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나는 화성으로 내려간다

배성인 지음

글팜(GEULFARM) 2023년 06월 16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SF로 풀어낸 가상화폐 투자의 이면
한 ‘투자 중독자’의 이야기

가상화폐 투자인지 가상화폐 투기인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은 이것이 과연 투자인지 혹은 투기인지를 가리는 것보다도, 자산 증식에 과도하리만치 몰두하는 이 ‘광풍’이 어디에서 기인했는가일 것이다.

<내일, 나는 화성으로 내려간다>의 주인공은 남들보다 앞선 위치에서 행운을 일찍 접한 인물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은수저에 꿀을 푹 퍼 마음껏 마시는 삶’을 살았을 태준에게 한 친구가 ‘비트코인’에 대해 알려준다. 새로운 세계를 맛본 태준은 비트코인 투자에 순식간에 빠져든다. 정신없이 투자에 매진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드디어 큰 이익을 본 그는 기쁜 마음으로 집에 달려가지만, 아내와 아들 그리고 비트코인이 든 하드디스크마저도 사라진 뒤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누군가 자신의 코인을 되찾을 방법을 알려주는데….

스스로의 가치가 오로지 돈 혹은 성취로서만 증명된다는 믿음을 가진 태준은 비트코인을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힘으로 얻어낸 것’이라 부른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이 소설은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 시대 자본주의의 이면을 보여주는 SF로서 자본주의의 이면에 관심을 가진 이들 그리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 소설을 찾아다니는 SF 독자들 모두에게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목차

내일, 나는 화성으로 내려간다

책 속으로

#. 첫문장
뜨겁게 명멸하던 도시의 불빛이 사그라졌다.
시야에 들어온 건 검은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어둠, 그사이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곳의 진짜 주인들이 눈을 뜬 것이다. 오동통하게 살집이 오른 쥐들. 주인은 인간의 침입에도 전혀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자기 구역을 방문한 낯선 이들에게 호기심을 드러내며 가까이 다가올 뿐. 살이 오른 쥐들이 들판에 부는 바람처럼 어지러이 쓰레기 더미를 옮겨 다녔다. 부패의 달콤한 향이 곳곳에 피어올랐고 나는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
덕분에 지하로 들어가는 길은 그리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아직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이건 내게 남은 유일한 방법이었다. 행운을 빌어요. 그녀의 말을 되뇌며 헐떡이는 숨을 가라앉혔다. 비트코인을 찾기 위한 지하 탐사.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하드디스크를 기대하며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붙들었다.

#.
단 한 줄이었다. 미칠 것 같았다. 내 손에 엄청난 부와 행운이 들어온 날. 그날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아내, 아이, 그리고 가장 소중한 비트코인까지도. 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 것을 되찾아야 했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나는 찾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들고 바로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
나는 깨달았다. 이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로지 전진만이 있을 뿐. 녹지 않기 위해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출판사 서평

SF로 풀어낸 가상화폐 투자의 이면
한 ‘투자 중독자’의 이야기

대투자 시대의 막이 올랐다는 말마저 식상해진 요즘, 투자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일종의 필수 덕목이 되었다. 몇 해 전 비트코인을 필두로 등장한 가상화폐 시장 또한 믿기 어려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계의 주목을 받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어떤 이는 막대한 수익을 보았고, 어떤 이는 그들이 수익을 본 만큼의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성공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만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진 결과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으로 돈을 번 사람들은 과연 해피 엔딩을 맞았을까. <내일, 나는 화성으로 내려간다>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포기할 것인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소설은 주인공 태준이 쓰레기 매립지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막을 연다. 왜 그는 ‘오동통하게 살집이 오른 쥐들’로 가득한 ‘파주 일화 쓰레기 매립지’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 걸까.
이 ‘미친 짓’의 이유는 태준이 찾는 하드디스크에 있다. 언뜻 들은 정보로 비트코인을 시작한 태준은 머잖아 큰 이익을 얻는다. 액수는 무려 조 단위. 어마어마한 돈을 손에 쥔 그는 생각한다. 이제 아내와도 화해하고, 그간 소홀했던 아들에게도 좋은 아빠가 되어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집에 도착한 그는 아내가 이미 집을 떠났다는 것을 깨닫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트코인이 든 하드디스크도 함께 사라진 상태다. 겨우 찾은 하드디스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지에 흘러들어가 있었다.
그래도 태준은 포기할 수 없었다. ‘한화로 2조에 달하는 돈을 포기하는 게 더 미친 짓’일 거라고 그는 생각한다. 태준은 정식으로 쓰레기 매립지를 조사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재판 결과는 패소. 결국 그는 쓰레기 매립지에 몰래 숨어들기로 결심한다.
과연 태준은 하드디스크와 가족을 모두 되찾을 수 있을까?


투자와 투기 그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혹자는 비트코인은 화폐의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으며 ‘코인 광풍’은 투자라기보다는 차라리 투기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변화하는 금융 세계에 적응하는 것을 늦출 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이 서로 대치되는 가운데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은 이것이 과연 투자인지 혹은 투기인지를 가리는 것보다도, 자산 증식에 과도하리만치 몰두하는 이 ‘광풍’이 어디에서 기인했는가일 것이다.
<내일, 나는 화성으로 내려간다>의 주인공은 스스로의 가치가 오로지 돈 혹은 성취로서만 증명된다는 믿음을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성공한 아버지의 그늘 아래 태준의 성취는 쉽게 가려진다. 그는 비트코인을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 힘으로 얻어낸 것’이라 부른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이 소설은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 시대 자본주의의 이면을 보여주는 SF로서 자본주의의 이면에 관심을 가진 이들 그리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 소설을 찾아다니는 SF 독자들 모두에게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배성인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 그만큼 자기 자신을 잃기 쉬운 사람. 가끔은 삶이 버거워 숨을 쉬기 어렵습니다. 토해낸 숨을 글로 옮기며 하루를 넘깁니다. 자신의 삶을 관철하는 이들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뇌 주름 사이로 빠져나간 문장들 가운데 쓸 만한 문장이 하나라도 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