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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의 탄생(장애인 접근성 강화 도서)

하늘에서 찾은 입자로 원자핵의 비밀을 풀다
김현철 지음
계단

2023년 07월 10일 출간

종이책 : 2021년 07월 1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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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1.46MB)
ISBN 978899824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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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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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우라늄이라는 돌멩이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광선은 20세기를 원자의 세기로 만들었다. 원자핵을 찾아내고, 원자핵의 구조를 밝혀내고, 더 나아가 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 강력을 찾아내는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
시작은 방사선이었고, 핵심은 중성자였다. 전자가 발견되고 원자핵이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었다. 1932년에 중성자가 발견되자 커다란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어떻게 그 좁은 핵 안에 함께 있을 수 있을까? 이제껏 알려진 중력이나 전자기력으로는 이 사실을 설명할 수 없었다. 핵 안의 입자들을 묶어 놓으려면 중력이나 전자기력보다 훨씬 강한 힘이 필요했다. 많은 사람들이 핵자를 묶어주는 핵력을 찾아 나섰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했다. 중력보다 세고 전자기력보다 강한 그 힘은, 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이었다. 강력은 완전히 새로운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 냈고, 외계에서 쏟아지는 우주선에서 그 힘을 입증할 입자를 찾아내면서 그 실체를 인정받았다. 방사선에서 시작된 강력의 여정이 1947년 파이온의 발견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강력은 자신의 강한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강력은 원자폭탄과 원자력 발전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고, 우리에게 두려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신비의 존재가 되었다.
원자의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의 탄생 과정에는 수많은 과학자의 끈질긴 노력과 놀라운 통찰이 함께 했다. 수학적 대칭의 아름다움을 끝까지 밀어붙여 양자역학을 완성한 폴 디랙, 존재하지 않는 입자를 가정해 핵자들 사이의 힘을 예측한 유카와 히데키, 이온을 만들어내는 방사선의 특성을 이용해 측정 장치를 만들고 획기적인 실험을 설계한 어니스트 러더퍼드, 한스 가이거와 찰스 윌슨, 패트릭 블래킷과 브루노 로시, 그리고 마침내 파이온을 찾아내 강력을 실증한 세실 파월까지. 이론과 실험의 다양한 영역에서 ‘강력의 탄생’을 만들어낸 과학자들의 놀라운 역사가 이 책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들어가며
1장 여정의 시작
4대에 걸친 물리학자 집안 / 엑스선의 발견 / 불온한 원자 / 방사선의 발견 / 마리아 스크워도프스카 / 피에르 퀴리와의 만남 / 한발 늦게 발견한 토륨 / 폴로늄의 발견 / 라듐의 발견 / 노벨상을 받다 / 피에르의 죽음 / 두 번째 노벨상
2장 원자 속으로
캐번디시 연구소 / 맥길로 간 러더퍼드 / 프레더릭 소디 / 맨체스터 대학으로 / 한스 가이거와 알파입자 / 원자핵의 발견 / 원자 속으로 들어가는 길
3장 물리학자, 하늘을 보다
공기는 전기를 띠고 있다 / 테오도르 불프와 알베르트 고켈 / 프란츠 엑스너와 빈 라듐 연구소 / 빅토르 헤스 / 1912년 8월 7일 / 베르너 콜회르스터의 검증 / 밀리컨이 인정한 우주선 / 잊혀진 물리학자, 도메니코 파치니 / 밀리컨과 플레처
4장 안개 상자
고독한 물리학자 / 안개 상자 / 안개 상자와 자기장 / 발터 보테 / 동시 방법 / 우주선의 위도 효과 / 브루노 로시 / 우주선의 동서 효과
5장 디랙의 바다
조용한 물리학자 / 카피차 클럽 / 양자역학의 탄생 / 디랙 방정식 / 디랙의 바다 / 첫 번째 예언
6장 기적의 해
스코벨친이 찾아낸 궤적 / 칼 데이비드 앤더슨 / 양전자를 발견하다 / 패트릭 블래킷 / 주세페 오키알리니 / 쌍생성의 발견 / 진공의 참모습
7장 중성자의 발견
제임스 채드윅 / 러더퍼드를 만나다 / 베타선의 이상한 에너지 분포 / 제1차 세계 대전 / 원자량과 원자번호 / 중성자의 발견 / 핵물리학의 시작 / 거인의 죽음
8장 강력을 찾아서
일본 물리학의 시작 / 나가오카 한타로 / 니시나 요시오 / 코펜하겐 정신 / 클라인-니시나 공식 / 일본으로 돌아온 니시나 / 니시나 선생 / 위기의 에너지 보존 법칙 / 파울리, 중성미자를 제안하다 / 페르미의 베타 붕괴 이론 / 강력을 찾아서
9장 강력의 탄생
양자장론, 고전물리학과 영원한 결별 / 게이지 이론과 양자전기역학 / 교토 사람 유카와 히데키 / 하이젠베르크의 원자핵 모형 / 에토레 마요라나 / 강력을 향한 발걸음 / 새로운 입자가 필요하다 / 강력의 탄생
10장 혼돈을 헤치고
전자보다 무겁지만 양성자보다 가벼운 / 새로운 입자 메조트론 / 반갑지 않은 새로운 입자 / 메조트론은 유카와 입자인가 / 유카와의 메존 / 독일 물리학의 몰락 / 전쟁과 물리학자 / 메조트론의 붕괴 / 망명객 로시 / 비아 파니스페르나의 아이들 / 세 명의 이탈리아인이 찍은 마침표
11장 예언의 적중
마리에타 블라우 / 새로운 검출기, 감광유제 / 나치에 막힌 연구의 꿈 / 세실 파월 / 향상된 감광유제 / 새로운 발견의 전조 / 파이온의 발견 / 셸터 아일랜드 학회 / 두 개의 메존 / 완벽한 증거 / 전하가 없는 파이온 / 뮤온과 파이온

