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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남

세계문학전집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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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 17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4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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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8.97MB)
ISBN 978895469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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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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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빅토리아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북과 남』(1855)은 “『오만과 편견』의 산업적”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영국 남부 시골과 북부 도시의 선명한 대비 속에서 열악한 노동 환경, 노사갈등 같은 당시 사회상을 생생히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남부 출신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여성 마거릿 헤일과 자수성가한 만큼 자부심이 강한 공장주 존 손턴이 서로 대립하고 오해를 겪은 끝에 이해와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를 모델로 한 가상의 공업도시 밀턴을 주요 무대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견지하며 여러 계층의 삶을 세심히 들여다본 사회소설이자, 공장주와 노동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룬 산업소설이며, 주인공 마거릿이 시련과 아픔을 겪어내며 독립적인 인간으로 바로 서기까지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성장소설이다.

★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 2009년 가디언 선정 모두가 읽어야 할 필독 소설 1000권
★ 1966·1975·2004 BBC 드라마 〈북과 남〉 원작 소설
1부
1장 “서둘러 결혼식에 가세” _11
2장 장미와 가시 _26
3장 “급할수록 천천히” _38
4장 회의와 고난 _53
5장 결정 _68
6장 작별 _86
7장 새로운 풍경과 얼굴들 _95
8장 향수병 _106
9장 티타임을 위해 옷 갈아입기 _120
10장 연철과 금 _126
11장 첫인상 _138
12장 오전 방문 _150
13장 후텁지근한 곳에서 부는 산들바람 _159
14장 만남 _169
15장 주인과 노동자 _177
16장 죽음의 그림자 _200
17장 파업이란 무엇인가? _211
18장 호불호 _223
19장 천사의 방문 _236
20장 사람들과 신사들 _253
21장 어두운 밤 _267
22장 충돌과 그 결과 _278
23장 오해 _298
24장 오해를 풀다 _309
25장 프레더릭 _318

2부
1장 어머니와 아들 _335
2장 과일이 있는 정물화 _343
3장 슬픔 속의 위안 _353
4장 한줄기 햇살 _379
5장 마침내 집에 돌아오다 _389
6장 “옛친구를 잊어야만 하는가” _407
7장 불운 _422
8장 평화 _430
9장 거짓과 진실 _438
10장 해명 _445
11장 항상 힘은 아닌 노조 _467
12장 남쪽을 바라보며 _484
13장 약속을 지키다 _499
14장 친구가 되다 _519
15장 불협화음 _532
16장 여로의 끝 _552
17장 홀로! 홀로! _569
18장 갑작스러운 이사 _585
19장 평안함은 아닌 안락함 _598
20장 전부 꿈은 아니었다 _613
21장 옛날과 지금 _617
22장 뭔가 부족한 것 _645
23장 “다시는 보지 못하리” _653
24장 평온을 즐기다 _662
25장 밀턴에서 생긴 변화들 _671
26장 재회 _685
27장 “저멀리, 구름을 몰아내라” _694

해설 | 빅토리아시대의 소설적 초상 _701
엘리자베스 개스켈 연보 _709

그들은 밀턴에 도착하기 몇 마일 전부터 밀턴 방향 지평선에 짙은 납빛 구름이 걸려 있는 걸 보았다. 그 구름은 창백한 회청색 겨울하늘과 대비되어 더 검게 보였다. 헤스턴에서 첫서리가 내릴 징조가 있었으니 때는 이미 겨울이었다. 밀턴에 더 가까워지자 공기에서 매연의 맛과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어떤 맛이나 냄새가 났다기보다는 그저 초목의 향이 사라진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97쪽)

이십 년 넘게 시골 목사관에서 조용한 삶을 살아온 헤일 씨는 엄청난 고난들을 쉽게 극복하는 밀턴의 에너지에, 밀턴에 있는 기계의 힘, 사람들의 힘에 현혹되었다. 그 장대함에 감복한 나머지 그 힘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자세히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굴복한 것이다. (112쪽)

“전 소위 귀족적 사회라는 남부의 낡고 오래된 틀 속에서 아무 근심과 걱정 없이 편안하고 느린 하루하루를 보내며 지루하고 부유한 삶을 누리기보다는 여기서 땀흘리며 고생하고 사는 게 낫습니다. 실패만 하면서 살더라도요. 꿀 속에 파묻힌 벌은 날 수 없는 법이죠.”
“그건 잘못 아시는 거예요.” 사랑하는 남부에 대한 비방에 발끈한 마거릿이, 눈에 성난 눈물이 고여서는 상기된 얼굴로 맹렬한 방어에 나섰다. “손턴 씨는 남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세요. 그런 경이로운 발명품들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업의 도박적인 기질에 비하면 모험이나 진보 면에서는 떨어질지 몰라도, 그렇다고 더 지루하진 않고 그만큼 고통도 덜하죠. 전 이곳에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슬픔이나 걱정에 겨워 땅만 보고 걷는 걸 많이 봐요. 그들은 고통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세상을 증오하기까지 하죠. 남부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있지만 제가 이곳에서 보는 사람들처럼 세상의 불공평함을 원망하는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진 않아요. 손턴 씨, 당신은 남부를 잘 모르세요.” (131쪽)

