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존엄성 수업
2023년 07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20년 10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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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인간의 존엄성 | 새로 난 이 하나 흔들려 빠진 이 하나
생명의 권리 | 저울로도 잴 수 없는 생명의 가치
평등권 | 흰빛과 검은빛
행복추구권 | 나에게 노래와 잠을 돌려 주세요
신체의 자유 | 거꾸로 걷고 물구나무서서 가고
재판권 | 소크라테스를 사형시키기로 한 500명의 배심원
양심의 자유 | 나는 좋은 사람이니, 나쁜 사람이니?
표현의 자유 | 이해를 못하신 것 같은데 그것은 ‘시’입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 이제부터 아무도 내 일기를 볼 수 없어요
사회권 |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두 가지
아동권 |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동물권 | 푸른 별 지구에 함께 사는 동물 가족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
이 책은 교과서가 아니라 안내서다. 사람을 존중할 수 있도록 스스로 훈련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는 설명서다. 책 제목에 “수업”이 들어있다 하여 지은이가 교사처럼 가르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이 만든 자기만의 교실에서 혼자 공부하는데 종소리 역할이나 기대하는 헛기침 아니면 손짓이다. 이제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도 나이가 꽤 들었기에, 청소년 시절의 나로 돌아가 또래의 여러 친구들에게 생각을 나누자고 보내는 신호다. _ 9쪽
이런 문제도 생각해 보자. 만약 어떤 환자가 암 같은 몹쓸 병에 걸려서 더 이상 살아날 가망이 없이 고통스럽게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이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을 편안하게 죽여 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안락사는 아직 대부분의 나라에서 허용하지 않지만 점점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오래 살아야 할 권리가 있는 만큼 고통 없이 편하게 죽을 권리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엄청난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을 그대로 두어야 할까? 아니면 편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게 도와 주는 것이 옳을까? 판단하기 쉽지 않다. _ 44~45쪽
톰의 어머니가 흑인을 싫어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피부 빛깔에 따라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개인의 취향이라면, 그리고 그것 때문에 사람을 차별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차별이 톰 어머니와 같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나 제도에 의해 일어난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_ 57쪽
예술과 마찬가지로 학문의 세계에서도 가장 두려운 것은 감시와 검열이다. 공부하는 학자나 학생에게 도대체 누가 무엇을 검열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국가나 권력은 자유보다 질서를 좋아한다. 그래서 질서를 유지하는 데 편리하다고 생각하면 어떤 공부는 못하게 하고, 어떤 연구 결과는 발표하는 것을 막기도 한다. _ 159쪽
그런데 동상이 된 왕자가 그곳에서 내려다 본 도시의 모습은 왕궁과는 달랐다. 거리의 구석구석에서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은 궁전 안에서 불행의 그림자조차 느낄 수 없었던 왕자에게는 놀라움이었다. 굶고 있는 아들을 데리고 삯바느질하는 여자, 다락방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글을 쓰는 청년 극작가, 팔려고 가져온 성냥을 모두 흙탕물에 떨어뜨려 버린 어린 소녀의 모습……. 행복한 왕자는 이들을 보고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살아 있을 때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었던 행복한 왕자는 동상이 되어서야 못 가진 사람들의 고통에 눈을 뜬 것이다. _189쪽
한때 흑인을 백인과는 전혀 다른 인간으로 취급한 것이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듯, 동물을 사람과 다르다고 차별하는 것도 편견의 하나다. 그렇다고 동물을 사람과 똑같이 여기라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동물과 함께 지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싸울 수도 있고, 동물을 음식으로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동물들에게는 동물들의 세계가 있고 질서가 있다는 사실이다. 정확하게 알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그 세계와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 식물에게도 사생활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푸른 별 지구는 인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_ 248~249쪽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지켜야 하는 인간 존엄성
한국 사회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발전하면서 ‘인권’ 문제는 점점 더 우리 일상으로 다가왔다.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한때 너무나 당연해 보였던 행위들이 이제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행위가 되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훈육하기 위해 체벌하는 것이 부모나 선생님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되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체벌은 올바르지 않다는 의견에 더 많이 동의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점차 다양한 국가 출신의 국민들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로 변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위한 ‘인권 감수성’이 필요하다.
