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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로런 그로프 지음 | 정연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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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31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5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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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9.17MB)
ISBN 97889546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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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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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운명과 분노』(2015)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거머쥔 소설가 로런 그로프가 단편집 『플로리다』(2018) 이후 삼 년 만에 새로운 장편소설 『매트릭스』를 펴냈다. 프랑스어로 시를 쓴 최초의 여성으로 알려진 12세기 실존 인물 마리 드 프랑스의 생애를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탁월하게 재구성한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시적이고 지적인 문체와 독창적인 세계관, 물 흐르듯 우아하면서도 몰입도 높은 서사를 어김없이 보여주며 “산문의 거장”이자 “동시대 가장 뛰어난 미국 작가 중 한 명”이라는 타이틀을 공고히한다. 『매트릭스』는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운명과 분노』에 이어 두번째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2021)에 올랐으며 조이스 캐럴 오츠 상(2022)을 수상했고,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파이낸셜 타임스〉 〈에스콰이어〉 〈마리 클레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NPR 등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전작인 『아르카디아』(2012)가 1970년대 히피 대안 공동체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매트릭스』는 거의 천 년에 가까운 세월을 거슬러올라가 십자군전쟁이 한창이던 중세의 혼란기 한복판으로, 그곳에 자리한 혁명적인 여성 공동체의 중심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가난한 잉글랜드 수녀원의 부원장으로 임명된 열일곱 살짜리 왕가의 사생아 마리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이 소외된 공동체를 부강한 불가침의 성역이자 오직 여성들만을 위한 유토피아로 바꾸어놓는 치열한 과정이 생생한 필치로 유려하게 펼쳐진다. 로런 그로프는 남성들만의 역사를 걷어내고 그 아래에서 번득이는 여성들의 지성과 비전을, 다채롭게 빛나는 우정과 사랑과 다정을 전면에 내세운다. 작가의 섬세하고 정밀한 언어 감각은 중세 수녀원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살아 숨쉬는 인물들은 물론이고 창문으로 들이치는 바람의 촉감까지 마법처럼 구현해내며 “팔백여 년 전의 중세에 동참한 듯한 긴박한 현장감으로 질식할”(구병모) 것 같은 느낌을 안기는 동시에, 남다른 기지와 지혜와 강인함으로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한 여성의 영웅적 삶을 조명하며 “오직 남성 중심으로 기록되어온 서사시의 새로운 원형에 도달한다”.(천희란)
1부 9
2부 73
3부 125

감사의 말 331
옮긴이의 말: 모든 것이 참으로 아주 좋다 333

그녀는 이 종교를 갖도록 양육되긴 했으나, 그 풍부한 신비주의와 전례에도 불구하고 늘 약간은 바보 같다고 느꼈다. 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죄가 있고, 왜 그녀는 보이지 않는 권능의 존재에게 기도를 올려야 하며, 왜 신은 삼위일체이고, 왜 자신의 핏속에서는 위대함이 뜨겁게 느껴지는데 단지 최초의 여자가 갈빗대에서 만들어지고 열매를 먹은 뒤 권태로운 에덴동산을 잃었다는 이유로 모자란 존재라 여겨져야 하는가? 터무니없었다. 그녀의 신앙은 어린 시절 아주 일찍부터 삐뚤어지기 시작하여, 서서히 더 휘다가 그 자체로 기하학적 구조를 이루었고, 마침내 고유의 각을 가진 당당한 것이 되었다. 본문 13~14쪽

일부는 툴툴거리지만, 대부분은 이제 그들의 말을 들어줄 아주 강인하고 대범하고 전사 같고 왕족인 여자가 이곳에 왔다는 사실에 반쯤 자랑스러워한다. 왜냐하면 지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영혼은 자기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진 자의 손안에서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이 인간의 깊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본문 71~72쪽

