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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목을 찾아서

쉬자쥔 지음 | 김지민 옮김
글항아리

2023년 07월 17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7월 0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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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8.77MB)
ISBN 979116909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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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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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크다고 하는 나무는 대체로 이런 말로 수식된다. ‘높이 20미터까지 자라는’ ‘20미터나 되는’. 20미터짜리 나무는 5~6층짜리 건물에 비견된다. 이만하면 충분히 크고, 높은 나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크기는 상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서남쪽으로 약 1500킬로미터 떨어진 나라 타이완은 열대와 온대 사이의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바다의 영향을 받아 기온의 변화가 적고 습도가 높으며 강수량이 많은 해양성기후에 속하기도 한다. 식물이 자라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보니 식물 생장기가 길어, 그곳의 나무는 70미터 혹은 그 이상으로도 쭉쭉 자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큰 나무보다 훨씬 더 큰 나무가 흔한 것이다. 이만큼 높이 자라는 나무는 지구상에서 미국 태평양 연안 북부, 브라질 아마존 우림,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섬, 그리고 타이완에서만 볼 수 있다. 타이완을 거목의 생육지生育地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이 책의 저자 쉬자쥔은 타이완 삼림 곳곳을 누비며 그러한 거목만 찾아 오르는 식물학자다. 그는 15~20층 높이에 달하는 나무를 끈 하나에 의지해 오른다. 산업디자인과를 다니던 중 산속에 들어가 밤을 지새우는 트레킹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나무에 매료되었고, 곧 전공을 바꿨다. 저자는 하고많은 식물 연구 분야 중에서도 70미터 나무의 꼭대기에 형성된 우듬지에 올라야만 마주할 수 있는, 수관층 생태계를 평생의 연구 주제로 택했다. 원서 제목인 ‘나무를 찾는 사람找樹的人’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이후 나무 타기에 관심 있는 지인들을 모아 ‘나무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조직했고 그렇게 애목인으로서 타이완의 짙푸른 골짜기를 부지런히 헤집고 다니는 중이다. 그 파고듦과 헤집음의 기록이 바로 『거목을 찾아서』다.
추천사
서문
수관층 세계
시작점: 한 그루의 나무는 하나의 생태계
타이완삼나무 치라이씨와의 약속
타이완미송과의 뜻밖의 만남
회목 우듬지의 공중 정원
구름 위의 수관층: 쉐산 추이츠
우리가 몰랐던 거목
유리 건판 속의 타이완삼나무
속박된 옛 영혼
타이완삼나무 세 자매
남십자성 아래의 타이완삼나무
‘환영’은 어디까지나 환영
태즈메이니아의 유칼립투스
타이완 최고의 나무를 찾아서
구이후 산간지대의 타이완삼나무
단다 산간지대의 거목
청대 바퉁관 고도의 거목 삼림
선무촌의 녹나무 할아버지
난컹강 신목 발견의 전말
타오산 신목 탐사 기록
수관층 생태의 숨겨진 이야기
착생식물이라는 세입자
거목이라는 집주인
중해발고도의 운무대: 착생식물이 가장 좋아하는 노른자위

1996년 가을, 나는 국립타이완대학 식물연구소에 합격했다. 실험실 선배를 따라 처음 푸산식물원에 발을 들였을 때는 중문과 학생도 다 아는 발풀고사리도 모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때 나는 나무 위를 잔뜩 뒤덮은 착생식물에 호기심을 느꼈다. 건조하고 더운 타이완 서남부 자난평야에서 대학 시절을 보내다가 타이완에서 제일가는 아열대우림으로 돌아오자 대관원에 처음 방문한 유 노파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이름 모를 진귀한 화초처럼 느껴졌다.
_29쪽

그 뒤 연 이틀간 우리 셋은 로프를 짊어진 채 오를 만한 나무를 찾아 사방을 뒤졌다. 추이츠와 추이츠 하산로 부근에도 아름다운 향나무와 타이완전나무가 많았다. 이 무렵 타이완전나무에는 아름다운 흑자색 구과가 잔뜩 열려 있었다. 이 정도 해발고도에서는 향나무와 타이완전나무가 그다지 크게 자라지 않아, 나무 높이도 20미터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전 세계를 통틀어도 3500미터 가까운 해발고도에서 20미터 이상의 나무가 자라는 곳은 드물다. 견식이 넓은 네덜란드 은사님 말씀에 따르면 타이완은 고산 툰드라 생태계에서 천연 수목 한계선을 찾아볼 수 있는 좋은 예를 보여주는 소수의 나라 중 하나이며, 그 형태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_65쪽

