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평화고등학교 테러 사건
2023년 07월 12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6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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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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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통일 전쟁이 실패한 후, 한반도 패권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던 삼국은 오랜 침략 전쟁을 끝맺고 평화협정을 맺는다. ‘평화의 상징’으로 지뢰가 가득한 비무장지대에 ‘삼국평화고등학교’가 설립되고, 삼국 주요 정재계 인사들의 자녀가 반강제로 입학한다. 백제 교육청의 실수로 배정된 딱 한 사람을 제외하고. 역사적인 입학식 날, 테러리스트들이 들이닥치고 학생들을 인질로 가야의 독립을 요구한다. 응하지 않으면 매일 밤 7시, 목숨을 건 제비뽑기가 시작된다.
권 제 이 난의爛議
권 제 삼 조삼朝三
권 제 사 사지四知
권 제 오 득공得功
권 제 육 외수外數
권 제 칠 좌돈挫頓
권 제 팔 추낭錐囊
권 제 구 내홍內訌
권 제 십 단특單特
권 제 십일 해시海市
권 제 십이 악종惡種
권 제 십삼 결기決起
권 제 십사 주거做去
권 제 십오 궐실闕失
권 제 십육 투절偸竊
권 제 십칠 계망計網
권 제 십팔 비등沸騰
권 제 십구 건책建策
권 제 이십 육력戮力
권 제 이십일 돌기突起
권 제 이십이 기사欺詐
권 제 이십삼 사선死線
권 제 이십사 초극超克
권 제 이십오 귀래歸來
이 책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현대사를 뒤바꾼 삼국평화고등학교 테러 사건에 대해 역사가 금수안이 기록한 내용을 옮겨 적었다._「일러두기」 6쪽
바야흐로 단군 이래 처음, 한반도에 평화가 싹트는 듯했으나 정치적 이해관계보다 더 큰 걸림돌은 삼국민들이 서로에게 가진 뼛속 깊은 거부감이었다. 동일한 한반도어족(-語族), 유사한 민족 구성에 지리적으로 인접하여 안 그래도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세 나라가 여태 죽일 듯이 싸워댔으니 오해와 증오가 켜켜이 쌓여 있을 만했다. (……) 이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어 내놓은 것이 미래 세대인 삼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평화 교육이었다.
여기까지가 바로 삼국평화고등학교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_「권 제 일 남상濫觴」 8~9쪽
“내는 김희락이고.”
목소리에 쇳소리가 섞여 났다. 변성기에 목을 혹사시킨 소년이 흔히 가지게 되는 탁한 음색이었다.
“가야의 마지막 왕손이다.”
공식적으로 가야의 마지막 왕족은 9개월 전 삼국 연합군이 실시한 해적 소탕 작전에 의해 사망했다고 알려졌기에 그의 존재는 자못 생소했다. 학생 중 한 명이 가야라는 말에 힉,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서다가 의자에 걸려 넘어졌다.
김희락이 소음을 낸 학생 쪽으로 힐끗 눈길을 돌리더니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인마들은 내 인질인데, 우리 요구를 안 들어주면 내일부터 한 명씩 죽일 끼다.”
학생들 사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어떤 울음은 비명과 구분하기 어려웠다._「권 제 일 남상濫觴」 12쪽
그래서 삼국평화고등학교에 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여문희는 진심으로 기뻤다. 그 일은 온전히 백제 고교 추첨 사이트의 시스템 문제로 생긴 사고였다. 교육청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와서는 이미 모든 학생들이 배정된 상태라 파주 시내 고등학교에는 이제 자리가 없다고 했다. 가능한 학교는 황은사에서 대중교통으로 편도 세 시간이 걸리는 서울에 있었다.
