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2023년 06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5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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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8129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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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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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라고 채팅창에 쳐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 진진이 채근했다. 무슨 일을 해서라도 벌어야지, 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범죄를 저질러도 좋다는 건가? 묻진 않았다. 어떤 대답이 올지 두려워서. (8쪽)
문학제일주의자가 몽상가에서 리얼리스트가 돼가는 과정을 그리는 게 요즘 내 소설의 경향 아닌가 싶다. 〈세일즈맨〉이 알레고리 소설의 면모를 갖췄다면, 아마 지금 쓰고 있는 이 소설은 리얼리즘에 가까울 것이다. 노동 혹은 직업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메이저 문예지로 등단했는데 매문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작가로서 자존심만 버린다면 작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많다. (14~15쪽)
비밀 유지 서약서 쓰기와 현금으로 급여 받기, 조건은 이 두 가지였다. 걱정 마세요. 세상에는 눈먼 돈이 많아요. 난 그걸 뿌리는 역할만 할 뿐이죠. 무언가 의심스러워서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고용주가 말했다.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진리를 관통하는 듯한 말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25쪽)
그냥 소설이요. 내가 답했다. 어떤 장르냐고 묻는 질문은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뭐라고 말했더라…… 일단 그냥 소설이라고 말한다. 또 물어보면? 복합적인 소설을 쓴다? 마지막까지 가면 이렇게 답한다. 순수문학이요. 그냥…… 이라는 장르도 있나요? sb가 의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문득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짜증이 치솟았고, 어떤 책인지는 궁금해할 필요 없고 그냥 사인만 잘해주면 된다고 애써 짜증을 억누르며 이야기했다. (37~38쪽)
최종 파일을 보내기 전에 정지돈이나 이상우에게 소설인 척 자문을 구해보려고 했지만 괜히 켕겨서 말았다. 진진에게 보내줬더니 바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내 곁에 남은 성인은 단 하나였다. 누구보다 충성심 높은 최저시급 알바 sb. 어떠냐고 묻자, sb는 역시 작가라 그런지 필력이 유려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칭찬을 늘어놓았다. 단 하나, 단점이 있는데요. sb가 칭찬 끝에 덧붙였다.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이는 동시에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겸손한 연기를 한다는 걸 단숨에 파악했지만, 문제는 진짜 겸손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43~44쪽)
그럼 이제 아빠는 우주로 돌아가는 거야?
주동이 내 말을 이해 못 한 듯 물었다.
우주로?
바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거냐고.
주동아 그게 아니라…….
와 예쁜 낙엽이다! (51쪽)
다음에는 인간의 마음 기저에 깔린 본질적인 것을 건드려봐요. 심연 깊은 곳에 내재된 근본적인 공포 말이죠. 사실적이고 통계적인 설득력이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고용주가 주문했다. 자신이 없었다. 근본과 심연이라니. 내 소설을 읽어봤으면 알겠지만, 나는 기껏해야 현실을 뒤튼 블랙코미디를 쓰는 게 다란 말이다. (60~61쪽)
가슴 먹먹한 현생과 재담 가득한 판타지를 오가는 ‘오한기 유니버스’로의 초대
“아빠는 이제 우주로 돌아가는 거야?”
오한기의 신작 소설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오한기는 ‘글 쓰는 사람’ 혹은 그 자신의 이름을 딴 인물을 소설에 등장시키며, 자전소설 혹은 메타소설이라 할 만한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의 화자 또한 ‘소설가’이며, 소설 속 소설들은 오한기의 실제 작품들과 제목이 같다. 오한기 소설의 특징대로, 이번에도 ‘진진’ ‘민활성’ 등, 기존 소설의 인물들과 이름이 같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본업이 소설가인 ‘나’는 돈벌이를 궁리하다가 와이프 ‘진진’에게 베이비시터로 고용될 결심을 한다. 지역지 칼럼을 쓰며 매문(賣文) 하던 ‘나’는 눈먼 돈을 뿌리는 ‘고용주’에게 괴담 콘텐츠 작가 자리를 제안받고, 괴담을 쓰기 위해 뭐든 다 해준다는 ‘심부름꾼 소년(sb)’에게 잡무를 맡기기 시작한다. 소설은 제 아이의 베이비시터로 셀프 고용된 소설가가 자기에게 일감을 주는 ‘고용주’와 제 할 일을 대신해 주는 ‘심부름꾼 소년’과 얽히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다.
이 작품에서 소설가 ‘나’와 오한기는 필연적으로 겹쳐 보이지만, 이런 상상이 가당한지 혹은 지나친지는 섣불리 결론짓기 어렵다. 소설은 화자(‘나’)와 저자(오한기), 저자와 독자, 화자와 독자 간의 거리를 교란하면서 현실과 허구를 뒤섞는다. 현실에 대해 이야기할수록 소설이 되고, 소설을 쓸수록 현실이 돼버린 이야기라고나 할까. “내 소설을 읽어봤으면 알겠지만, 나는 기껏해야 현실을 뒤튼 블랙코미디를 쓰는 게 다란 말이다”(61쪽). 이상한데 그럴듯하고, 웃기면서 슬픈, 혹자에게는 가슴 먹먹한 현생 이야기이고 누군가에게는 재담 가득한 판타지.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로 한층 확장된 ‘오한기 유니버스’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50권의 책으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위픽’을 통해 공개된다.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한다. 3월 8일 첫 5종을 시작으로, 이후 매월 둘째 수요일에 4종씩 출간하며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또한 책 속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 있다.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이다. 한 장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근간)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근간)
황모과 《10초는 영원히》(근간)
김희선 《삼척, 불멸》(근간)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근간)
정해연 《모델》(근간)
정이담 《환생꽃》(근간)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근간)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근간)
전건우 《앙심》(근간)
작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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