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인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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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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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러한 『인물지』는 유학의 전통에 서 있다. 공자의 핵심 사상인 ‘지인지감(知人之鑑)’의 원리를 관통한다. 공자가 『논어』에서 던진 숙제 ‘사람을 알아보는 법’을 통치 현장에서 풀어낸 것이다. 『논어』를 비롯한 공자 사상의 본질을 집요하게 좇아온 이한우는 『인물지』를 옮기면서도 그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논어』의 큰 주제의식을 염두에 두고 지인지감의 맥락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실용적 지식을 넘어 사람을 보는 데 대한 깊은 통찰에 이를 것이다. 다른 번역본과 달리 이 책은 『인물지』를 최초로 주해한 유병(劉昞)의 주석을 빠짐없이 실었고 이한우의 역주(譯註)를 덧붙여 이해를 높였다.
1. 유소의 『인물지』란?
2. 뛰어난 신하를 어떻게 알아볼 것인가?
3. 공자의 평생 관심사, 군군신신(君君臣臣)
4. 뛰어난 임금[賢君], 뛰어난 신하[賢臣]가 만나야 한다
5. 덧붙이는 말
자서(自序) - 위(魏)나라 산기상시(散騎常侍) 유소(劉劭) 찬(撰)
제1장 아홉 가지 징후 - 구징 제1(九徵第一)
제2장 성격에 따른 구별 - 체별 제2(體別第二)
제3장 유형에 따른 직분 - 유업 제3(流業第三)
제4장 재질과 이치 - 재리 제4(材理第四)
제5장 재질과 능력 - 재능 제5(材能第五)
제6장 이로움과 해로움 - 이해 제6(利害第六)
제7장 사람을 알아보는 법 - 접식 제7(接識第七)
제8장 영재와 웅재 - 영웅 제8(英雄第八)
제9장 사람을 살피는 여덟 가지 - 팔관 제9(八觀第九)
제10장 사람을 살피는 데서 흔히 저지르는 일곱 가지 잘못 - 칠무 제10(七繆第十)
제11장 사람을 알아보는 효험의 어려움 - 효난 제11(效難第十一)
제12장 다투는 마음을 내려놓아라 - 석쟁 제12(釋爭第十二)
부록1 - 완일(阮逸) 찬(撰)
부록2 - 유소는 누구인가
요(堯)임금은 극명준덕(克明俊德)이라는 칭송을 얻었고 순(舜)임금은 16명의 인재를 얻어 공업을 이룩했다. (은나라를 세운) 탕왕(湯王)은 신(莘) 땅에서 뛰어난 인재를 발탁해 이름을 얻었고 문왕은 위수(渭水) 가에 있던 노인네를 얻어 귀하게 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논하건대 빼어난 이는 자신의 임금다움을 불러일으킴에 있어 누구인들 자신의 귀 밝음과 눈 밝음을 갖고서 사람을 얻는 데 온 노고를 다하고 그들에게 일을 맡겨 부림으로써 평안함을 얻지 않는 자가 있었던가?
[25쪽, 자서(自序)]
그 사람됨이 바탕이나 근본[質本]은 소박하고 평온담백하며[平澹] 내면은 슬기롭고 외면은 명랑하며[中叡外朗] 근육은 강하고 뼈는 단단하며 목소리는 맑고 낯빛은 즐거우며 거동은 단정하고 용모는 곧을 경우 아홉 가지 징후가 다 갖춰지게 되니, 이것이 바로 순수한 다움[純粹之德]이다.{지극한 다움을 갖춘 대인(大人)이 아니고서 그 누가 능히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53쪽, 제1장 아홉 가지 징후]
마음은 평안하고 뜻은 평탄해 무조건 이리로 가야 한다는 것도 없고 무조건 저리로 가면 안 된다는 것도 없으니[無敵無莫]{옳고 그름이란 도리에 달렸으니 이기기를 탐함으로써 유명세를 구해서는 안 된다.} 도리를 얻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과는 세상 경영[經世]과 백성 다스림[理物=治人]에 관해 더불어 논할 수 있다[與論=與議]
[123쪽, 제4장 재질과 이치]
자기와 같은 재질을 가진 사람의 좋은 점은 능히 알아차리지만{본성상 모책을 생각하는 데 장점이 있는 사람은 책략을 잘 꾸미는 사람을 좋게 여긴다.} 간혹 자기와 도량이 다른 사람의 아름다운 점을 놓치곤 한다.{(예를 들면) 법도를 잘 따르는 사람은 비록 아름답기는 해도 결국 모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채택되기는 어렵다.}
[151쪽, 제7장 사람을 알아보는 법]
사람을 잘 알아보는 자는 자기가 직접 본 것을 갖고서 남에게서 들은 것을 바로잡지만{남의 말을 들었더라도 항상 자기 눈으로 그것을 바로잡는다.}, 사람을 잘 볼 줄 모르는 자는 남에게서 들은 것을 갖고서 자기가 직접 본 것을 내팽개친다.{자신이 직접 참된 실상을 보고서도 오히려 자기에 대한 믿음이 약해 그것을 내버린다.}
[219쪽, 제10장 사람을 살피는 데서 흔히 저지르는 일곱 가지 잘못]
군자는 스스로 덜어내는 것이 더해줌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공로가 하나여도 두 가지 찬미를 얻게 되고{스스로 덜어내면 일을 행하는 것이 이뤄지고 명성이 세워진다.}, (반면에) 소인은 자기를 더해줌이 덜어냄이 되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한 번 자랑하다가 (공로와 명예) 두 가지를 아울러 잃게 된다.{스스로 자랑하면 일을 행하는 것이 허물어지고 명성이 손상당한다.}
[281쪽, 제12장 다투는 마음을 내려놓아라]
『인물지』의 깊이를 더하다
단순 번역을 넘어 『인물지』와 『논어』의 일관된 흐름을 찾다
이한우는 고전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제시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주희식 교조적 해석과 역사적 맥락에 묻혀 텍스트 자체의 본질이 훼손된 『논어』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복원하는 연구를 제시하는가 하면, 운명을 점치는 점술서로 폄하된 『주역』에 대해 ‘제왕의 리더십 교과서’로 재평가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한우의 설원』(상하권, 21세기북스)을 통해 기존에 이야기 모음집으로 인식되어온 『설원』을 『논어』와 관련지어 해석했다.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그 뒤를 이어서 또 다른 고전 번역을 내놓았다. 그 대상은 유소의 『인물지』이다.
