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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

한국화 지음 | 김주경 옮김
비채

2023년 07월 12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7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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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3494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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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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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도시와 그 안에 고립된 불투명한 존재들의 초상화”라는 평을 받으며 2020년 프랑스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한 한국화. 같은 해 일본에서도 출간되어 “간결한 문체로 풍부한 이미지를 그려내 폭넓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 등으로 화제를 모은 그의 작품집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이 드디어 한국 독자를 만난다. 서울의 영문 표기를 거꾸로 배열한 이름의 도시를 그린 소설 〈루오에스〉를 비롯해 〈눈송이〉 〈구슬〉 등 총 8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루오에스
눈송이
구슬
가출
폭염
청각
한번은
방화광

작가의 말

사막…….
아마도 사막은 이미 이곳에 있는 것 같다. 도시 중심부, 저 소박한 철책 뒤에……. 나는 주변의 소란 속으로 구불거리며 슬며시 사라지는 사막을 응시한다. 다른 모래언덕들보다 조금 높이 솟은 모래언덕 하나가 기울어가는 햇빛 아래 반짝거린다.
36p

내가 떠나온 땅의 사람들은 나를 도망자로 취급했지만 이곳에서 나는 그냥 이방인일 뿐이다. 내가 보기엔 도망자라는 꼬리표도, 이방인이라는 꼬리표도 내 상태에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여기서만큼은 상대가 누구이든 간에 다른 사람의 뜻이나 강요에 더는 따르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이곳에서 훨씬 자유로웠지만, 동시에 이 자유는 고통스럽기도 했다.
46p

당신은 304명의 십 대 아이들 한가운데 한 명, 한 소녀를 알아본다. 그 소녀도 당신을 바라보더니 마치 당신을 안심시키려는 듯한 손짓을 한다. 당신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리고 소녀에게 당신과 함께 돌아가야 한다는 걸 이해시키려 애쓴다. 하지만 당신은 왠지 한마디도 할 수 없다. 거리를 건너가고 싶지만 몸이 꼼짝하지 않는다. 팔도 움직일 수 없다. 비는 더욱 거세지고 아이들은 쏟아지는 비에 여전히 무심하다. 그제야 당신은 아이들이 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 모두 죽은 자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72p

여름의 열기가 테니스 코트로 쏟아졌고, 케이크 크림이 녹기 시작했다. 너의 추종자들과 너, 그리고 멀리서 너를 바라보는 나. 우리는 개처럼 헐떡거렸다.
115p

이곳에서 나는 짐승의 삶을 배운다. 나는 먹고, 싸고, 숨 쉬고, 잠잔다. 침묵은 점점 더 깊어간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나는 내 자리를 찾아간다.
145p

이국의 언어로 피어오른 낯익은 도시의 이야기
한국인 작가가 프랑스어로 발표한 화제의 소설집

“상상의 도시와 그 안에 고립된 불투명한 존재들의 초상화”라는 평을 받으며 2020년 프랑스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한 한국화. 같은 해 일본에서도 출간되어 “간결한 문체로 풍부한 이미지를 그려내 폭넓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 등으로 화제를 모은 그의 작품집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이 드디어 한국 독자를 만난다. 서울의 영문 표기를 거꾸로 배열한 이름의 도시를 그린 소설 〈루오에스〉를 비롯해 〈눈송이〉 〈구슬〉 등 총 8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저자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이어지는 상상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하지만, 그 세계는 어쩐지 낯설지만은 않다. 도로를 빼곡하게 점령한 자동차.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소음. 공허한 눈빛으로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기계적으로 씹는 사람들……. 이름도, 성별도, 삶의 목적과 이유도 상실한 채 도시를 표류하는 유령과도 같은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아는 어느 도시의 풍경을 집약한 듯하다. 도시를 잠식한 ‘사막’의 기원은 무엇일까. 노인과 어린이, 여성과 남성, 학생, 직장인, 부랑자 등 도시의 사막화를 목격한 8명의 화자가 각기 다른 증언을 쏟아낸다.

“이 글들을 한국어로 쓸 수도 있었을까. 아무리 곱씹어봐도 확신할 수 없다.
이 이야기들을 하기 위해서, 나에게는 나와 언어 사이의 거리가 필요했다.”
_작가의 말에서

“아무도 모른다. 사막이 어떻게 도시로 들어왔는지.
알고 있는 건, 전에는 도시가 사막이 아니었다는 것뿐이다.”

〈루오에스〉
끝도 없이 펼쳐진 고층 빌딩 숲 사이로 불어오는 모래바람, 창백한 안색에 텅 빈 눈빛으로 도시를 떠도는 유령 같은 타인들. 수수께끼의 도시 루오에스에서 겪은 기이한 하루가 펼쳐진다.

