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인류

지금 지음

수작 2023년 06월 15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05월 0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지금 시인의 시집을 지금 읽어보시라. ‘내 미래파 미래파 사람들이 하도 얘기하기에 미래파 아무개의 시집도 읽어보았는데 이 시집에 비하면 새 발의 피야.’ 요해 불능. 항복. 잘 났어 정말. 이상 뺨치네.”  
해설자 이승하의 말이다.

이 시집 『불의인류』는 ‘수작시인선’의 창간시집으로 총 63편의 시가 실려있다. 시인은 현대인의 미래, 자연재해, 첨단, 속도, 코로나19 등을 일컬어 ‘불의 인류‘라 칭한다. 각 부마다 시의 형식이 바뀌는 지금 시인의 시는 독자의 지루한 시읽기의 일상을 매번 뒤집으며 현상 너머의 형이상학적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몰두한다.

목차

시인의 프로필
詩人의 말
1부 그다음, 다음다음
그다음, 다음다음
여정도旅程圖
헤어질 무렵에 치는 종소리
고블린 현상
다정한 부재
무서운 거미보다 더 무서운 거미
얘야,
리좀블록
몽치마리새
내시경
소금접시 생각
HAND OUT
시인대행진
헤르메스의 볼륨
命名

2부 불의 인류
불의 인류1
불의 인류2
불의 인류3
불의 인류4
태양도 저무는구나
참새론
극비
인큐베이터
화환花環
연기
접시接尸
페가수스의 동사
달과 팽이
MASK -메르스
코, 성능에 대한 여론
람세스 2세

3부 우주스캔
리셋 57
우주스캔1 ―동전새
우주스캔2 ―베시카 피시스
우주스캔3 ―21그램
우주스캔4 ―천문天文
창문으로 읽는 여덟가지 삶
산종散種 
윌리윌리
몽블랑
발효하는 새
장자의 그림
형상기억
거위의 방
위상변환
몸의 궤도
아모르파티

4부 소산계수消散係數
소산계수 0―처용가
소산계수 제1호 ―순록
소산계수 제2호 ―타일
소산계수 제3호 ―申 구지가
소산계수 제4호 ―거울우화
소산계수 제5호 ―옛날 옛날에
소산계수 제6호 ―세월호
소산계수 제7호 ―형이상학
소산계수 제8호 ―사물의 표적
소산계수 제9호 ―옵스큐라
소산계수 제10호 ―수관
소산계수 제11호 ―맨홀
소산계수 제12호 ―나르시스
소산계수 제13호 ―에고포르
소산계수 제14호 ―금발 세레모니
소산계수 제15호 ―예술의 종말
■ 해설: ‘지금 시인의 시를 조금 이해하기 위하여  -『불의 인류』에 붙인다’ (이승하)
판권
시인의 추천사

책 속으로

그 다음 다음다음

아이가 말을 배우기 위해 소리 나는 낱말을 날마다 주워모았다. 그러자 시끄러운 낱말들이 ‘그다음’을 생각하는 상자에 가두었다. 생각하는 상자가 ‘그다음’에게 인형의 노란스카프를 씌워주자 노란스카프가 ‘그다음’의 엄마가 되었고 엄마는 또 ‘그다음’의 안녕을 위해 별이 가득찬 마당에 앞치마를 펼치었다. 앞치마는 별자리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우르르르 마당에 모여든 ‘그다음, 다음다음’의 푸른 인파를 위해 완두콩이 되어 콩밭을 콩콩거리며 바쁘게 뛰어다녔는데,
  
아이가 발밑에 굴러온 완두콩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완두콩의 머리에서 ‘그다음’의 낱말을 하나씩 꺼내 들어 퍼즐에 끼워 맞추고는 즐거운 듯이 손뼉을 쳤다.


소산계수 제6호 ―세월호

출항했다, 
나비매듭을 여러 개 달고 
우거진 잎들의 어두운 그늘을 실었다 
 
구름이 태양을 덮었다, 잿빛 세상 
 
외경畏敬을 품은 구두가 삐꺽거렸다 
모두가 허리를 들었다, 좌석이, 곰팡이가 난, 
대갈못 빠진 선체가 급격히 굽이쳤다, 
 
굽이쳤다, 
신성한 돌들의 차가운 냄새 
지면 끝,  설화석고처럼 
창백한 현관처럼 
하얀 침묵들 
국화菊花, 

꽃들이 휘어지는 계절이
.
.
.
.
 

불의 인류1

불길을 열어 길을 찾겠다고 
하와이 간다 
 
분화구 천국이라 말할까 
위험한 진주라고 말할까 
 
불기둥 신전에서 불완전한 신전으로 
불완전한 신전에서 佛子의 신전으로 
 
불꽃을 열어 꽃을 찾겠다고 
하와이 간다 
꽃들이 휘어지는 계절이                       
.
.
.
.
                    
고블린 현상

고블린의 웃음소리가 코로나로 변형되었다
 
스파이크 길이 20nm
온도 100만 ℃
 
+++++++++++++
복제 그리고 확산
 
공중에서 소리없이 메아리칠 때
싱싱한 과일들이 나무에서 툭 툭 떨어졌다
 
1→50→10,774→205,463→325만……
공포 그리고 눈물
 
인류의 경련
경련이 격렬히 격리되었다

출판사 서평

지금 시인의 시를 보다 빨리, 쉽게 이해하기 위한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한국 시문학사에 그런 시인이 있었다. 1910년에 태어나 1937년에 작고한 이상李箱은 “알쏭달쏭한 아라비아 숫자와 기하학 기호의 난무, 건축과 의학 전문용어의 남용, 주문呪文과도 같은 해독 불능의 구문으로 이루어진 시들. 자의식 과잉의 인물, 도저한 퇴폐적 소재 차용, 띄어쓰기 거부, 위트와 패러독스로 점철된 국한문 혼용 소설들. 그의 모더니즘 문학과 비일상적 기행奇行은 이 스캔들의 원소를 이룬다.”(장석주, 『나는 문학이다』, 김영사, 2009)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의 후예가 바로 지금 시인이다. 이상의 후예로는 후반기 동인 조향趙鄕이나 김경린金璟麟 시인 정도가 있었을 뿐, 이렇게 난해한 시는 이상 작고 80여년 만에 처음이라는 것이 해설자 이승하의 생각이다. 
<이승하의 해설 중에서>

지금 시인은 2010년 시계간지 《예술가》에 등단했다. 시인의 시집 『불의 인류』의 시 형식은 포스터모더니즘의 추상시와 실험시에 가까운 특징을 보인다. 시인은 시의 다양한 주제에 관하여 “인생은 역경이지 단순한 삶이 아니므로 시 또한 단순하게 쓸 수가 없다”라고 말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시인 이승하가 이 시집의 해설을 쓰는데 매우 곤혹스러워 했다는 농담이 있다

시리즈 : 히멘, 불의 인류, 소수 0

작가정보

저자(글) 지금

본명, 지연식. 강원도 춘천 출생으로 2010년 계간 《예술가》에 「수상한 뿌리」 외 3편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히멘Hymen-naios』(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과 『소수 0』이 있다.

작가의 말

■ 시인의 말

해가 바뀔 때마다
시가 되기 위해, 시였던 것을
나는 자주 잃어버린다.

2020년 5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