이한우는 “제대로 이해된 공자적 입장에서 보자면 유소는 철저한 공자 사상 계승자”라고 말한다. 공자가 가르친 사람 보는 법, 즉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왜 그렇게 했는지를 살피고, 무엇을 편안해하는지를 꿰뚫어 보라”라는 시관찰(視觀察) 3단계를 심화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용(中庸)을 갖춘 사람을 최고로 평가하고 불벌(不伐)을 결론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인물지』는 철저하게 공자적인 사고를 수용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공자 유학의 본령에서 지인지감의 가르침을 염두에 두고 『인물지』를 읽어나간다면, 더 깊고 입체적인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쓸 것인가?’ 사람을 알아보는 12가지 방법
뛰어난 임금이 뛰어난 신하를 만나 뛰어난 치세를 이룬다!
『인물지』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고 잘 쓰는 원칙을 12가지로 설명한다. 먼저 사람의 내면이 겉으로 드러나는 9가지 징후인 구징(九徵)을 제시한다. 그리고 성격에 따른 구분인 체별(體別), 유형에 따른 직분인 유업(流業)을 말한다. 탁월한 인재와 한 분야에 뛰어난 사람을 구분한 재리(材理), 인재의 역량 파악과 배치를 다룬 재능(材能), 인재를 쓸 때의 고려할 이로움과 해로움에 대한 이해(利害), 사람 알아보는 법을 다룬 접식(接識), 큰일을 해내는 큰 인물인 영웅과 웅재에 관한 영웅(英雄)이 이어진다. 그리고 사람을 살피는 여덟 가지 방법인 팔관(八觀), 인재를 감별할 때 흔히 범하는 일곱 가지 오류 칠무(七繆), 사람을 알아보기 어려운 이유를 다룬 효난(效難)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성숙한 인재의 조건으로 석쟁(釋爭)을 제시한다.
『인물지』의 이상은 『논어』의 이상과 다르지 않다. 임금다운 임금, 신하다운 신하가 협력하여 처한 상황에 맞게 그에 가장 마땅한 도리를 찾아내 일을 풀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물지』가 말하는 임금과 신하의 모범은 무엇일까? 『인물지』가 말하는 최고의 제왕은 요(堯)임금이다. 그는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싶은 사욕을 버리고, 백성을 편안하게 해줄, 가장 뛰어난 사람인 순(舜)임금을 찾아내어 그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요임금은 사람을 알아보는 밝은 눈을 가진 리더였다. 그리고 최고의 신하는 중용(中庸)과 불벌(不伐)의 미덕을 갖춘 사람이다. 이런 인재는 용기와 능력을 갖추었으되 겸손을 잃지 않는다. 『인물지』는 책 전체의 결론을 제시하듯 이렇게 끝맺는다. “크게 공로가 없으면서도 스스로 뽐내는 것이 맨 아래 등급이고, 공로가 있다 해서 그것을 자랑하는 것이 중간 등급이며, 공로가 큰 데도 자랑하지 않는 것이 맨 위 등급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이한우 저자의 책
『이한우의 설원』(전 2권), 『이한우의 태종 이방원』(전 2권), 『이한우의 태종실록』(전 19권), 『이한우의 주역』(전 3권), 『완역 한서』(전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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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 석사 및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뉴스위크 한국판〉과 〈문화일보〉를 거쳐 1994년부터 〈조선일보〉 기자로 일했고 2002~2003년에는 논설위원, 2014~2015년에는 문화부장을 지냈다. 2001년까지는 주로 영어권과 독일어권 철학책을 번역했고, 이후 『조선왕조실록』을 탐색하며 『이한우의 군주열전』(전 6권)을 비롯해 조선사를 조명한 책들을 쓰는 한편, 2012년부터는 『논어로 논어를 풀다』 등 동양 사상의 고전을 규명하고 번역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해오고 있다. 2016년부터는 논어등반학교를 만들어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약 5년에 걸쳐 『이한우의 태종실록』(전 19권)을 완역했으며, 그 외 대표 저서 및 역서로는 『이한우의 설원』(전 2권), 『이한우의 태종 이방원』(전 2권). 『이한우의 주역』(전 3권), 『완역 한서』(전 10권), 『이한우의 사서삼경』(전 4권), 『대학연의』(상·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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