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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김영옥 지음
위즈덤하우스

2023년 05월 11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4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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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3.43MB)
ISBN 9791168129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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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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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공동대표 김영옥이 농부, 주거복지 서비스 관리자, 요양보호사, 예술가, 환경운동연구가, 장애여성이자 장애여성 단체 대표, 인권운동과 반빈곤운동의 활동가, 트랜스젠더이자 퀴어 아카이빙 활동가, 생애구술사 작가 등, 각계 열한 사람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노인’ ‘늙음’ ‘나이듦’에 드리워진 두려움과 혐오의 정동을 걷어내고, “늙어감의 다른 길을 상상하고 실제로 구현하는 …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모험”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또 자기다운 삶과 다른 몸들의 공존을 강조하면서 아픈 몸, 늙은 몸, 장애가 있는 몸 등이 스스로, 또 서로 기대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프롤로그

1부 다리 놓는 사람들
1장 할머니들과 함께 ‘리틀 포레스트’를 살다 (두물머리 농부 김현숙)
2장 독거노인의 집에서 우리의 노년기를 엿보다 (서울 성북구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 사업단 김진구)
3장 나는 ‘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요양보호사 이은주)
4장 노년의 이야기로 짓는 예술 (이야기청 프로젝트 육끼)
5장 씨앗을 지키고, 세대를 잇다 (환경운동연구가 김신효정)

2부 테두리를 넓히는 사람들
6장 호기심 가득한 장애여성 노인을 꿈꾸다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조미경)
7장 노년도 청년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어쓰)
8장 두려움이 우리의 미래를 압도하지 않도록 (홈리스행동 활동가 이동현·빈곤사회연대 활동가 김윤영)
9장 트랜스젠더‘의’ 나이듦, 또는 트랜스젠더‘와’ 나이듦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활동가 루인)
10장 늙은 사람 ‘되기’에는 준거집단이 필요하다 (생애구술사 작가·소설가 최현숙)

에필로그

가끔 나는 의도적으로 늙은이라는 말을 쓰는데, 바로 이 차이를 강조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노령자, 고령자, 노인, 노년, 노친네, (여성의 경우) 노파 등 나이 든 사람을 가리키는 말도, 어감에 있어서나 듣는 사람의 기분에 있어서나 다 다르다. 노령자나 고령자는 주로 정부의 행정 문건에 등장하는 말이다. 노인은 나이 든 사람을 가리키는 가장 일상적인 용어이면서 당사자들이 결코 듣고 싶어 하지 않는 호칭이기도 하다. 노인이라는 말에 두껍게 달라붙어 있는 부정적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노년학이나 노년 인권을 비롯해 노년층의 존엄을 고민하는 영역에서 노년이라는 말을 사용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14~15쪽)

내가 소녀일 때 ‘나답게’는 사회가 규정하는 ‘소녀답게’와 싸우며 협상한 결과이고,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을 때 ‘나답게’는 사회가 칭송하는 ‘엄마답게’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아 몸부림친 과정이다. ‘나답게’는 그렇게 생애 모든 단계에서 투쟁하고 타협하고 뛰쳐나가고 피 흘리며 항복하면서 구성되고 또 재구성되었다. ‘나답게 늙어가기’란 ‘나답게’ 살기 위해 경험한 그 모든 과정에서 배운 것을 기억하며, 그것의 되새김질 속에서 늙어감과 노년 되기와 노년으로 살아가기를 수행하는 일일 것이다. (18쪽)

그러나 밭이 있으면 작물을 심고, 먹고 남을 만큼 작물이 풍성하면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은 할머니 농부들이 따르는 밭의 논리일 테다. 유기 농부와 언니 동생 하며 이웃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로 약을 전혀 쓰지 않는 할머니의 의리 또한 밭의 논리에 사람의 관계를 보태는 할머니 나름의 자존심이다. (31, 33쪽)

베란다와 방 사이 문을 다시 달기. 베란다에 쌓인 짐들을 철제 수납장에 정리하기. 썩어가는 베란다의 나무 바닥을 덜어낸 다음 청소와 방역하기. 고장 난 먼지 덩어리 버티컬을 떼어내고 창문에 단열 시트지 붙이기. 주요 이동 통로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고 화장실에 미끄럼 방지 매트와 거치식 안전 손잡이 설치하기. 시공은 여기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개선책 하나가 ‘더’ 마련되었다. 현관에 의자를 하나 놓는 것이었다. 시공이랄 것도 없는, 오히려 아이디어에 속하는 이 단순한 조치가 의족을 하는 할머니에게는 ‘정말 필요한’ 변화였다. (51~52쪽)

