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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 이민희 옮김
밝은세상

2023년 07월 18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5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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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8.28MB)
ISBN 9788984374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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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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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를 쓴 앨리스 피니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고, 15년간 BBC에서 기자, 리포터, 뉴스 에디터, 예술 오락 프로듀서, 1시 뉴스 담당 프로듀서로 일했다. 2017년에 출간한 데뷔작 《Sometimes I Lie》가 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사가 사라 미셸 겔러 주연의 TV 드라마로 제작했다. 현재 여섯 권의 소설을 집필했고, 《뉴욕타임스》 1백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30여 개국에서 책이 출간되고 있다. 2021년 작인 이 소설 《가위바위보》는 넷플릭스 TV 시리즈 제작이 결정되었다. 앨리스 피니는 ‘트위스트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변화무쌍한 전개와 놀라운 반전이 있는 스릴러로 유명하다.
《가위바위보》의 주인공 애덤은 안면실인증이 있어 친구, 가족, 심지어 아내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인물이다. 애덤은 젊은 시절 노팅힐의 극장에서 영화 티켓과 팝콘을 팔다가 스물한 살에 처음 시나리오를 썼고, 그가 쓴 《가위바위보》는 제작 단계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계약 과정에서 에이전트가 붙게 되었고, 그때부터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각색하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애덤이 처음 각색한 시나리오는 저예산 영국 영화로 만들어져 바프타상(영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했고, 그 결과 더는 극장에서 팝콘을 팔지 않고 전업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로도 한동안 무명 시절을 보내던 애덤은 유명 작가 헨리 윈터의 소설을 각색해 대박을 터뜨리며 일약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 대열에 합류한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일하는 아내를 만나 단칸방에서 경제적으로는 힘겨운 날들을 보내지만 서로 사랑하기에 훈훈하고 행복했던 신혼을 보내다가 시나리오의 성공과 더불어 수입이 늘어나면서 런던의 부촌으로 이름난 햄스테드에 저택을 마련한다. 애덤은 비록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각색하는 작업을 하지만 영화판에서 명성을 얻어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나간다. 그러던 중 예기치 않은 외도로 미래가 알 수 없는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고, 하필이면 애덤의 외도 상대는 아내의 친구이자 유기견 보호소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어밀리아다.
《가위바위보》는 ‘트위스트의 여왕’이라는 작가의 명성에 걸맞은 스릴러다. 당신은 배우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당신과 함께 사는 배우자가 처음부터 일그러진 욕망에 휩싸여 계획적으로 접근한 사람이라면? 당신의 아내가 매일 밤 꾸는 섬뜩한 악몽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면?
적과의 동침이라고 해도 무방한 부부 사이를 실감 나게 그리고 있는 《가위바위보》는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의 평온한 일상 속에 깃든 놀라운 비밀을 밝혀내며 독자들을 서늘한 공포의 세계로 데려간다. 내 아내가 이기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내가 누리는 행복을 빼앗으려는 계획 아래 접근했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앨리스 피니는 이 소설에서 부부 관계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친구, 형제 사이가 뒤틀린 욕망에 사로잡힌 계획적인 사건에 이용될 경우 어떤 비극이 초래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 책은 목차가 없습니다.

내 남편은 내 얼굴을 못 알아본다. 조수석에 앉은 남편의 시선이 와 닿는 게 느껴진다. 그의 눈에 내 얼굴이 어떻게 비칠지 자못 궁금하다. 애덤의 눈에는 누구나 똑같이 낯설게 보이겠지만 내 배우자가 범인 식별 절차에서조차 내 얼굴을 가려낼 수 없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하다.
애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보지 않아도 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라는 듯이 부루퉁하고 신경질적인 표정을 짓고 있겠지. 그래서 나는 차라리 운전에 집중한다. 아니,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눈발이 점점 심해지면서 이제 거의 화이트아웃 상태다. 내 모리스 마이너 트래블러의 와이퍼가 지독한 악천후에 고전하고 있다. 내 차는 1978년 식으로 나랑 동갑이다. 관리만 잘하면 몇 년 더 가겠지만 애덤은 아내와 차를 좀 더 어린 모델로 바꾸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애덤은 집에서 떠날 때부터 수백 번쯤 안전벨트를 확인했고,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지 무릎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을 꽉 쥐고 있다. 런던에서 스코틀랜드까지 장장 여덟 시간 걸리는데 눈보라가 극심해 속도를 올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 우린 곧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_본문 5~6쪽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우리는 이야기를 다시 시작할 이유가 없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다. 누구나 그렇다. 아닌 척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내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건 아니다.
“아까는 분명 잠겨 있었는데 이상하네.” 내 말에 어밀리아는 대꾸가 없다.
우리는 예배당 밖에 서서 사방에서 몰아치는 눈보라를 맞으며 떨고 있다. 심지어 언제나 해맑은 밥도 오늘따라 몹시 처량해 보인다. 길고 지루한 여행길은 두개골을 진득하게 두드리는 두통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어젯밤에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나 자신을 변호하자면 나는 술을 마시지 않고도 얼마든지 어리석은 짓을 저지를 수 있다.
“아닐 수도 있어.” 어밀리아가 자신 없게 말하지만 우리 둘 다 분명하게 확인한 사실이다.
“문이 저절로 열릴 리 없잖아.”
“하우스키퍼가 노크 소리를 듣고 열어준 게 아닐까?”
“하우스키퍼? 어느 웹사이트로 예약했는데?”
“웹사이트에서 예약한 게 아니야. 크리스마스에 직원 대상으로 주말여행권 추첨 행사를 했는데 그때 당첨되었어.”
_19~20쪽


