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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의 그림들

주용의 고궁 시리즈 2
주용 지음 | 신정현 옮김
나무발전소

2023년 06월 20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0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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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pdf (84.93MB)
ISBN 9791186536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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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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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개관한 베이징 고궁박물원은 규모 면에서나 소장품 수에서 현존 박물관 중 최고를 자랑한다. 자금성의 다름 이름은 베이징 고궁박물원이다. 주용 작가는 베이징 고궁박물원 시청각연구소에 근무하는 학자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고궁에 관한 책 12권을 펴낸 고궁 전문가다. 작가는 현대인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소장품들의 내력을 소개한다.

그의 설명을 듣다 보면 박물관 전시실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릇과 그림, 가구와 옷들이 ‘후!’ 하고 멈췄던 숨을 내쉬고 먼지를 털고 일어나는 것처럼 다가온다. 옛 물건과 그림에 이처럼 강력한 생동감을 부여하는 것은 주용 글체의 특장이다.

〈주용의 고궁 시리즈 2_자금성의 그림들〉은 고개지・주문구・고굉중・장택단 등 직업화가, 조맹부・황공망・예찬・당인 등 문인화가, 황제이면서 창작자였던 송 휘종, 송 고종, 명 선덕제, 청 건륭제의 작품 세계를 다룬다. 왕조로 구분하면 동진부터 청나라 시기를 관통한다.
서문 그림으로 만남 006
1장 약속이라도 한 듯이 011
2장 황제의 3차원 공간 041
3장 한희재, 최후의만찬 073
4장 장택단의 봄날 여행 113
5장 송휘종의 영광과 치욕 151
6장 화려한 꽃과 썩은 나무 195
7장 풍류, 오늘 밤은 누구와 즐길까 247
8장 빈 산 299
9장 가을 구름은 그림자가 없고 나무는 소리가 없네 345
10장 죽어도 살아도 당신과 함께 383
11장 그 가족의 혈연 비밀 431
12장 집은 구름과 물 사이에 459
13장 꽃 같은 아름다움도 물에 흘러가고 499
14장 길 위의 건륭 551
15장 마주 보기 585
역자의 말 616
도판 목록 618
주석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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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그림은 책상머리에서 단번에 그려지지 않는다. 한 세대 한 세대 사람들의 주시와 애무와 평가와 해석을 받으며 조금씩 완성된다. 명작이 완성되는 데 백 년, 천 년이 걸린다. 명작은 한 명의 천재가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문명의 체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께 감사를 표해야 한다. 여러분이 내 그림을 보아준 순간부터 나의 생명이 그림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만남」중에서

(23쪽) 선은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이다. 대지의 끝은 원래 선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지평선이라고 부른다. 세상 만물은 모두 원래는 존재하지 않는 선 위에 존재한다. 최소한 그림에서는 그렇다. 선은 또한 중국인이 세계를 보는 방식이다. 중국인은 농부처럼 땅에 엎드려 가까운 거리에서 세계를 감지한다. 중국인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고 말한다. 땅은 네모다. 두루마리 그림 같다. 산맥과 강은 그 위를 들락거리는 선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중에서

(66쪽) 바둑판 위의 별그림은 권력의 시작을 말한다. 또한 권력의 마지막도 예고한다. 일단 이경적의 손에 있는 돌이 놓여지면 권력의 별그림이 완성된다. 완벽하다. 처음부터 저 그림은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정치 의식이었던 것이다. 주문구는 궁정화원의 화가였기 때문에 황제의 뜻을 받들어 〈중병회기도〉를 그려서 (원본은 이미 사라졌다. 고궁박물원에 있는 것은 후세의 모본이다.) 이 정치적 약속의 증거를 남긴 것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중에서

(108쪽) 부자는 누구인가? 죽자고 돈을 쓰는 사람은 부자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돈을 태우는 사람이 부자다. 더 많이, 더 철저하게, 더 무섭게 불태우는 사람이 진짜 부자다. 지금 부자들이 사는 방법을 보면 한희재도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희재야연도〉에서부터 〈홍루몽〉에 이르기까지 ‘최후의 만찬’은 중국 예술이 쉼없이 반복하는 ‘영원한 주제’다.
-「한희재, 최후의 만찬」중에서

