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망토

개정판

서혜진 지음

스타나무미디어 2023년 07월 03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 23'년 개정판에서는 큰 플롯은 그대로 두고, 내용과 문구를 대폭 수정했다!
- 그래서 더 술술 읽히고, 더 재밌다!
- 주인공 동희가 투명 망토를 얻게 되고부터 사건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 동희가 투명 망토를 벗을 수 있었던 까닭은?
- 정말 해피엔딩?
- 8월 24일자로 조금 더 수정했어요!

- 프롤로그 중:

이 이야기는 실화에 바탕하지 않은 서사적 허구다. 그렇지만 여느 소설처럼 현실에 바탕하고 있다. 수억 년의 시간이 흘러 드넓은 은하계에서 ‘떠돌다가 지친’ 입자는 문득 모여 성간운을 뭉게뭉게 이뤘다. ‘여기가 살기 좋다’고 소문이라도 난 듯 빽빽하게 밀려든 성간운은 끌어당긴 끝에 동그랗게 수축돼 원시별로 태어났다. 하염없이 시간이 지나자 원시별은 별 또는 행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려면 원시별은 발 디딜 틈 없이 밀집돼 무지막지한 열을 발생시켜 중력 수축이 정지하고 폭탄처럼 낡은 껍질을 터트려 버려야 했다. 응집력과 열정이 약해져 수소 핵융합 반응이 시들해 식어버리면 행성으로 생존했다.

다시 태어난 원시별 중 태양은 스스럼없이 불타올라 태평양까지 푸른빛을 반사했다. 미지의 공간에서 불어온 바람은 내심 저항하는 바다를 일렁이게 했다. 파도는 콘크리트 사발이가 얼키설키 둘러싼 방파제에 부딪혀 하얀 물거품이 돼 사라지고 저멀리서 다시 나타났다. 새빨간 등대가 방파제 끄트머리에 나지막이 세워져 수평선에 유유히 떠도는 어선과 화물선의 길을 안내했다. 갈매기 떼는 거센 바람에 맞서 날개를 퍼덕이며 부두에 정착된 선박에서 맞은편 마을로 향했다.

해당화 마을은 푸른 바다를 앞에 두고, 녹음이 우거진 동산을 뒤에 둔 원시별이었다. 백년 전부터 ‘여기가 살기 좋다’고 모였던 마을은 이제 완전히 식어버리기 전 마지막 자태를 뒤틀어 짜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으로 아롱진 주택은 도시로 달아난 청춘들의 그림자로 얼룩덜룩했다. 맞잡은 골목에는 야생 고양이가 버티고 누워 소형차 한 대가 겨우 드나들 만했다.

선착장 가까이 펼쳐진 야외 장터는 원시별을 가까스로 호흡하게 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각종 생선은 물론이고 덕장에서 말린 오징어와 황태, 짠내로 기른 밭 채소와 작고 큰 낚시도구가 거래되었다. 그 옆에는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이 졸졸이 발붙이고 있었다. 방앗간이 불쑥 튀어나온 슈퍼마켓 옆에는 트럭을 주차할 수 있는 사우나 건물과 1층에는 편의점, 2층은 각종과 진료 의원, 그리고 3층에 치과가 들어선 모던한 건물이 위치했다. 조촐한 면사무소를 지나면 허름한 주유소와 버드나무 줄기가 평상까지 늘어뜨려진 면파출소 사이에 ‘재개발추진위원회 사무실’ 현수막이 벽면에 펄럭대는 우체국이 자리잡았다.

시리우스를 품은 홍자색 해당화가 빛나는 뒷동산 아래에는 40년은 더 돼 보이는 빌라 옆 무지개 중학교가 휑뎅그렁하게 서 있었다. 모래 운동장에는 그네와 농구대, 그리고 철봉이 삭막함을 달랬지만 정리가 안 된 잡풀은 폐교 위기를 가늠케 했다.

바다가 에워싼 해당화 마을이 차갑게 식어버린 행성이 되기로 작정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빛을 내는 별로 다시 태어날지. 그럴듯해서 더 투명한 이야기의 포문이 드디어 열린다.

