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정오의 선택
2023년 07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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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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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소년의 이야기
학교가 끝나면 어서 돌아가고 싶은 집, 엄마 아빠가 사랑으로 반겨 주는 집. 대부분의 아이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집의 모습이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가 있습니다. 바로 부모의 가정폭력을 겪으며 불안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입니다.
동화 《열한 살 정오의 선택》은 이처럼 가정폭력에 놓여 있는 아이의 모습을 주인공 정오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아빠 때문에 정오의 집은 매일이 살얼음판입니다. 급기야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빠와 정오만 남자, 아빠는 정오에게까지 심한 술주정을 일삼습니다. 버려진 컵라면 용기처럼 방치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정오. 정오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빠져나오듯 수변로를 걷습니다. 그곳에서 특별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차츰 자기에게서 밝은 빛을 찾아내고 새로운 힘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9
엄마와 아빠 18
수변로에서 29
복식호흡 37
멍 50
가족 64
빨간 물감 77
미행 95
나와 또 다른 나 113
마음에 생긴 근육 123
햇살 속으로 133
<책 속으로>
어른답지 못한 어른, 어른보다 성숙한 아이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
이 책은 온갖 핑계를 대며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는 미성숙한 아빠와 인격적이고 따뜻한 아이 정오를 대비시킴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긍휼을 나눌 줄 아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게 합니다.
천장에서 야광별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별을 붙이던 때가 생각났다. 엄마가 의자를 놓고 올라갔고, 나는 엄마의 다리를 붙들었다. 엄마가 간지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엄마가 떨어질 것 같았으니까. 그때 엄마와 나는 많이 웃었다. 하하하, 지금도 그 웃음소리가 천장에 묻어 있는 것만 같다. (9쪽 ~ 10쪽)
“아빠 진짜 노력할 거야. 용서해 줄 거지?”
엄마에게 무릎 꿇고 빌던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난 다음 날 아침이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빠는 엄마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미 안해’, ‘사랑해’라는 말을 번갈아 했다. 엄마가 편해서 스트레스 푼 거라고도 했고, 밖에서 얼마나 많이 힘들면 그러겠냐고도 했다. 그러면 엄마는 마지못해 알았다고 했다. 아빠는 한술 더 떠, 용서해 주는 의미로 안아달라고 했다. 엄마는 머뭇거리다 아빠에게 다가갔다. (39쪽)
“네가 명상을 하려나 본데…….”
명상이라는 말에 왠지 쑥스러워 뒷머리를 긁적였다.
“얘야, 그건 명상이 아냐.”
할아버지가 내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말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까.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는데. 속상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내가 잘못 명상하는 것이 겉으로도 확 드러난단 말인가. 안 그래도 더운데, 얼굴이 훅 달아올랐다. (45쪽)
새끼들은 철망 너머 어미를 마주 보고 서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어미는 다시 날아올라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넘어왔다. 그러고는 철망의 구멍에다 자기 머리를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또 높이 날아올라 철망을 넘었고, 새끼들이 마주 보이는 곳으로 내려가 섰다. 그러자 새끼 한 마리가 철망의 구멍 속에 자기 몸을 쏙 밀어 넣었다.(65쪽~66쪽)
생각들이 가지를 치기 전에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숨을 깊게 들이마셔 아래로 아래로 끌어내렸다. 무게중심이 아랫배로 쏠리는 듯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었다. 안정되고 편안했다. 이젠 더는 다른 생각이 치고 들어오지도 않았고, 생각의 곁가지를 뻗지도 않았다. 모인 숨을 한 올 한 올 풀어내듯 술술 내보낼 때 무겁고 어두운 내가 벗겨졌다. 나의 또 다른 모습은 가볍고 밝았다. (116쪽)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변로 물가에서 얼굴을 비춰 봤다.
“못생겼네.”
일렁이는 물결 위에서 내 얼굴이 이리저리 찌그러졌다. 못생겨 보였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눈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웃는 내 눈은 좀 예뻐 보였다. (128쪽)
수변로, 치유와 회복의 공간
진짜 집을 만나다.
집에서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며 억눌려 있던 정오가 유일하게 위로를 얻고 편하고 큰 숨을 쉴 수 있는 곳은 숲과 호수가 있는 ‘수변로’ 공원이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오던 곳을 이제 장군이랑 오게 된 정오는 그곳에서 삶의 모든 속박과 고민에서 자유로워 보이는 ‘명상하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할아버지가 알려 준 방법을 통해 상처의 치유와 회복을 얻습니다.
즉 현재의 암담한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마음의 다스림을 통해서 이겨 내는 힘을 기르게 된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처럼 강압적으로 통제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정오에게 자율권을 주고, 정오가 방향을 못 잡을 때만 조언을 해 줍니다. 그리하여 정오는 자신에게 닥친 문제들을 마주하고 헤쳐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진정한 성장과 치유를 ‘수변로’라는 공간에서 얻게 되는 것입니다. 수변로에 ‘늘 온다던’ 명상 할아버지는 언제나 정오를 따듯하게 기다려 주는 가족이자 집과 같은 존재가 되어, 엄마와 아빠가 해 주지 못한 역할을 대신해주는 겁니다.
미리 겁먹거나 포기하지 말라!
수변로에서의 산책과 명상을 통해 마음에 근육을 만든 정오는 아빠와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아빠의 술주정과 학대받는 엄마를 보며 그동안 어른들 일이라며 움츠려 있었지만, 이제는 가족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 보겠다고 결심합니다.
정오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정오가 하게 되는 일들은 언뜻 보면 자잘하게 느껴지지만 놀라운 반향을 일으키며 아빠와 엄마를 변화시키게 됩니다. 어른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시시하게 여긴 작은 일들을 어린 정오가 함으로써 엄마와 아빠에게 큰 힘을 발휘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화 《열한 살 정오의 선택》은 시들어 가는 나팔꽃 씨앗에 다시 물을 주어 싹을 틔운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자리에서 삶의 작은 것들에 정성을 들여 최선을 다할 때, 희망의 싹은 반드시 피어난다는 것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정오처럼 꼭 불우한 환경이 아닐지라도 어린이들이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리 겁먹거나 포기하지 말고 자신이 할 일을 찾는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갖게 된다는 것을 잔잔한 울림으로 전해 주고 있습니다.
작가정보
글쓴이: 한영미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옛날이야기에 매력을 느껴 동화작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고, 눈높이 아동문학대전과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에 《가족을 주문해드립니다!》시리즈를, 무엇을 얼마나 가지면 행복할까 생각하며 《랩 나와라 뚝딱! 노래 나와라 뚝딱!》 《숲속 펜션의 비밀》을 썼습니다. 《의리의리 백수호》는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껴보자는 마음으로, 《나는 슈갈이다!》는 남의 행복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썼습니다. 그 외 다른 작품도 어린이들의 행복을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그림/만화 백대승
그린이: 백대승
대학에서 만화예술학을 전공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의 아트 디렉터로 일했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우리들의 광장》 《동지야, 가자!》 《서찰을 전하는 아이》 《다산, 조선을 바꾸다》 《호랑이 꼬리 낚시》 《안녕, 태극기》 《동물농장》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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