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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개념

박준영 지음
교유서가

2023년 06월 20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5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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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2.48MB)
ISBN 9791192968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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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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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그리스 철학부터 신유물론,
소크라테스부터 육후이, 퀑탱 메이야수까지

철학은 개념의 학문, 개념의 학문은 철학
철학은 개념의 학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철학은 언제나 세상의 진리를 파악하려고 해왔으며 이를 압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 개념이기 때문이다. 철학의 개념과 그에 대한 설명은 다 셀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며, 때로는 철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난해함으로 다가와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가려 뽑은 16개의 개념의 역사를 살피며 그 장벽을 낮춘다. 때로는 대립되고 때로는 이어지는 주요 개념을 둘러싼 사유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팍팍한 일상을 해석하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기를 기회를 제공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이전부터 신유물론까지
철학 개념 속에 녹아든 철학사가 전해주는 지적 자극과 흥분
개념은 ‘생각을 가공하는 재료’다. 개념이 없으면 생각을 못 하고 생각이 없게 된다. 저자는 이를 개념의 ‘소극적 정의’라 부른다. 철학에도 그러한 의미에서 고유한 생각의 재료가 되는 개념이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소극적 정의의 개념으로서 철학의 큰 줄기를 이루는 16개의 개념을 사유한다. 가장 기초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제1장의 '존재와 생성'을 비롯하여 ‘원리와 원인’ ‘하나와 여럿’ ‘유한과 무한’ ‘필연과 우연’ ‘주체와 타자’ ‘앎과 무지’ ‘덕과 정의’ 등은 철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으며, 누구나 한번쯤 이들을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았을 법한 개념들이다.
저자는 이 개념들을 어떻게 살펴나가야 하는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 개념들이 최초로 등장하게 된 고대부터 시작하여 중세와 근대에는 어떤 과정을 거쳐 파악되는지를 보여주고, 다시 현대철학의 최첨단 논의에서는 이들을 어떻게 파악하는지를 살핀다. 이 과정에서 현대 과학과 수학 등 언뜻 철학과는 방향이 달라 보이는 학문 분야의 논의들이 어떻게 철학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지를 알 수 있다(제2장 원리와 원인, 제4장 유한과 무한, 제5장 필연과 우연 등). 아리스토텔레스 이전부터 가장 최신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신유물론(New Materialism)’까지를 아우르며 주요 논의들을 돌아보는 가운데, 철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개념들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한편, 이를 다루는 저자의 철학적 사고의 자유로움과 깊이를 엿보게 된다.
제1장 존재와 생성
[1] 만물은 존재하지만, 그것을 알기는 어렵다
1. 파르메니데스와 ‘있음’의 발견
2. 당연히 움직여야 한다!
3.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와 ‘생성’

[2] 생성, 하지만 존재
1. 생성은 존재만큼 운명이다
2.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그 사실뿐이다
3. ‘존재’가 ‘생성’을 압도하다

[3] 또 다른 계보-현대철학의 스승들
1. 생성의 아이
2. 근대 안에서 존재를 망각하다
3. 존재론의 갱신

제2장 원리와 원인
[1] 만물은 △△△…이다
1. 고대 자연철학자들의 원리론
2. 몇몇 특이점들
(1) 아낙시만드로스의 새로운 발견
(2) 엠페도클레스와 네 가지 뿌리들
(3) 아낙사고라스, 누스
3. 유물론자들

[2] 원리에서 원인으로
1. 아리스토텔레스의 네 가지 선물
(1) 질료인과 형상인
(2) 운동인과 목적인
(3) 4원인론 비판과 근대로의 진입
2. 자연은 스스로 가장 좋은 것을 찾아간다
3. 원리나 원인은 중요하지 않아!

[3] 원인과 원리 너머
1. 무한퇴행의 미궁
2. 불가능한 결정론
3. 왕의 귀환

제3장 하나와 여럿
[1] 단 ‘하나’의 원리는 어디 있을까?
1. 보편성에 관한 질문
2. 유일한 ‘하나’에 대한 논증들
(1) 파르메니데스
(2) 아리스토텔레스 : ① ‘연속성’으로서의 하나 | ② ‘통일성’으로서의 하나 | ③ ‘단위’ 또는 ‘수’로서의 하나 | ④ ‘유비’로서의 하나
(3) 플로티노스
3. 하나의 신

[2] ‘하나’는 없어!
1. ‘클리나멘’
2. Carpe Diem!
(1) ‘운명’이란 여럿의 긍정이다
(2) 물체와 비물체, 그리고 물질
3. 프네우마