오늘날의 인간은 백만 년 전의 인간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다. 로마인도 그리스인도 노르만족과 비교하면 다 거인들이고, 더욱 최악인 것은 왜소하고 뼈가 잘 부러지는 잉글랜드인이다. 천 년이 더 지나면 인간은 들판에서 되새김질하는 소처럼 생각이란 게 없어질 것이다. 그녀는 여러 세대 전의 위대한 자들 사이에 있기를 갈망한다. 그 시대였다면 마리도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본문 78쪽

몸으로 하는 일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잘못된 것은 없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자기를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녀는 한 번도 납득된 적이 없었다. 신도 당연히, 당신이 모든 일을 좋게 해냈으니, 모든 일이 좋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본문 80쪽

마리는 그 처자가 엉엉 울기 전에 부엌을 가로질러 화상 입은 손을 설거지물에 쑥 집어넣어주며 생각한다. 정말로 우리는 동물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가 동물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당연히 동물이 신에 더 가깝다. 동물에게는 신이 필요하지 않기에. 본문 99쪽

육신에 대한 네스트의 다정한 표현이 내면의 뭔가를 흔들어놓았다. 이제 엄연한 진실이거나 분명한 것은 더이상 없고, 서로 대립되는 것도 없다. 선과 악은 함께 살며, 어둠과 빛도 그렇다. 상반되는 것이 동시에 진실일 수 있다. 세상의 중심에는 거대하고 박동하는 공포가 있다. 그 깊은 중심에서 세상은 황홀하다. 본문 112쪽

이 여인이 이브, 모든 인류의 최초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그분은 반대쪽 손에 크리스털로 만든 갈빗대를 들고 있었는데, 자신이 갈빗대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며, 그것을 통해 자신이 단순히 흙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인간보다 더 개선된 존재임을 보여주었다. 돌덩이에서 그냥 끄집어낸 금보다 수작업으로 돌을 녹여 태양을 닮은 빛을 내도록 강화시킨 금이 더 완벽하지 않은가? 본문 151쪽

그들의 슬픔이 마리를 너무 무겁게 내리눌러 잠을 이룰 수 없을 때, 마리는 종종 필사실로 내려가 라틴어로 된 미사전서와 시편을 여성형 단어들로 바꾼다. 여자들만 듣고 말할 글인데 안 될 게 뭐있는가? 그녀는 그렇게 바꾸면서 혼자 웃는다. 남성형 단어에 줄을 그어버리고 여성형으로 대체하는 것은 사악하게 느껴진다. 재미있다. 본문 242쪽

마리는 말을 타면서 신을 생각한다. 문득 신은 분명 하늘의 태양과 같을 거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낮에는 떠오르고 밤에는 잠들고, 무한히 자신을 새롭게 하는 태양. 태양은 온기와 빛을 쏟아내기에 따뜻하지만 동시에 이 땅을 생명으로 채우는 인간이 살고 죽는데도 지속되기에 차갑고 멀다. 인간이 살든 죽든 태양은 상관하지 않고, 자기 길을 바꾸지 않으며, 저 아래 땅 위의 소음에 귀기울이지 않고, 인간의 삶을 내려다보려고 멈추는 일도 전혀 없다. 우리가 태양에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지어 붙이려 해도, 태양은 그것을 떨쳐버리고 찬란하고 멀고 무의미하게 그 자체로 조용히 존재한다. 본문 270쪽

이것은 좋은 것이다, 아주 좋은 것이다, 마리는 생각한다. 여자들과 일로 이루어진 이 고요한 삶은. 자신이 그런 삶에 그토록 화를 내며 저항했던 것이 그녀는 놀랍다. 본문 299쪽

그녀는 고통의 시간을 살아가던 자기 모습,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다고 믿을 만큼 아주 순진했던 자기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어리석은 피조물, 늙은 마리는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손을 펴고 너의 삶을 놓아주어라. 삶은 결코 네 뜻대로 할 수 있는 네 것이 아니었다. 본문 313~314쪽