〈눈송이〉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낯선 나라로 유학을 떠났지만,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점차 희망을 잃어가던 나날. 도망자 혹은 이방인. 자유와 함께 주어진 무거운 꼬리표를 짊어지고 살아가던 중에, 어느 날 오랜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옛 기억이 날아든다.

〈구슬〉
바닥을 나뒹구는 술병들과 여기저기 피어 있는 곰팡이. 폐허나 다름없는 집에서 깨어난 당신은 오늘도 주인 없는 빈방에서 잠든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꿈속에서, 304명의 아이가 나타나 당신에게 검은 구슬 같은 것을 던진다.

〈가출〉
온 거리가 광기에 휩싸였던 어느 축제의 날을 떠올리며, 나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권태로운 집을 나와 강 건너 대도시로 향했다. 성공적인 가출이었다.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기 전까진.

〈폭염〉
열린 창문을 통해 무거운 공기와 함께 네가 테니스 코트에서 공 치는 소리가 교실까지 전해졌다. 소녀들은 매일 별과 같은 존재인 너에 대해 이야기했고, 나 또한 매일 너를 관찰했다. 여름 중에서도 제일 무더운 어느 날 밤, 나는 꿈에서 너를 만나러 간다.

〈청각〉
엄마가 집에 돌아오면 거실 텔레비전에서는 연속극이, 침실에서는 뉴스가, 주방에서는 바로크 음악이, 옹색한 화장실에서는 헤비메탈 음악이 흘러나왔다. 어느 날 더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해방감을 느꼈다.

〈한번은〉
교민들의 연말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우리는 야간열차를 타고 지방으로 향했다. 오래전 당신과의 우연한 첫 만남을 내가 한시도 잊은 적 없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까.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연달아 숫자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얼마 후 당신이 불을 끄고, 나는 어둠 속에서 사방으로 흩날리는 눈을 바라본다.

〈방화광〉
도시가 방치한 건물 꼭대기에서 모두를 관찰하는 한 사람. 가로등과 신호등, 자동차 헤드라이트, 여기저기 위치한 스크린에서 작렬하는 불빛들에 이어 또 다른 불빛이 타오른다. 밤이 순식간에 환하게 밝아진다.


꿈과 환상의 감각이 틈입한 어지러운 현실
방향을 상실한 자들을 호명하는 다른 세계의 목소리

저자 한국화는 한국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하고, 파리 제8대학교에 다니면서 6년 만에 이 소설을 썼다. 모국어가 아닌 제2외국어로 작품을 쓰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도 하지만, 모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먼저 출판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저자가 프랑스 문화비평 잡지 〈디아크리틱〉 인터뷰에서 “모국어의 제약을 벗어나 더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중립적인 영역이 필요했다”라고 밝힌 바와 같이, 언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질적인 감각이 소설에 더욱 독특한 색채를 가미한다.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에 실린 8편의 단편은 현실의 공간 대신 추상적인 세계를 치밀하게 그려내지만, 한편으로 역사적 맥락을 가진 텍스트를 곳곳에 배치하는 등 참여문학의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발굴하는 동시에 꿈의 언어로 현실의 균열을 포착하는 날카로운 시선, 프랑스어를 토대로 세워진 문학 세계에 한국 현대 사회를 향한 비판이 교차하며 깊은 성찰을 불러온다.


해외 서평

상상의 도시와 그 안에 고립된 불투명한 존재들의 초상화.
〈르수아르〉

환상적이면서도 두려운 악몽처럼, 이방인으로 가득한 잿빛 도시를 재현하는 소설.
〈르몽드〉

한국화는 무너진 세상에서 온전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연약한 존재들을 조명한다.
〈디아크리틱〉

간결한 문체로 풍부한 이미지를 그려내 폭넓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
〈도쿄헤드라인〉

작가정보

저자(글) 한국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2014년 파리로 이주, 파리 제8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20년 프랑스에서 소설집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을 출간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도시에 사막이 들어온 날》에 실린 8편의 소설은 모두 프랑스어로 쓰였다. 저자가 프랑스 문화비평 잡지 〈디아크리틱〉 인터뷰에서 “모국어의 제약을 벗어나 더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중립적인 영역이 필요했다”라고 밝힌 바와 같이, 언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질적인 감각과 독특한 소설 세계로 평단과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같은 해 일본에서도 출간되었고 “간결한 문체로 풍부한 이미지를 그려내 폭넓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 등의 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저자는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소설 창작과 번역을 병행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프랑스어로 옮긴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공역)와 한국어로 옮긴 에두아르 르베의 《자살》, 올리비아 로젠탈의 《적대적 상황에서의 생존 메커니즘》 등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학과와 연세대학교 대학원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프랑스 리옹 제2대학교에서 박사 과정 수료 후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엘리자 수아 뒤사팽의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 실뱅 테송의 《눈표범》, 비올렌 위스망의 《나의 카트린》,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엄마를 위하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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