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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사물 탐구 사전

정명섭 지음
초록비책공방

2023년 06월 10일 출간

종이책 : 2022년 10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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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1.60MB)
ISBN 979119126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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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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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라는 시대는 우리나라 역사의 어디쯤일까? 이 책에서는 개항 후, 즉 구한말과 대한제국 시기 그리고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산업화로 고속 성장을 이룩한 최근 100여 년간을 집중 조명한다. 당시 사람들에게 혁신적이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근대 사물을 행적을 찾아간다. 말도 없이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전차, 화면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무성 영화, 불을 휴대할 수 있게 만들어준 성냥,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가능케 해준 재봉틀, 발로 뛰는 수레 인력거, 부엌의 문화를 바꾸어놓은 석유풍로, 녹음된 음악을 즐기게 해준 측음기, 편리하고 실용적인 고무신이 그 주인공이다.
기술의 발달과 쓸모의 변화로 인해 근대 문물은 사라졌고 사진 속에, 어쩌면 박물관에 전시되어 우리의 기억에만 남아있다. 이 책은 근대 문물이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소유욕을 불러일으켰던 그때와 새로운 물건으로 대체되고 소멸된 현재를 비교하면서 근대 생활 모습을 상상해보게 한다. 독자들 또한 작가가 펼쳐놓은 근대 사물의 행적을 따라 그때 그 시절 우리와 함께했던 사물들의 신나고 재미난, 가끔은 황당한 이야기에 매료될 것이다.
근대 사물에 대한 탐구 정신을 장착하여 근대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를 그려보는 일은 이 책의 저자, 정명섭 작가의 말처럼 앞으로 과학 기술의 미래가 어떤 모양으로 다가올지 가늠해 보는 일일 것이다.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2년 인문 교육 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을 통해 발간된 도서입니다.
¶ 전차
말도 없이 달리는 마차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

¶ 무성 영화
변사라는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다
¶ 성냥
드디어 손 안에 들어온 불

¶ 재봉틀
할부제를 통해 다가온 신식 문물

¶ 인력거
근대를 발로 뛰는 수레

¶ 석유풍로(곤로)
부엌 문화를 바꾸다

¶ 축음기
소리로 근대를 느끼다

¶ 고무신
임금이 신던 신발에 민족의 애환이 담기다

이처럼 근대 사물의 발명은 입는 옷부터 먹는 음식, 사는 공간까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을 바꾸었으며, 그 변화는 오늘날까지 영향을 주고 있지만 그 흔적은 어디에 있을까?
재봉틀과 성냥의 발명으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인간의 삶이 더 나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근대식 공장에서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특히 여성 노동자는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한데다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긴 시간 노동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생존권에 대한 투쟁으로 이어졌다. 이렇듯 근대 사물의 도입은 명암이 함께 존재한다.
따라서 근대 사물이 언제 들어와서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으며 어떤 연유로 사라졌는지를 추적하는 일은 우리의 삶에 대한 이해와 추구해야 할 가치를 깨닫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오늘날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을 어디로 이끌지 예측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대한제국에 전차가 부설된 시기는 굉장히 빠른 편이다. 일본에서도 전차는 교토와 나고야밖에 없었고 수도인 도쿄에도 아직 없었다. 개통식 후 점검을 마친 노면 전차가 드디어 운행을 시작했다. 서대문에서 종로를 거쳐 동대문으로 나와 홍릉으로 가는 길. 사람들은 길가는 물론 성벽에 올라가 구경했다.
장죽을 입에 문 양반은 점잖게 뒷짐을 지고 지켜보다가 망측한 일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노면 전차를 보고 신기해했다. 서양 물건에 대한 거부감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소문을 듣고 달려와 매일 전차를 타느라 가산을 탕진한 사람까지 나왔다.
전차-말도 없이 달리는 마차는 어떻게 세상을 바꿨을까 중에서

