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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북하우스

2023년 05월 2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3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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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6.31MB)
ISBN 979116405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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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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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가 가진 역량을 대중에게 알린 작가” “과학 소설계에서 ‘연결’과 ‘확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작가” “상상력의 경계와 한계를 무너뜨린 작가” “미처 표현되어지지 않은 인간 존재의 답답함을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폭발시키는 작가” 등 2005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배명훈의 신작 소설집 『미래과거시제』가 출간되었다. 『예술과 중력가속도』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단독 소설집으로, 최근 3년간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며 집중적으로 집필한 아홉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이번 작품들에서 세계를 구축하는 방식은 더욱 경이로워졌고,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고래상어 그림을 감상하러 바다 깊은 곳으로 떠났다가 함정에 빠진 돈 쓰는 로봇 마사로 이야기(「수요곡선의 수호자」), 비말 차단을 위해 파열음을 완전히 제거한 미래 세계(「차카타파의 열망으로」), 시간 여행을 둘러싼 한 연인의 사랑스러운 미스터리(「미래과거시제」), 판소리 형식으로 펼쳐지는 유일무이 요절복통 로봇 전투담(「임시 조종사」), 종이처럼 2차원의 형태로 날아온 외계의 존재들(「접히는 신들」), 잠들어 있는 의식과 듀얼 가상현실이라는 구상(「알람이 울리면」)까지, 배명훈은 언어와 시간과 공간을 다양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꿈’과 ‘만약’의 세계를 극한까지 밀어붙여 상상과 성찰이 맞물린 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이번 작품집은 배명훈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들은 물론 배명훈의 세계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각별하고도 뜻깊게 다가갈 것이다.
수요곡선의 수호자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미래과거시제
접히는 신들
인류의 대변자
임시 조종사
홈, 어웨이
절반의 존재
알람이 울리면

추천사

“그럼 어떻게 세상을 구한다는 거야? 할 줄 아는 게 뭐야? 창작 로봇이야?”
“그런 어마어마한 생산 활동을 하라고? 나더러?”
“그럼 뭐야, 네가 가졌다는 재주? 기능도 있고 임무도 있다며. 누가 만들었든 뭐라도 하라고 만들었을 거 아냐.”
마사로가 뭐 하나 보이지 않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말이야…”
“인생 다 산 인간처럼 뜸 들이지 말아줄래? 바쁜 와중에 시간 내서 묻는 거거든.”
“아, 미안. 나는 돈 쓰는 재주가 있어.”
“뭐?”
“소비자거든.”
“무슨 소비자?”
“뭐든. 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제자리에 갖다놓는 로봇이야. 수요곡선의 수호자지. 공급곡선에는 참여하지 않아. 펑펑 쓰고 원 없이 써. 사람이 만든 건 뭐든지 살 수 있어. 그러라고 만든 시험용 로봇이야. 성공한 시험용 로봇. 멋지지?”
_「수요곡선의 수호자」 중에서

그야말로 격음의 시대였다. 만나면 악수로 인사를 하고 한 그릇에 담긴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남이 마시던 술잔에 술을 받아 마시는 붕습은, 사극 여기저기에 등장한 닷에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했다. 더지스그린이 미래의 디스블레이로 주목받는 시대였고, 자동문에조자 손으로 누르는 스위지가 달려 있던 대였다. 아니, 그럴 거면 왜 굳이 자동문을 만든단 말인가? (…) 아무든 나는 부지런히 바열음을 만들어내는 그 시대 사람들의 입이 거슬렸다. 그래서 아무리 중요한 연설 장면도 오래 지겨보기가 힘들었다. 내용이 어더든 상관없었다. 그것이 격음으로 이루어진 연설이라면 다 마잔가지였다.
_「차카타파의 열망으로」 중에서

결코 이 세상에는 속하지 않는 완전한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 (…)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예고도 없이 사라져버린 첫사랑. 잃을 것도 별로 없던 젊은 김은경이 애지중지 품고 있던 유일한 잃을 것. (…)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으면서도 고작 역사 따위를 연구하러 온 야심 없는 미래인. 생각만 해도, 꿈속에 잠깐 얼굴이 비치기만 해도, 눈물이 쏟아지던 딱 한 사람.
은경이 마침내 그의 시간에 이르렀다.
_ 「미래과거시제」

