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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원(누드제본)

밥만 먹여 돌려보내는 엉터리 의원
점선면 시리즈 3
위고

2023년 05월 2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5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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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5.03MB)
ISBN 979116089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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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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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원 없는 엄살이 듣고 싶어요, 실컷 엄살을 부려봐주시겠어요?
: 진단명 없는 아픈 사람들에게 밥만 먹여 돌려보내는 엉터리 의원
글을 쓰는 안담과 한유리, 사진과 영상을 찍는 곽예인. 세 작가가 ‘엄살원’이라고 간판 붙인 공간을 열었다. 간판 옆에는 ‘밥만 먹여 돌려보내는 엉터리 의원’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곳에 찾아올 손님을 기다리면서 특별한 초대장을 보냈다.

“한 번에 한 분의 손님을 초대해 비건 만찬을 차려드려요. 그 대신 손님께서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식탁을 사이에 두고 당신과 나눈 대화를 기록하고 싶습니다.”

지난날 동네마다 기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뭐든지 다 달여주는 건강원이 있었다면, 이제 우리에게는 뭐든지 다 들어주는 엄살원이 있다. 엄살원은 말 그대로 ‘엄살’을 실컷 떨 수 있는 곳이다.
엄살은 지금껏 누군가의 입을 틀어막는 데 쓰는 말에 가까웠다. 엄살은 하지 말아야 할 것, 실제보다 너무 지나치게 꾸며낸 것, 그냥 흘려들어도 좋을 사소한 것을 가리킬 때 쓰여왔다. ‘엄살 떨지 마’라는 한마디에 삼켜진 이야기, 부서진 마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엄살원』은 엄살이라는 단어의 용례를 바꿔버린다. 잘 차린 밥과 열린 귀를 준비한 채 손님들을 맞이하는 이곳에서 엄살은 원 없이 듣고 싶은 것, 시원하게 부려놓아도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받아 적고 싶은 것이 된다.

● 밥은 싸우는 이들의 피와 살이 되고, 정책이 되고, 제도가 되고, 역사가 된다
: 함께 밥을 먹어야만 할 수 있는 대화, 함께 밥을 먹어야만 낼 수 있는 힘
엄살원의 손님들은 활동가이다. 자기 일도 아닌 문제에 자기 일처럼 화를 내는 게 직업인 사람들. 여성, 장애인, 성노동자, 퀴어, 빈민, 홈리스, 청소년, 동물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굳게 믿는 감각이상자들. 비관할 구석이 가득한 세상에서 냉소를 통해 똑똑해 보이기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 너무 순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감수하면서 굳이 어떤 희망을 가져보기로 한 사람들.
엄살원을 찾은 여섯 명의 손님은 모두 내 밥그릇을 스스로 챙길 줄 아는 생활인이자 타인의 밥그릇을 헤아리고 지켜내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다. 해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한 번 더 힘을 내보려는 사람들이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여름’과 (전)디지털성폭력 피해 지원 활동가 ‘쪼이’, 국회의원 보좌진 ‘준짱’과 국회의원 ‘장혜영’, 국내 첫 생추어리 ‘새벽이 생추어리’ 활동가 ‘무모’와 (전)기후위기 비상행동 사무국 활동가 ‘미어캣’. 활동가들의 일은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 그래서 엄살원은 이들에게 밥을 든든히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 엄살원은 함께 밥을 먹을 때에만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었다. 입장문과 발언문과 질의응답문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활동가들의 아픔과 고민을 받아 적고자 했다. 엄살원의 주인장 안담 작가는 활동가들이 “타고나기를 강건한 영혼의 소유자이거나 남에게 베풀고 남을 만큼 자원과 사랑이 넉넉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매번 놀랐다. “도리어 아프고 취약하며 그렇다는 이유로 미움받은 역사 또한 긴 사람들에 가까운 이들”이 왜 “자기를 돌보아도 모자랄 시간에 남을 돌보겠다고” 나서는지 궁금했다. 그리하여 ‘활동가’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한 사람 안에 겹겹이 쌓인 무수한 레이어를 들여다보기 위해 밥상을 앞에 놓고 대화를 시작했다. “고작 나”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투명도를 낮추어 나 아닌 존재들에 포개어보며 “시끄럽고 커다랗고 무수한 나로 살아보려는 일”에 나선 개인의 이야기를 밥상 앞에 불러냈다.