‘벽에 똥칠하는’이라는 형용어구는 모든 사람에게 상상하고 싶지 않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배설물의 통제는 사람 되기, 즉 사회화의 첫 관문이요 상징이다. ‘누가 내 똥오줌을 받아줄 것인가’는, 늙어가는 과정에서 때로 필연적일 수 있는 질문이나, 실제로 ‘벽에 똥칠하는’ 누군가는 그런 질문 자체를 할 수 없게 된 사람이다. (79쪽)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들의 얼굴은 묘하게 아름답다. 웃을 때마다 물결처럼 움직이는 그 주름들은 길게 이어진 밭의 이랑과 고랑을 연상시킨다. 밭을 옆에 끼고 한 시간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던 유년기의 추억 때문인가, 나는 밭의 이랑과 고랑이 만들어내는 굴곡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할머니들의 주름을 볼 때도 비슷한 안도감을 느낀다. 밭의 이랑 고랑도, 할머니들의 주름도 아주 평범하지만 들을수록 찰지고 구성진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야기들의 아카이브인 것이다. (92쪽)

이 모든 논의 저변에는 평등하지 않은 자원의 문제가 있다. 이 사적 불평등을 어느 정도라도 해결해줄 수 있는 복지 시스템이 부재할 때 ‘생의 마감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자유의 문제이기 이전에 평등의 문제가 된다. (…) 그런데 왜 ‘위드 치매’는 가능하지 않은 것일까. 요양 시설의 탈시설화 가능성을 찾으면서 요양 시설을 또한 ‘내가 갈 수도 있는 곳’으로 상상하고, 삶이 가능한 곳으로 만드는 일은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왜 치열하게, 적극적으로 도모하지 않는 것일까. 함께 도모하고 투쟁해야 할 공적인 일이 개인들의 사적 두려움과 불안에 머물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떠안고 있는 두려움과 불안이라면 더 전면적인 대면이 필요하다. (101~102쪽)

“‘지나가겠지’ 또는 ‘버텨내지겠지’ 그런 힘들을 배웠죠. 포기하지 말고, 버텨보자. 태풍도 버텨보고, 가뭄도 버텨보고, 장마도 버텨보자. 그러면 결국은 또 씨앗을 맺더라. 한 알일지라도 결국에는 씨앗을 맺는다. 밭을 일구는 할머니들을 보면 다리도 고장 나고 허리도 고장 나서 너무도 고단하지만 생명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아마 항상 무언가를 살리는 사람들이라 그런가 봐요. 저는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128쪽)

그의 몸은, 그의 몸이 살아내는 그의 삶은 매우 의존적이며 동시에 대단히 자율적이다. 그는 휠체어를 비롯해 보청기나 틀니·인공호흡기·돋보기 등 의료기기에, 그리고 활동지원사와 파트너·동료에 ‘기대어서/매달려서’ 산다. 잘 기대고 매달려 왔다. 그의 기대고 매달리는 기술력은 기대면서 삶을 조율해온 긴 역사의 소산이다. (140~141쪽)

그는 말끝에 다시 “어, 너무 긍정적이면 사람들이 공감하기 어려울 텐데”라며 또 깔깔깔 웃는다. 그러나 이 긍정성이 선천적 성향 때문만일까. 통증을 잘 참는 것, 매번 새롭고 날카로워 익숙해질 수 없는 통증을 가능한 ‘최소화’하는 것은 예측 불가한 몸을 가진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그 나름의 ‘살핌’이다. 그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최최최중증 장애인’인 그와 일하면서 일상적으로 걱정하는 동료들이 더 힘들고 불안해지지 않도록, 그리고 아픔은 상대적인 게 아니건만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도 ‘미경 님도 저렇게 힘든데’ 하며 차마 말하지 못하게 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145쪽)

“‘성적 잘 못 받겠어, 나는 성적을 잘 받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아. 근데, 그래도 나는 차별받고 싶지 않아…… 나 안 하고 싶어, 나 안 할 건데, 안 한다고 내 삶이 망하지 않길 바라.’ 이런 식의 발화들, 취약함을 드러내는 이런 발화 방식은 한국 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게 조금이라도 가능해지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166쪽)

어렸을 때부터 가난했던 이들이 최종적으로 가난에 빠지기 쉽다는, 한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 증명된 삶의 구조적 경로가 있다면 그것에 주목하면서 노인복지를 구성해야 한다. (186쪽)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빈곤은 죽음보다 더 강력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가난에 빠졌을 때 목숨을 끊는 일들이 반복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홈리스를 비롯해 극한 빈곤 상태에 처한 이들의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사람다운 일상을 위해 이웃의 선한 마음을 촉구하는 따위의 해결책을 찾아서는 안 된다. 선한 이웃의 도움은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공공복지의 책무를 희석하기 때문이다. (189쪽)