새로운 시대는 더 이상 변사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대표 변사인 서상호 또한 몰락의 길을 걷는다. 결국 1938년 그는 우미관의 화장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무대 위에 섰던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나운규가 마지막 영화인 〈오몽녀〉를 개봉하고 사망한 지 1년 후의 일이었다.
사망 후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대접을 받았다. 나운규는 근대 영화인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며 그의 이름을 딴 춘사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반면 서상호는 영화계에서 잊힌 존재가 되었다. 나운규와 서상호의 죽음은 무성 영화의 종말을 의미했다. 토키 영화가 등장하면서 변사라는 날개를 잃은 무성 영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무성 영화 - 변사라는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다 중에서

사람 손가락 길이의 성냥, 불을 붙이면 고작 몇 초 타고 꺼지는 그 작은 물건 안에 제국주의 시스템이 있다고 하면 많이들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성냥의 제작과 판매에도 제국주의의 정교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1930년대가 되면서 성냥은 일상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당시 신문에는 산에 불을 내고 농사를 짓는 화전민을 방화죄로 처벌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투는 사건에서 만약 그들을 처벌한다고 해도 결국 성냥갑과 도끼를 들고 다시 산에 불을 낼 것이라는 기사 내용이 나온다. 상징적인 표현으로 쓸 정도로 성냥이 빈번히 사용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울러 성냥 광고도 매우 많아졌다. 주로 후발주자들이 내는 광고였는데 대개 상표와 대표 이미지를 크게 넣고 그 주변에 제품 이름을 작게 적어 넣는 방식이었다. 귓병의 원인이 성냥개비로 귀를 쑤시는 것이라고 언급하는 의사 이야기도 기사에 나왔다.
성냥과 관련한 기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평안북도 강계에 동냥을 하고 산에서 나무를 하면서 사는 70세 노인 박지성이 있었다. 그는 어렵게 모은 돈으로 쌀과 성냥, 담배를 사서 집안에 잘 보관해놓고 수확을 끝낸 논에 벼 이삭을 주우러 갔다. 그 사이 동네 불량배들이 집안을 싹 털어가는 일이 벌어졌다. 기자는 걸인의 집을 턴 나쁜 좀도둑들이라면서 도둑 중에 가장 나쁜 도둑이라는 기사를 썼다. 이 기사를 보면 박지성이라는 노인이 힘들게 모은 돈으로 산 것 중 하나가 바로 성냥이다. 음식을 만들거나 난방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 어려운 형편인데도 성냥을 샀던 것이다.
성냥 - 드디어 손 안에 들어온 불 중에서

1945년 8월 15일 조선은 광복을 맞지만 재봉틀은 해방되지 못했다. 미군정 시기에도 재봉틀이 제대로 수입되지 못한 것이다. 미군정 시기 재봉틀은 가난한 집안의 마지막 생계 수단이었다. 힘들게 살아가던 집안의 딸이 어렵게 모은 돈으로 재봉틀을 샀지만 오빠의 학비와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다시 팔아야만 하는 상황을 더없이 비극적으로 묘사한 기사도 있었고, 집에 든 도둑이 반드시 훔치는 1순위가 바로 재봉틀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곧이어 터진 6.25 동란에는 어떻게든 재봉틀을 가지고 피난을 떠나는 악착같은 어머니도 있었다.
집에서 재봉틀로 옷을 만드는 내재봉소는 전쟁 이후 더욱 활성화되었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인들이 할 수 있는 일 중 장사를 제외하고는 거의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싱거사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에 재봉틀 100대를 기부했다. 보육원과 여학교에 재봉틀을 기증하는 일은 미담으로 여겨졌고 월남민이 정착하는 데 꼭 필요한 물건으로 재봉틀이 꼽히기도 했다. 재봉틀이나 재봉틀 부품을 밀수
하다가 적발되는 일도 늘어났다. 심지어 경기중학교에 입학한 자신을 위해 부모님이 재봉틀을 팔려고 하자 자살소동을 벌인 학생도 있었다. 재봉틀을 팔면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것을 13세 소년도 알고 있었나 보다.
재봉틀 - 할부제를 통해 다가온 신식 문물 중에서