나가며
참고문헌
찾아보기

마리는 우선 U-선이 나오는 우라늄부터 살폈다. 그리고 그녀는 우라늄에 관해 무척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아냈다. 우라늄염은 우라늄이 어떤 원소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화학적 성질과 물리적 특성이 무척 달랐다. …… 그런데 U-선의 세기는 오직 우라늄이 해당 물질에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에만 의존했다. 이 사실은 우라늄에서 나오는 U-선은 오직 우라늄과 관련이 있지, 우라늄의 물리적 또는 화학적 성질과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발견은 매우 중요했다. U-선은 우라늄이 들어 있는 화합물의 특성이 아니라 우라늄 원자와 관련된 현상이었던 것이다. …… 베크렐은 단지 U-선의 존재를 발견했을 뿐이지만, 마리는 U-선의 의미를 꿰뚫어 봤다.
_34~35쪽

처음에는 아무 전하도 없는데, 양전자만 달랑 생겨날 수는 없는 법이다. 처음이나 나중이나 전하는 늘 같아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양전자가 생겼다면, 전하가 반대인 전자도 반드시 생겨나야 했다. (…) 전자와 양전자가 같이 생겨나는 현상인 쌍생성은 디랙 자신이 세운 바다 이론에서 이미 설명했다. 그러니까 채드윅, 블래킷, 오키알리니는 디랙의 바다에서 튀어 올라 뭍으로 나온 전자와 그 빈자리에 남은 양전자를 동시에 본 것이었다. 전자가 떠나면서 남은 자리, 그게 양전자였다. 앤더슨이 관찰했던, 납판을 통과해 위로 올라와 자기장에 의해 휘던 입자는 쌍생성으로 생겨난 양전자였다.
디랙이 자신의 방정식에서 나오는 이상한 해를 변명하려고 고안한 ‘디랙의 바다’는 옳았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전자의 질량보다 에너지가 두 배 이상인 감마선이 물질을 통과하면, 그 에너지가 입자로 바뀌면서 전자와 양전자가 생겨난다. 디랙이 예언한 그대로였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이론으로 먼저 입자의 존재를 예측하고, 실험으로 그 존재를 확인한 사건이었다.
__210쪽

채드윅이 중성자를 발견한 1932년은 핵물리학이라는 학문이 시작된 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중성자의 발견은 핵물학을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누는 것과 다름없었다. 러더퍼드가 문을 연 핵물리학은 채드윅 덕분에 동력을 얻었다. 중성자는 질량은 양성자와 같지만 전하가 없으니, 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고, 핵의 전기적 장벽이 진로를 가로막지도 않았다. 이런 놀라운 투과력은 핵을 조사하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었다. 핵물리학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학문이었다. 핵은 오직 두 가지, 양성자와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양성자와 중성자가 어떻게 핵을 이루는지, 중성자는 도대체 무엇인지, 오히려 답해야 할 질문이 한층 늘어난 셈이었다.
_ 244쪽

닐스보어 연구소에는 ‘코펜하겐 정신’이라는 것이 있었다. 물리학에 관해서는 유명한 교수든 공부를 막 시작한 대학원생이든 그 누구라도 보어를 비롯한 연구소의 모든 사람과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었다. 1925 년 괴팅겐에서 시작된 양자역학 혁명은 코펜하겐에 이르러 완성되었다. 양자역학의 근간이 되는 코펜하겐 해석은 이곳 닐스보어 연구소에서 나왔다.
_256쪽

