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쓸모
2023년 07월 14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5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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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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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날 수 있는 것보다 더 기쁜 것은, 다시 떠나기를 시작한 내 경험을 독자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그리웠다. 멀리 떠나갈 수 있는 자유보다 더 그리운 것은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조심스러운 다가감, 거리낌 없는 공감, 마침내 친구가 된 듯한 따스한 느낌이었다. 코로나 이후의 여행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다시 떠날 수 있어서, 그 떠남의 기쁨을 함께할 수 있는 당신이 있어서, 한없이 기쁘다.
-본문 중에서
1부 순간은 힘이 세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강렬한 장면들
포토 에세이
2 떠남의 미학
다시 떠나도 될까요
_펜데믹의 파도를 넘어 파리로 떠나다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여행
_떠나기 위해, 이토록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니
아뿔싸, 그때 그 춤을 꼭 췄어야 했는데
_여행이 완성되는 순간
도시 속에 숨 쉬는 녹색 오아시스의 아름다움
_공간을 함께 향유한다는 것
사람 자체가 풍경이 되는 순간
_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위에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또 다른 ‘나’의 발견
_휘트니 미술관의 감동
여행하지 못하는 날들을 위하여
_나의 파리 파파 이야기
어디든 좋다,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_나를 매혹시키는 곳
나의 제로웨이스트 여행법
_더 많이, 더 오래 여행하기 위하여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공간을 꿈꾸며
_걷고 또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
한 달쯤 살아보는 여행의 묘미
_‘여행자’를 넘어 ‘거주자’의 시선으로
3부 내가 사랑한 여행지
매일매일 새로운 나를 찾는 도시
_미국 뉴욕
산봉우리에 펼쳐진 성찰의 바다
_노르웨이 게이랑에르
나를 오롯이 나답게 만들어주는 공간
_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무장해제된 사랑과 치유가 있는 곳
_미국 콩코드
그 어떤 시간도 사라지지 않는 도시
_독일 뮌헨
불안한 현대인을 위한 평온의 장소
_이탈리아 코모 호수
작품과 관객이 하나가 되는 빛의 채석장
_프랑스 레보 드 프로방스
새로운 천 년을 향한 눈부신 도약
_영국 런던
한 달쯤 살아보면 더 좋은 도시
_독일 베를린
모네의 꿈이 실현된 지상의 유토피아
_프랑스 지베르니
부질없는 집착이 녹아내리는 곳
_페루 마추픽추
어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도시
_쿠바 아바나
라틴 아메리카의 매혹적인 관문
_멕시코 멕시코시티
에메랄드 바다 끝 성곽에서 피카소와 만나다
_프랑스 앙티브
살아 있다는 느낌, 함께 뛴다는 느낌
_영국 브라이턴
에필로그
여행자가 되면 타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 즐거워진다. 낯선 사람의 앞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볼 수는 없기에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하는 시간이 좋아진다. 그 뒷모습에서 때로는 나와 꼭 닮은 마음을, 때로는 나와 전혀 다른 차이를 발견해내곤 미소 짓는다. 사진 속 사람은 그날 내 마음과 꼭 닮은 생각을 하는 것만 같았다. 이곳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참 좋은 장소로구나. 이곳은 오래 머무른 채 눈물을 고요히 뚝뚝 흘려도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는, 울기 좋은 장소로구나. 노르웨이의 달스니바 전망대에 앉아 나는 그렇게 오래오래 그리워하고, 실컷 울고, 그리고 괜찮아지고 싶었다. 저 쓸쓸한 여행자의 뒷모습처럼. 저 아름다운 산등성이처럼. 홀로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나무와 산봉우리처럼.
-14~15p
팬데믹의 긴 터널 속에서 고통받는 우리 모두를 생각하며 가장 목마르게 그리웠던 장소는 바로 월든이다. 다시 한 번 월든에 갈 수 있다면 나는 더 깊이 월든의 숲속으로 걷고 또 걸으리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오래, 더 깊이 소로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리라. 믿을 수 없이 해맑은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월든 호수의 투명함 속으로 기꺼이 풍덩 빠져들리라. 그 추운 가을날에도 거리낌 없이 풍덩, 월든 호수 속으로 빠져들던 사람들의 용기 속에 나도 수줍게 동참해보리라. 소로는 예감하지 않았을까. 우리 인류가 이토록 무분별하게 자연을 착취하고, 자연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독점한다면, 언젠가 팬데믹은 물론 그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들이닥칠 수도 있음을. 소로는 하루 네 시간만 자연 속에서 성실히 노동하고,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과 ‘읽고 쓰는 삶’에 집중하고 싶어 했다. 진정한 삶이 아닌 것, 화려한 장식이나 가면은 과감히 삭제해버리고, 오직 삶의 정수만을 빨아들이는 열정적인 삶을 꿈꾸었다. 나는 월든 호수를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놓고, 오래오래 바라보며 소로와 월든과 ‘팬데믹 이전’의 삶을 그리워한다. 동시에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인류가 끝내 지켜야 할 하나뿐인 지구에 대한 사랑을 뜨겁게 간직한다.