일본과 가깝고도 먼 나라였던 조선 역시 인력거가 이른 시기에 소개되었다. 1880년대에 인력거에 대한 기사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그 이전에 이미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일본이 가지고 들어왔거나 조계지나 개항장 등지에서 사용하다가 자연스럽게 조선인에게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바퀴 달린 수레를 끄는 인력거는 단숨에 사람들을 홀렸다. 특히 가마를 타고 다니는 관리들의 눈에 쏙 들어왔다. 흔들리고 불편한 가마에 비해 훨씬 편안했다. 게다가 가마는 품계에 따라 타고 다닐 수 있는 종류가 정해지고 바퀴 달린 가마인 초헌은 종2품 이상만 탈 수 있는데 비해, 인력거는 돈만 내면 누구라도 탈 수 있고 좁은 골목길도 전차가 다니지 않은 길도 얼마든지 갈 수 있었다.
덕분에 조선도 일본처럼 삽시간에 인력거가 퍼져나갔다. 조선과 일본의 사정이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마차는 부족했고 증기기관차는 도입되는 중이었으며 전차 역시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도로 사정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 모든 조건이 조선을 일본처럼 인력거 천국으로 만들었다.
초기에는 고관대작들이 사용했지만 인력거는 곧 대중화의 길을 걷는다. 기록상으로 보면 조선 최초의 인력거 회사는 1894년 한성에 사는 일본인이 만들었다. 일본인이 십여 대의 인력거를 운행했는데 곧 조선인들이 끄는 인력거가 등장했다.
인력거 - 근대를 발로 뛰는 수레 중에서

사실 풍로는 바람을 이용한 화로라는 의미다. 이 얘기는 풍로에 어떤 연료를 쓰는지에 따라 앞에 붙은 명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풍로를 언제부터 썼을까? 풍로에 관한 기록들은 고려 시대부터 나온다. 물론 기록이 그렇다는 말이고 아마 그 이전부터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당시의 풍로는 이름 그대로 바람이 들어오는 구멍이 있는 화로라는 의미였다. 바람을 강조한 이유는 불이 잘 붙게 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오늘날 고깃집에서 숯불을 가져다주고 불구멍을 활짝 여는 원리와 같다. 바람이 들어가면 화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불을 다루는 사람들의 기본 상식이었다.
고려시대에는 지금처럼 온돌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바닥에 두꺼운 천이나 두툼한 돗자리를 깔아서 추위를 막았다. 온돌이 없으니 아궁이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요리를 하려면 도구가 필요했다. 당시에 많이 쓰인 것이 세 발 달린 솥과 풍로였는데 주로 흙과 쇠로 만들어졌고 안에 숯불을 담아 위쪽으로 열기가 올라가게 해서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이색과 정몽주의 시에도 풍로가 등장하고, 김종직 역시 풍로에 눈을 녹인 물로 차를 우려 마신다는 글을 남겼다. 삼강행실도에 그려진 풍로를 보면 세발솥처럼 짧은 세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고 위쪽은 꽃잎 모양처럼 벌어져 있다. 몸통 아래쪽으로는 구멍이 보인다. 아마 위쪽으로 불붙은 숯을 넣은 다음 주전자나 냄비 같은 걸 올려놓고 조리를 했을 것이다.
앞서 살펴봤듯 일제강점기에는 커피를 끓이거나 찌개를 데우는 용도로 석유풍로를 사용했다. 고려와 조선시대 풍로 역시 작은 솥을 올려놓고 물을 데워서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조리한 것으로 보인다. 남아있는 청동으로 된 풍로를 보면 꽃잎처럼 벌어진 위쪽 안에 뭔가를 걸쳐놓을 수 있는 테두리가 둘려 있다. 아마 솥을 올려놓고 고정해놓는 용도였을 것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걸쳐 사랑을 잔뜩 받은 숯불 풍로는 조선 중기로 접어들면서 그 사용이 차츰 줄어들었다.
석유풍로(곤로) - 부엌 문화를 바꾸다 중에서

