도착했던 경찰관은 이한탁이 ‘태평’했다고 묘사했다. 다른 목격증인들은 그를 ‘차분’하며 ‘침착’했다고 진술했다. 한 소방관은 이한탁에 대해 ‘굉장히 침울’해 보였고 마치 ‘자기 자신에게 굉장히 화가 나기’라도 한 것 같았다고 언급했다. 반면, 이한탁의 아내는 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거의 쓰러지다시피 했다. 목격증인들은 슬퍼하는 아내를 이한탁이 전혀 달래려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내] 옆으로 지나가버렸다”고 했다. 생존자였던 다른 딸의 반응 역시 이한탁의 아내와 비슷하게 실신하다시피 하여 다른 장소로 옮겨야 했다.
피고인 측은 이한탁의 태도는 전통적인 한국의 문화적 기준에 비추어볼 때 평범한 것이며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특이할 것 없는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92쪽

검경은 엘킨스의 결백을 가리키는 그 모든 증거를 무시한 것에만 그친 게 아니라 위험한 아동강간범이 갓 출소하여 범죄현장에서 불과 두 집 건너 거리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마저 도외시했던 것이다. 더더욱 분노할 일이다. 게다가 얼 만은 클라렌스 엘킨스와 외모가 약간 비슷한 면이 있었다. 심지어 이뿐만이 아니다. 나중에 담당 경찰서를 상대로 엘킨스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엘킨스의 재판을 앞두고 있던 당시 시점에 폭행강도 사건으로 같은 경찰서에 잡혀들어왔던 얼 만이 “주디 존슨 살해 혐의로는 왜 나를 체포 안 해요?”라는 식의 말을 했었다. 이런 날벼락 같은 소리에 얼 만을 체포한 경찰관은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이던 수사국에 바로 알렸다. 그러나 형사들은 자기네가 세운 가설, 그리고 엘킨스가 유죄라는 생각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던 탓에 유죄를 암시하는 그런 발언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냥 무시해버린 것이다. 얼 만을 진짜 범인으로 의심할 수 있게 하는 그 모든 증거를 검경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게다가 얼 만의 진술을 기록한 경찰 보고서는 재판을 앞두고도 엘킨스의 변호인단 측에 전달조차 되지 않았다!
검경의 끔찍한 터널시야 때문에 엘킨스는 7년 반을 지옥에서 살았고, 얼 만은 다른 아동 여러 명을 계속 강간하고 폭행하고 다니다가 결국 체포되어 종신형을 받았다. -306쪽

범죄현장에서 나온 증거는 강간 살해가 단독범의 소행임을 강력히 시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용의자들이 DNA 검사로 하나씩 풀려날 때마다 사건에 대한 담당 형사의 가설은 계속 수정됐고 강요에 의해 새로운 사람이 공범으로 추가됐다. 결국 이 형사의 가설은 집단강간 및 살해에 8명이 가담한 것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범죄현장에는 단 한 명의 DNA만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비롯해 편향되지 않은 모든 현장 분석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가설이었다. 그런데도 주 당국은 그대로 강행해 자백을 주 근거로 윌리엄스, 딕, 윌슨, 타이스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범죄현장에서 확보한 DNA는 알고 보니 오마르 발라드의 것이었는데 그는 나머지 사람들과는 아무 연결고리가 없었고, 자신의 단독 범행이었다고도 자백했다. 노퍽의 네 남자는 결국 석방 및 완전 사면되었으나 해당 사건에 쏠린 엄청난 세간의 관심과 질타의 무게를 오롯이 견딘 뒤였다. -333쪽

작가정보

저자(글) 마크 갓시

신시내티 대학의 법학교수로 오하이오 이노센스 프로젝트(Ohio Innocence Project)의 공동 설립자다. 대학교수가 되기 전에는 연방검사로 일하며 조직범죄, 납치, 테러, 중대사기범죄 및 고위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비롯해 여러 건의 중대사건을 기소했으며, 그 공로로 모범검사상을 받기도 했다. 고향 신시내티에 대학교수로 부임한 이후 잘못된 수사와 판결로 감옥에 갇히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그들을 구하기 위한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와 동료들이 2003년 설립한 오하이오 이노센스 프로젝트는 2022년 현재까지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도합 750년 이상을 복역한 39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감옥에서 석방시켰다.
미국 언론은 그를 “감옥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슈퍼히어로” 또는 “결백한 이들의 대변자”라고 부른다.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공부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번역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동물원』, 『악의 해부』, 『슬픔 뒤에 오는 것들』, 『전쟁 유전자』, 『예루살렘 광기』, 『갈망에 대하여』, 『맥주 바이블』, 『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 『가짜 뉴스의 시대』, 『내 머릿속에 누군가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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