“열에 들떠 있을 때 머리에 떠오르는 환상에 대해선 얘기하지 말아요. 난 베시가 건강할 때 무얼 하는지 듣고 싶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는 건강했죠. 하지만 그후로는 건강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바로 소면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폐에 솜털이 들어가서 병이 들었어요.”
“솜털?” 마거릿이 물었다.
“솜털요. 소면 작업 할 때 면화에서 날아오르는 작은 솜털. 그 작은 솜털들이 흰 먼지처럼 떠다니거든요. 사람들 말로는 그 솜털들이 폐를 감아서 조인대요. 아무튼 소면장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병들어 기침하고 피를 토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솜털 때문에요.” (163~164쪽)

“손턴 씨, 겁쟁이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내려가세요. 내려가서 남자답게 저 사람들 앞에 서는 거예요. 당신이 꼬드겨서 여기까지 데려온 불쌍한 외국인들을 구하세요. 당신의 노동자들을 인간으로 대우하면서 대화하셔야 해요. 친절하게요. 고통으로 미쳐 날뛰는 저 사람들을 군인들 손에 죽게 하지 마세요. 저기 제가 아는 사람이 하나 있어요. 당신이 용기가 있거나 고귀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라면, 나가서 저 사람들과 대화하세요. 인간 대 인간으로요.” (284쪽)

“그래서 전 그 권리에 양보했어요. 제게 감사 인사를 하겠다고 고집하시는 건 저를 괴롭히는 일이라고 말하면서요.” 그녀가 당당히 대꾸했다. “하지만 당신은 어제 제가 그런 행동을 한 게 여성의 본능 때문이 아니라……” 이 대목에서 한참 동안 애써 참아온 뜨거운 눈물이 솟구치고 목이 메었다. “당신에 대한 특별한 감정 때문이었다고 오해하시는 것 같네요. 어떤 남자였다고 해도…… 그 군중 속의 어떤 불쌍하고 절박한 남자였다고 해도…… 전 더 연민을 느끼고…… 더 성심껏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줬을 거예요!” (314~315쪽)

“어머니, 전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이미 알고 있었어요.”
손턴 부인은 이를 악문 채로 말을 씹어 뱉어냈다. 손턴은 어머니의 말을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어머니의 눈빛을 보고 설령 거친 표현은 아니더라도 의미만은 그 어떤 말보다 심한 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손턴 부인은 아들이 다시 자기 것이 되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손턴이 황급히 말했다. “어머니! 헤일 양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건 못 듣겠어요.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지금 제 마음은 너무 아프고 여린 상태예요. 전 아직 그녀를 사랑해요. 그 어느 때보다 더 사랑해요.” (341쪽)

국교도인 마거릿, 비국교도가 된 그녀의 아버지, 신앙심 없는 히긴스가 함께 무릎을 꿇었다. 기도는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았다. (378쪽)

“그래요, 해를 끼쳤소. 바우처와 그 무리가 폭동을 일으키고 법을 어기기 전까지는 여론이 우리 편이었거든. 폭동 때문에 파업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
“그럼 애초에 그 사람을 억지로 노조에 가입시키지 말고 그냥 두는 편이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요? 바우처는 노조에 도움이 못 됐고, 노조는 바우처를 미치게 만들었으니까요.”
“마거릿.” 헤일 씨가 경고를 담은 낮은 목소리로 딸을 불렀다. 니컬러스 히긴스의 얼굴에 먹구름이 끼는 걸 본 것이다.
“저는 따님이 마음에 듭니다.” 니컬러스가 불쑥 말했다. “마음에 있는 말을 솔직하게 하니까요. 그건 노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한 말입니다. 노조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고 그게 우리의 유일한 힘이지요.” (473쪽)