[3] 이분법 너머
1. 일원론과 다원론의 다툼
(1) 데카르트의 이분법
(2) 라이프니츠의 ‘주름’
(3) 스피노자의 작열하는 태양-실체
2. 헤겔의 존재론과 마르크스의 전복
3. 차이의 철학
(1) 의심의 대가들에서 차이의 대가들로
(2) 들뢰즈-차이의 철학
(3) 객체들의 아나키즘-신유물론

제4장 유한과 무한
[1] ‘무한과 유한’ 개념의 원초적 의미
1. 페라스
2. 물질적인 것
3.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물질

[2] 아페이론-괴물의 사유
1. 아낙시만드로스
2. 피타고라스
3.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
(1) 일차 원인과 이차 원인
(2) 플라톤의 우주 생성론
(3) 아리스토텔레스와 로고스

[3] 무한론의 역사
1. 고대-가무한의 사유
(1) 파르메니데스와 무한
(2) 제논의 논증
(3) 아리스토텔레스의 무한
2. 근대와 현대-실무한의 정립
(1) 근대 합리주의의 무한
(2) 18세기 이후의 무한
(3) 칸토어의 무한론
3. 유한한 삶 안에서 무한을 정립하라!

제5장 필연과 우연
[1] 운명에서 필연으로
1. 그리스 비극과 플라톤에게서의 운명 또는 필연
2. 스토아 철학에서의 운명(fatum)
(1) 피시스와 운명/필연
(2) 필연의 숨결
(3) 이중인과와 ‘맞아떨어짐’
3. 탁월함을 획득하기 위한 세 가지 검사
(1) 에우카이리아
(2) 카테콘
(3) 데코룸

[2] 자유와 필연성 문제
1. 자유의 조건?
2. ‘자유의지’로서의 형이상학적 자유란 존재하는가?
3. 원효의 자유와 필연성

[3] 우연의 문제
1. 우연이 곧 필연이라고?
2. 당구공과 유전자
(1) 흄의 당구공
(2) 돌연변이
(3) 진리의 우연성
3. 우연에서 우발로
(1) 알튀세르의 우발성
(2) 메이야수의 ‘원-화석’과 ‘선조성’
(3) 육후이의 사이버네틱 우발성

제6장 주체와 타자
[1] ‘인간’은 어쩌다 ‘주체’가 되었나?
1. 주체는 인간이 아니었다
2.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
(1) 코기토(Cogito)의 탄생
(2) 기계로서의 자연
(3) 주체와 객체의 애매한 관계
3. 주체가 뭐라고?-흄과 그 후예들
(1) 흄 철학에서 주체 또는 비주체? : ① 주체는 어떻게 정신이 되는가? | ② 정신은 전혀 정신적이지 않다 | ③ 느낌으로서의 주체
(2) 흄의 기여
(3) 흄과 불교철학

[2] 타자로 가는 험로
1. 다시 플라톤에게서 시작
2. 니체-주체의 죽음을 선언하다
3. 레비나스-타자의 철학
(1) 레비나스는 어떤 철학자인가?
(2) 주체의 철학적 재정립
(3) 타자의 얼굴

[3] 이분법이 뭐라고?
1. 들뢰즈의 ‘주체?’
(1) 성가신 주체
(2) 타인의 구조
(3) 타인뿐인 세상
2. 페미니즘과 신유물론
(1) 성과 젠더-타자로서의 여성
(2) 페미니즘의 갱신-교차성 이론
(3) 신유물론의 등장
3. 주객 이분법의 종언

제7장 앎과 무지
[1] 앎의 중요성
1. 앎의 거처, 영혼
2. 앎의 과정
3. ‘범주’로 대상을 포획하기
(1)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포르피리오스의 범주
(2) 칸트의 범주
(3) ‘한계 상황’

[2] 무지는 잘못된 것인가?
1. 앎을 뛰어넘어 무지로
2. 무지와 광기의 콜라보
3. 무지한 자가 무지한 스승을 만날 때

[3] 앎과 무지의 경계에서
1. 모른다는 것은 죄악인가?
2. 근원적인 무지에 대하여
(1) 제1이율배반 : ① 정립의 증명 | ② 반정립의 증명
(2) 제2이율배반 : ① 정립의 증명 | ② 반정립의 증명
(3) 제3이율배반 : ① 정립의 증명 | ② 반정립의 증명
(4) 제4이율배반 : ① 정립의 증명 | ② 반정립의 증명
3. 지식과 무식의 얽힘