존재 자체가 혁명인 여성, 마리 드 프랑스
그가 일군 공동체의 웅장한 일대기이자
오직 여성의 언어로 쓰인 서사시의 새로운 원형

1158년, 열일곱 살의 마리는 흩뿌리는 찬비 속에서 추위에 떨며 홀로 잉글랜드의 어느 왕립수녀원에 도착한다. 굶주린 스물 남짓의 수녀들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이 누추한 회색빛 공간은 왕가의 핏줄이지만 강간으로 잉태된 사생아라는 신분과 건장하고 ‘여성스럽지’ 않은 외모 탓에 평범한 귀부인의 삶을 누릴 수 없는 마리에게 주어진 감옥이자 유배지다. 이 우울한 수녀원처럼 그녀의 남은 인생도 온통 회색빛일 거라고, 절망 속에서 마리는 생각한다. 게다가 마리를 이곳으로 내쫓은 사람이 그녀가 가장 경애하는 빛나는 여인, 왕비 알리에노르라는 사실이 마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평생 한 번도 종교적인 믿음이나 신앙심을 가져본 적 없는, 남성의 갈빗대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여성을 열등한 성별로 취급하는 종교에 의문과 반감만을 가지고 있던 마리에게 수녀원은 너무나도 낯설고 척박한 곳이다. 물론 난데없이 왕비가 보낸 이 거대한 체격의 어린 신임 부수녀원장을 보는 수녀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캄캄한 새벽부터 깨어나 어디에도 가닿지 않는 듯한 기도를 올려야 하는 고된 일과 속에서 마리는 다시 밝고 따뜻한 왕궁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왕비에게 바치는 진심어린 사랑의 시를 지어서 마음을 돌려보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왕비에게서는 매번 침묵만이 되돌아올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녀원을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은 점차 희미해진다. 그러나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각오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 비참한 곳에서 주어진 삶을 최고로 살아내리라는 각오, 자신을 쫓아낸 자들이 스스로 한 일을 후회하도록, 언젠가 자신의 위엄을 보고 경외감을 느끼도록 만들겠다는 각오가. 그렇게 마리는 수녀원을 개혁하는 거대하고 장기적인 계획에 돌입한다. 겸손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수녀들에게 각자 가장 못하는 일을 시키던 관행을 능력과 강점에 따라 배분하도록 고치고, 엉망인 회계장부를 정리하고, 직접 소작농들을 찾아가 위협하며 밀린 소작료를 걷는다. 처음에는 마리의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방침에 거부감을 느끼던 수녀들도 점차 수녀원의 운영이 체계화되고 생활이 풍족해지는 것을 보며 마리의 능력을 인정하고 따르기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마리의 권위 말고는 누구의 권위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수녀원이 늘 존재해온 이 땅에 계속 살겠지만, 그녀의 딸들은 세상과 멀리 떨어져 미로에 둘러싸인 채로 안전할 것이다. 그들은 그들끼리만 오롯이 지내며 자급자족할 것이다. 여자들의 섬이 되는 것이다. ” _본문 133쪽

어느덧 기도와 노동으로 점철된 삼십 년의 시간이 흘러 마리가 수녀원장이 되었을 때, 수녀원은 백 명에 가까운 수녀와 수십 명의 하인과 수많은 농노를 거느린 번영한 곳이 되어 있다. 그러나 마리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이따금 들이치는 바깥세상의 위협, 전쟁과 남자들의 위협으로부터 더욱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 방법을 고민하던 마리에게 동정 마리아의 첫번째 환시가 찾아온다. 사랑의 빛이 반짝이는 마리아의 얼굴과 함께 흩날리는 장미 꽃잎으로 된 미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마리는 그것이 수녀원 주변에 미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임을 이해한다. 그들의 성스러운 집이 외부인은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요새, 온전한 여자들만의 세계가 되도록. 그리하여 마리의 지도 아래 거대한 창조의 프로젝트가 개시된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여성들의 손에 의해 지상에 두번째 에덴동산이 형태를 갖추어나가기 시작한다.