● 끝까지 말하기 위하여, 끝까지 듣기 위하여
: 주인과 손님 모두 전력을 다해 웃고 떠드는 식탁
엄살원은 우리 사회의 깊게 듣는 귀가 되기를 자처한다. 어디에서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활동가들의 괴로움이 곧 우리 사회의 아픔과 연결되어 있으며, 어디에서나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들의 엄살이 곧 우리 사회의 아픔을 드러내고 진단하는 데 긴요한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엄살원은 마주 앉은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도 상대의 고통에 공감한다며 함부로 고개 끄덕이는 일을 경계한다. 감히 타인의 고통을 참으로 알았다고 하는 오만을 내려놓고, 타인의 고통을 끝까지 듣겠다는 마음으로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눈다. “내가 이입할 수 있는 고통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상대를 뚝딱뚝딱 고쳐가지고 그만 아프게 만들려고” 하는 마음도 커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대의 고통하고 거리두기가 잘되는 상태, 조금 더 오래 그 사람의 증언을 들어줄 수 있는 거리에서 자리를 지키고자 애쓴다. 감히 이해하거나 공감한다고 단언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몰이해의 황무지에 서로를 내버려두지도 않으면서.
노동권 보장과 빈곤 해소를 위한 활동, 반성폭력 운동, 공장식 축산 반대와 동물권 행동, 기후위기 대응, 정치 등 손님들이 활동하는 영역은 저마다 다르다. 그런데도 이들의 이야기는 서로 대화하듯 이어지고 깊어진다. 좀 더 나은 우리, 좀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는 이들에게 인간과 비인간, 식습관과 날씨, 정치와 일상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손님의 고민에서 촉발된 질문은 다음 손님과의 대화로 이어지기도 하고, 또 다른 손님이 지나가듯 토로한 어려움은 그다음 손님에 이르러서 좀 더 또렷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이렇게 엄살원 안에서 이야기가 쌓여가는 사이, 각 활동가 개인의 아픔과 고민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 우리의 밥상을 둘러싼 질문과 고민이 훨씬 더 복잡해지기를 바라며
: ‘우리 모두’의 이야기에서 ‘비건’이라는 주제를 빼놓지 않는 이유
활동 영역은 다르지만, 여섯 명의 활동가 모두 자연스레 비건 지향의 삶을 살게 되었다. 모두가 이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착취와 폭력과 불평등의 양을 줄여보려고 활동을 시작했고, 그 활동들은 분야가 어떻든 간에 필연적으로 비인간 동물에 대한 착취를 멈추려는 비거니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이자 활동가로서 일상과 운동을 병행하는 일은 어렵고 시스템은 부실한 탓에 비건으로 사는 일에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엄살원은 이들의 비건 실패담도 빼놓지 않고 담는다. 한 개인이 더 건강하고 미적이며 도덕적인 삶을 사는 게 비거니즘의 전부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밥상을 둘러싼 질문과 고민이 고기 섭취의 유무를 따지는 것보다는 훨씬 더 복잡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건식으로 밥상을 차리며 엄살원의 주인장 안담은 입맛을 돋우고 보기에 즐겁고 만들기에 비교적 손쉬운 메뉴를 세심히 골랐다. 엄살원을 찾은 손님들과 이 책을 읽을 독자 여러분 모두가 엄살원의 문을 닫고 각자의 자리에 돌아가서도 일할 힘이든 이야기할 힘이든 죽지 않을 힘이든 힘을 내고 싶을 때, 엄살원의 이야기와 밥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담아 ‘오늘의 메뉴’ 레시피를 책에 실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엄살원’과 같은 공간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소수자의 자리에 서서 작아 보이는 아픔에 귀 기울이고 같이 먹고사는 문제를 궁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밥상은 더 풍성해지고 질문은 더 날카로워지고 문제는 더 선명해지고 해결은 점점 더 쉬워지리라 믿는다. 누군가의 아픔과 괴로움을 줄이고자 애쓰다가 스스로 아픔과 괴로움을 겪게 된 모든 분들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마음으로 『엄살원』을 출간한다. “당신의 원 없는 엄살이 듣고 싶어요. 시원하게 엄살을 부려봐주시겠어요?”
프롤로그