“종이접기라는 거 우주에서는 꽤 유용한 기술이거든. 종이를 접는 게 아니라 다른 걸 접는 거지만. 제일 간단한 건, 우주선에 달린 날개 같은 거 있지? 태양전지판. 날개를 펼친 채로 우주선을 발사할 수는 없으니까 접어서 날려 보냈다가 궤도에 오르면 원래 용도대로 펼치는 식으로 디자인을 하는 거야. 공간을 최대한 덜 차지하게 잘 접어놨다가 사고 없이 깔끔하게 촥 펼쳐지게 하는 게 관건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거든.”
“그럼?”
“정반대로, 펼쳤다 접는 것도 가능하지. 저렇게 종이처럼 납작하게 포개서 운반한 다음에 목적지에서 다시 접는 거야. 로봇 팔로 접기도 하지만 알아서 접히는 경우도 있어. 전기장이나 태양열이나 그런 걸로.”
“뭘 접는데?”
“뭘 접을까? 뭐까지 말해줄 수 있을까?”
_「접히는 신들」 중에서

“깨어나는 순간 황당했을까?”
은수가 우주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매희도 눈을 떼지 못한 채 대답했다.
“예상했던 대로 아닐까? 자고 일어났더니 잠들기 전에 생각했던 곳에 계획했던 모습 그대로 놓여 있었겠지. 당황하지는 않았을 거야. 후회하지도 않고. 원래 그런 걸 좋아하는 녀석들을 골라서 실었을 테니까.”
“뻔뻔할 거야.”
“사명감에 차 있고.”
“이런 당황스러운 요구를 듣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겠지? 뭔가 좀 경건한 안건을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
_「인류의 대변자」 중에서

(아니리) 옛날 서울 청파동에 지하임이라는 청년이 살았겠다. 나이 스물에 크게 깨달은 바 있어 서른 넘어까지 진귀한 재주를 익혔으니, 이름하여 로봇 조종술이라. 세상천지 백 명 남짓 지닌 희귀한 재주이되 로봇이 전 세계 열 대 안팎으로 레드 오션이 따로 없었더라. 백수 모양으로 낮에 자고 저녁 용돈 벌러 가기를 수삼 년이나, 일야(一夜)에 귀가하여 우편함 고지서 봉투를 개봉하여 본즉 겉면은 고지서이되 내용은 채용 통지라.
_「임시 조종사」 중에서

그것은 좀 요란한 글쓰기 애플리케이션이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자 운동선수용 유니폼 두 벌이 보였다. 하나는 흰색이고 하나는 하늘색이었다. 한먼지가 시킨 대로 흰색을 고르자 빈 화면이 나왔다.
‘어쩌라는 거야?’
다른 글쓰기 프로그램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어쩌라는 거야?’라는 문장을 타이핑하자 난데없이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환호였다. 스포츠 경기장의 환호.
_「홈, 어웨이」 중에서

“몸이 반쪽밖에 안 남아 있었어요. 나머지 반은 찾을 수가 없었죠. 아예 없어졌을지도 몰라요. 그냥 잃어버린 걸지도 모르고요. 비행기에서 떨어졌으니까. 하여간 그때 이야기는 말로 하면 너무 끔찍해져요. 저는 아무 감흥도 없는데도요. 아무튼 그 남은 반을 아빠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어요. 바지를 알아봤거든요.” (…) “아빠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거예요. 판단력이 흐려졌을 수도 있고요. 그랬을 거라고 봐요. 너무 이상한 결정이었으니까. 남은 반을 살리기로 한 결정 말이에요. 보통 이쪽 반은 안 살리니까.”
_「절반의 존재」

