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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리드와 에밀리

세계문학전집 228
도리스 레싱 지음 | 민은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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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31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3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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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5.92MB)
ISBN 978895469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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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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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도리스 레싱이 자신의 아버지 앨프리드와 어머니 에밀리를 주인공으로 삼아, 픽션과 논픽션을 한 권의 책으로 구성한 독창적인 작품이다. 제1부는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부모의 다른 삶을 상상한 허구이고, 제2부는 전쟁이 남긴 외적 ㆍ 내적 상처를 끌어안고 아프리카 식민지 농장에서 고군분투했던 가족의 실제 삶을 담은 회고이다. 뇌졸중으로 투병하면서도 창작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레싱의 마지막 결실인 이 작품은 민은영 번역가의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따스하고 애틋한 소설과, 생생하고 통찰력 있는 회고적 성격의 글 각각의 특색을 살려 정확하고 세심한 문장으로 옮겼다. ★ 2007년 노벨문학상 ★ 2008년 〈타임스〉 선정 ‘전후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
서문 7

제1부 중편소설 「앨프리드와 에밀리」 9
제2부 앨프리드와 에밀리: 두 인생 175

감사의 말 319

해설 | 도리스 레싱이라는 거대하고 울창한 숲 321
도리스 레싱 연보 331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게 하나 있었다. 스스로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은 해줄 수 없었다. 억압적인 아버지에게서 누가 그녀를 구조했던가? 자신이었다. 오로지 그녀 자신. 다른 사람이 아니라. (71-72쪽)

잠자리에 든 에밀리는 이곳에 온 지 이틀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무기력했던 자신을 자책하는 마음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 길 밖으로 나가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고 메리는 말했었다. 아, 그녀는 나가떨어졌고, 산산이 부서졌다. 게다가 자기 길이란 무엇일까? (93-94쪽)

에밀리는 침대에 누워서도 읽었고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서도 읽었다. 책은 평온과 고요의 장소, 숨을 수 있는 곳…… 책은 좋았다. 독서는 좋았다. “책 읽으러 올라가니, 에밀리? 기특하다.” (105쪽)

화를 내는 앨프리드를 웃음거리로 여기는 그들에게 앨프리드가 말했다. “아, 웃으려면 웃어. 하지만 내가 맞아. 우리가 전쟁을 조금이라도 경험했다면, 너무 심한 전쟁은 안 되지만, 여하튼 그랬다면 이렇게 매사에 견딜 수 없이 독선적이진 않을 거라고.” (155쪽)

나는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아버지에 관한 글을 써왔다. 길거나 짧은 글로도 썼고, 소설로도 썼다. 아버지는 명료하고 또렷하고 완전히 아버지답게 표현되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쓰자면 책 다섯 권으로도, 한 문장으로도 쓸 수 있다. 이건 어떤가? 활기차고 건강한 남자였던 앨프리드 테일러는 제1차세계대전에서 심한 부상을 당한 뒤 장애가 전혀 없는 양 살고자 했지만 여러 질병이 그를 무너뜨렸고, 그로 인해 짧아진 삶의 끄트머리에 이르렀을 때 “늙고 병든 개는 고통을 끝내주면서 나는 왜 안 되는 거야?”라고 애원했다. (179쪽)

말이 나온 김에 내가 지금 이해하려고 애쓰는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당장 살펴볼까 한다.
어머니가 한 말이나, 다른 이들이 어머니에 대해 한 말, 혹은 지독한 열성으로 눈부신 성적을 거둔 굉장한 청소년기나 아버지를 포함해 믿을 만한 목격자들이 증언하는 간호사 시절, 그토록 즐겁고 사교적이었던 페르시아 시절, 이 모든 것의 그 어떤 면도 당시의 변해버린 어머니와 어울리지 않는다.
어머니가 한 사람이 아니라 각기 다른 여러 사람이었던 것처럼, 그 무엇도 들어맞지 않는다. (184쪽)

편지는 기차로 솔즈베리로 간 뒤 그곳 우체국을 거쳐 베이라나 케이프타운행 기차에 실렸다. 그런 다음 이 소중한 편지가 배편으로 영국의 런던으로 가서 읽히고 나면 갈색 종이로 싼 커다란 꾸러미들이 마련되어 두꺼운 노끈으로 묶인 뒤 케이프타운과 베이라로 운항하는 배에 실렸다. 그런 뒤에 다시 반대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솔즈베리로 가는 기차, 그곳의 우체국, 뱅켓으로 가는 기차, 그곳의 역무실. 역무실에 보관된 꾸러미들은 ‘보이’가, 때로는 우리 어머니가 가서 집으로 가져왔다. 책 꾸러미들이 식탁 위에, 내 방의 여분 침대에 펼쳐졌을 때 그 기쁨이란. (195쪽)