(135쪽) 영웅의 이야기는 천편일률이다. 그러나 평민의 이야기는 변화무쌍하다. 장택단은 그 사람들을 전부 도시의 공간에 넣었다. 이 도시의 진정한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장택단이 어느 정도 계급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초점을 노동자에 맞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친 표현이다. 보통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 그들의 운명에 담긴 희극성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야기꾼의 본능이다. 그가 마주한 것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계, 변화하는 공간이었다.
-「장택단의 봄날 여행」중에서

(171쪽) 수금체는 전형적인 제왕의 서예다. 제왕의 극단주의적인 미학과 연계되어 있다. 황제 전용이었다. 심지어 황제도 쓰기가 힘들 정도였다. 중국 역사상 수십 개의 왕조, 수백 명의 황제가 있었는데, 송 휘종 한 사람만 이렇게 붓글씨를 썼다. 그 누구도 송 휘종처럼 강력하고 풍요롭고 아름다운 에너지를 갖지 못했다. 또한 누구도 조길처럼 방대한 에너지에서 서예의 금단을 연금해 내지도 못했다. 수금체는 중국 예술의 독보적인 작품이 되었다.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으며 절대적으로 뛰어났다. 궁전, 화원, 옥새에서 독보적인 황제의 휘장이 되었고 심지어는 군주의 권세보다 더 오래갔다.
-「송 휘종의 영광과 치욕」중에서

(287쪽) 조맹부가 있어서 중국문화가 원나라를 지나면서도 소위 말하는 ‘단절’이 발생하지 않았다. 진나라와 당나라에서 흘러온 맥이 조맹부를 지나 명나라와 청나라로 흘러갔고, 심주, 당인, 문징명, 구영과 청나라 때 ‘왕가 화가 4인’과 ‘승려 화가 4인’이 나왔다. 조맹부는 단순히 원나라 때의 화가가 아니다. 그는 원시적인 추동력이 있는 화가이며 ‘화가 중의 화가’였다. 중국그림에서 그의 지위는 세계문학에서 노벨과 같다. (…) 〈조량도〉와 〈욕마도〉는 조맹부의 정신세계의 양극단을 보여준다. 한쪽은 초조, 방황, 발버둥이고 다른 한쪽은 평온, 자유, 평탄이다. 오랜 시간 동안 조맹부의 예술세계는 이 두 극단 사이를 배회했다.
-「풍류, 오늘 밤은 누구와 즐길까」중에서

(319쪽) 러시아 이동파 화가 쉬스킨(Ivan I. Shishkin)은 생동감 있는 필치로 러시아의 대자연을 그려냈다. 위대하고 우울하다. 그러나 그가 그린 것은 단순한 풍경이다.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했다. 그에 비하면 중국 산수화는 과학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 산수화에는 극단적인 사실이 없고 극단적인 추상이 없다. 중국 산수화가 그리는 세계는 2차원과 3차원 중간에 있다. 서양 풍경화는 하나의 초점으로 투시한다. 화면이 아무리 커도 자연의 한 조각(한 장면)만 묘사한다. 중국 산수화는 초점이 여러 개다. 위에서 보고 나란히 보고 멀리 본다.
-「빈 산」중에서

(372쪽) 만당, 오대의 과도기를 거치면서 이런 상황은 송나라 때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전통적인 인물화가 산수화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사람은 점점 작아지고 점점 간단해졌다. 예찬의 붓에 와서는 사람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멀고 광활한 산수세계만 남았다. 이 산수세계는 사람의 세계와 평행하지도 않고 대응하지도 않았다. 노자와 장자가 만들었던 ‘자연’의 본래 의미를 회복했다. 그것은 사람에 의지해서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의 정신세계에 비교되지도 않고 흥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사람의 정신이 기탁하는 목적지가 되었다. 사람을 아주 작게 그린 것은 사람이 자연세계의 벌레나 꽃보다 낫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예찬은 자신의 붓으로 자연의 힘을 회복했다.
-「가을 구름은 그림자가 없고 나무는 소리가 없네」중에서