2014년 치라이의 동능선을 올랐던 때가 떠올랐다. 파퉈루산의 산길에는 과거에 쓰였던 삭도목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대부분은 이미 말라 죽은 상태였는데, 손가락 두세 개를 합쳐놓은 굵기의 철사가 나무껍질을 벗겨낸 탓이었다. 파퉈루산에서 연해의 임도로 내려가던 중 마주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철사에 꽁꽁 묶인 커다란 편백이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칠게 결박되어 있던 이 커다란 나무는 아직까지도 고집스럽게 생존해 있었다. 나는 내 손이 닿을 수
있는 경우라면 나무껍질을 파고든 철사를 힘껏 잡아당겨보았다. 하지만 내 연약한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과거 벌목꾼들이 두껍고 튼튼한 팔로 단단히 옭아매놓은 철사를 풀기란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_90쪽

우리 둘이 나무에 올라 침낭 등 수면 장비를 모두 설치했을 때는 이미 해가 완전히 기운 뒤였다. 스티브는 그제야 간달프의 벌에 로프가 걸렸단 걸 알아차렸지만, 섬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장해물을 제거할 수 없었다. 그는 우리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하더니 홀로 나무에서 내려가 차로 돌아가버렸다. 타향의 거목 위에 남겨진 우리는 코를 쓱쓱 문지르곤 밤을 보낼 준비를 했다. 둘이서 한동안 허둥대느라 지상 40미터 높이에 매달린 해먹에서 장비를 떨어트리기도 했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무사히 버틸 수 있었다. 참 다행이었다. 큰유황앵무의 시끄러운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을 때는 다시 태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_131쪽

임도에 있는 무너진 사무소 건물에서 밤을 보낸 적이 있다. 지붕의 기와 틈 사이로 별 가득한 하늘이 보였다. 이런 경치를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타이완뿐일 것이다. 타이완에서는 한 달씩이나 산 넘고 물 건너지 않고도, 2~3일이면 열도의 산림 가장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자연의 아름다움과 나만의 고독을 누릴 수 있다.
_158쪽

그해 4월 제2차 탐사를 나섰을 때는 대량의 등산 리본과 벌목도를 준비해 길을 내면서 나아갔다. 하지만 목표물까지의 직선거리가 300미터도 채 안 남은 곳에서 철벽같은 전죽의 바다를 만나는 바람에 기가 꺾여 돌아와야만 했다. 우리는 이대로 물러나는 것이 아쉬워 빗속에서 드론을 띄웠고, 타오산 신목과 비슷한 나무의 영상을 얻었다. 게다가 라이다 팀은 타오산 신목 주변을 촬영한 항공사진을 보더니 그곳에 연못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나무가 진짜로 있는 모양이네? 의욕이 샘솟았다.
_187쪽

사람과 나무는 다르다. 나무가 크게 자라는 원인은 ‘키 크고 돈 많고 잘생겨야’ 연애 상대를 찾기에 더 수월해서가 아니다. 숲에서 가장 큰 나무가 갖는 이점으로는 이런 것들을 상상해볼 수 있다. 이웃보다 키가 크면 수관층도 비교적 높은 곳에 형성될 테니 보다 많은 햇빛(에너지의 근원)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이웃 나무의 햇빛을 막아 그들이 크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배불리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키가 자라면 자랄수록 작은 나무들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귀찮은 덩굴식물과도 떨어질 수 있다. 불행히 숲에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중요한 기관(잎, 싹, 꽃, 열매)이 불에 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종자와 꽃가루를 퍼트리더라도 더 높은 곳에서 퍼트려야 더 멀리 퍼트릴 수 있다.
_216쪽

세상에서 가장 험난한
80미터짜리 보물찾기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다. 레드우드다. 100미터에 육박하는 레드우드 아래에 선 사람은 관목 아래에 선 개미만 해진다. 하지만 타이완 삼림에서 자라는 침엽수도 연령, 수형, 생태에 있어 그에 못지않다. 타이완의 나무는 태풍과 지진이 빈번한 환경에서도 70미터 이상씩 자라난다. 책에 소개되는 거목의 종류만 타이완삼나무, 대만가문비나무, 대만넓은잎삼나무 등으로 다양하다.
그들은 희귀한 만큼 만나기도 쉽지 않다. 험준한 산속의 거목을 섭렵하고 다니는 저자도 매번 애를 먹을 정도다. 거목 대부분이 수원이 충분하며 바람을 피하기에도 유리한 골짜기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책의 주연급 거목이라 할 수 있는 ‘타이완삼나무 세 자매’가 있는 타이완의 치란 지역은 안개 낀 날이 연평균 300일을 넘는 다습한 숲으로, 비교적 건조한 여름에도 태풍의 습격을 받을 위험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게다가 거목을 찾자고 깊숙한 산중에 무턱대고 진입할 수도 없다. 라이다lidar 기술을 이용해 산에서 거목이 있을 만한 위치를 가늠해야 하며, 그 역시 정확한 데이터가 아님을 상기한 채로 산행에 나서야 한다. 산에 들어가서도 무거운 등짐, 경사도가 40도를 넘어서는 험난한 지형과 싸워야 하며, 로프 길이라도 잘못 어림해 챙긴 날에는 다음 산행을 기약해야 한다.
저자는 이 모든 역경을 헤치며 굳이 거목을 찾는다. 지난한 과정 끝에 만나는 높다란 몸체가 마주한 자로 하여금 큰 감격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2020년, 타이완의 타오산에 있는 거목을 찾으러 산에 오른 저자와 동료들은 4차 탐사 끝에야 겨우 목표물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자가 해당 나무의 60미터 지점까지 올랐고, 또 다른 동료가 그 뒤를 이어 나무의 꼭대기인 우듬지에 도달한 끝에 얻어낸 숫자는 79미터였다. 무려 80미터에 가까운 나무를 찾아, 그에 올라, 그의 정확한 키를 밝혀내는 것, 그것이 이들이 목숨 걸고 하는 보물찾기의 실체다.
이 위험천만한 행위를 지속하는 이유를 저자는 간단히 설명한다. “거목을 찾는 여정이란 몸은 피곤하더라도 마음과 영혼은 대단히 만족스러운 것이다. 천혜의 포르모자 환경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배낭을 짊어지고 용감하게 미지를 찾아 숲으로 갈 것이다. 다시, 또다시.”