자식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제 본질의 어떤 부분을 ‘흡수’하기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부모들의 운명은 자주 좌절되게 마련이다. 아버지의 필요는, 말하자면 정당했다. 전장의 참호, 그래, 나는 그걸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어머니 역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으나 나는 어머니의 필요를 모른 척하려 했다. 나중에,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참호가 아버지를 갉아먹었듯이 어머니가 전쟁중에 겪은 고난 역시 어머니의 내면을 파헤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200쪽)

나는 몇 년, 또 몇 년, 또 몇 년이 걸려서야 깨달았다. 어머니에게 눈에 보이는 흉터나 상처는 없었지만, 어머니 역시 불쌍한 내 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피해자였다. (202쪽)

무엇 때문에 잘못된 걸까?
사후에 내리는 깔끔한 결론은 얼마나 매력적인지! 과거를 돌아보는 자리에서 당연한 것들을 확인하면 얼마나 흡족한지. 당연히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될 테고……
아무것도 제대로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지금은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전적으로 부모님의 잘못이었지만 부모님이라고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203쪽)

나는 그때를 떠올리면, 어린아이들이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고, 마음 한편에서는 동화를 믿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그게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그들만의 경이로운 사고방식을 생각하게 된다. 이는 자양분이 되고 구원이 되는 엄청난 능력이며, 이 능력을 갖추지 못한 아이는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212쪽)

나는 내 부모 세대 어머니들을 돌아볼 때 치를 떨며 생각한다. 오, 하느님,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그리고 내 어머니를 돌아보며 깨닫는다. 그녀의 본질, 진짜 에밀리는 농장에 정착한 직후 침대 신세를 졌을 때 죽어버렸다고. 오래도록 나는 아버지가 전쟁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역시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진짜 에밀리 맥비는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구해준 교육자였다. 나는 어머니를 그렇게 기억하고 싶다. (226쪽)

나는 거의 매일 밤 열 명이 넘는 영국 공군 장병에게 음식을 해 먹였다. 자신의 삶은 보류된 채로 가정을 이룬 삶을 꿈꾸는 청년들은 아기를 어르고 예뻐했고, 나는 베이컨과 달걀, 소시지와 통조림 콩을 가지고 내 핫플레이트 두 개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만들었다. 그들은 고향에 돌아가면 베이컨과 달걀 요리를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 언제 돌아가나? (…)
나는 요리했고, 그들은 먹었다. 우리는 딱 한 가지가 비슷했다. 진짜 삶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생각하면, 모두가 병에 걸렸다가 회복중인 사람들 같았다. 전쟁의 시간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어서 멍하고 망연자실한 상태. 그 점에서라면 나는 세상이, 심지어 지금도, 전쟁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실을 부정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전쟁에 대해, 대개는 나치에 대해, 아무리 많은 영화를 만들어내면 뭐하나. 그때는 온 세상이 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우리는 그 모든 분쟁의 영역을 샅샅이 살핀 적이 없다. (311-312쪽)