여문희는 고민하지 않았다. 애초에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기숙사비, 식비, 의복비가 전액 면제에 신청하면 생활비도 나온다고 했다. 모든 싫은 기억을 뒤로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한편으로 여문희는 기대를 품었다. 삼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집안 애들이 모인다는 뉴스를 봤다. 다들 사회적 체면이랄지 받아온 교육이 있을 테니 희망컨대 무탈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그리고 지금, 그 난다 긴다 하는 집안 애들이 내일 죽을 사람으로 자신을 뽑았다._「권 제 이 난의爛議」 24쪽
여문희가 살던 파주 검안면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하나씩이었다. 지역의 모든 또래들이 같은 학교를 다녀야 했다는 뜻이다. 아주 끈끈한 우정이 가능한 환경이면서 아주 끈끈한 괴롭힘을 당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기도 했다. 긴 시간 여문희를 괴롭히던 폭력은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 끝이 났다. 가해자 중 몇 명이 범람한 임진강에 빠져 죽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여문희는 부단히 애를 썼다. 잊으려고 노력했고, 실제로도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신라 애들이 자신을 보던 눈빛, 거기에 담긴 노골적인 적대심을 감지한 순간, 그때의 기억이 목덜미를 잡아챘다. 온몸을 깔아뭉갰다. _「권 제 삼 조삼朝三」 39~40쪽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여자애들 몇몇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서울이라고 혔냐?”
분명 파주에서 왔다고 얘기했지만 대개 이런 식이다.
“시골에선 치약에 이름도 쓰고 그러냐?”
“안 써.”
“아직도 소 타고 다니는 거 아녀?”
“그만해. 내놔.”
“그만해. 내놔.”
학생들이 일부러 여문희의 말투를 우스꽝스럽게 따라 하며 웃었다.
“나 이런 사투리 알어. 영화에서 사기꾼들이 쓰잖여.”
여문희가 터질 듯이 빨개진 얼굴로 다급히 치약을 빼앗아 주먹 안에 숨겼다._「권 제 사 사지四知」 59쪽
인간의 적응력이라는 것이 참 대단했다. 죽음의 공포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학생들은 나름대로 일상을 꾸려가고 있었다. 국가 간의 미묘한 긴장감은 여전했으나 같은 나라 애들끼리는 가끔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고 새로 친구가 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속으로는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아무도 입 밖에 꺼내지 못했지만.
‘왜 이렇게 조용하지?’
겁이 났다. 방정맞게 얘기했다가 말이 씨가 될까 봐. 영화에서 보면 바로 특공대가 투입돼서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고 인질들을 구출해내던데, 왜 이곳은 며칠이 지나도록 이렇게 고요한지. 혹시라도, 혹시라도 그들의 대단한 아버지와 어머니, 혹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대통령과 국회의원, 왕과 왕비가 자신들을 버리거나 포기한 게 아닌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써도 그런 두려움이 자꾸만 목을 조여와서._「권 제 오 득공得功」 73쪽
김유하가 시신에게 다가가 비틀린 사지를 다독이며 울먹였다. 해미소의 노골적인 시선은 아까부터 여문희에게서 떠나질 않았다. 저 시체가 너였어야 해, 라는 저주의 말을 눈으로 새기기라도 할 것처럼. 정작 여문희는, 그저 지겨웠다. 모든 게 다 지겨웠다. 하지만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 고개를 돌리는 그 최소한의 동작조차 취할 기운이 없어서, 모든 감각기관을 방치하고 그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죽음이 여문희의 몸을 정면으로 통과해 지나갔다._「권 제 구 내홍內訌」 122쪽
21세기 한반도에 되살아난 고구려·백제·신라
평화의 상징 ‘삼국평화고등학교’에 테러가 발생했다!
《디 아이돌》 서귤 두 번째 장편소설
676년,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를 통일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반도가 여전히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으로 나뉘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서바이벌 아이돌 데뷔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첫 장편소설 《디 아이돌》로 K-POP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서귤 작가가 신작 《삼국평화고등학교 테러 사건》으로 돌아왔다.
신라의 통일이 실패한 후,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은 여전히 한반도 패권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오랜 침략 전쟁으로 인한 공멸의 위기를 넘어 삼국은 평화협정을 맺고, 지뢰가 가득한 비무장지대에 평화의 상징 ‘삼국평화고등학교’를 설립한다.