하이젠베르크는 수소 원자가 서로를 끌어당겨 수소 분자를 형성 한다는 발터 하이틀러와 프리츠 론돈의 이론을 떠올렸다. 그 이론에서 중요한 것은 전자기력이 아니라 양성자의 스핀과 파울리의 배타 원리였다. 이 두 가지 때문에 양성자와 양성자가 서로 위치를 바꿀 때마다 파동함수의 부호가 바뀌었다. 양자역학적인 이 특성이 수소 원자 두 개가 어떻게 수소 분자를 이루는지 설명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하이틀러와 론돈은 이 힘을 ‘교환 힘(exchange interaction)’이라고 불렀다. 하이젠베르크는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에도 이런 교환 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_300쪽

마요라나에게 중요한 건 단순함이었다. 그에게 단순함이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은 알렉산드로스의 검이었고, 오캄의 면도날이었다. 하이젠베르크가 제 안한 힘이 난삽하다고 여긴 그는 중성자와 양성자 사이의 힘은 둘의 위치가 바뀌어도 그대로 있지만, 스핀이 바뀔 때는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 힘을 ‘마요라나의 교환 힘’이라고 부른다. 양성자와 중성자의 스핀 방향이 반대면 서로 끌어당기고 같으면 밀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요라나도 하이젠베르크처럼, 중성자 사이에는 서로 힘이 작용하지 않고, 양성자 사이에는 전하가 같아서 생기는 척력밖에 없다고 여겼다. 마요라나는 이 아이디어를 이용해 헬륨에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단단히 묶여있는데, 양성자 하나와 중성자 하나로 된 중양자에는 그 둘이 왜 느슨하게 묶여있는지 잘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요라나의 힘도 원천적으로 강력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_304쪽

유카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전하를 띤 입자는 광자를 주고받으며 힘을 전달한다는 양자전기역학 이론을 도입해 하이젠베르크의 모형을 확장했다. 유카와는 중성자와 양성자 사이의 힘은 전자가 매개한다고 가정하고 모형을 세웠다. 이 둘 사이의 힘은 전자의 질량에 따라 거리가 커지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유카와가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의 힘이 전자에 의해 매개된다고 생각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핵력과 베타 붕괴를 동시에 설명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물리학자들이 약력과 강력을 구분하지 못할 때였지만, 유카와의 이 생각은 대담하기 그지없었다.
_306쪽

이제 자연에 존재하는 네 개의 힘을 다 찾아낸 셈이었다. 뉴턴에서 시작해 아인슈타인이 완벽하게 설명한 중력과, 패러데이와 맥스웰을 거쳐 양자전기역학까지 나아간 전자기력에, 페르미가 양자장론을 이용해 설명한 베타 붕괴 이론은 약력이라는 새로운 힘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유카와가 강력을 설명하며 예언한 파이온이 발견되면서 물리학을 받치고 있는 네 개의 기둥을 모두 찾아냈다. 이로써 현대물리학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_401~402쪽

도대체 강력이 뭘까
쇠구슬 여러 개를 손에 꼭 쥐었다 한 번 펴보자. 구슬이 손에서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이런 경험도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아이들 장난감이 고장 나 이리저리 만지다 보면 어느 순간 쇠구슬이 우르르 떨어질 때가 있다. 베어링 안에 있던 쇠구슬이 빠져나온 것이다. 기름이 발려 있어서인지 끈적끈적한 구슬 몇 개는 덕지덕지 뭉쳐 있기도 하다. 물티슈로 잘 닦아내면 그제야 서로 떨어져 데구르르 굴러간다. 쇠구슬이 자석이 아니다 보니 기름만 닦아내면 그냥 유리구슬이랑 똑같다. 그래서인지 한데 모아놓을 수가 없다.
중학생이면 누구나 원자론을 배운다. 지금도 원자의 한가운데에 핵이 있고,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는 보어 모형을 자주 접한다. 조금 더 나가면,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양성자는 양의 전하를, 중성자는 전기를 띠고 있지 않다는 내용을 배운다. 사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 대목을 배울 때 양성자와 중성자가 어떻게 붙어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해야 했다. 아니, 자석으로 만든 쇠구슬도 아니고, 어떻게 전기를 띠지 않은 구슬이 서로 붙어 있을 수 있는 거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크게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고,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외우고 또 외웠다.
아마 학생들이 뭔가 이상하다 느낀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나서였을 것이다. 중력을 배우고 전자기력도 배우고 나니, 아니 핵 안의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 놓는 것은 도대체 뭐지, 양성자와 양성자는 같은 전기를 띠니까 서로 밀칠 것이고, 양성자와 중성자는 전기가 없으니 서로 붙을 수가 없을 텐데, 도대체 뭐가 이들을 묶어 놓는 거지? 자전거 베어링 구슬의 끈적이는 기름 같은 것이라도 들어 있는 걸까? 그렇다면 실제 이 힘의 근원은 뭘까?
19세기 말 방사선의 발견은 인간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다. 그전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던 극미의 세계에는 우주의 본질이 담겨 있었다. 뢴트겐이 찾아낸 엑스선, 베크렐과 퀴리가 찾아낸 방사선은 원자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열어 주었다. 이제 사람들에게 방사선이라는 도구가 주어졌다. 사람들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기발한 실험과 독특한 발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의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양자역학이 토대를 만들고 양성자와 중성자가 발견되면서 이제 관심의 폭이 원자핵까지 넓어졌다.