제8장 덕과 정의
[1] 최고의 덕을 찾아
1. 고대인들의 ‘덕’
2. 소크라테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까지
(1)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
(2)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3)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 ① 쾌락의 윤리학 | ② 초연함의 영웅들
3. 현대철학에서 덕의 개념
(1) 벤담의 공리주의
(2) 밀의 공리주의
(3) 공리주의 비판-마이클 샌델

[2] 정의
1. ‘정의’의 의미
(1) 정의의 두 단계 의미변화
(2) 고대 사회와 철학에서의 정의
(3) 플라톤의 『국가』에서의 정의론
2. 국가와 자본주의의 탄생
(1) 중세의 신정국가에서 근대의 국민국가로
(2) 자연법 사상의 시민적 전개
(3) 두 편의 선언문
3. 자유와 공동선

[3] 신자유주의 시대의 덕과 정의

참고문헌 | 찾아보기

이 책은 흔한 인스턴트 인문학 서적처럼 간교한 언어로 독자들의 두뇌를 스미싱하는 짓을 하지 않는다. 독자를 상업적 주술로 꾀어내어 철학이 우리의 일상과 아주 밀접하다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지갑을 터는 짓을 이 책은 경멸한다. 물론 일치하는 측면이 없진 않지만, 사실상 철학은 일상을 배반하고, 문제시하며, 때로는 쓰나미처럼 덮친다. 그래야 철학이다. 그래서 개념이다. 우선 이 ‘개념’이라는 두 글자에서 시작하자. (7-8쪽)

‘존재’와 ‘생성’은 철학에서 가장 기초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두 개념은 가장 ‘철학적인’ 또는 ‘철학다운’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이후 철학에서부터 나온 과학이 그간의 개념들에 경험과 실험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더할 때에도 이 두 개념은 철학에 고유한 어휘로 남았다. (21쪽)

하지만 공교롭게도 존재에 대한 이런 관념론적 이해는 서양 학문사에 유구하게 이어지는 일종의 학문적 욕망을 구성하게 된다. 이는 ‘변하지 않는 존재의 본질과 진리’를 찾으려는 욕망이다. 현대 과학은 이 욕망이 실현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과학은 변화무쌍한 우주와 인간에 맞서 불변의 ‘법칙’을 추구하면서 이를 통해 기술적인 지배 양식을 구축했던 것이다. (28쪽)

수많은 철학자들이 있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생각을 간추리자면, 첫째는 인간의 유한성이고 둘째는 원초적인 무지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사실과 연관되는데, 이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수동적’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36쪽)

질서의 붕괴는 그에 합당한 벌을 야기한다. 그리고 정의가 다시 세워짐으로써 보상이 이루어진다. 벌을 통해 소멸해가는 것들, 보상으로 인해 새로 생성되어 나오는 것들, 그리고 시간의 질서에 따라 자리잡는 코스모스(우주, 조화)는 마치 폭풍과 적요가 갈마드는 그리스 지중해의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종잡을 수 없다. 그래서 아페이론, 즉 무(a-)한정(-peras)이다(=apeiron). (70쪽)

감응이란 처음부터 파악 주체와 그 대상이 명확하게 구분되거나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의 ‘과정’이다. 예컨대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는 저 화병 안의 꽃은 처음부터 ‘화병 안’이나 ‘꽃’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때 그 다가오는 대상을 파악하는 ‘지성’도 불분명하다. 감응의 과정에서 유일한 것은 애매모호한 ‘직관’ 같은 것이다. 마치 카메라의 초점이 흐려진 상태와 같이 나와 저 화병 안의 꽃은 서로의 경계가 불분명한 채로 이 세계에 놓여 있다. 이때 어느 것이 원인이며 결과인지 정해지지 않는다. 무언가가 명확해지고 경계가 설정되며 제한되는 때는 감응의 과정이 지각과 지성의 작용으로 이행할 때다. 여기서 지성은 비로소 ‘주체’가 되며 화병 안의 꽃은 ‘대상’이 되어 서로 인과관계를 형성하게 되거나, 주체의 원리나 대상의 원리로서 자리잡게 된다. (99쪽)

사실 원인과 원리에 대한 궁극적 탐색이 사라진 철학이란 불가능하다. 원리성과 인과성이란 생각의 기초이고, 우리가 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들에 대한 맹신이 사라질 뿐이다. 현대 사유에 이르러서는 이 맹신의 제거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원리적이고 인과적이라고 알려져온 과학, 그중에서도 물리학에서 시작되었다. (110쪽)