미래 세대인 삼국 청소년에게 평화 교육을 시키겠다는 포부를 안고 출발한 이 학교에 삼국 주요 정재계 인사들의 자녀가 반강제로 입학하게 된다. 대통령의 아들과 손녀, 세계 1~2위를 다투는 글로벌 기업 회장 자녀, 왕위 계승 서열 3위의 공주, 인플루언서 등 내로라하는 아이들 사이에 딱 한 사람, 백제 교육청의 실수로 배정된 ‘일반인’이 있다.
역사적인 입학식 날, 삼국 언론사와 정부 관계자들이 삼국평화고등학교 강당에 모였다. 그런데 단상에 오른 교장이 입을 떼는 순간, 총성이 울린다. 강당에 들이닥친 가야 해적 테러리스트들은 학생을 인질로 가야의 독립을 요구한다. 응하지 않으면 매일 밤 7시, 삼평고 학생이 한 명씩 죽어나간다.
군부독재가 이어진 고구려, IT 강국 백제, 패션의 나라 신라
현대화된 삼국시대, 삼국삼색의 새로운 캐릭터
말을 타고 활을 쏘던 삼국시대로부터 1500년이 지난 21세기 현대로 시간적 배경을 옮긴 고구려·백제·신라는 어떤 모습일까? 역사 속 삼국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설정들은 놀라울 만큼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무예를 사랑하고 상무적인 기풍을 장려해온 고구려는 중공업과 군수산업이 발달한 나라로 다시 태어난다. 성별에 관계 없이 활동성을 강조한 의복과 머리 모양을 선호하며, 오랫동안 세습형 군부독재가 이어졌으나 몇 년 전 일어난 민주항쟁으로 직접 선거를 이루어냈다.
유교를 숭상해온 백제는 상명하복의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권력의 부정부패와 더딘 경제성장 속도, 커지는 빈부 격차 때문에 한때 ‘GDP 꼴찌’라는 오명을 안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의 성공을 발판으로 모바일 서비스 기업들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청소년 대부분이 개발자를 꿈꾸는 IT 강국으로 자리 잡는다.
화려함은 미덕이요, 아름다움은 능력, 치장은 예절인 나라 신라는 삼국 중 유일하게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봐도 반짝이는 귀걸이로 신라인을 알아볼 수 있다는 농담이 있을 만큼 액세서리를 사랑하는 이들의 미의식은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춧돌이 된다.
삼국의 수도는 한반도 곳곳에 자리하여 ‘지역 방언’을 표준어로 삼는다. 고구려는 평안도, 백제는 충청도, 신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한다. ‘서울말’을 쓰는 주인공에게 시골에서 왔냐며 웃는 백제 아이들의 모습은 자못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서울중심주의에 익숙한 우리와 닮아 있기도 하다. 서울이 중심되지 않는 세계에 대한 상상은 지금까지 소외되어 왔던 서울 외곽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 손을 맞잡은 아이들
피로 물든 삼국평화고등학교를 탈출하라!
대통령과 세계적인 기업가의 자녀, 신라 왕실 후계자 등 그 죽음의 여파가 작지 않은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의 목숨값을 매긴다. 부모 없이 절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학창 시절 내내 지독한 따돌림을 당한 주인공 ‘여문희’는 백제 교육청의 실수로 이 아이들과 함께 인질이 된다. 극한의 상황에서 분열과 해체, 배신을 거듭하는 아이들. 부모도 뒷배도 없는 ‘여문희’는 유일한 ‘일반인’이자 사회적 약자인 자신의 상황을 역으로 이용하여 위기를 빠져나온다.
인질이 하나둘 줄어들며 죽음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좋은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듯 보이던 아이들이 감추고 있던 약점들도 조금씩 드러난다. 서로를 도와야만 생존할 수 있는 이 잔혹한 인질극 속에서 이들은 끊임없이 의심하고 때로는 믿으며 떨리는 손을 맞잡는다. 이들 앞에 놓인 것은 밟으면 터지는 지뢰일까, 혹은 바깥세상에서 새어드는 한 줄기 빛일까. 어느 쪽이든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살아남아서, 피로 물든 삼국평화고등학교를 탈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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