특이한 점은 초기에는 축음기라는 이름보다는 ‘유성기’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당시 신문 기사를 보면 축음기보다 유성기라는 단어가 더 많이 나온다. 축음기는 ‘소리를 모으는 기계’라는 뜻이고 유성기는 ‘소리가 머무는 기계’라는 뜻이다. 유성기라는 명칭으로 우리는 당대 조선인이 이 사물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떤 특정 장소에 가서 연주자가 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서양에서 온 요상한 기계 안에서 소리가 들렸으니 처음에는 기계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청나라와 일본을 통해 서양의 존재와 기술적인 진보를 접한 이들마저 축음기를 보고는 놀랄 정도였다.
1899년 독립신문에 광통교 남천변 첫 번째 골목 첫 번째 집에서 서양의 유성기를 판매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처음에는 유성기의 값이 비싸 판매보다는 돈을 받고 소리를 들려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즈음부터 사람들에게 소리가 나는 기계가 낯설지 않았나 보다.
우리나라 사람이 부른 노래를 최초로 녹음한 것도 이즈음 이다. 1896년 미국 워싱턴에 사는 인류학자 멜리스 플레처의 집에 안정식을 포함한 세 명의 조선인이 방문했는데 이때 멜리스 플레처가 그들에게 조선의 민요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루어졌다. 세 명은 각자 혹은 둘이서 〈아리랑〉을 포함해서 총 11곡을 불렀다. 우리 민족 최초로 목소리가 녹음된 날이다. 멜리스 플레처는 이들이 부른 노래를 6개의 실린더 레코드에 담았다고 한다.
축음기 - 소리로 근대를 느끼다 중에서

전통 신 형태로 만든 고무신이란 양반들이 신던 당혜라는 가죽신 모양으로 만든 고무신을 뜻한다. 발등을 덮어주고 앞코가 튀어나온 형태에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갸름한 모양새라 거부감이 덜했다. 거기다 사람들이 어색해하던 뒤축을 없애거나 극단적으로 낮췄다. 낯설고 어색한 서양 신발 모양이 사라지자 고무신의 장점은 극대화되었다. 남녀 구분도 살짝 했는데 여성용 고무신의 앞코를 살짝 올렸다. 여성이 신던 당혜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린 것으로 일본 고무신 제조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었다.
당시 조선 사람들이 주로 신던 짚신은 싸기는 했지만 금방 닳았고, 비가 오면 버선을 적혔다. 하지만 고무신은 쉽게 닳지 않았고 장마철에도 끄떡없었다. 겉에 오물이 묻어도 쓱쓱 닦아내면 그만이었다. 물에 젖으면 햇빛에 말려 다시 신을 수도 있었다. 모양새도 지체 높은 양반들이 신던 당혜와 비슷하게 생겼으니 신으면 뭔가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특히 고무신은 한복에 어울렸기 때문에 양복에 익숙하지 않았던 당대 사람에게 그야말로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짚신을 비롯한 전통 신들의 수요는 확 줄어들었다. 덕분에 1921년이 되면서부터는 일본에서 수입한 고무신보다 조선에서 생산된 고무신의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 이하영의 대륙고무공업주식회사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을 두 가지 펼쳤는데 하나는 고무신에 ‘대장군표’라는 브랜드를 붙여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유명인을 활용한 것이다. 브랜드 마케팅은 당시로서는 낯선 방식이었지만 ‘고무신은 대장군표’라는 인식을 심어 판매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하영이 펼친 유명인 마케팅은 대장군표 고무신을 순종에게 바치고 신문에 이를 널리 알린 것이다. 1922년 9월 21일 자 신문광고에 순종이 대장군표 고무신을 신었다는 내용을 실었다.
고무신 - 임금이 신던 신발에 민족의 애환이 담기다 중에서