하늘에서 찾은 입자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면 중력이 작용해서라고 말한다. 지구와 태양이 서로 멀어지지 않고 돌고 있는 것도 중력 때문이라고 한다. 자석과 자석을 서로 갖다 대면 달라붙거나 밀쳐 낸다. 음극에서 나온 전자가 나와 양극으로 달려가며 전기가 흐른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전자기력이다. 그런데 중력이나 전자기력은 도대체 어떻게 작용하는 걸까? 그냥 멀리 떨어져 있어도 물체 간에 서로 힘을 주고받는 걸까? 중간에 힘을 전달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우리는 힘의 크기가 얼마이고, 어느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수많은 계산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지만, 실제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혹은 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핵의 기본입자들을 묶어주는 강력에는 힘을 전달하는 입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카와 히데키는 핵자 사이의 힘을 설명하기 위해 1935년에 가상의 입자를 도입했고, 그 후 십여 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의 부단한 실험과 연구 끝에 하늘에서 쏟아지는 방사선에서 이 입자가 발견되면서 강력은 그 실체를 인정받게 되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방사선에는 우주선(cosmic rays)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19세기 말에 우라늄이 섞인 암석에서 방사선이 발견되자, 대기에 존재하는 방사선은 모두 지표의 암석이나 토양에서 유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하나둘 관측되기 시작했다. 하늘로 올라가도 대기 중의 방사선 양이 크게 줄지 않았던 것이다. 지표에서 방사선이 나온다면 하늘로 높이 올라갈수록 방사선이 급격하게 줄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지각 외 다른 어딘가에서 방사선이 나온다는 생각이 퍼져갔다.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걸까? 여러 사람이 기구를 타고 하늘로 수 킬로미터를 올라가 측정을 거듭했다. 결국 수년간의 실험 끝에 대기권 바깥에서 방사선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가설 말고는 다른 방법으로 대기 중의 방사선을 설명할 수 없게 되자, 외계에서 오는 방사선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우주선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우주선은 입자가속기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까지 원자핵의 구조와 입자의 비밀을 알려주는 주요한 수단이었다. 강력의 탄생을 알린 파이온도 바로 이 우주선에서 발견된다.

원자핵의 비밀을 밝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중성자의 발견으로 비롯된 핵의 구조를 유카와가 가상의 입자를 도입해 설명하고, 세실 파월이 우주선에서 그 입자를 실제 발견해내는 과정이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 있다. 가장 간단한 수소 원자의 핵은 양성자 하나뿐이다. 여기에 양성자 하나가 더 붙어 양성자만 두 개 있는 원자핵이 있을까? 아쉽게도 자연계에 그런 원소는 없다. 양성자가 두 개 있는 헬륨의 핵에는 양성자의 수만큼 중성자가 있어, 양성자 둘 그리고 중성자 둘, 이렇게 네 개의 핵자로 핵이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핵자 두 개로 이루어진 가장 간단한 원자핵은 양성자 하나와 중성자 하나로 이루어진 중수소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양성자 하나와 중성자 하나로 된 핵은 있지만, 양성자 두 개만으로 된 핵도 없고, 중성자 두 개만으로 된 핵도 없는 것이다. 일본의 유카와는 바로 양성자와 중성자가 한데 모여 있는 원자핵의 구조를 가상의 입자를 도입해 설명해 냈다. ‘중간자’라고도 불리는 메존을 생각해낸 것이다.
유카와가 핵자 간의 힘을 설명하는 메존 이론을 내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칼 앤더슨은 메조트론이라는 입자를 우주선에서 찾아냈다. 메조트론은 유카와가 제안한 메존과 질량이 비슷했다. 메조트론이 바로 메존이라는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메조트론은 유카와가 제안한 입자보다 훨씬 수명이 길었다. 유카와 입자는 핵과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수명이 매우 짧아야 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핵력을 설명하는 입자가 발견되어 무척 기뻤지만, 환희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고, 과학자들은 또 다시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 혼돈은 곧 질서로 바뀌었고, ‘강력의 탄생’이라는 핵력의 첫 번째 모습을 드러낸다.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자신만의 이론으로 얘기하고 싶은 과학자의 야망은 이렇게 새로운 과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자연이 보여주는 수많은 현상 중에서 실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 골라내 그 안에 숨겨진 연결 고리를 꿰뚫어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이론을 추인하고 과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과학의 또 다를 기제일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가 극적이라면, 바로 이 대목에서 드라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카와의 새로운 이론과 우주선을 이용한 다양한 실험들이 마치 롤러코스터라도 탄 듯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결국 자연의 비밀을 한 꺼풀 벗겨내는 놀라운 드라마의 절정을 이 책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