어떤 괴물이 이토록 예쁜 강아지를 구두 상자에 넣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렸을까? 수의사 말로는 태어난 지 6주가 미처 안 되었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나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어. 버림받는 기분이 어떤지 잘 아니까. 이 세상에서 그보다 나쁜 일은 없어. 다음 날 강아지를 집에 데려오고 싶었지만 당신은 반대했고, 나는 우리가 만난 이후 처음으로 마음이 아팠어. 아직 당신을 설득할 시간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이튿날 오후 누군가 녀석을 입양하려고 배터시 유기견 보호소에 온 거야. 예비 견주 평가가 내게 주어진 일이기에 복도를 걸으면서 내심 부적격자들이길 바랐어. 강아지를 사랑해주지 않을 것 같은 집에는 절대로 입양을 보내지 않을 생각이니까.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그 강아지가 눈에 들어왔어. 녀석은 차가운 돌바닥 한가운데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었지. 다음 순간 녀석이 찬 빨간 개 목걸이가 눈에 들어왔어. 은색 뼈 모양 이름표가 달린 목걸이였지. 난 몹시 황당했어. 아직 나랑 대면하지도 않았는데 감히 견주 행세를 하다니? 나는 강아지를 안아 들고 반짝이는 이름표에 새겨진 글자를 확인했어.

나랑 결혼해줄래?
_32~33쪽


“학이야.”
내가 준 선물을 밝은 불빛 아래에서 비춰보고도 당신은 의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어. “결혼기념일 선물의 소재는 정해져 있어. 첫해는 종이로 된 것이어야 해. 지난주에 누가 유기견 보호소 앞에 푸들을 버리고 갔는데 이름이 오리가미였어.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지.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서 난생처음 학을 접어 봤어. 학은 행복과 행운의 상징이래.”
“감동이야.” 당신이 말했어.
“학이 행운을 가져다줄 거야.”
내가 종이학을 선물한 뜻을 알게 되면 당신이 더 좋아하리라 생각했어. 당신이 미신을 믿는다는 걸 아니까. 사실 난 당신이 까치에게 경례하거나 사다리 밑을 애써 피해 걷거나 실내에서 우산을 펴는 사람을 보고 기겁할 때마다 애틋한 마음이 들어.
당신은 운세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지.
당신이 종이학을 지갑에 고이 넣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어. 당신이 그걸 늘 간직하고 다닐 거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 학보다 더 강력한 부적이 생기면 어쩔 수 없겠지만.
_55~56쪽


나는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지 않다. 어밀리아가 아무리 그렇게 몰아가도 아닌 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시기에 이르러 인생에서 무엇을 성취했는지, 이제껏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도 내 일, 그러니까 시나리오를 쓰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야기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미래를 그릴 수 있게 해준다. 어쩌면 그렇게 포장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면 내가 쓴 글들만 남을 테니까.
비록 다른 작가가 쓴 소설을 각색한 게 내 경력의 대부분이고, 영광은 배우와 감독이 다 가져가지만 내가 작업한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는 대부분 내 머릿속에서 나왔다. 작년에 각색 의뢰를 받은 소설은 심지어 읽지도 않았다. 어떡하든 그 이야기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제작자는 원작보다 각색이 훨씬 마음에 든다며 나를 추켜세웠다. 그러더니 며칠 후 수정을 요구했다. 제작자에게 수정안을 제출하자 이번에는 감독이 수정을 요청했다. 몇 달 뒤에는 배우가 수정을 요청했다. 내가 이제 완벽하다고 장담해도 계속 고칠 수밖에 없다. 만약 거부했다가는 당장 해고당해 다른 얼간이들이 내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될 테니까. 이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계속 고칠 수밖에 없다.
_126~127쪽