소설 속의 부모와 현실의 부모, 슬프고도 애틋한 간극

2007년 스웨덴 한림원은 도리스 레싱에게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풀어낸 서사 시인”이자 “분열된 문명을 응시하는 작가”라는 찬사와 함께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 1919년 태어나 201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페미니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식민지, 인종차별 등 20세기 인류 사회의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레싱이 2008년 발표한 생애 마지막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자기 부모였다. 『앨프리드와 에밀리』는 절반은 소설, 절반은 회고록이라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전개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앨프리드와 에밀리는 잠시 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각자의 짝을 만나고 평생 친구로 남는다. 잘생긴 크리켓 선수 앨프리드는 고향 농장에서 일하며 야무진 아내, 쌍둥이 아들들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꾸린다. 똑똑한 에밀리는 런던에 가서 간호사로 일하다 저명한 의사를 만나 결혼한다. 남편을 심장마비로 잃지만 그가 남긴 유산과 인맥을 활용해 교육 자선사업가가 된다. 실제 역사와 달리 영국은 평화 속에서 번영을 구가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젊은이들은 해외에 나가려고 타국의 전쟁에 자원한다. 이런 세태를 걱정한 앨프리드의 아이디어와, 에밀리의 자금과 행동력이 만나 새로운 사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제2부는 부모와 작가 자신이 현실에서 경험한 삶이다. 부상병과 간호사로 병원에서 만나 결혼한 부모는 옥수수를 키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선전을 보고 아프리카 농장으로 이주한다. 그러나 남로디지아의 농장은 경제적으로 성공하기엔 너무 볼품없었고 이제는 농장을 탈출해 영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족의 목표가 된다.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어 나무 의족을 사용하는 아버지는 끔찍했던 경험을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나중에는 당뇨병까지 생겨 괴로운 말년을 보낸다. 어머니는 식민지에서는 영국 중산층의 삶을 영위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하고, 남편을 돌보느라 자기 시간을 갖지 못한다. 자식들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오히려 레싱과 남동생은 어머니와 멀어지고 만다. 부모가 살았던 에드워드 시대 영국과 작가가 유년시절을 보낸 아프리카 식민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찬란했던 대영제국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환상에 젖어 식민지로 떠났던 사람들이 좌절을 겪는 과정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그리고 ‘모든 전쟁을 종식할 전쟁’이라는 제1차세계대전의 별칭이 무색하게 곧이어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이번에는 남동생 해리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고 만다.
『앨프리드와 에밀리』의 절묘한 구성은 극적 대비를 이루며 독자에게 두 세계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충격을 안긴다. 읽는 순간 눈앞에 전원 풍경이 펼쳐지는 듯 따스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제1부는, 『풀잎은 노래한다』 『금색 공책』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레싱의 대표작들을 읽어본 독자라면 의외라고 여길 만하다. 레싱은 부모의 행복을 위해,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천진한 아이처럼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전쟁이 남긴 부상과 병으로 고생하다 죽은 실제 아버지와 달리, 소설 속 앨프리드는 아버지의 평생소원이었던 영국 농부로 살며 장수하다 세상을 떠났다. 중산층처럼 살고 싶은 욕망과 자식에 대한 집착으로 괴로워했던 어머니는, 소설 속에서 자녀는 없지만 수많은 아이들의 미래를 바꾼 자선사업가로서 사교계에서 존경받는다.
그러나 이 작품의 목적이 단순히 허구와 현실을 대비시키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소설을 찬찬히 읽어보면, 부모에게 선사한 허구의 삶에도 그 나름의 슬픔이 있고 상처가 있다. 앨프리드에게는 버트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는 심각한 알코올중독자이다. 앨프리드 부부는 술집으로 버트를 찾으러 다니고 그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하느라 애쓴다. 또 기나긴 평화에 질린 아들들이 타국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나갈까 노심초사한다. 에밀리는 남편을 갑자기 잃고 재산을 탐내는 친척들에 맞서며 자선사업을 운영한다. 사업은 성공적이었지만 마음 맞는 배우자를 만나거나 자식을 얻지는 못해 주위의 연인들을 보며 아쉬워한다.
제1부의 삶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제2부의 삶이 오로지 비극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로 연결된다. 아프리카의 대자연은 때로 넋을 잃고 바라볼 만큼 경이로웠고 아버지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레싱은 본국에서 정규교육을 받는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절대 평탄하지 않은 유년시절이었지만 식민지 농장에서 보낸 그 시절은 뇌리에 강하게 남았고 레싱이 이후 인종, 계급, 성별의 격차에 항거하는 지식인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도리스 레싱의 마지막 작품이자 가장 강력한 작품 중 하나

레싱의 작품 목록 중에서도 『앨프리드와 에밀리』가 눈에 띄는 이유는 그저 마지막 작품이어서가 아니다. 우선 이 작품은 말년에 이른 레싱이 평생 이해하려고 애썼던 부모, 특히 어머니에게 건네는 화해의 시도이자 결국 자기 자신과의 화해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부모의 전기인 동시에 작가 자신의 전기인 것이다.