(456쪽) 주첨기의 〈무후고와도〉는 (잠을 주제로 한) 그림 중 가장 뛰어난 그림 중 하나다. 그림 속 제갈량은 웅장한 자태와 장엄한 복장을 한 모습이 아니라 배를 드러내고 반라로 누워 있다. 제갈량을 그렸지만 인재를 부르는 그림 같지 않고 오히려 소극적이고 세상을 혐오하는 염세주의 같다. 네티즌이 이것은 역사상 가장 못생긴 제갈량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런 소탈한 표현은 나무랄 데가 없다. 이 그림이 주첨기 자신이 처한 환경을 환상적으로 설정하고 만족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옛사람의 몸을 빌려 완성한 자기 해탈이다.
-「그 가족의 혈연 비밀」중에서

(542쪽) 궁정의 길고 긴 복도 깊은 곳에서 루이 14세가 상류층 귀부인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웅장하게 등장하자마자 경탄하는 소리가 울렸다. 중국 문화의 열혈 팬이었던 그가 중국식 긴 두루마기를 입고 8명이 메는 중국식 가마에 탄 채 등장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등불과 사람들의 웅성거림, 중국에서 온 글과 그림, 음악, 기물들은 파리 귀족들에게 무한한 기쁨과 무한한 환상, 무한한 소유욕을 안겨주었다. 당시 패션의 중심은 파리가 아니라 베이징이었다. 중국식이 유럽을 휩쓴 그 시절, 동풍이 서풍을 압도하던 시절, 발전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증명했던 대청제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었다.
-「꽃 같은 아름다움도 물에 흘러가고」중에서

(582쪽) 〈강희남순도〉, 〈옹정평회도(翁正平准圖)〉, 〈건륭남순도〉와 같은 그들의 작품은 웅장한 기세를 내세우지만 세밀하고 허례적이며 구도가 획일적이어서 장택단의 〈청명상하도〉, 마화지의 〈시경도〉처럼 삶의 원형을 묘사하고 흙냄새와 땀자국이 배어 있어 보통사람들의 가장 진실한 정서를 보여주는 작품들과는 시작부터 아주 다르다. 이런 예술상의 집권과 형식화는 제국의 현실을 가장 잘 묘사하고 있다.
-「길 위의 건륭」중에서

(617쪽) 그림을 그린 사람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어가고 그가 살았던 시대를 이야기한다. 이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공부했을까 싶다.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그림을 보여준다. 그가 가리키는 그림을 보는 일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지루함의 반대말은 즐거움인가? 아니다, 그것은 즐거움이 아니다. 그 그림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행복에 겨워서 그림을 그린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모두 외롭고 슬프고 절망한다. 풍성한 모란꽃이 수놓아진 비단 장막을 걷고 어두운 공간을 보는 느낌, 그림의 맨 얼굴을 보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어둡고 슬프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다른 이름을 붙여보자면 ‘시대’라고 할 것이다. -「역자의 말」중에서

화가의 이름을 알 수 있는 최초의 두루마리 그림은 〈낙신부도〉다. 이 〈낙신부도〉를 근거로 중국 회화사는 고개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삼국지 조조의 아들 조식이 쓴 〈낙신부(낙수 여인의 노래)〉를 그림으로 그린 것으로, 고개지는 인물화에 능했으며 인체의 아름다움을 섬세한 옷 주름으로 표현했다. 저자는 왜 중국 그림에서 수평선이 중요한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림을 말면서 보는 두루마리 형태가 기본이 되었는지를 살핀다.

“선은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이다. 대지의 끝은 원래 선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지평선이라고 부른다. 세상 만물은 모두 원래는 존재하지 않는 선 위에 존재한다. 최소한 그림에서는 그렇다. 선은 또한 중국인이 세계를 보는 방식이다. 중국인은 농부처럼 땅에 엎드려 가까운 거리에서 세계를 감지한다. 중국인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고 말한다. 땅은 네모다. 두루마리 그림 같다. 산맥과 강은 그 위를 들락거리는 선이다.”
-23쪽 「약속이라도 한 듯이」중에서

오대십국 시대, 남당의 궁정화가 주문구는 황제의 명으로 〈중병회기도(겹병풍 아래 바둑을 두는 그림)〉를 그려 정치적 약속을 증거했다. 고대 중국인의 세계관에서 우주의 중심은 태양이 아니라 북극성임을 알 수 있는 그림이다.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겹병풍이나 형제들의 시선 처리가 아니라 바둑돌로 그려낸 북극성과 북두칠성 사이의 역학관계라는 사실이다.