애덤이 오래전부터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꾸는 악몽은 매번 똑같다. 애덤은 꿈속에서 차 안에 있거나 길을 걷거나 13층 아파트 창문에서 밖을 내다보며 주먹으로 유리창을 치기도 한다. 꿈에서 깨어난 직후 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기도 하고, 아예 날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애덤을 설득하고 진정시키느라 몇 분이 걸린다. 꿈은 자나 깨나 애덤을 괴롭힌다. 애덤이 꿈에서 건져 올리려고 애쓰는 건 아주 어두운 무언가다. 가끔 수면 위로 떠오르는 후회의 조각들과 달리 어떤 기억들은 바위처럼 아래로 가라앉는다.
애덤이 다시는 악몽을 꾸지 않게 할 방법을 알아내고 싶다. 예전처럼 주근깨 난 어깨를 어루만지거나 희끗희끗한 머리를 쓸어 넘겨볼까 하다가 단념한다.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온다. 침실 구석의 괘종시계가 소름 끼치는 멜로디를 연주한 뒤 뎅그렁뎅그렁 울리며 자정을 알린다. 비몽사몽이던 우리는 그제야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다.
“잠 깨워서 미안.” 애덤이 숨을 몰아쉬며 말한다.
“괜찮아. 어차피 시계 소리를 듣고 깼을 테니까.” 나는 언제나처럼 수첩과 연필을 꺼내 좀 전에 벌어진 모든 사항을 적는다. 이건 단순한 악몽이 아니라 기억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_139~140쪽


나 혼자 뉴욕 거리를 배회하는 동안 당신은 헨리 윈터의 손을 잡고 시사회장을 돌아다녔지. 당신에게는 노작가가 아주 매력적으로 보였을 거야. 하지만 실제로는 은둔자처럼 살고, 고래처럼 술을 마시고, 비위를 맞추기가 정말 힘든 사람이지. 당신에게 그런 사실들을 말해 줄 수는 없었어. 당신 입장에서 보자면 나는 헨리 윈터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야 정상이니까. 나도 당신처럼 그의 소설을 다 읽었어. 최근에 출간한 소설은 범작 수준이었지만 당신은 여전히 그를 셰익스피어의 현신처럼 떠받들지.
나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섬을 찾아 복잡해진 머리를 비우려고 애썼어. 섬으로 향하는 페리는 관광객들로 가득 찼지만 나는 몹시 외로웠지. 사람들 틈에 끼어 자유의 여신상 계단을 오르면서 보니 다들 가족, 커플, 친구와 함께였어. 나만 혼자였지. 직장 동료가 문자로 뉴욕 여행은 어떠냐고 묻길래 더욱 속이 상했어. 답변해 줄 말이 궁색했으니까.
자유의 여신상 왕관에 이르는 계단은 총 354칸이야. 나는 계단을 오르며 우리가 아직 함께하는 이유를 헤아려 봤어. 당신과 함께여서 좋은 점이 많긴 하지만 우리 사이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갈수록 부피를 늘려가는 것 같아 서글펐지. 우리 주변에도 긴밀한 교감 없이 살아가는 부부들이 많지만 대부분 아이라는 교집합이 있지. 우리 가족이라고는 당신과 내가 전부야. 나는 전망대에 올라 나답지 않게 셀카를 찍었어.
_237쪽

그가 매일 밤 꾸는 악몽의 비밀은 무엇인가?