- 이 소설에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실생활을 생생히 묘사하고, 사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다수의 비속어와 폭력적 장면이 묘사되어 있으므로, 15세 이상이 읽는 것이 적합하다. 만약 그 이하 나이의 청소년이 이 책을 읽을 경우에는 부모 또는 교사를 포함한 보호자의 조언이 필요할 수 있다. (작가 권고 사항) -

목차

프롤로그 2
인물관계도 6
차례 9
1부 [사라진 용의자] 13
나머지 반 14
휴대폰 20
테트라포드 25
투명 망토 28
용의자 37
조사 40
투명 46
농어 53
빌라 59
실종 66
징계 74
개학 78
인어 85
양아치 89
방임 94
전학생 103
2부 [또 다른 용의자] 116
수첩 117
아이 128
저주받은 능력 131
소개 135
아리랑타령 138
애린 142
전화 144
뒷동산 148
부추전 151
상담 161
폐교 169
눈썹 173
게임 중독? 178
안경 188
눈빛 193
재개발 197
정질과 효주의 꿈 207
운동장 214
신청서 218
흡혈귀 224
3부 [빌런] 235
저주 236
먹구름 252
스마트 패드 257
학폭 269
취조 275
스튜디오 279
식당 281
괴물 286
수학 시간 289
아시아코끼리 306
해린의 꿈 320
춘식의 얼굴 334
차원 343
그네 355
결심 360
절규 367
범희 371
방법 375
DNA 379
해린을 찾아라! 382
편의점 402
잠복근무 413
연습 422
해고 431
고백 437
각성 444
비밀 449
최종 빌런 453
증거 461
별 464
자전거 대회 469
에필로그 477
기형사 노트 (’22) 479
문학 시리즈 480

책 속으로

1부의 1장 ===== 나머지 반 (***비속어 주의!)

추석 연휴가 막 끝난 9월 13일 화요일의 오후였다. 바다를 뒤덮은 희뿌연 안개가 무지개 중학교 모래 운동장까지 내려앉았다.

“여기서 X가 자연수라면 답은 하나일 테고, 정수라면 몇 가지 가정이 가능하지.”

우락부락한 덩치 아래 자주색 체육복을 꾸겨 입은 불곰은 상기된 얼굴로 칠판을 쾅쾅 두드렸다. 책상에 엎드려 있던 동희는 뺨에 덕지덕지 묻은 침을 손등으로 슥 닦으며 일어났다. 책상 아래로 있는 힘껏 팔을 뻗어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던 범재와 진학은 시치미를 떼고 교실을 두리번거렸다.

“그래. 이번 학기에도 너희만 나머지 반이라서 다행이야. 도시로 하나둘 떠나서 이제 딱 다섯 명 남았는데, 두 명 빼고 셋 다 나머지 반이라서 참 다행이다. 그치?”

불곰은 가늘게 눈을 뜨고, 썩은 청어 눈알 여섯 개를 뚫을 듯 하나씩 노려봤다. 나머지 반 준비로 밤을 꼴딱 새운 것에 비해 영 신통치 않은 피드백 때문이랄까?

“Nope! 2학기에 전학 온 추해린 포함 여섯 명이죠! 다른 쌤들 다 그만둬 버려서 체육까지 맡으셨다고 아무렴, 수학쌤이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초딩도 푼다는 사칙 연산을 틀리시면 안 되죠? 히히히!”

범재는 연한 녹색 운동화를 구겨 신은 다리를 덜덜 떨며 거친 저음을 객쩍게 울렸다.

“아!!! 그래서 참 똑똑한 밥가들은 고등학교는 어디로 가시려나?”

결석한 해린을 뺀 수식을 지적당하자 불곰은 성대를 조이며 다른 주제로 넌지시 넘어갔다.

“쌤! 자꾸 잔소리만 하시니까 더 하기 싫어요!”

범재는 지지 않고 고수머리를 쓰다듬으며, 불곰의 약을 바짝바짝 올렸다.

“아이씨! 조금만 더하면 투명 망토 아이템 얻을 수 있었는데.”

자주색 체육복 위에 스산한 남색 재킷을 걸친 진학이 짙은 남색 운동화를 바닥에 탁탁 부딪히며 툴툴거렸다. 진학은 수학 교과서 위에 휴대폰을 툭 놓았다.