“듀얼 플롯으로 가기로 했어.”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대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버퍼링이었다. 아내가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면, 동면 장치마다 스토리 생성기 두 개를 탑재해서 동시에 돌릴 거라고. 아, 이것도 어려운가? 감독이 둘인 영화 같은 거야. 이제 알겠지! 그런데 뭐야, 그 눈은? 듣기만 해도 벌써 망한 것 같다는 표정인데? 알아. 해결할 거야, 물론. 해결할 수 있어. 그만. 그 이야기는 그만.”
아내가 한껏 들떠 있었으므로, 나는 그 방향이 옳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옳든 아니든 우리 회사 일도 아니니 아무 상관 없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하나의 스토리 생성기 안에서 스토리 생성자 둘을 동시에 가동하기로 한 결정은, 말하자면 아내가 회사 사람들을 설득해서 얻어낸 성과였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은 딱 여기까지였다. 내가 축하의 말을 건네자 아내가 신나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 두 번째 스토리 생성자를 우리 팀에서 개발할 건데, 여기가 핵심이야. 뭐냐면, SF 플롯을 생성하게 할 거야.”
_「알람이 울리면」

지구 가장 깊은 바다에서 화성을 향해 날아가는 우주선까지
예술 작품 만끽하는 로봇부터 미래에서 온 오래된 연인까지
경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인물과 만나는 경이로운 경험

『미래과거시제』는 배명훈의 세 번째 단독 단편집이다. 이 책에 실린 아홉 편의 독창적인 이야기는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시간과 공간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이야기 속 시간은 과거이기도 하고 미래이기도 하며, 공간은 바다 깊은 곳이기도 하고 우주 저편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수요곡선의 수호자」에서는 심해도시 건설 현장,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에서는 파열음이 사라진 어느 미래 시대의 대학교 격리 실습실, 「접히는 신들」에서는 화성을 향해 항해 중인 우주선, 「절반의 존재」에서는 사이보그와 더불어 일하는 세상이 펼쳐진다.
반면 이 낯선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은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친숙하다. 유희, 사로, 은경, 소희, 매희, 먼지, 하임 등 이름도 살가운 이들은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 우리와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위기와 돌발 상황에 부딪쳐 고민하기도 하고, 우연한 만남에 반가움을 감추지 못한 채 옛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며,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이별을 아프게 감내하기도 하면서. 우리는 이들이 내밀어주는 손 덕분에 다른 세계로 가는 어떤 경계를 기꺼이 넘어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경계 너머의 세계로 떠나는 일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낯선 세계와 친숙한 인물을 배합해내는 배명훈의 솜씨는 언제나 탁월했지만 이번 작품들에서 보여주는 그것은 더욱 확장되고 깊어졌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쌓아나가면서도 놓치지 않은 한층 섬세한 정서 덕분이리라. 기쁨에 숨겨진 슬픔, 만남에 예정되어 있는 이별, 경이로움에 이끌려 들어오는 기묘한 멜랑콜리… 이러한 두 겹의 감수성은 세계와 인물이 접속하는 첫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고 이어지면서 몰입을 이끌어낸다.

파열음이 제거된 한국어 문법, 미래과거시제라는 시제 용법,
근대소설 이전의 언어에 대한 고민과 함께 풀어낸 판소리 형식
가장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말의 실험들