“도시의 삶이나 시골의 삶이나 나름의 시련과 유혹은 있는 것 같아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인내심과 평온함을 갖기 힘들고, 시골 사람들은 활동적으로 사는 것과 예기치 못한 비상사태를 감당하기가 어렵겠죠. 양쪽 다 어떤 미래를 실현하기가 힘들 것 같아요. 도시 사람들에겐 현재가 너무도 급하고 분주히 돌아가기 때문이고, 시골 사람들은 그저 동물적 생존에 만족해 무언가를 계획하고자 자제하면서 성취를 이루는 짜릿한 기쁨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신경쓰지도 않을 테니까요.” (486~487쪽)

“먹는 행위만큼 사람을 평등하게 해주는 것도 없지. 죽음은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네. 철학자는 점잔 빼면서 죽고, 도덕군자는 허세 부리면서 죽고, 순진한 사람들은 겸허하게 죽고, 불쌍한 바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 하지만 참새가 땅에 떨어지는 방법이 똑같듯이 철학자든 바보든, 술집 주인이든 도덕군자든 먹는 방식은 다 똑같아. 소화력만 똑같이 좋다면 말이야. 그게 자네가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위한 이론이지!” (583쪽)

그녀는 아무런 노력이나 분투가 요구되지 않는 단조로운 평안함에 물려가고 있었다. 이대로 평안함에 취해 호사의 물결이 일렁이는 삶 너머의 모든 걸 망각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런던에도 고생하며 악착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녀는 그런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하인들은 그들만의 지하세계에서 살다가 주인이 필요나 변덕으로 그들을 찾을 때만 존재하게 되는 듯했고, 마거릿은 그 지하세계의 희망이나 두려움을 알지 못했다. 마거릿의 마음과 삶의 방식에는 묘하게 불만족스러운 공백이 존재했다. (599~600쪽)

그날 그 계절은 음울했고 그녀 자신은 아무런 희망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부모님이 곁에 있었다. 이제 그녀는 홀로 남겨진 고아였다. 부모님은 기이하게도 그녀 곁을 떠나버렸다. 지상에서 사라져버렸다. 헬스톤 길에 햇살이 가득한 게, 굽이마다 친근한 나무마다 예전과 다름없이 여름의 찬란함을 뽐내는 게, 그녀에겐 상처가 되었다. 자연은 변함없이 영원한 젊음을 누리는 듯했다. (619쪽)

‘결국 그게 맞아. 세상이 멈춰 있으면 퇴보하고 썩게 되겠지. 이치에 맞지도 않고. 변화를 고통스럽게 여기는 내 입장에서 벗어나서 보면 내 주위의 모든 변화는 올바르고 필요한 거야. 상황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만 주목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해. 그래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지. 희망과 신뢰하는 마음도 가질 수 있고.’ (643쪽)

런던에 돌아온 마거릿은 바닷가에서 한 결심 하나를 실행에 옮겨 독자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 그녀는 크로머에 가기 전까지는 할리 스트리트에 처음 와서 울다가 지쳐 잠들었던 겁먹은 어린애의 정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이모의 여러 규칙을 순하게 따랐었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엄숙한 사색의 시간을 보내며 언젠가는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여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인, 얼마나 권위에 복종하고 얼마나 자유를 누릴 것인지를 결정하고자 했다. (668쪽)

급격한 산업화가 빚어낸 온갖 문제들, 계급 간의 갈등과 투쟁을
담대하고도 섬세한 필치로 그린 빅토리아시대의 초상
‘재발견된 작가’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사회성 짙은 대표작