“왜? 아하. 아, 띠발! 기생수 새끼가 더럽게 눈 안 깔아? 네 저주받은 가짜 팔 대롱거리는 할배처럼 가짜 눈이 끔뻑하게 만들어 줄까?”

범재는 진학의 검정 뿔테안경 너머로 눈치를 살피더니

곧바로 동희에게 시선을 옮겼다. 또래보다 작은 동희가 진학의 휴대폰을 꼼짝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야! 너! 친구한테 뭔 말을 그렇게 하니?”

불곰은 약점을 노렸던 맹수처럼 범재를 쏘아붙였다.

“아이씨! 이따위 수업!”

진학은 불곰이 들으라는 듯 변성기가 강타한 쉰 목소리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띠발! 눈 깔아라고! 저주나 옮기지 말고!”

범재는 곧이어 일어나더니 동희가 앉은 의자를 발로 퍽 찼다. 동희는 앉은 그대로 교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충격 시간을 느리게 한 것도 아니었으니 꼬리뼈가 빠개질 듯 아파왔다. 동희는 이를 꽉 물고 참았다.

“쌤! 저 가만두세요! 오늘은 이 새끼 보내는 날입니다.”

범재는 바닥에 잠자코 앉아 있는 동희를 보더니 더 씩씩댔다. 불곰은 범재가 도시로 쫓아낸 계란 한 판은 더 되는 학생들 얼굴이 언뜻 떠올랐다. 불곰의 다 까진 머리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아이씨! 그만해!”

진학은 범재에게 명령하듯 하면서 동시에 동희에게는 보란 듯 휴대폰을 교실 바닥에 콱 하고 내던졌다. 휴대폰 액정이 바사삭 깨지면서 삼각 프리즘을 통과한 무지개 무늬가 그려졌다.

“아, 띠발! 그 비싼 걸로 왜 그래?”

“뭐? 비싼 거? 으흐흐흐. 저따위 건 백만 개도 더 사겠다. 오크orke/orge가 헐값에 뺏은 땅 하나만 팔면?”

범재가 부서진 휴대폰을 아쉬운 듯 보자, 진학은 소름 끼치게 낄낄대며 교실 뒷문 사이로 실뱀처럼 기다랗고 마른 몸을 스륵하고 나가버렸다.

“그런가? 존나 부럽네. 같이 가!”

범재는 불곰을 힐긋 보더니 진학의 뒤꽁무니를 따라 쿵쿵대며 나섰다. 해당화 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차고가 딸린 빨간 벽돌집. 동희는 깨진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추석 연휴 첫날 자전거로 스쳐지나갔던 진학의 집이 떠올랐다. 암팡진 몸에 명품을 휘감은 진학 어머니 방재미가 검은 세단 앞에 서서는 진학 아버지 나의원에게 내질렀던 앙칼진 목소리도 함께 말이다.

“저거 하나만 있으면…. 노래도 실컷 듣고 그때그때 랩 녹음도 할 텐데.”

......

출판사 서평

- 가난과 전쟁과 차별과 폭력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
- 사춘기 청소년들의 심적 고통을 절절히 묘사한 작품!
- 전쟁의 상흔이 짓누른 삼대의 숙명과 세대 간 소통을 위한!
- 과학적 사실과 유머 감각으로 버무렸다!
- 모두가 용의자가 되는 입체적 구성!

작가정보

저자(글) 서혜진

현) 스타나무(대중문화예술기획업) 대표 작가
현) 스타나무 미디어 편집장
저서) 메이킹플래닛 과학잡지 12권,
메이커 스페이스 시리즈 14권,
문학시리즈 35권,
스팀플레이 시리즈 2권,
실용서 교육시리즈 6권,
장비전문가 시리즈 2권,
챗GPT 시리즈 6권
전) 온라인 신문사 과학기술부 기자
전) 특허 보유 기술벤처 사업가
전) 대학/기관 강의 다수
전) 방송작가교육원 수료
전) MIT xPro 수료
전) 해외대학원 비교문화커뮤니케이션학 M.S. 수료
전) 한국외대 (서울)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