과학자는 어떤 사람인가
이 책에는 수많은 과학자가 나온다. 그들의 말과 글, 실험과 논문이 이뤄낸 발전의 궤적이 잘 드러나 있다. 흔히들 과학자는 객관적 사실을 말한다고 한다. 근거가 확실하고 이해 관계에 따라 말이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람이다. 사실 과학자에 대한 이런 평가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과학자를 위인으로, 영웅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우리가 객관적이라는 과학의 특성을 과학자에게 투사한 것이라고 봐야 할까?
주위를 한 번 둘러보자. 우리 옆에 있는 수많은 연구원과 교수와 기술자는 모두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냥 이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로 과학자의 활동이다. 이런 일상의 작은 생각과 활동이 모여 과학자는 과학을 하고, 법률가는 법을 만들고, 벽돌공은 집을 짓는다. 물론 어렵고 힘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사람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업적을 치하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지만, 그 사람들을 사물의 원리를 꿰뚫는 천재이면서, 거기에 더해 도덕적인 성인군자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 책에 나오는 과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돈과 명예, 지위와 권력을 원하는 것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다. 분명 많은 과학자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다.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훌륭한 과학자지만, 돈과 명예, 권력 앞에서는 그렇지 못했던 과학자가 있었다. 이 책에 여러 차례 나오는 로버트 밀리컨이 바로 그런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과도한 명예욕에 사로잡혀 제자의 학문적 성취를 가로챘다. 기름방울 실험으로 기본 전하량을 밝혀낸 업적을 단독 발견으로 하고 싶은 욕심을 조절하지 못했다. 과연 우리는 그의 놀라운 업적과 그의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에서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익히 들어온 유명한 과학자들 외에 탁월한 연구를 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아쉽게 사라진 과학자들을 비중 있게 다룬다. 로버트 밀리컨보다 먼저 우주선의 기원이 외계라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지만, 당시 이탈리아라는 변방의 과학자라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묻혀 버린 도메니코 파치니나, 우주선의 연구 수단으로 원자핵 건판이라는 놀라운 실험 도구를 찾아냈지만 여성이면서 유대인이라는 이중의 제약 속에 조국 오스트리아를 떠나 전 세계를 떠돌아야 했던 마리에타 블라우와 같은 ‘잊힌 과학자’를 집중 조명한다. 자신들의 연구 업적을 여러 이유로 인정받을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들 역시 기립 박수를 받는 스타 과학자 이면의 쓸쓸한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 역시 이런 모습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아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현철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인하대 물리학과에서 학부와 석사 학위를 마치고 독일 본 대학에서 핵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에 부산대에 교수로 부임했고, 2008년부터는 인하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하고 있다.
원래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어쩌다 시작한 물리학이 시만큼이나 매력적이라는 걸 깨닫고는 평생을 물리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독일의 보훔 대학, 미국의 코네티컷 대학, 일본의 오사카 대학과 이화학 연구소, 원자력 연구센터의 고등과학연구소 등에서 연구했고, 양성자의 구조, 펜타쿼크처럼 별난 강입자, 무거운 쿼크가 들어 있는 강입자, 강입자의 토모그래피와 생성 과정, 비섭동 양자색역학의 응용에 관해 180여 편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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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강력의 탄생(장애인 접근성 강화 도서)
    하늘에서 찾은 입자로 원자핵의 비밀을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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