진단명 없는 아픈 사람, 여름
삭제의 신, 쪼이
참지 않는 국회 생활, 준짱
이렇게나 많은, 장혜영
새벽을 맞는, 무모
26번째 자치구의 주민, 미어캣

에필로그
추천의 말

엄살원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엄살원은 우리로부터 쫓겨난 모두를 위한 시공간이다. 일찍이 우리에서 탈락된 우리에게 바치는 만찬이 열리는 곳이다. 기존의 ‘우리'를 구성하는 조건에 의문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들, 약하다는 이유로 우리가 될 수 없었으며, 그런 협소한 우리를 받아들이길 거부하면서 우리의 삼엄한 경계를 쪼아대는 우리가 오가는 식당이다. (6면, 「프롤로그」 중에서)

나를 매번 놀랍게 한 것은 활동가들이 타고나기를 강건한 영혼의 소유자이거나 남에게 베풀고 남을 만큼 자원과 사랑이 넉넉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도리어 그들은 아프고 취약하며 그렇다는 이유로 미움받은 역사 또한 긴 사람들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왜? 자기를 돌보아도 모자랄 시간에 왜 어떤 사람들은 남을 돌보겠다고 오지랖을 부리는 걸까? (6면, 「프롤로그」 중에서)

밥과 후식과 술을 식탁 위로 분주히 나르면서 이 작은 ‘나’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떨리는 목소리, 굳센 목소리, 삐뚤어진 목소리, 곧은 목소리, 알쏭달쏭한 목소리, 명징한 목소리, 웃는 목소리, 우는 목소리를 고루 들었다. 듣는 동안 이런 마음의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감히 이해하거나 공감한다고 단언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몰이해의 황무지에 서로를 내버려두지도 않으면서, 실로 ‘듣기'란 어떻게 가능한가? 존중과 연대란 어떻게 가능한가? 이제 알겠다고 말함으로써? 아니면 여전히 모르겠다고 말함으로써? (7-8면, 「프롤로그」 중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진단을 받는 것도 운이 따라야 하는구나. 의학에서 정해놓은 기준에 딱 맞아야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거고, 그래야 내 몸에 맞는 약도 먹을 수 있는 거고. 진단명이 없다는 게 되게 외로운 것 같아요. 아픈데, 분명히 나는 아픈데 설명은 할 수 없고, 꾀병 부리는 사람 같고, 그런 고민이 있습니다.” (19면, 「진단명 없는 아픈 사람, 여름」 중에서)

“연대… 어려워요. 예전에 인천 옐로하우스(성매매 집결지)에 제가 연대를 하러 갔었어요. 근데 제가 생각했던 거하고 너무나 다른 거예요. 저는 옐로하우스 연대 요청을 온라인에서 접했는데, 보통 활동가들이 연대 활동 다녀왔습니다, 하고 올리는 게시글을 보면 내부에서 갈등이 많지 않아 보이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까 되게 삭막하고 모인 사람들끼리도 의견 충돌이 은근히 많았어요. 싸움이 번질 것 같은 긴장이 계속됐죠. 연대자랑 당사자랑 의견이 다르다 보니 언쟁이 붙기도 하고. 우리 앞으로 보지 말자, 이러고 헤어지지만 어차피 법원에서 또 만나야 되거든요. 그러면 법원 앞에서 또 싸우고. 그런 걸 보면서 느꼈어요. 연대라는 건 아름답지 않은 거구나. 엄청 싸우면서 동행하는 거구나….” (39면,「진단명 없는 아픈 사람, 여름」 중에서)

“만약 나라면 삭제 지원 활동가로 어떤 사람을 뽑을까? 일단 유리가 말한 것처럼 직관력이 최우선이 돼야 하고요. 농담이 아니라 전 활동가를 뽑을 때 숨은그림찾기를 시험 보게 해서 뽑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미지를 분석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를 봐야 하고요, 창의력도 중요해요. 거의 프로파일러처럼 가해자의 심리를 예측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56면,「삭제의 신, 쪼이」 중에서)

“삭제 지원이라는 게 있다는 걸 모르거나, 피해 지원 단체에 대한 오해 때문에 디지털 장의사한테 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너무 안타까워요. 똑같은 삭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피해자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위험성이 크거든요. 피해자 신상 노출을 철저하게 막아야 하는데 그런 기본적인 인식도 미비한 경우가 많아요.” (62면,「삭제의 신, 쪼이」 중에서)