모든 생명은 존엄성을 갖고 태어난다. 특히 인간에게 있어 ‘존엄성’은 존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표현하는 ‘인권’은 곧 ‘인간의 존엄성’과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이 잠시도 쉬지 않고 바뀌며, 움직이고 변화하는 시대라 할지라도 인간의 존엄성은 견고하고 고유한 가치를 갖는다. “인간이 누려야 할 모든 자유와 권리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인권 변호사 차병직의 《청소년을 위한 존엄성 수업》은 인간에게 마땅히 허용되어야 할 자유와 권리, 즉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하는 ‘권리’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동화와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작품들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논의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화를 통해 쉽게 이해하는 인권의 중요성
저자는 《청소년을 위한 존엄성 수업》의 주제인 인권(人權)을 ‘사람답게’ 사는 삶으로 이야기한다. 그 구체적인 모습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50여 편의 동화(우화)에서 찾고 있다.
여기에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위대한 마법사 오즈》 《라퐁텐 우화》 《말괄량이 삐삐》 《어린 왕자》 같은 외국 작품부터 《몽실언니》 〈꾀꼬리의 노래 주머니〉 같은 남북한 동화까지,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고전에서부터 《해리 포터》 같은 최근작까지 망라하고 있다.(※ 책 말미에는 수록된 작품들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 해설이 실려 있다)
이들 작품들의 명장면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답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 ‘키다리 아저씨’의 편지처럼, “아름다운 세상”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나직한 목소리로 사분사분 들려주고 있다.
글을 읽다보면 아이들에게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맑은 동심의 세계를 떠올리게 해준다. 아름다운 동화의 세상과 맑은 동심의 세계가 바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인권의 이상형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뜻은 무얼까
저자는 인간의 존엄성은 자연스런 생명의 질서에 있다고 여긴다. “자연스런 생명의 질서란 이런 것이 아닐까. 아버지에게서 빠진 이가 아들에게 돋아나듯, 앞서 간 강물의 지나간 자리를 뒤에 따라오는 강물이 채우듯 말이다.”
저자는 죽음이 있기에 도리어 아름다운 인간 존엄의 모습을 동화 《홍당무》에서 찾는다.
“아빠.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어금니가 한 개가 또 났습니다. 아직 어금니가 날 나이가 아닌데, 이것은 분명 조숙한 사랑니입니다. 저는 한 개만 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홍당무 올림
“홍당무야, 네 잇몸에 새 이가 돋아나기 시작할 무렵, 내 이 하나가 흔들리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결국 어제 아침에 빠지고 말았단다. 이렇게 너의 이가 한 개 새로 나면, 나의 이가 한 개 빠진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이의 합계는 언제나 변함없이 똑같은 셈이다.”
-너를 사랑하는 아버지로부터
평등한 세상이란 어떤 모습일까(평등권)
평등권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코커스 경주’에서 평등의 이상형을 본다. 강물에 흠뻑 젖은 도우도우 새가 다른 새와 짐승들에게 몸을 말리기 위해 제안한 ‘모두가 이기는 경주’이다.
“난 코커스 경주를 하면 몸을 빨리 말릴 수 있다고 생각해”
“코커스 경주? 그게 뭔데?”
먼저 도우도우 새는 동그랗게 경주선을 그렸다. 선의 모양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도 한다. 그리고 그 경주선을 따라 모두들 늘어서라고 했다. 그 경기는 출발 신호도 없이 제멋대로 달리다가 자기가 멈추고 싶을 때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이다. 다들 열심히 뒤죽박죽으로 달렸고, 30분 정도 지나자 젖은 몸은 상당히 말라 있었다. 그러자 도우도우 새가 소리쳤다.
“경주 끝!”
“누가 이긴거야?”
“모두 이긴거야. 그러니 모두 상을 받아야지.”