트랜스젠더 노년을 만나기 어려운 건, 심한 우울증 등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끝까지 트랜스젠더로 자신을 정체화하면서 ‘늙어가는’, 즉 “자신의 모든 역사를 책임”지는 트랜스젠더가 드문 까닭도 있다. (216쪽)

지금은 늙어감의 다른 길을 상상하고 실제로 구현하는 모험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다른 생애 단계에 비해 사회와 국가의 인정과 지지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노년기에 주어진 제약과 상투적 해석, 빈곤의 두려움과 돌봄 의존의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길을 향한 집단적 모험이 필요하다. 이 집단적 모험은 어느 때보다 실험적이고 급진적이어야 한다. (235쪽)

50이 넘어, 60이 넘어 매우 낯선 곳, 새로운 장소로 몸을 이동시키는 건 쉽지 않다. 그곳이 늘 ‘예외’로, ‘임시적인 것’으로 여겨질 뿐 아니라 혐오의 정동으로 터질 듯 부풀어 있고, 실패의 모든 부정적 감각이 폭력적·악의적으로 투사되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몇이 되었든, 내가 어디로 끌리는가. 최현숙의 말을 빌리자면 어디로 ‘꼴리는가’,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호기심을 갖고 유희적으로 그러나 진지하게 묻는 건 포기해선 안 되는 자기 돌봄이다. (255~256쪽)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 적응과 성장 중에서도 늙어가는 일이야 말로 절대적으로 적응과 성장을 요하는 일임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주, 아주 자주 깨닫는다. (263쪽)

아픈 몸이나 늙은 몸, 장애가 있는 몸이 느리게 천천히, 자율과 의존의 감각을 적절하게 협상하면서 살 수 있는 문화적·물리적 환경이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 다른 연령대가, 서로 다른 몸들이 공존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이 다른 몸들이 평등하게 서로 ‘몸’ 정체성의 지각이 되어주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다. (264~265쪽)

노인요양 시설에서 집단 감염의 희생자가 된 많은 노년들을 떠올린다. 격리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지라도 그분들의 마지막 전언이 ‘충분히 좋았다’였기를 기원한다. 누군가와 애틋하게 연결되어 있었을 그분들의 이야기를 언젠가는 누군가 들려줄 것이다. (274쪽)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의 페미니즘》 《돌봄과 인권》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인권활동가·페미니스트 김영옥의 노년 성찰 에세이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공동대표 김영옥의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출간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에 인구의 20%가 고령자인 초고령 사회가 된다.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전체 가구의 24.1%, 그중 3분의 1은 1인 가구, 즉 독거노인이다. 2019년 기준 한국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2%로 OECD 15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에 대한 부담 너머, 돌봄과 개호를 둘러싼 개인의 부담이 극심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고령 사회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노인’이란 말은 결코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노인이라는 말에 두껍게 달라붙어 있는 부정적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15쪽). 저서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의 페미니즘》 《돌봄과 인권》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등을 통해, 인권과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몸 시간 노년 죽음을 탐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노인’ ‘늙음’ ‘나이듦’에 드리워진 두려움과 혐오의 정동을 걷어내고, “늙어감의 다른 길을 상상하고 실제로 구현하는 …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모험”(235쪽)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또 자기다운 삶과 다른 몸들의 공존을 강조하면서 아픈 몸, 늙은 몸, 장애가 있는 몸 등이 스스로, 또 서로 기대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제안한다(264쪽). 자기 돌봄을 포기하지 않고 ‘나답게’, 다른 몸들과 기대어 ‘함께’ 늙어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하며 늙어가는 사람의 곁에,
○○ 하게 늙어가는 사람이 되어

다리 놓는 사람들
테두리를 넓히는 사람들

이 책은 농부, 주거복지 서비스 관리자, 요양보호사, 예술가, 환경운동연구가, 장애여성이자 장애여성 단체 대표, 인권운동과 반빈곤운동의 활동가, 트랜스젠더이자 퀴어 아카이빙 활동가, 생애구술사 작가 등, 저자가 만난 각계 열한 사람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쓰였다.