한 사람의 간절한 이야기가 담긴 모든 장소는 결코 낡거나 닳지 않는다. 책장 속에 잠들어 있다가 우리가 꺼내 읽을 때마다 영롱한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고전문학처럼. 나 혼자만 행복한 삶이 아니라 모두가 더 크고 깊은 사랑으로 연대하는 삶을 꿈꾼 모든 이들의 인생 이야기가 깃든 장소들. 바로 그런 장소들을 향한 우리의 찬란한 여행이 이제 다시 시작되었다.
-195~198p
그때 내 마음에서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 같다. 상품을 소비하는 삶이 아니라 경험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상품을 소비하는 기쁨은 금세 사라지지만 새로운 장소, 체험, 만남을 위해 쓴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그때부터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다른 모든 소비를 제치고 ‘여행’이 가장 중요한 지출 항목이 된 것이다. 틈만 나면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장소에 더 오래 머물 수 있을까’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도 한 달을 살아보고, 베를린이나 런던에서 한 달 살기도 해보며, 어떤 장소에서든 잘 버텨내는 생존의 기술도 터득하고, 어떤 곳에서든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듣고 보고 배우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행이라는 일상의 비상구를 통해 ‘사랑하는 장소에 진정으로 거居하는 법’을 배웠다. 내 모든 여행지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 도피처가 아니었다. 나는 그 모든 장소의 눈부신 아우라와 향기로운 정취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길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어떤 장소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그 장소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사람, 그 장소를 닮은 향기를 늘 간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263~265p
저 아름다운 코모 호수도 그렇지 않을까. 반짝이는 윤슬을 가득 머금은 코모 호수의 물은 어제와 같은 장소를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늘 흐르는 물은 어제의 물이 아니며, 장소 또한 어제와 조금 달라진 풍경을 보여주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똑같아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실은 매우 다르다. 지금은 지리멸렬해 보이고, 목적지는 한참 멀어 보이고, 완성은커녕 생존 자체가 어려운 것 같은 나의 작은 재능조차도, 매일매일 유장하게 흘러가는 호숫가의 물결처럼 매일 새로워지고 매일 끊임없이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는 드넓은 강이나 바다의 흐름과 합쳐져 자신만의 장엄한 물줄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당신의 아름다움도 그렇다. 당신의 노력도 그렇다. 당신의 꿈도 그럴 것이다. 당신의 희망과 성실과 열정의 물결로 한 걸음씩 다듬어나간 당신의 꿈은 언젠가 찬란한 윤슬이 되어 꿈의 날개를 타고 비상할 것이다.
-273p
우리가 이렇게 바삐 살아가는 동안 우리 자신도 모르게 놓치는 생의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목적지 중심의 사고, 목표 중심의 사유는 편의주의로 가는 지름길이다. 나는 조금 더 느리게 살고 싶기에 ‘목적지’뿐 아니라 ‘가는 길’도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삶도 여행도, 인간관계도 일도, 조금 더 느려도 좋으니 ‘목표’만이 아닌 ‘과정’이 탄탄하고 진실했으면 좋겠다. “여행지에서 뭐가 그렇게 좋았어요?” “페루에서는 어디가 제일 좋았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는 길의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마추픽추만이 아니라 마추픽추로 가는 길의 아름다움을, 이구아수폭포만이 아니라 이구아수폭포에 가기 위해 들렀던 그 모든 이름 모를 장소들의 아름다움을. 콕 집어 설명할 수 없는, 과정의 아름다움을. 아마도 일생에 단 한 번뿐일, 낯선 길을 그냥 무작정 걷는 몸짓의 아름다움을.