조르주 상드가 “개스켈의 작품을 읽으면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며 인도주의적인 면을 높이 평가하고, 조지 엘리엇이 “내 인생관이나 예술관은 개스켈의 그것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며 공감을 표하는 등, 활동하던 19세기 중반에 당시 작가들에게서 인정받았고 독자들의 열띤 호응도 얻은 엘리자베스 개스켈. 생전에는 이렇게 명성과 인기를 누리던 개스켈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동시대에 활약한 찰스 디킨스나 윌리엄 새커리, 브론테 자매 등의 작가들과 비교하면 다소 잊힌 감이 있었다.
그러다가 빈민층을 포함한 여러 계층의 삶과 산업화가 초래한 문제의 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해냈다는 점에서 1950년대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비평가들의 관심을 끌어 그 가치를 다시금 인정받게 되었다.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 저항하는 인물들을 진보적인 시선으로 그렸다는 점에서는 1970년대 페미니즘 문학비평가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로도 다양한 미덕과 개성을 두루 평가받게 된 개스켈은 근래에 국내에서는,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이 등장하는 스릴 넘치는 고딕소설에 일가견 있는 작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재조명받고 있는 작가 개스켈의 『북과 남』은 빅토리아시대 중기 영국 북부와 남부의 대조적인 생활양식에 초점을 두고 각계각층 사람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장편소설이다. 맨체스터 노동자의 고단한 생활을 노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개스켈의 첫 장편소설이자 출세작 『메리 바턴』에 이은 두번째 사회소설이기도 하다. 개스켈을 “셰에라자드”라 칭송한 찰스 디킨스가 펴내던 문예지 〈하우스홀드 워즈〉에 1854년부터 1855년까지 20편으로 나뉘어 매주 연재된 후 수정과 보완을 거쳐 1855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공업도시 밀턴의 모델이 된 맨체스터는 당시 영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로, 기계화와 대량생산을 토대로 한 산업자본주의의 중심지였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맨체스터에서 지내며 빈곤한 노동자층을 관찰한 후 이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폭로한 「1844년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1845)을 집필했는데, 이 연구서가 다룬 노동자들의 생활상이 『북과 남』에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노조위원으로 분투하는 니컬러스 히긴스와 그의 딸로 공장에서 일하다 얻은 폐병 때문에 단명한 베시 히긴스, 그리고 병약한 아내와 여섯 아이를 둔 가장인 탓에 생계를 위해 노조를 거스르다가 궁지에 몰린 존 바우처 등의 인물을 통해 노동자들이 처한 엄혹한 현실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이다. 나아가 노동자와 공장주 사이의 대립과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며 파업이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 이로 인한 여파와 후유증은 물론, 니컬러스가 손턴의 공장에 일하게 되면서 의견을 나누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화합에 이르는 모습이 개스켈 특유의 사려 깊고 연민어린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사회문제와 파업 같은 소재를 진지하게 다룬데다 비극적인 죽음이 연이어 등장하지만 『북과 남』은 그저 심각하고 무겁기만 한 소설은 아니다. 처음에는 반목했던 마거릿과 손턴이 서로 엇갈리다가 오해를 풀고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릴 뿐만 아니라, 마거릿이 고난과 슬픔을 겪고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가지각색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예리하고 재치 넘치는 필치로 묘사해서 읽는 맛을 더해주기도 한다.
주간지에 연재된 작품답게 시리즈물을 연이어 시청하듯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하며 몰입해 읽게 만드는 저력을 지닌 이 소설은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BBC에서 1966년, 1975년, 2004년 세 차례에 걸쳐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특히 4부작으로 선보인 2004년도 판은 그해 BBC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49.43%의 지지를 받으며 ‘최고의 드라마’로 꼽혔다. 드라마의 선풍적인 인기는 ‘빅토리아시대의 제인 오스틴’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야기꾼 엘리자베스 개스켈과 그의 작품들에 대한 관심을 더한층 촉발시켰다.

관습을 거스르고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인물의 탄생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하는 마거릿 헤일
노동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포용적인 고용주로 진화하는 존 손턴