나무 위의 또 다른 생태계, 수관층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평소 우리가 들여다보려고 해도 몰라서, 또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장소’를 소개한다는 데 있다. 그 장소는 다름 아닌 높은 나무의 수관이다.
“한 그루의 나무는 하나의 생태계”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말처럼, 나무는 홀로 생장하는 동시에 제 몸에 또 다른 생명을 틔우기도 한다. 특히 크고 오래된 거목일수록 생태계는 복잡해진다. 몇백 살 이상의 거목에서만 생존할 수 있는 착생식물도 있다. 저자가 꼭 거목에 올라 착생식물을 조사하는 이유다.
식물 연구를 갓 시작한 시기, 14미터짜리 나무의 수관층에 오른 저자는 그곳에서 특이한 식물을 발견한다. 나뭇가지 위 부식층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 더미의 식물기관이었다. 그는 이후에야 그것이 나무가 양분 흡수력을 키우기 위해 공중으로 뻗어낸 뿌리인 캐노피 루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관다발식물은 물론 진균류, 조류, 지의류, 선태류 등 다양한 식물이 나무 위에 모여 사회를 이루고 있는 이 같은 장면은 저자를 착생식물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타이완의 아열대우림은 풍부한 생물량으로 그 관심에 화답한다. 저자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타이완에는 관다발 착생식물만 약 350종이 있다. 복씨석송, 요엽월귤, 넉줄고사리, 애강고사리, 유엽등, 수융란 등 이름만으로 그 외형을 짐작할 수조차 없는 착생식물이 지금 이 시간에도 땅 한번 밟지 않은 채로 몸집을 키워내고 있다.
저자는 언뜻 ‘기생충’을 떠올리게 하는 이들을 위한 변호에도 적극적이다. 기생식물과 달리 착생식물은 생존에 필요한 양분을 숙주식물에게서 빼앗지 않고 자체 광합성을 통해 얻는다며, 그들을 ‘커다란 나무라는 아파트에 세 들어 살면서 스스로 밥벌이 하는 세입자’에 비유한다. 수관층의 식물과 잎이 다량의 물안개를 가둠으로써 삼림 수자원 보존에 기여한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작성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매번 로프를 단단히 죄는 저자는 말한다. “수관층이 확대되고 토양층이 누적됨에 따라 산림 지표면에는 식물과 소교목이 잇달아 출현하게 된다. 그 뒤를 무척추동물, 곤충, 양서류가 따라오고, 마지막으로는 포유류, 조류 등 대형 동물이 등장한다. (…) 어떻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40미터 상공의 수관에서 매트 한 장 깔고 자는 그의 대담함은 학자의 열의만으로는 해석될 수 없다. 그보단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순수한 애정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에겐 낯선 대상인 거목을 들여다보고 이해하기에 이 책은 더없이 친절하다. 저자가 직접 보고 그린 사진과 그림도 넉넉해 애써 상상하지 않고도 그 모습을 세세히 관찰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보는 은행나무, 소나무, 떡갈나무와 다른 형태로 자라나는 식생을 보는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책은 애당초 나무에 오르는 개인의 일화를 적은 일기로 쓰였으나,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이국을 탐방하는 여행기로도 기능할 것이다. 이러한 유동성이야말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일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쉬자쥔

수관층에 서식하는 착생식물을 연구하는 학자. 타이완의 국립청궁대학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국립타이완대학 식물과학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산림 자원을 연구하는 타이완 임업시험소의 보조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제주대에서 중어중문학과 일어일문학을 복수 전공했으며, 중국시안외국어학원에서 어학연수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서 중화권 도서와 웹 콘텐츠를 소개,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
으로 『지구의 고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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