“일반적인 조직 안에서 비건 지향인은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 다른 구성원을 눈치 보게 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고 생각해요. 이건 딱히 비건 지향인을 악의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오해고요. 동물을 안 먹는 게 그걸 먹어서 나한테 나쁘기 때문은 아니잖아요. 가령 함께 식당에 가서 시킨 음식에 고기가 들어 있을 때, 주변에서 “어, 담이 어떡해, 담이가 먹을 게 없네” 하거든요? 물론 끼니를 못 챙길까 봐 걱정해주는 마음이지만, 그럴 때 기분이 이상해요. 사실 죽은 건 제가 아니잖아요. 비거니즘 운동에서 저는 당사자가 아니고. 비건 옵션을 요청하는 게 ‘내가 어떤 종류의 취약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나를 다른 방식으로 대접해달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초점이 거기 있는 게 아닌데도요. 이 공동체 안에서 발생하는 착취의 양을 함께 줄여보자, 그런 요청인 거잖아요?” (67-68면,「삭제의 신, 쪼이」 중에서)

“나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아. 첫째로 잘 못 믿겠어요. 타인의 고통을 진짜 똑같이 느낄 수 있다고? 나란히 감기에 걸려도 겪는 몸이 이렇게나 다른데.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의심이 돼요. 둘째로는 실제로 다 공감을 해도 문제잖아요. 사람은 고통을 느끼는 걸 싫어하니까, 오히려 내가 이입할 수 있는 고통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상대를 뚝딱뚝딱 고쳐가지고 그만 아프게 만들려고 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공감 좀 못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오히려 상대의 고통하고 나하고 거리두기가 잘되면 조금 더 오래 그 사람의 증언을 들어줄 수 있잖아요.” (78면,「삭제의 신, 쪼이」 중에서)

“준짱 말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하는 모든 일이 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 그러니까 크루가 있는 거잖아요. 이걸 알아채기 힘든 거 같아요. 공도 과도 결국에는 국회의원에게 수렴되니까요. 대표가 되고 상징이 되는 게 국회의원의 역할이기는 하지만요. 좀 다른 얘긴데, 사회구조적으로 자기 브랜드를 자기가 만들도록 내몰리는 시대이다 보니까, 모두가 자기 몫의 공이 노출되지 않는 문제, 크레딧의 문제에 굉장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느끼거든요. 근데 준짱의 얘기는 좀 그런 것과 반대 방향이라고 느껴져서 재미있어요.” (100면,「참지 않는 국회 생활, 준짱」 중에서)

“맨날 싸우는 건 너무 힘드니까, 타협을 할 때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여성 문제. 여성혐오적인 말이나 행동을 만났을 때 그냥 수용할 때도 있어요. 그때 내 마음가짐은 이런 거죠. 여기서 좀 참고 다른 데서 더 열심히 운동을 해야지, 그럴 수 있어요. 내가 여성 당사자니까. 그런데 육식을 수용해야 되는 순간이 오면 정말 마음이 힘들어요. 나는 내가 다 먹어야만 하는 이 닭알말이의 당사자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지금 이걸 먹고 나면 내가 나중에 더 잘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죠.” (132면, 「참지 않는 국회 생활, 준짱」 중에서)

“대중을 만나기 위한 다른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코미디 워크숍도 가본 거예요. 이상적인 세상에서는, 정치인은 그냥 만들어야 하는 법 만들기만 하면 되고, 사람들은 그걸 알아주겠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어떤 정치인이 청년이고, 여성이고, 소수 정당 소속이고, 게다가 약자 관련 이슈를 다룬다고 하면 그 자체로 놀잇감이 되기 쉬워요. 무슨 말을 하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무시할 준비가 되어 있거나, 모욕할 준비가 되어 있거나. 아주 극소수의 청중들만 모이게 되죠.” (158면, 「이렇게나 많은, 장혜영」 중에서)