정치 거물 한희재의 대저택에서 이루어진 밤 연회를 기록한 〈한희재야연도〉는 중국식 ‘최후의 만찬’으로 평가받는다. 현대로 치면 대통령의 밀명을 받은 젊은 공무원의 파파라치 컷인데, 이 그림의 주인공과 의뢰인인 황제는 곧 파멸을 맞는다. 〈한희재야연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암시’다. 언뜻 보기에 그림은 고상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방탕함과 문란함이 숨어 있다. 풀어헤친 한희재의 옷이나 흐트러진 침상, 벽 뒤에 반쯤 몸을 내밀고 비밀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기녀의 모습이 관음증을 자극한다.

〈청명상하도〉는 청명날 송나라의 수도 변경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린 풍속화다. 당시 북송의 수도 변경은 통행금지가 없는 인구 150만의 세계 최대 도시였다. 한림화원 소속 궁정화가 장택단은 변경 시를 가로 지르는 변하 주변의 시장, 거리, 집, 다리, 수레, 배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모습을 자세히 그렸다. 가로 5미터에 달하는 두루마리에 등장하는 남녀노소는 1,600여 명에 이른다. 중국의 많은 국보급 그림 가운데 〈청명상하도〉가 여전히 현대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림에 나타난 평민들의 다양한 표정과 역동성을 꼽는다. 장택단은 도시의 진정한 매력이 무엇인지를 아는 화가였다.

장택단과 같은 직업화가의 시대를 지나 남송 이후에는 문인화가의 시대가 전개된다. 대표적 문인화가로 조맹부, 황공망, 예찬, 당인, 류여시 등이 있다. 문인화가들이 즐겼던 수묵 필법은 사실성보다 추상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해갔다.
인물은 작아지고 산수와 강산이 그림의 주제가 된다. 이 산수는 풍경 이상이었고 산수화도 풍경화도 아니었다. 풍경은 자기 이외의 사물을 ‘보는’ 대상이지만, 산수는 ‘마음’이 달려가는 장소이다.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하고자 했던 서양에 비해 중국 산수화는 과학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산수화에 그려진 자연은 그 자체를 초월한 것이다. 극단적인 사실이 없고 극단적인 추상이 없는 2차원과 3차원 중간 세계에 머물렀다.
이렇게 ‘주체’와 ‘객체’를 구분하지 않은 대가가 17세기 이후 중국이 서양에 추월당한 결과였다고 저자의 진단한다.

송 휘종은 예술의 후원자이자 화가·서예가로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 〈서학도(상서로운 학 그림)〉를 보면 정확한 색채, 정밀한 표현, 완벽한 구성 등을 이루고 있다. 또한 수금체(瘦金体)로 알려진 우아한 서체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지만 정치에는 무능했다.
예술지상주의자 황제가 물질에 집착했으니 사회 풍조는 사치하고 부패했다. 솜사탕처럼 달콤한 인생이 계속 될 줄 알았던 휘종의 인생의 후반부는 비참했다. 금나라에 나라를 내주고 포로가 되어 적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송 휘종처럼 성공과 나락, 영광과 치욕, 재능과 무능의 낙차 큰 삶은 산 제왕은 없을 것 같다.

청의 건륭제도 예술가가 되고 싶어 했다. 일을 마치면 붓을 들고 열심히 애를 썼다. 4만 1,863편의 시를 썼다. 청나라 때 간행된 당시 전집인 〈전당시〉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러나 송 휘종과 달리 그의 재능은 평범했다.
건륭의 예술적 안목은 ‘마니아’ 수준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건륭은 ‘열 번의 대외 원정을 승리로 이끈’ 노인이 되었고 온전하게 정치에서 물러날 수 있었다. 건륭 시대는 청나라 발전의 절정기이면서 추락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건륭의 성세 중에 연이은 쇠약과 빈곤의 징후들이 나타났는데 예술 수준의 몰락도 이때 나타났다. 〈강희남순도〉, 〈옹정평화도〉, 〈건륭남순도〉가 모두 그 증거다.
이 작품들은 장택단의 〈청명상하도〉, 마화지의 〈시경도〉처럼 삶의 원형을 묘사하는 흙냄새와 땀자국이 배어 있어 보통사람들의 진실한 정서를 보여주는 작품들과 출발점이 달랐다.