역사 속에 묻힌 중세의 시인에서
과거의 땅에 미래를 건설한 위대한 여성 지도자로

이 소설에 영감을 준 실존 인물 마리 드 프랑스에 관한 역사적인 기록은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12세기 잉글랜드 헨리 2세의 왕궁을 드나들며 유명한 로맨스 서사시와 우화집 등을 남긴 뛰어난 여성 시인이라는 것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로런 그로프는 대학에서 마리 드 프랑스의 작품을 번역하는 수업을 듣다가 까마득한 시간의 베일 속에 묻힌 이 인물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후 이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로프의 머릿속을 떠날 줄 모르던 중세의 시인은 21세기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점점 구체화되어, 과거의 땅에 미래를 건설한 강력하고 뛰어난 여성 지도자로 현재 속에 재탄생했다. “여성으로서 자율권을 잃어가는 이 나라에서 권력에 대해, 자율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인물을 만들어낼 필요성”을 느꼈다는 작가의 말처럼 마리의 삶은 사실적으로 구현된 중세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놀라울 만큼 시의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

“몸으로 하는 일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잘못된 것은 없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자기를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녀는 한 번도 납득된 적이 없었다. 신도 당연히, 당신이 모든 일을 좋게 해냈으니, 모든 일이 좋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_본문 80쪽

로런 그로프가 형상화한 『매트릭스』 속 마리 드 프랑스는 외모부터 성격, 그리고 종교를 대하는 태도까지 당시 여성들에게 기대하거나 강요했던 전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다. 마리는 신을 섬기는 순종적인 성직자가 아니라 신의 이름으로 자신과 수녀들의 안전과 이익을 쟁취해내는 투쟁가이자 정치가다. 마리에게 이따금 찾아오는 성스러운 종교적 환시(vision)는 뛰어난 지도자에게 찾아오는 혁신적인 ‘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리는 수녀원에 평생을 바쳤으나 그 행위는 그저 희생적인 고행이나 봉사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성취이자 보람이다. 작가는 성애적인 욕구를 포함해 육체적이고 세속적인 기쁨을 수녀원의 성스러운 여인들에게 허락한다. 육신을 가진 지상의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긍정한다. 마리의 야망을 통해 수녀원이 부강해졌듯 수녀들의 영혼은 각자의 성취와 육체적 기쁨을 통해 비옥해진다.


매트릭스,
태초이자 최후의 보금자리,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성스러운 거처

“죽음의 집인 이브의 자궁이 없었다면, 생명의 집인 성모마리아의 자궁도 없었을 것이다. 최초의 매트릭스가 없었다면, 모든 매트릭스 중에서 가장 위대한 매트릭스인 살바트릭스[여성 구원자]는 있을 수 없다.” _본문 152쪽

소설의 제목인 ‘매트릭스(Matrix)’는 ‘어머니’를 뜻하는 라틴어 ‘mater’에서 비롯된 말로 무언가를 생성해내는 ‘모체’이자 ‘자궁’을 뜻한다. 작가는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유명한 동명의 SF 영화를 연상시키는) 이 제목을 고수하기 위해 애썼다고 밝혔는데, ‘매트릭스’야말로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매트릭스는 수녀원장으로서 소속 수녀들에게 ‘어머니’라 불리는 마리를, 수녀들을 보듬는 수녀원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며, 최초의 어머니인 동정 마리아와 이브를 상징하는 등 다층적인 차원에서 작품의 주제와 문제의식을 반복적으로 환기한다. 또한 작가는 수녀원의 모든 직책명에 ‘-trix’와 같은 여성형 접미사를 붙여(셀라트릭스, 칸트릭스, 인퍼매트릭스 등) 등장인물이 여성임을 명시함으로써 이 소설이 그 자체로 여성들을 담는 그릇임을 강조한다.