1부 ‘다리 놓는 사람들’에는 노년을 만나 우정을 쌓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 이들이 소개된다. 이주노동자 운동을 하다가 두물머리의 ‘데레사 농민’이 된 김현숙, 2019년에 시작돼 노년·청년의 통합 사례로 주목받은 서울 성북구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 사업단의 김진구,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의 저자이자 말기 중증 치매 환자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돌봄을 해온 이은주, ‘노년의 이야기’를 소재로 문화예술 작업을 이어 나가는 이야기청 프로젝트의 육끼, 전국 팔도 씨앗 지킴이 할머니들과 교류하며 제철 밥상을 누리는 환경운동연구가 김신효정이다.
한 독거 할머니의 집을 대대적으로 수리한 김진구는 모든 작업이 끝난 뒤 의자 하나를 현관에 놓았다. 의족을 하는 할머니가 신을 불편하게 벗고 신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은주는 돌봄받는 환자를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저귀를 가는 일상적 동작에도 요양보호사와 환자 간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육끼를 만난 저자는 더 많은 ‘노년의 이야기 집’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세대 간 갈등이라는 정치 게임에 에너지 쏟지 말고, … 예술 같은 건 저 좋아서 하는 일 아니냐며 ‘열정 페이’로 청년 작가들을 착취하지 말고, 그들이 내장하고 있는 ‘타인에 대한 호기심’과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노년들과의 협업에 쏟게 만들자”(106~107쪽).

2부 ‘테두리를 넓히는 사람들’에는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싸우고 있는 이들이 나온다. 이들을 따라가 보면 노년이 되어 겪는 차별 혐오 불평등은 한국 사회의 그것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중증 골형성부전증 장애인이자 장애여성공감의 공동대표인 조미경,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어쓰, 홈리스행동 활동가 이동현과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김윤영, 트랜스젠더이자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활동가 루인, 노년 생애구술을 하면서 작가의 정체성을 갖게 된 생애구술사 작가이자 소설가 최현숙이 소개된다.
‘최최최중증 장애인’ 조미경은 “매우 의존적이면서 동시에 대단히 자율적으로”(140쪽) 살아왔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심화하는 장애를 ‘진화’라고 표현한다. 얻는 게 분명 있다는 것이다. 트랜스젠더 루인은 재난이 일어나더라도 대피소에 갈 수 없을 거라 상상한다. 대피소는 성별 분리와 혐오가 예상되는, 재난 현장보다 더 ‘위험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동현과 김윤영은 홈리스 상태를 “노령기를 훨씬 더 젊을 때 맞이한 상태”(183쪽)라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빠르게 열악해진 사람일수록 노인성 질환을 빨리 얻은 이들이 많다. 최현숙은 남의 인생을 계속 듣고 그걸 해석하는 과정이, 결국 “자기 인생을 계속 떠올리고 들여다보고 해부하는”(238쪽) 자기 해명의 과정이 되었다고 회고한다.

이 책을 열고 닫는 두 개의 질문

“할머니들은 모두 어디서 오는 거예요?”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나요?”

이 책 시작엔 공원에서 만난 곱슬머리 소녀로부터 “할머니들은 모두 어디에서 오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임상심리학자 메리 파이퍼의 일화가 소개돼 있다. 소녀의 이 천진난만한 질문은 저자에게, 어린이를 포함한 청년 장년 중년의 ‘보통’ 시민들이 어디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고 교류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남겼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 다섯 중 하나는 노년인데, 그때도 노년을 지하철 안에서 본 것도 같은, 별 인상적인 장면이 없다면 기억에 남지 않는 ‘없는 사람’으로 여기게 될까.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의 글은 대개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나요?”라는 저자의 질문과 그에 대한 상대의 답으로 맺는다. 두물머리 농부 김현숙은 참견하는 ‘어른’ 할머니, 주거관리 서비스 사업단 김진구는 아이들과 노인들이 왕래하는 케어 팜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요양보호사 이은주는 어린이들의 성장을 돕는 할머니, 이야기청 프로젝트의 육끼는 이야기하는 할머니, 환경운동연구가 김신효정은 무언가를 살리는 할머니, 장애여성공감 대표 조미경은 공동체를 만드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답한다. 모두 발 디디고 있는 바로 그 자리, 지금 하고 있는 일들, 관계 맺은 노년들과 연결되는 답들이다.

심화하는 장애를 ‘진화’라고 표현한 조미경의 말에 기대자면, ‘늙어감’도 ‘진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매일 ‘진화’하는 모두를 위한 급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책. 이 책으로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을 더 많이 찾아내길 바란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공동대표. 인권연구소 ‘창’ 활동가. 철학과 미학을 공부했고 페미니즘과 인권을 수련했다. 공부와 수련을 하는 내내 표현될 수 없는 것을 가리키는 언어의 힘과 표현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정치적 행위에 매혹됐다. 지금은 사람 책이 들려주는 범속한 트임에 귀 기울이며 몸-마음의 늙어가는 현상에 몰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이미지 페미니즘》 《노년은 아름다워》, 공저 《돌봄과 인권》 《제로의 책》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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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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