“여전히 이렇게 나는 그 무시무시한 유산에서 헤어나려고, 자유로워지려고 애쓰고 있다. (…) 내가 글로 쓴 그대로의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들이 내가 빚어준 삶을 마음에 들어한다면 좋겠다.” _도리스 레싱

어린 시절 레싱은 아버지의 전쟁 경험담이 듣기 싫어 귀를 막으면서도, 아버지의 이야기는 고통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수단이라며 그 정당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경우는 달랐다. 어머니에게도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정당성은 눈에 바로 보이지 않았고, 레싱은 자신과 남동생에게 집착하는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려고 투쟁했다. 많은 딸들과 마찬가지로 레싱 역시 ‘나는 어머니처럼 되지 않겠어’라고 되뇌었고 그가 어머니에게 느낀 분노는 격렬했다. 레싱이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듯이,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 역시 시대가 낳은 피해자였음을 깨닫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앨프리드와 에밀리』가 발표된 2008년 당시 레싱의 나이는 아흔에 가까웠다. “그 무시무시한 유산에서 헤어나려고, 자유로워지려고” 노력중이라 말했던 레싱은 이 마지막 작품을 통해 드디어 목적을 달성한 듯하다.
다음으로 작품의 특이한 형식에도 주목해야 한다. 소설은 물론이고 시,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문학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레싱의 실험적 태도가 이 작품에서도 빛난다. 부모의 삶이나 전쟁이라는 소재는 무수히 반복되어왔으나, 픽션과 논픽션을 한 권으로 담은 신선한 구성 덕분에 『앨프리드와 에밀리』에는 진부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흑백사진 역시 일반적인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준다. 특히 제1부의 끄트머리에 있는 「설명」이라는 글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현실의 누구에게서 영감을 받았는지 알려주면서 독자를 자연스럽게 제2부로 이끈다. 소설만 따로, 혹은 회고록만 따로 출간했다면 다소 밋밋한 작품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두 가지 성격의 글을 하나로 엮어 각각의 합보다도 더 큰 감동을 만들어냈다. 『앨프리드와 에밀리』는 내용 면에서도 형식 면에서도 “레싱의 가장 강력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마지막으로 레싱은 이 작품에서 자신을 구원해준 존재인 ‘책’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다. 유년시절에 일어난 “좋은 일은 딱 하나”였고 그것은 바로 독서였다. 책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문학계 최고의 영예를 얻은 대작가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들, 추억 속의 도서 목록을 줄줄이 읊는다. 수많은 동시대 작가의 작품에 추천사를 아끼지 않으며 책에 대한 애정을 기꺼이 드러냈던 레싱. 어린 시절의 그가 영국에서 아프리카로 느리게 배송되어 오는 책을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작가정보

Doris Lessing
1919년 페르시아(현 이란)에서 영국인 부모 앨프리드와 에밀리의 딸로 태어나, 가족과 함께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남로디지아(현 짐바브웨)로 이주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십대 초에 학교를 그만두고 독학하면서 전화교환원, 타이피스트 등으로 일했다. 두 번의 이혼을 경험한 후 1949년 런던에 정착해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1950년 첫 장편소설 『풀잎은 노래한다』 발표 이후, 『마사 퀘스트』 『금색 공책』 『19호실로 가다』 『다섯째 아이』 『런던 스케치』 등 50권이 넘는 책을 썼다.
레싱은 계급, 인종, 성별의 격차로 빚어진 인습과 폭력, 억압에 평생 저항해온 작가이자, 공산당에 가입하는가 하면 아파르트헤이트 저항 운동, 반핵 운동 등 현실 정치에도 목소리를 높인 지식인이었다. 서머싯 몸 상, 메디치상,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고 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타임스〉 선정 ‘전후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발표한 『앨프리드와 에밀리』는 1990년대 후반부터 뇌졸중으로 투병하면서도 작품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마지막 결실이다. 제1차세계대전을 거치며 돌이킬 수 없이 부서진 부모의 삶과 자신의 기억을 예리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해냈다.
무엇보다 백인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 내면의 삶을 작품화하여 “문학의 얼굴을 바꾼 작가”로 평가받는 레싱은 2013년 런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며, 옮긴 책으로 『곰』 『거지 소녀』 『사랑의 역사』 『남자가 된다는 것』 『칠드런 액트』 『존 치버의 편지』 『여름의 끝』 『에논』 『내 휴식과 이완의 해』 등이 있다.
앨프리드와 에밀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8)
도리스 레싱 지음 ∥ 민은영 옮김

◈ 발행일: 2023년 3월 31일
◈ 쪽 수: 344쪽
◈ 판 형: 140*210 (무선)
◈ 가 격: 16,000원
◈ ISBN: 978-89-546-9153-6 04840
978-89-546-0901-2 (세트)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0881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
책임편집 해외2팀 김수연 031-955-3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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