전차, 무성 영화, 성냥, 재봉틀, 인력거, 풍로, 축음기, 고무신
지금은 사라진 한국인의 필수품
근대 문물의 명암을 추적하다

근대 시기, 산업혁명을 거친 서양이나 메이지 유신을 통해 빠르게 서구화를 추진하고 있던 일본에서 들어온 근대 문물들, 대부분은 생활을 더없이 편리하게 해주었다. 때문에 거부감은 곧 사라지고 일상에서 애용되었다. 전차, 무성 영화, 성냥, 재봉틀, 인력거, 풍로, 측음기, 고무신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 품으로 들어왔다.
새로운 문물은 양반과 노비,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에게 다양한 모양으로 다가왔다. 신기한 탈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양반이 자신이 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가버린 ‘전차’를 향해 노발대발하고, ‘무성 영화’를 맛깔나게 설명하는 변사 덕분에 직접 제작한 한국 영화가 탄생한다.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 돈만 내면 좁은 골목길도 얼마든지 갈 수 있던 ‘인력거’, 숯/석유/전기를 연료로 끝도 없이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부엌의 혁신 ‘풍로’, ‘측음기’에 녹음되어 흘러나오는 박춘재 명창의 목소리를 듣고 고종이 깜짝 놀라 했다던 ‘십년감수’라는 말의 유래, 순종이 신발이라고 신문 광고도 실을 만큼 스타 마케팅을 펼친 ‘고무신’ 등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바꾸어놓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시기 탄생한 사물들이 편리함만 전해준 것은 아니다. 제국주의 영향 아래 식민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기도 했다. ‘시간’의 개념을 확실하게 해준 전차는 경복궁의 서십자각과 담장을 허물어버리고 일본인과 조선인의 전차 요금에 차등을 두고 조선인이 모여 사는 곳은 노선을 적게 설치하는 등 문제도 많았다. 성냥은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물건임에는 분명하지만 성냥을 둘러싼 생산 환경은 그렇지 못했다. 신문에 안데르센 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연재되고 있던 이 시기에 추위를 잊기 위해 성냥불을 켜는 성냥팔이 소녀의 모습과 당시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차별 받던 사람들이 겹쳐 보인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도구로 새로운 기회를 주는 기회이자 발판이 되었던 재봉틀은 후에 전쟁을 준비하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군복을 만들어내야 했다. 사람을 싼값에 고용할 수 있는 시대였던 만큼 그 당시 사람이 사람을 끌고 다니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겠지만 인력거꾼에게는 결코 ‘운수 좋은 날’이 오지 않았고 인력거는 결국 시대의 유물로 사라졌다.

제국주의와 식민지 시절이라는 아픈 시대를 넘어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세상을 바꾼 근대 문물
가장 격정적인 시대를 통해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본다.

산업혁명으로부터 시작된 근대는 우리나라로 넘어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와 ‘시간’을 제공함으로서 사람들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근대 사람들은 신분과 성별을 넘어선 근대 문물을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이용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근대 사물이 모든 이에게 혁신적인 편리함만 안겨준 것은 아니다. 성냥 공장, 고무신 공장, 미싱 공장에 이르기까지 근대 사물은 근대식 공장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특히 여성 노동자는 착취에 가까운 대우를 받았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장시간 노동과 적은 임금은 필연적으로 생존권 투쟁으로 이어졌다. 온종일 숨이 찰 만큼 뛰어다니고도 고작 손에 쥔 돈이 ‘3전’뿐인 인력거꾼의 생계 또한 쉼 없이 ‘빨리빨리’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오늘날의 플랫폼 노동자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과거는 오늘을 보는 눈이다. 혁신적인 물건은 과연 인간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가? 저자는 근대 사물이 언제 들어와서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으며 어떤 연유로 사라졌는지를 추적하는 일은 우리의 삶에 대한 이해와 추구해야 할 가치를 깨닫는 일이라 일컫는다. 한때 우리의 삶을 바꾼 혁신적인 사물을 탐구하면서 근대라는 시대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려 했던 이 시도가 지금 우리가 누리는 스마트폰, 자동차 같은 현대 문물의 명암을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그럼으로써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어디로 이끌어갈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을 거쳐 파주 출판도시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가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문, SF, 역사, 추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기억, 직지》로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으로 2015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다. 2020년에는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2020년 《골목의 시간을 그리다》가 ‘서울 도시인문학’으로 선정되었다. 주요 출간작으로 《오래된 서울을 그리다》, 《한국인의 맛》, 《봉오동의 총성》, 《조선직업실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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