이 소설의 주인공 애덤과 어밀리아는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산간벽지에 위치한 예배당으로 주말여행을 떠난다. 사람이라고는 살지 않는 황량한 마을, 정전 상태를 만든 폭풍과 눈보라, 냉동 음식이 가득한 식량 창고, 당장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지하실, 누군가 그들 부부가 사는 런던의 집과 똑같이 꾸며놓은 침실 등이 눈을 돌릴 수 없을 만큼 속도감 넘치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들 부부 사이에서 전개되는 팽팽한 심리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동안 밝혀지는 비밀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자칫 구도가 단순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올해의 단어, 결혼기념일 전통 선물 등을 첨가해 흥미를 배가시키는 점은 작가의 재기를 엿보게 한다. 파탄 직전의 결혼 생활, 애덤과 어밀리아가 각기 숨기고 있는 과거의 비밀, 매일 밤 꾸는 악몽과 관련된 진실, 서로 깊이 연관된 삶을 살아왔지만 처음에는 마치 전혀 모르는 사이처럼 궁금증을 자아내는 로빈과 그들 부부의 관계는 이 소설이 왜 ‘트위스트 스릴러’의 진수인지 느끼게 해준다. 오래된 예배당 건물 밖에서 그들 부부를 은밀히 지켜보는 로빈은 이제 곧 놀랍고도 끔찍한 비밀이 밝혀지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다. 로빈은 단순한 관찰자일까, 아니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수사를 하고 있는 걸까?
《가위바위보》의 화자는 넷이다.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편지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놓는 애덤의 아내, 결혼기념일을 맞아 남편 애덤과 함께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의 산간벽지 마을에 위치한 예배당으로 주말여행을 떠나온 어밀리아, 부부 사이가 날이 갈수록 시들해지면서 어밀리아와 서로 신뢰할 수 없는 관계가 된 애덤, 예배당 밖에서 이들을 은밀히 지켜보는 로빈이 이야기를 번갈아 이끌어간다.
서로 다른 화자들이 저마다 자기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털어놓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각각의 화자들은 자신이 겪은 지난날을 이야기하고, 과거와 많이 달라진 현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지금의 상태가 되기까지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미래는 어떻게 달라지길 바라는지 털어놓는다. 그들 모두는 함께 겪은 동일한 시간대의 과거가 있지만 그 당시 일을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독자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펴는 화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지난날 벌어진 하나의 사건이 인물에 따라 어떻게 이기적으로 기억되고 활용되는지 알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한다. 이 소설의 인물들도 본인의 실수는 가리고, 상대의 잘못은 최대한 부각시켜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애덤, 어밀리아, 로빈, 헨리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가진 캐릭터이고, 그들의 면모가 입체적으로 잘 그려져 있어 흥미를 배가시킨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결혼 생활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고, 결혼 이야기가 이토록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매력적인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 소설은 긴장과 서스펜스 그리고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반전이 가득한 소설이다. 스토리가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대부분 잘못 짚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을 쓴 앨리스 피니가 ‘트위스트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 세상은 무엇이든 물으면 늘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곳이 아니다. ‘동상이몽’이라는 말이 있듯이 같은 집 한 침대에서 매일 함께 생활하는 부부 사이라고 할지라도 서로 다른 생각과 욕망, 계획을 품고 있을 수 있다. 애덤과 어밀리아 사이는 서로 상대를 속이면서 출발했기에 파국은 자연스러운 귀결일 수도 있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패를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 히든카드를 숨기고 있어야 당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알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상대의 외모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애덤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안면실인증인 애덤은 상대가 풍기는 느낌, 샴푸 냄새, 크림 향, 향수 냄새, 목소리와 말투, 습관을 통해 누군지 판별한다. 이 소설의 화자들과 주요 인물들은 애덤처럼 안면실인증은 아니지만 저마다 한 가지씩 결핍 증세를 보인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충격적인 사건 때문에 평생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애덤은 배우자의 진실을 읽지 못하고, 태어나자마자 부모가 모두 사망해 입양 가정을 전전하며 살아온 어밀리아는 깊은 애정을 받아본 적이 없어 상대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고, 로빈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과 아버지의 독선적이고 강압적인 양육 방식에 시달린 탓에 평생 피해의식을 극복하지 못한다. 헨리는 자기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타인을 도외시하는 독선적인 성격 탓에 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결핍을 갖고 있다. 머리가 좋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고, 글을 잘 쓴다고 다 성공한 작가가 되는 건 아니고, 주식을 잘 안다고 다 월가의 거장이 되는 건 아니다. 성공으로 가는 길이 멀고 험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가진 걸 빼앗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가위바위보》는 가슴이 뛰는 긴장과 머리끝을 쭈뼛하게 만드는 반전이 함께하는 소설이자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매우 흥미로운 심리 스릴러이면서 인생의 여러 가지 교훈이 살아 숨 쉬는 소설이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 줄게