“신형철 평론가가 그러시더라고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최대 애도다. 말하자면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애도, 할 수 있는 걸 다 하는 애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국가는 최소 애도를 하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끄덕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알게 됐어요. 사람들은 지금 애도하고 싶구나.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사람들이 참사와 관련된 어떤 사실을 알고 싶어 한다면 애도의 일부로서 알고 싶은 거죠.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사람마다 스토리를 다 다르게 기억하면 결국 같은 사건에 대해서 말을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한 거고, 나는 증거에 기반해서 그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작업을 하는 거구나. 비로소 제가 뭘 하고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189면, 「이렇게나 많은, 장혜영」 중에서)

“그런데 그건 있어요. 세상이 되게 복잡하고 뭐가 맞는지 모르겠는 일이 많잖아요. 근데 비거니즘은, 정말 너무 확실한 거예요. 저한테는 어느 모로 보나 이것만큼 정답인 게 없어 보였어요. 예를 들어 고기 먹지 않기. 이런 확실하고 단순한 약속을 지키는 게 저한테는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어요. ‘나, 지금 어느 누구의 고통도 수반하지 않을 식탁을 지향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옳은 방향으로 가려 하고 있어.’ 여기에서 비롯되는 힘이 지치고 힘든 일상을 버틸 수 있게 해줘요.” (212-213면, 「새벽을 맞는, 무모」 중에서)

“‘동물권 운동은 동물을 일방적인 보살핌이나 돌봄이 필요한 약한 존재로만 간주하지 않아요. 우리가 돌봄을 하는 이유는 그들의 해방과 나의 해방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같이 종차별주의를 철폐하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죠.” (236면,「새벽을 맞는, 무모」 중에서)

“예를 들어 지하철역도 다 국유지예요. 근데 그 공간을 민간 개발 하라고 대기업에 주면 백화점 세우고 마트 만들잖아요. 국유지인데도 시민이 그냥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아니게 되죠. 돈을 내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거예요. 모든 시민이 출입 가능한 공공도서관 같은 장소가 생기는 대신, 소비자만 들어갈 수 있는 가게가 생기는 거예요, 당연하다는 듯이. 경의선공유지는 하나의 실험이었다고 생각해요. 도시 속 국유지를 시민들이 점거하고, 26번째 자치구 주민으로 스스로를 명명하고, 4년 동안 자체적으로 운영을 했죠. 쉽지 않은 일이었고 어쩔 수 없이 사라졌지만 저는 좋은 실험이었다고 생각해요.” (260면, 「26번째 자치구의 주민, 미어캣」 중에서)

“각 영역에서 협동이 정말 중요한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서 직접행동D×E처럼 직접적으로 폭력을 직시하도록 말하는 사람도 너무 필요하거든요. 왜냐하면 거기서 충격받아서 비건이 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만약 저런 건 너무 극단적이야, 싶다면 또 다른 방식의 운동에서 영향을 받아서 변화하기도 하고요. 미어캣이 하듯이 은근슬쩍 스며드는 방식이 좋다는 얘기가 다른 방식이 틀렸다는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온 사방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 시도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 (268-269면, 「26번째 자치구의 주민, 미어캣」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안담

엄살원 주인. 기획, 음식 등을 한다.
무늬글방을 운영하며 읽고 쓰고 말하는 일로 돈을 벌고 가끔 연극을 한다. 우스운 것은 무대에서, 슬픈 것은 글에서 다룬다. 그러나 우스운 것은 대개 슬프다고 생각한다. 얼룩개 ‘무늬’와 함께 산다. 정상성의 틈새, 제도의 사각지대로 숨어드는 섹슈얼리티 이야기에 이끌린다. 존재보다는 존재 아닌 것들의, 주체보다는 비체의, 말보다는 소리를 내는 것들의 연대를 독학하는 데 시간을 쓴다. 주력 상품은 우정과 관점.

저자(글) 한유리

엄살원 직원. 섭외, 식사 등을 한다.
작가, 반성폭력 활동가, 무늬글방 글방지기다. 『눈물에는 체력이 녹아있어』를 썼다. 기니피그 ‘인절미’와 함께 산다.

저자(글) 곽예인

엄살원 촬영 감독. 촬영하다 쉬는 시간에 가끔씩 식탁에 앉는다.
아이돌 지망생, 리포터, 소규모 인플루언서, 인체모델을 거쳐 스스로를 찍는 사람이 되었다. 수원 성매매 집결지 기록 촬영 후 성노동자 인권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창작그룹 W/O F.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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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엄살원(누드제본)
    밥만 먹여 돌려보내는 엉터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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