-375p
여행지에서 나는 ‘장소’보다도 ‘사람’을 더 유심히 바라볼 때가 많다. 관광객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주며 돈을 받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불쾌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또한 여행지의 가지각색 풍경 중의 일부가 아닐까. 아마 저분을 볼 수 있는 것은 이번 생에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이 들 때,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무조건 애틋해진다. 여기가 어디인지 몰라도 좋으니 그냥 저 사람과 다정하게 수다를 떨고 싶어지는 순간. 내가 왜 이렇게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한 것일까, 흠칫 놀란다. 나는 어쩌면 평소의 ‘나라고 믿었던 내 모습’이 오랫동안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억압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을 무조건 싫어할 정도로 마음을 꽁꽁 싸매고 살아온 지난날이 얼마나 자기방어적이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377p
오래 기억될 강렬한 장면들을 단상과 함께 엮은 포토 에세이,
여행이라는 행위를 깊이 성찰한 열한 편의 여행기,
휴식과 치유의 장소 열다섯 곳까지
기록하는 여행자 정여울이 다시 여행을 마주하며 써 내려간
떠남과 머무름에 관한 이야기
《여행의 쓸모》는 자신의 영혼이 여행을 통해 단련되었다 믿는 정여울 작가가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 《내성적인 여행자》 이후 6년 만에 펴낸 본격적인 여행 에세이다. 그 시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이동과 모임에 유례없는 제한 및 통제가 이루어지면서 여행은 물론 일상을 온전히 지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모두에게 펼쳐졌다. 이러한 시기를 막 벗어나 멀리 떠나는 일이 가능해진 지금, 우리가 여행이라는 행위를 차분히 고찰해보는 일은 익숙했던 감각을 되찾는 회복의 일환이기도 하고 앞으로 꾸려갈 삶에 윤기를 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다시 떠나게 될 순간을 누구보다 기다려온 정여울 작가는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을 되찾은 심정을 《여행의 쓸모》에 고스란히 담았다.
나는 철저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제를 가지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손을 깨끗이 하고, 사람들이 너무 많은 장소에는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파리 사람들은 내게 용기를 주었다. 코로나 때문에 움츠리고, 새로운 시도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삶을 이제는 끝내고 싶었다. 다시 여행을 떠나도 되는구나. 정말 다시 떠날 수 있는 거였구나. 사람들에게 “이제 우리 함께 여행하자”고 말해도 되겠구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 ‘추억 속에 있는 여행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지금 내가 떠나온 바로 이 여행’에 대해 글을 써도 되겠구나. 그런 낯선 두근거림이 좋았다.
-본문 중에서
떠날 수 있게 되자마자 다시 찾은 파리를 비롯해 중남미의 매력적인 도시들, 세계의 중심 미국 뉴욕, 문학과 예술의 성지라 불리는 유럽의 곳곳을 여행하면서 작가는 어떤 곳에서는 사랑하는 화가의 영혼을 만나고 또 어느 여행지에서는 좋아하는 작품 속 주인공들과 함께 뛰어놀며 어딘가에서는 자신이라는 우주를 여행한다. 마음을 잃기도 하고, 마음을 발견하기도 하는 순간. 그 특별한 순간들은 이승원 사진작가의 수준 높은 사진에 담겨 더욱 생생한 현장감을 띠고 여행지에서 보내온 반가운 엽서처럼 독자들의 마음에 꽂힌다.
마음 깊은 곳 오랜 상처를 태우고
마침내 ‘나를 넘어선 나’를 마주한 기록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여행에서 돌아와 그 여행을 되새기는 데 있다. 여행을 마치고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다시 놓였을 때 불현듯 떠오르는 여행의 순간들을 1부 포토 에세이에서 사진과 짧은 글로 차곡차곡 묶었다. 노르웨이 달스니바 전망대에서 여행자의 뒷모습을 보며 사색에 잠긴 순간, 영국 하워스의 증기기관차를 타며 과거를 여행하듯 즐거웠던 순간, 포르투갈의 항구 도시에서 형형색색의 포르투 사람들의 집을 구경하며 그들의 환대를 상상하던 순간, 아르헨티나의 엘 아테네오 서점을 아늑한 피난처처럼 느끼던 순간 등 낯선 장소, 낯선 시간에서 낯선 자신을 발견한 찰나는 꽤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아 이따금 우리를 여행의 짜릿한 순간으로 데려간다.
여행이 끝난 뒤에 그 여행을 추억해보며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마음속에서 진정한 여행이 다시 시작되곤 한다. 나에게 여행이 완성되는 순간은 여행을 단지 ‘기억’하는 것을 넘어 그 여행에 대해 ‘글’을 쓰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아바나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공연을 보면서 만난 그 눈부신 댄서, 그리고 온몸으로 노래하던 그 가수도 바로 그런 영원히 끝나지 않는 마음의 여행을 가능하게 해준 뮤즈다. 어떤 여행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마음속에서 계속 상영되는, 영원히 끝나지 않는 아름다운 영화처럼 느껴진다.