-《가위바위보》 줄거리 요약

애덤과 어밀리아 부부는 주말을 맞아 스코틀랜드 하일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모처럼 함께 떠나는 여행인데 폭풍이 불고 눈보라가 심해 직접 차를 몰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안 시종 마음이 어수선하다. 애덤은 오랫동안 스코틀랜드 하일랜드로 여행을 떠나길 바랐지만 워커 홀릭이라 매일 일에 빠져 살다 보니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고 시간을 흘려보냈다. 근래 들어 사이가 소원해진 애덤 부부에게 이번 스코틀랜드 여행은 결혼 생활에 꼭 필요한 변화를 가져다줄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안면실인증인 애덤은 평생 친구, 가족, 심지어 아내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아내의 체형, 샴푸 냄새, 크림 향, 향수 냄새, 특유의 목소리와 말투, 오래된 습관으로 알아보긴 하지만 얼굴은 언제나 낯설다.
애덤의 아내는 매년 결혼기념일을 맞아 비밀 편지를 쓴다. 올해의 단어,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소재가 달라야 했던 전통 선물에 대한 정감 넘치는 이야기를 편지에 담고 있다. 비밀 편지를 통해 그들 부부가 어떻게 결혼 생활을 영위해왔는지 엿볼 수 있다.
권태기에 접어든 애덤과 어밀리아는 요즘 서로를 신뢰하지 못해 삐걱거리는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주말여행은 유기견 보호소에 다니는 어밀리아가 연말을 맞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행권 추첨에 당첨되어 떠나게 되었다. 아무리 무료로 얻은 여행권이라고는 하지만 목적지가 다가올수록 의구심은 점점 커져간다. 그들 부부가 주말에 머물기로 한 곳은 오래된 예배당을 숙소로 개조한 건물이다. 예배당 건물 인근에 자그마한 오두막과 양을 방목해 키우는 목장이 있을 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없고, 눈보라가 심하게 치는 악천후라 차를 운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에도 용이하지 않다. 애덤과 어밀리아는 어쩔 수 없이 음산한 느낌이 드는 예배당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박쥐들이 득시글거리는 블랙워터 호수가 지척에 있을 뿐 눈 덮인 산과 황량한 벌판뿐인 곳에 갇혀버린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예배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애덤과 어밀리아는 숙소가 오랫동안 불을 피운 적이 없고, 청소를 하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나마 누군가가 적어놓은 쪽지가 있다. 먹을거리가 냉동고에 있고, 지하실에 와인과 샴페인이 있고, 벽난로에 불을 지피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애덤과 어밀리아는 쪽지에 적힌 대로 먹을거리와 와인을 찾아 헤맨 끝에 겨우 찾아내지만 누군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건물 안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평소에도 동상이몽인 애덤과 어밀리아는 스코틀랜드 여행을 통해 얻어내고자 하는 목표가 각기 다르다. 눈으로 뒤덮인 산간벽지, 사람들이 아무도 살지 않는 곳, 폭풍이 심하고 눈보라가 치는 악천후가 지속되는 가운데 계속 정전이 되고, 그들 부부와 함께 떠나온 반려견 밥이 어디론가 사라진다. 밤새도록 머리를 쭈뼛 서게 만드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그들 부부는 심상치 않은 운명의 장난에 휩쓸려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애덤과 어밀리아는 다음날 날이 새는 즉시 예배당을 떠나기로 약속한다.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떠나려던 그들은 차바퀴가 모두 펑크가 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아연실색한다. 이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다. 전화도 없고, 휴대폰 터지지 않는다. 극심한 낭패감을 느끼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방법을 모색하지만 좋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들 부부를 예배당으로 오게 만든 인물 로빈이 등장하면서 서서히 꼬인 실타래가 풀려간다. 예배당 근처 오두막에 사는 로빈은 그들 부부 중 한 사람은 런던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애덤과 어밀리아 부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로빈은 과연 누구인가?

작가정보

(Alice Feeney)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15년간 BBC에서 기자, 리포터, 뉴스 에디터, 예술 오락 프로듀서, 1시 뉴스 담당 프로듀서로 일했다. 파커 아카데미 소설 쓰기 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에 출간한 데뷔작 《Sometimes I Lie》가 전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사가 사라 미셸 겔러 주연의 TV 드라마로 제작했다. 현재 여섯 권의 소설을 집필했고, 《뉴욕타임스》 1백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30여 개국에서 책이 출간되고 있다. 2021년 작인 이 소설 《가위바위보》는 넷플릭스 TV 시리즈로 영상화가 결정되었다. 독자들로부터 ‘트위스트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변화무쌍한 전개와 놀라운 반전이 있는 스릴러로 유명하다. 현재 가족과 함께 영국의 데번에서 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Sometimes I Lie》, 《I know who you are》, 《His And Hers》, 《Daisy Darker》,《Good and Bad girl》 등이 있다.

언어의 조각들을 오래도록 매만지고 싶어 번역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낯선 이야기 속을 극도로 천천히 헤엄치는 순간을 가장 사랑한다.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태양을 너에게 줄게》, 《집으로 가는 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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