총 2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런던의 이모 댁에서 지내던 마거릿 헤일이 사촌 이디스의 결혼 준비를 분주히 돕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디스의 결혼을 계기로 십 년간 살아온 런던을 떠나 부모님이 계신 남부의 시골 마을 헬스톤으로 돌아온 마거릿은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지만, 급히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이내 직면한다. 교구목사인 아버지 헤일 씨가 양심상의 문제로 사임하고 북부의 도시 밀턴에 가서 가정교사로 일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평화롭고 목가적인 헬스톤에서 매연 가득한 잿빛 도시 밀턴으로 이사하며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 일가족은 지나치리만큼 역동적이고 번잡스러운 분위기에 난색을 표하지만 밀턴의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차츰 적응해나간다. 그중에서도 헤일 씨의 총애를 받는 첫 제자 존 손턴은 방직공장의 주인으로,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만큼 자부심 강하고 냉철한 인물이다. 애초에 제조업자들을 돈만 아는 장사치들이라며 경멸했던 마거릿은 손턴과 의견이 맞지 않아 이야기를 나누기만 하면 사사건건 대립하게 된다. 자신을 경멸하는 마거릿에게서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매력에 이끌리던 손턴은,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켰을 때 자신을 겨냥해 날아온 돌을 대신 맞아준 마거릿에게 사랑을 느끼고 청혼하지만 매몰찬 거절을 당한다. 1부는 파업과 폭동, 그리고 손턴의 청혼이라는 주요한 사건을 분수령으로 끝나고, 2부는 좌절된 사랑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손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막이 열린다. 한편, 에스파냐에 도피해 살던 마거릿의 오빠 프레더릭이 헤일 부인이 위독하다는 편지를 받고 비밀리에 밀턴으로 찾아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킨다. 하지만 해군으로 복무했던 프레더릭은 선상반란의 주모자로 낙인이 찍혀서 잡히면 사형당할 위험이 있기에 급히 밀턴을 떠나야 한다. 그리하여 런던으로 가는 오빠를 배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인해 마거릿은 피치 못할 거짓말을 하고는 양심의 가책과 불안에 시달리고 잇따른 시련을 겪게 된다.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도 주목할 점은 솔직하고 당당하며 지적인 주인공 마거릿 헤일이다. 개스켈은 애초에 제목을 ‘마거릿 헤일’이라고 지으려 했을 정도로 마거릿의 이야기를 이 소설의 주제로 여겼다. 하지만 찰스 디킨스의 권고에 따라, 보다 풍부한 의미를 내포하면서 대조되는 인물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북과 남’으로 결정했다. 마음씨 착하고 인정 많지만 심약한 부모님, 해외에 도피해 살 수밖에 없는 처지인 오빠를 대신해 집안의 대소사를 도맡아 처리해나가는 마거릿은 다른 계층의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하인을 대동하지 않고는 외출을 꺼리는 이모 쇼 부인과 사촌 이디스와는 달리, 밀턴의 이곳저곳을 혼자 돌아다니며 도시 빈민의 비참한 삶을 피부 가까이 느끼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폭도들의 공격을 받은 손턴을 보호해 위험에서 구해주고, 손턴의 사업이 위기에 처하자 자신이 물려받은 재산을 투자함으로써 회생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전통적인 성 역할을 전복시키는 획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가부장적인 빅토리아시대의 관습에서 벗어나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여성으로 머물기를 거부하는 마거릿은 주체적이고 강인한 사람으로 점차 성장해간다.
이 마거릿에게는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얼마간 투영되어 있다. 개스켈은 헤일 씨처럼 목사였으나 그만두고 공직에 종사한 아버지, 해외로 떠난 유일한 혈육인 오빠를 두었고 이모 댁에 맡겨져 자라기도 했다. 게다가 여성 교육을 권장한 유니테리언파 집안 출신답게 기숙학교에서 공부하며 여러 언어를 익히고 독서에 몰두할 수 있었다. 목사의 아내로서 도시 빈민들과 자주 접하며 자선을 베풀고 교구민을 교육하는 데 전념한 경험은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편, 전제군주처럼 권위적인 고용주를 표방했던 손턴은 파업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후 자신이 고용한 니컬러스와 교류하면서 차츰 변화해간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그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고자 노력하게 된 것이다. 대립하는 양쪽의 입장을 공평히 이해하고 갈등을 풀어내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 애썼던 개스켈의 이상적이고 낙관적인 시선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처음엔 불화하던 마거릿과 손턴이 마지막에 이르러 화합을 이루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작가정보

Elizabeth Gaskell
영국 빅토리아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1810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이듬해 어머니가 사망하자 이모 댁에 맡겨져 자라다가 젠트리 계층의 기숙학교에서 전통적인 교육을 받았다. 1829년 아버지를 여의고 1832년 목사 윌리엄 개스켈과 결혼해 북부 공업도시 맨체스터에 정착했다.
여섯 아이를 낳아 키우며 교육봉사와 자선활동에 힘쓰던 개스켈은 1845년 외아들을 잃고 슬픔을 달래기 위해 글쓰기에 열중했다. 1848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메리 바턴』으로 주목받아, 이를 계기로 찰스 디킨스가 펴내던 주간지 〈하우스홀드 워즈〉에 『크랜퍼드』와 『북과 남』을 연재하고 각각 1853년과 1855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이외에도 당대 여러 계층의 삶을 세심히 그려낸 『루스』 『사촌 필리스』 『실비아의 연인들』 같은 장편은 물론, 공포·미스터리·연애·심리 등 다양한 성격의 단편을 꾸준히 발표했다. 두터운 친교를 나누던 샬럿 브론테 사후에 집필한 전기 『샬럿 브론테의 생애』(1857)는 2017년 〈가디언〉이 선정한 ‘역대 최고 논픽션 100권’에 꼽혔다. 1865년 『아내들과 딸들』의 탈고를 앞두고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숨을 거둔 개스켈은 산업화에 따른 문제와 계급 갈등, 종교, 페미니즘 등의 묵직한 주제를 진지하게 다룬 작가로 오늘날 재평가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2021년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로 제15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지복의 성자』 『시핑 뉴스』 『넛셸』 『솔라』 『데어 데어』 『바퀴벌레』 『스위트 투스』 『사실들』 『빌리 린의 전쟁 같은 휴가』 『상승』 『사이더 하우스』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 『별의 시간』 『서쪽 바람』 『죽음이 물었다』 『한낮의 우울』 『천 개의 아침』 『밤으로의 긴 여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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