-본문 중에서
2부에서는 먼 과거와 가까운 과거에 떠났던 여행의 경험을 긴 호흡으로 풀어낸다. 파리 구석구석의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과 나눈 충만함, 센트럴파크를 거닐며 끊임없이 우러나오던 걷기와 자연에 대한 예찬, 더 오래 더 많이 여행하기 위해 비우는 여행을 향한 다짐, 두 번째 찾은 휘트니 미술관에서 조금 달라진 나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경이감, ‘디지털 디톡스’를 하며 ‘감성의 체력’을 되돌리기 위해 했던 노력,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로 베를린에 한 달을 머물면서 느꼈던 감상 등 여행을 둘러싼 작가의 사유는 다양한 공간과 장르를 넘나들며 더욱 넓어지고 깊어진다.
천천히 골목길을 걸으며 다음 일정에 쫓기지 않는 한 달 살기 여행의 즐거움. 그것은 세상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한 장소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더 깊이, 더 오래 간직하는 ‘느리게 살기’의 축복이다. 우리가 더 천천히 여행할수록, 세상은 더 그윽한 삶의 향기로 우리를 반겨준다. 우리가 비행기나 자동차의 속도가 아닌 천천히 걸어가는 속도로 세상을 바라볼수록, 세상은 더욱 눈부신 축복의 언어로 말을 걸어온다.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천천히, 깊이, 더 오래 바라보는 여행의 추억은 아픔을 치유하는 내면의 빛이 되어준다.
-본문 중에서
3부에서는 작가가 각별히 사랑한 여행지 열다섯 곳을 소개한다. 특별한 기준은 없다. 복잡하고 활기 넘치는 거리와 계절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공원이 공존하는 도시 미국 뉴욕부터 모든 여행자를 철학자로 만드는 노르웨이의 게이랑에르, 위대한 화가인 세잔의 작업실이 위치한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한 달에 하루 1유로로 모든 박물관을 돌아볼 수 있는 독일 뮌헨, 호쾌한 경관의 코모 호수, 위대한 예술가의 작업실과 문학작품 속 무대가 된 실제 공간까지 여행의 장소들은 저마다의 매력과 위안으로 작가를 치유하고 글을 읽는 우리의 상처까지 매만진다.
어떤 여행도 쓸모없지 않다
일상을 잠시 벗어나는 일은 결국 일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다. 현실을 벗어난 곳에서는 어떤 의미를 두지 않아도 좋고, 또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해도 좋다. 머릿속을 텅 비운 채 눈앞의 풍경에 자신을 내맡겨도 괜찮고, 여행하는 동안만큼은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이어가도 괜찮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경계도 희미해진다. 잃어버린 길에서 의외의 풍경을 발견할 수도, 낯선 이와 나누는 대화에서미처 몰랐던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여행 중에 예측하기 어려운 시간이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펼쳐지는 순간을 겪고 나면 이윽고 옥죄어 있던 현실에서, 고집했던 관념에서 진정으로 벗어나게 된다. 이러한 여행의 철학은 우리 인생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다고 작가는 전한다. 그러니 조금 다른 시선으로 삶을 대할 필요가 있다고, 평소의 자신답지 않게 누군가에게 먼저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고, 속도를 조금 늦춰 주위에 숨은 아름다움을 찾아보자고 말한다. 그렇게 여행을, 삶을 조금 더 사랑해보자고 당부한다. ‘여행이 완성되는 순간’은 결국 ‘삶을 사랑하는 순간’이기에.
낯선 장소의 아름다움을 찾으러 떠나는 여행에서 정작 찾아낸 것은 ‘나조차도 몰랐던 나’일 때, 그럴 때 우리는 ‘장소의 수집 욕구’를 뛰어넘는 더 깊은 욕망의 차원과 만날 수 있다. 나는 장소를 수집하고 싶지 않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목표도 아니다. 인증 숏을 전혀 남기지 않아도 좋다. 그때 그곳에서 ‘평소에는 잘 쓰지 않던 감성의 근육’을 발견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깨달음, 지극히 사소한 미소, 어쩌면 단 한 번뿐일 안타까운 스쳐감만으로도 여행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선물한다는 것을.
-본문 중에서
작가정보
지상의 모든 곳에서 신이 깜빡 흘리고 간 아름다운 문장을 용케 발견하고 싶은 사람. 산 자와 죽은 자를 잇는 바리데기처럼, 인간과 신을 잇는 오디세우스처럼, 집이 없는 존재와 집이 있는 존재를 잇는 빨간머리 앤처럼 문학과 독자의 ‘사이’를 잇고 싶은 사람. 그렇게 사이에 존재함으로써 ‘이해하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의지’를 날마다 배우는 사람.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제1라디오 〈강유정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살롱 드 뮤즈〉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문학이 필요한 시간》 《나의 어린 왕자》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끝까지 쓰는 용기》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마지막 왈츠》 《블루밍》 《내성적인 여행자》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내 서재에 꽂은 작은 안테나》 등이 있다. 산문집 《마음의 서재》로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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