마르크스, 프로이트, 니체 이 세 사람의 ‘의심의 대가’는 결국 자신들의 의심을 세상에 관철시켰다. 마르크스는 (비록 결과적으로 실패 했지만) 현실사회주의 혁명이라는 역사적인 임무를 관철시켰고,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의 임상적인 적용이라는 의학적 임무를 관철시켰고, 니체는 현대철학의 포스트모던적 경향이라는 철학적 임무를 관철시켰다. 이 세 사람이 남긴 성과는 고스란히 현대철학에 계승되면서, 푸코, 들뢰즈, 데리다라는 걸출한 사상가들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하게 된다. 우리는 이 의심의 대가들로부터 이어져온 전통에 속한 이 세 사람을 ‘차이의 대가’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170쪽)

육후이는 최신의 사이버네틱스 이론을 전개하면서 우발성 개념을 도입한다. 사이버네틱스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정보의 우발성과 알고리즘적인 재귀성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란 유기체의 DNA 정보에서부터 단순기계의 피드백과 컴퓨터의 알고리즘을 모두 포함한다. (279쪽)

타자를 무조건적으로 환대하는 주체는 이기적 욕망을 버리고, 책임의 주체로 다시 세워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 이기적인 본성이 말끔히 씻기는 것일까? 레비나스는 그렇지 않음을 나치즘의 경험을 통해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인간은 타자를 환대함으로써 새로운 주체로 태어나지만 언제든 퇴행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레비나스는 ‘상처받을 가능성’이라고 한다. (317쪽)

현대사상의 첨단에 있는 ‘신유물론’은 이러한 ‘신자연주의’의 분위기 안에서 탄생한 철학사조다. 그래서 신유물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객체, 물질, 타자의 능동성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철학이 주체의 능동성만을 내세우면서, 그 대립 지점에 객체와 물질을 두었다면, 신유물론에서는 주객 이분법을 허물고 그 경계 지점에 상호작용을 놓는다. (334쪽)

‘안다는 것’과 ‘모른다는 것’은 얼마만한 큰 차이가 있을까? 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많은 차이는 없지 않을까? 과연 많이 아는 자, 즉 지식인은 모든 측면에서 아는 자일까? 가장 바보스러운 자라 해도 어떤 면에서는 저 박학한 지식인보다 나은 점이 있지 않을까? 예컨대 우리 동네 구두 수선공 아저씨의 솜씨는 스피노자의 안경 세공 솜씨보다 못한가? (339쪽)

무지한 자는 지능이 떨어지거나, 배우지 못하거나,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정식 교육 과정에서 배우는 자들보다 더 빨리 앎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므로 무지는 앎과 대조되는 상태가 아니라, 앎의 준비 상태, 혹은 앎의 원동력이라고 말할 수조차 있을 것이다. 자코토의 학생들이 무지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앎을 찾아갔을까?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무지를 앎의 부수적 상태나, 그와 반대되기 때문에 극복되어야 하는 상태로 놓았던 소크라테스로부터 상당히 많이 떨어져 있다. (375쪽)

상호배제적으로 관계 맺는 앎과 무지는 곧 미리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것이고, 때문에 어떤 것에 대한 앎은 동시에 다른 것에 대한 무지를 필연적으로 야기한다. 당신이 뭔가를 안다고 확신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것과 밀접하게 얽힌 다른 것은 확실히 모른다! 더 나아가 그 모르는 것은 존재하지조차 않는다. (393쪽)

에피쿠로스가 “쾌락이 목적이다”라고 할 때, 이 말은 방탕한 자들의 쾌락이나 육체적인 쾌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쾌락은 몸의 고통이나 마음의 혼란으로부터의 자유다. 모든 선택과 기피의 동기를 발견하고 공허한 추측들-이것 때문에 마음의 가장 큰 고통이 생겨난다-을 몰아내면서, 멀쩡한 정신으로 계산하는 것이 바로 그 자유의 요건이 된다. (418쪽)

현대의 공리주의가 기반하는 이데올로기는 일종의 자유주의적 개인주의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고, 그 판단의 단위는 오롯이 한 개인이다. 비록 공리주의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내세우지만, 여기서 행복의 계산은 개인이 주체이며, 그 개인의 행복이 모두 모인 것이 사회의 행복이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개인을 벗어난 사회 또는 국가에 윤리적 가치가 체현되는 개념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정의’다. (429쪽)