영국 학자 이름을 딴 ‘조지프 니덤의 난제’라는 것이 있다. 고대에 중국은 화약, 종이, 나침반 등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했는데 근대 과학과 산업혁명은 왜 서양에서 일어났느냐는 질문이다.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지만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질문이다. 이 책은 조지프 니덤의 난제에 관한 한 미술사가의 견해로도 볼 수 있다.

시각적 표현이라는 건 인간이 외부세계, 혹은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자신이 느낀 방식, 생각한 방식으로 해석해낸 것이다. 따라서 미술의 역사는 인류가 해온 ‘생각’의 역사이기도 하다. 중국인은 농부처럼 땅에 엎드려 가까운 거리에서 세계를 감지했다. 건축의 웅장함도 높이 올리기보다 넓이에 집중했다. 선 위에 세계를 위치시키는 방식은 농경문화에서는 유효했고 물질적 풍요도 가져왔지만 농경문화 밖에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 작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나는 그 답이 중국인이 사상세계가 서양사람과 다르고 ‘주체’와 ‘객체’를 나누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아 보이는 차이가 17세기 후에 빠른 속도로 커져서 몇 백 년 동안 발효되어 중국과 서양의 역사가 천양지차가 되었다.”
-321쪽 「빈 산」중에서

1700년 런던과 파리의 거리 상점에서 가장 유행한 상품은 광둥산 실크, 난징산 자기, 푸젠성의 차였다. 당시 패션의 중심은 파리가 아니라 베이징이었다. 중국식이 유럽을 휩쓴 그 시절, 동풍이 서풍을 압도하던 시절, 발전만이 살길임을 증명했던 대청제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최고점에 오른 후 더 이상의 새로운 추동력을 발휘하지 못한 청나라는 고립의 길로 들어섰다. 이런 변화는 그 시대 첨단 발명품인 거울을 이용하는 방식에도 알 수 있다. 중국 문화 열혈팬이었던 루이 14세는 거울의 방을 만들어 개방하고 소통했다면 청 건륭제는 배제와 고립을 택했다.

“483조각으로 구성된 17장의 거울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베르사유 궁전에서 가장 호화롭고 빛났다. 건륭의 ‘거울의 방’보다 훨씬 넓고 기품이 넘친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이것을 왕궁의 ‘보물’로 여겼다. 그 거대한 ‘거울의 방’에서 무도회가 열리고 사람의 모습이 벽을 가득 메운 거울에 반사돼 끝없이 증폭되는 광경은 얼마나 웅장하고 환상적이었을까? 그러나 건륭의 ‘거울의 방’은 한 사람만 들어갈 정도로 좁다. 그 한 사람이 건륭이다. 건륭으로서는 충분히 넓은 공간이었다. 건륭의 공간에서 그는 자기만 보면 되었다. 다른 사람이 있을 필요가 없었다. 만약 제3의 사람이 나타나면 그들은 (예컨대 태감이나 궁녀) 분명 두 명의 건륭을 보았을 것이다. 거울 속의 건륭과 거울 밖의 건륭. 우리가 〈홍력채지도〉, 〈평안춘신도〉, 〈시일시이도〉를 본 것처럼 한 화면에 두 명의 건륭이 있는 것 같았을 것이다.” -597쪽「마주 보기」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주용

祝勇
베이징 고궁박물원 시청각연구소 소장, 예술학 박사. 400만 자 이상을 저술했고, 〈주용의 고궁 시리즈〉 12권을 냈다. CCTV 대형 다큐멘터리 〈신강〉을 총감독했다.
대표작으로 〈옛 궁전〉, 〈피의 조정〉이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자금성의 풍화설월〉, 〈자금성의 숨겨진 모퉁이〉, 〈자금성에서 소동파를 만나다〉 이후 선보인 ‘고궁의 아름다움’에 관한 책이다.

이화여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대만사범대학에서 공부했다. 중국에서 출판 관련 일을 하다 보이차에 매료되어 윈난(雲南)성 농업대학원에 입학하여 보이차를 연구했다. 지은 책으로 〈보이차의 매혹〉,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 〈퇴근길 인문학〉(공저)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는 〈자금성의 물건들〉, 〈보이차의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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