동그란 경주선에서 누구든지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서 멈춰도 불이익은 없고, 결과에 관계없이 똑같이 과자를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것에서 저자는 “이상적인 평등의 상징”을 본다. 그러나 “하지만 현실은 일등부터 꼴찌까지 가리는 일직선의 경주선에 가깝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평등을 찾으려는 사람은 묘지로 가라’는 말이 있다. 죽은 뒤에야 모든 사람이 진정으로 평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고 적고 있다.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행복추구권)
행복권에 대해서 저자는 “행복이란 파랑새처럼 어딘가에 숨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다. 특별히 만들어져 있다가 우리가 간절히 바랄 때 원하는 모양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면 행복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 소녀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낸 편지 한 토막으로 알아본다.
아저씨, 저는 행복의 비결을 발견했어요. 그것은 바로 ‘현재’에 만족하며 한순간 한순간을 보람 있게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과거를 영원히 후회하거나 미래를 막연히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에서 가능한 최대의 보람을 얻는 것입니다. …… 많은 사람들은 삶을 마치 경주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그리고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려고 헉헉거리며 달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 아름답고 조용한 경치는 모두 놓치고 마는 거예요. 경주가 끝날 때쯤에는 자기가 너무 늙었다는 것,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저자는 주디의 편지 속에서 행복은 매순간 “각자가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면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란 점을 환기시키면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스스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이루어낸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그리고 행복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있음을 《해리 포터》의 이야기에 나오는 ‘행복의 거울’에서도 발견한다.
마법사의 학교에 간 주인공 해리가 찾은 그 거울은 누구에게나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을 비춰주는 마법의 거울이다. 자상한 덤블도어 교수는 해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소망의 거울을 보통 거울처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을 들여다보면 항상 바로 자신의 현재 모습만 보이니까.”
비판적 시각에서 동화 읽기
때론 동화라고 무심결에 넘어가는 잘못된 사실도 짚고 있다. ‘재판권’에 소개한 러시아 대문호인 톨스토이가 쓴 우화 〈훌륭한 재판관〉이 그런 예다.
“첫 번째 사건은 학자와 농부가 한 여자를 두고 서로 자기 아내라고 우기는 것이었다. 재판관은 그 여자가 익숙하게 잉크 스탠드를 씻고 새 잉크를 붓는 것을 보고 학자의 아내라고 결정했다.”
저자는 이 이야기가 재판관이 법뿐만 아니라 현명한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누구의 아내인가를 가리는 부분을 보면 당사자인 부인의 자유의사를 부정하고, 여성권을 침해하는 전근대적 사고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법률용어나 딱딱한 주장을 일절 하지 않으면서도 현장에서 인권을 고민하고 실천해온 법조인답게 ‘은근슬쩍’ 보석처럼 중요한 인권에 대한 통찰을 넣고 있다.
“힘으로 목숨을 빼앗는 행위만 생명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의 권리에는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 집을 짓고 다리를 놓는 일도 많은 사람의 생명과 무관하지 않다”
동화보다 혹독한 우리 사회
또한 상상 속 동화의 세계와 비교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이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기간이 19년이었고, 《로빈슨 크루소》가 감옥이나 다름없는 무인도에서 갇혀있던 시간이 27년이나 된다. 그러나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 사람을 무려 44년간 감옥에 가두어 소설보다 더 혹독한 현실을 보여준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도 환기시킨다.
작가정보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구성원 변호사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집행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고려대·이화여대 법과대학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저서로 《사람은 왜 서로 싸울까》 《사람답게 아름답게》 《사건으로 보는 시민운동사》 《단어의 발견》 등을 썼고, 공저로 《지금 다시, 헌법》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등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 《세계사 최대의 전투 : 모스크바 공방전》 등을 번역하기도 했다.
“이 책은 교과서가 아니라 안내서다. 사람을 존중할 수 있도록 스스로 훈련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는 설명서다. 책 제목에 “수업”이 들어있다 하여 지은이가 교사처럼 가르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이 만든 자기만의 교실에서 혼자 공부하는데 종소리 역할이나 기대하는 헛기침 아니면 손짓이다. 이제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도 나이가 꽤 들었기에, 청소년 시절의 나로 돌아가 또래의 여러 친구들에게 생각을 나누자고 보내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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