덕과 정의는 전쟁이나 폭력 아래에서는 결코 싹틀 수 없다. 우리는 그러한 전쟁과 폭력을 경멸해야 하며, 그것을 꾸미는 모리배들을 좌시하지 않아야 한다. 현대의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더 신랄한 지성을 요구하는 것 같다. (460쪽)

밀도 높은 철학적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틀에 갇히지 않은 개념 설명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틀에 박히기 쉬운 개념 설명을 자유로운 에세이 스타일을 통해 사유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자칫 나열식이나 연대기 순이 되기 쉬운 설명 형식을 배제하고, 철학사에서 변곡점이 될 만한 개념의 등장과 변모를 철학적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처음 이들 개념을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예를 들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자는 철학 개념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역사적으로 이들 개념이 다루어진 과정을 설명하고, 현대철학에서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논의들을 심도 있게 소개한다.
모든 장이 밀도 높은 철학적 서술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책의 서술방식의 백미를 보여주는 부분의 예를 들자면 제5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필연과 우연을 다루면서 그리스 비극에서부터 시작하여 플라톤, 스토아 철학, 원효대사, 흄, 유전학, 자크 모노, 리처드 로티, 알튀세르에 이어 가장 주목받는 현대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퀑탱 메이야수의 ‘원-화석’과 ‘선조성’ 개념, 기술철학자 육후이의 ‘사이버네틱 우발성’까지를 자유롭게 오간다. 저자는 각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우면서도 놓치기 쉬웠던 주요 논의를 꼼꼼히 짚어나가는데, 이 과정의 자연스러움은 철학적 사고의 명징함이 어떻게 뛰어난 산문으로 탈바꿈하는가를 보여주는 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개념의 소극적 정의와 적극적 정의를 아우르는
‘지혜’의 실천을 위한 책
이 책의 주 목적은 철학의 주요 개념을 둘러싼 역사적인 논의들을 살펴보는 것이지만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철학이 사랑하는 대상이 지혜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는 지혜가 지식과는 달리 실천적인 의미를 가짐을 강조한다.
“예로부터 지혜는 지식과는 달리 실천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지혜로운 자는 무릇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개념의 학문은 철학이다’라는 언명은 개념은 철학이 되어야 한다는 요청을 담고 있다. 즉 개념은 지혜가 되어야 한다. 보다 담대하게 말한다면 모든 학문적 개념은 철학적 지혜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것은 개념에 대한 적극적 정의다. 소극적 정의와 이 적극적 정의는 철학에서 늘 함께 간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소극적 정의로서의 개념이 적극적 정의로서의 개념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9쪽).
그러므로 이 책은 지식의 전달만을 바라지 않는다. 이 책의 모든 장은 일상을 해석하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기 위한 실천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철학, 개념’이라는 부담스러워질 수 있는 제목 앞에서 자칫 주눅들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해 자유로운 독해를 할 것을 요청한다. 각각의 장은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만 관심사에 따라 독립적으로 읽을 수도 있다. 또 책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려고 유별나게 노력하지 말고 읽어나가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의 상들을 잘 간직하고 그 다음으로 전진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가이드를 받으며 철학의 주요 개념 속으로 뛰어들게 되는 독자들은 개념들이 늘 윤리적 깨달음과 연결되어 있음을 파악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얻게 되는 철학적 지혜와 윤리적 깨달음은 독자들 각자가 나름의 기준을 성취할 능력을 일깨워주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준영

〈수유너머 104〉 연구원. 현대철학 연구자. 서강대, 상지대, 서울과학기술대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현재는 성신여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학부(동국대)에서 불교철학을, 대학원(서강대)에서 석박사 모두 프랑스철학을 연구하였다.
주로 들뢰즈와 리쾨르의 철학을 종합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최근에는 신유물론에 관심을 두고 번역과 연구를 하고 있다. 육후이(Yuk Hui)의 기술철학, 그리고 불교철학과 현대서양철학의 관계도 연구 대상이다.
논문은 「들뢰즈에게서 ‘철학’과 ‘철학자’」, 「신유물론의 이론적 지형」 등을 썼다. 번역서로는 『신유물론-인터뷰와 지도제작』, 『해석에 대하여-프로이트에 관한 시론』(공역)이 있다. 공저로 『신유물론-몸과 물질의 행위성』, 『K-OS』, 『욕망, 고전으로 생각하다』, 『사랑, 고전으로 생각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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