반대로 작품 속에서 남성은 구체성이 결여된 외부적인 위협으로서, 타자로서만 존재한다. 심지어 마리가 사랑하는 왕비 알리에노르는 매우 공들여 묘사되지만 정작 당시 왕이었던 헨리 2세는 그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으며 그저 왕비의 남편으로(그리고 마리가 왕비의 질투를 유발할 수단으로)만 스치듯 등장할 뿐이다. 결정적으로 소설의 후반부 마리의 마지막 환시에서 신은 거대한 암탉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여성형 대명사로 지칭된다(“신은 당신의[her] 알들로 이 세상에 선[善]을 낳았다.”) 역사서나 문학작품에서 여성이 타자화되거나 지워졌던 기나긴 과거를 떠올려보면 이 단순한 전환이 그토록 대담한 반역처럼, 혹은 혁명처럼 느껴진다는 사실 자체가 여전히 이러한 시도가 의미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나아가 주인공 마리를 통해 드러난 강력한 ‘여성성’이 ‘선함’이 아니라 ‘위대함’이라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 마리는 결국 자신이 선함으로 충만한 다른 수녀들처럼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은 위대함이며 그것을 자매들을 위해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그렇게 마리는 “자신으로 만들어진 보이지 않는 수녀원을, 자신의 영혼이 담긴 더 큰 교회를, 아기들이 어둡고 단조로운 소리가 나는 따뜻한 자궁 안에서 자라듯 자매들이 커가는 자아의 전당을” 짓고, 그럼으로써 진정한 ‘매트릭스’가 된다. 자신이 떠난 후에도 오래도록 그 온기 속에서 선한 자매들이 계속해서 일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기도가 가장 멀고 높은 곳까지 온전히 닿을 수 있도록.

[추천사 이어서]

로런 그로프는 보석 같은 순간들로 이루어진 미로를 만들고, 그것을 현시대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소설로 탈바꿈시켰다. 북페이지

눈부시고 원대하고 신비로운 작품. 예스러운 동시에 시의적이고, 성스러우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이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장대함과 내밀함을 동시에 갖춘 이 맹렬한 소설은 여성의 야망과 창의성과 정열이라는 주제를 짜릿한 문장과 반짝이는 위트를 통해 탐구한다. 힘 있고 매혹적인 작품. 브릿 베넷(소설가, 『사라진 반쪽』)

대담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열정과 지혜와 마법으로 가득한 작품. 세라 워터스(소설가)

여성과 힘에 대한, 이 황홀하게 생생하고 모험적인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혼을 빼놓는 충격을 안길 것이다. 읽으면서 숨이 턱 막혔다. 에마 도너휴(소설가)

작가정보

Lauren Groff
폭발적인 서사, 시적이고 우아한 문체, 지적이고 독창적인 서술로 “동시대 가장 뛰어난 미국 작가 중 한 명” “산문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설가.
1978년 미국 뉴욕주에서 태어났다. 애머스트 칼리지에서 불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했고,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템플턴의 괴물들The Monsters of Templeton』이 아마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오렌지상,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단숨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두번째 장편소설 『아르카디아』(2012)가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미국 문학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세번째 장편소설 『운명과 분노』(2015)는 아마존 ‘올해의 책 1위’에 선정되었고, 전미도서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으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최고의 책으로 뽑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8년 출간된 『플로리다』는 11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으로, 그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다음해 스토리상을 수상했으며, NPR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2021년 프랑스어로 시를 쓴 최초의 여성으로 알려진 12세기 시인 마리 드 프랑스의 생애를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매트릭스』를 출간해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이듬해 조이스 캐럴 오츠 상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 『운명과 분노』 『플로리다』 『오, 윌리엄』 『다시, 올리브』 『내 이름은 루시 바턴』 『무엇이든 가능하다』 『버지스 형제』 『에이미와 이저벨』 『사라진 반쪽』 『디어 라이프』 『착한 여자의 사랑』 『소녀와 여자들의 삶』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그 겨울의 일주일』 『비와 별이 내리는 밤』 『커먼웰스』 『헬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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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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