이번 작품들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말 다루는 자로서 정밀하게 수행한 언어 실험이다. 각각의 작품 말미에는 작품의 전사(前史) 또는 후일담을 담은 「작가 노트」가 실려 있는데, 그중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에 붙인 「작가 노트」에서 배명훈은 집필 당시를 회고하며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영원히 바꾸어버리리라는 무시무시한 예측” 앞에서 말의 변화를 상상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탄생한 세계가 파열음이 사라진 어느 미래 시대의 한국이다.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제목과 달리 ‘ㅊ’ ‘ㅋ’ ‘ㅌ’ ‘ㅍ’ ‘ㄲ’ ‘ㄸ’ ‘ㅉ’ ‘ㅃ’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꽃’을 ‘곶’으로, ‘카타르시스’를 ‘가다르시스’로 발음하는 시대, 파열음의 발음을 상상하려면 해킹 기술을 익히는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 시대이므로. 그런데 만약 파열음이 존재했던 시대의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가 있다면? 그 배우가 오래된 자료에서 ‘파열음’을 듣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평음의 소설’라는 부를 수 있을 법한 이 기발한 작품은 잔잔한 웃음을 내내 자아내면서도 말로 표상되는 세계에 대한 묵직한 성찰을 놓치지 않는다.
발음의 실험이 주는 경이로움이 끝날 무렵 시제, 즉 시간의 실험이 펼쳐진다. 「미래과거시제」에서는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시제가 등장한다.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살아가는 인물 은경이 ‘미래에서 온 시제’를 경험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미래에서 과거로 이동할 수 있는 인물 은신은 확정적으로 일어난 미래의 일을 말할 때 ‘았/었’ 대신 ‘암/엄’이라는 시제를 사용하는데, 이 쓰임이 튀르키예어 시제 연구와 연결되면서 해석되는 순간 우리는 맞물리는 서사에 감탄하는 동시에 시간과 언어가 지닌 불가분의 관계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오랜 시간 공들여 쓴 흔적이 역력한 「임시 조종사」는 고루 탁월한 이번 작품들 중에서도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렵게 로봇 조종술을 익혔지만 일자리가 없어 백수로 지내다 먼 타국의 부름을 받아 떠나는 인물 지하임의 요절복통 모험담이다. 재미가 보장된 이야기를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은 판소리 형식이다. 작가는 근대소설의 이전의 언어에 천착해 말의 근원까지 낱낱이 풀어헤쳤다가 쌓아 올려 판소리 형식으로 창작했다고 술회한다. 한국문학사에서 유일무이한 과학소설이 아닐까. 아니리(장단 없이 말로 연기하는 사설)로 시작해 진양조, 중모리, 자진모리, 중중모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분명 눈으로 읽고 있는데 귀로 듣고 있는 듯한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한편 낯선 형식과 대비되는 인물들의 친숙함이라는 장치는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덕분에 우리는 어렵지 않게 맛있는 음식에 이성을 잃는 사람들의 인연에 이끌려 마음이 따뜻해지고, 정치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냉철한 진단을 우리 사회에 대입해보게 되며, 두려운 마음을 감싸 안고 끝끝내 위기를 타개하는 인물들에게서 용기와 위로를 얻게 된다.

‘지금’과 ‘여기’에 대한 감각을 새롭게 만드는 지적인 탐험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 존재 모두에게 애정을 품게 되는 뭉클한 경험

이 책의 실린 아홉 편의 작품이 ‘지금이 아닌 시간’과 ‘이곳이 아닌 저곳’을 견인하고 있음에도, 이야기를 통과하며 우리가 새삼 감각하게 되는 것은 ‘지금’과 ‘여기’다. 이를테면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 꼭대기에 우주선이 정박하는 바람에 미지의 존재들과의 만남을 준비해야 하는 「인류의 대변자」 속 장면들은 현실 세계를 대하는 시야를 한껏 넓혀준다. 사고로 상반신을 잃은 사이보그가 온 힘을 다해 살아 있음을 증명해내는 「절반의 존재」는 존재와 비존재, 인간과 비인간을 가르는 경계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알람이 울리면」에서 보여주는, 잠들어 있는 의식을 깨우는 가상현실의 듀얼 플롯은 물질적으로 굳건히 접속해 있는 것처럼 감각되는 세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독려한다.
지금의 현실, 지금의 언어를 넘어선 이 모든 지적인 탐험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야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삶을 잃지 않고 가꾸어내는 것, 또는 나와 너의 만남을 귀하게 여기는 것, 존재의 이름을 부르고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작품들에서 “인연과 연결과 사랑에 대한 깊은 희망”을 읽어낸 정보라 작가와 “삶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도출해낸 권희철 평론가의 소감도 이러한 독해에 힘을 실어준다. 배명훈 역시 마지막 「작가 노트」에서 “우리는 여전히 진실이나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기록하고 있다. 오래전 떠나온 별을 만나듯 이 소설을 만난 우리에게 이보다 더한 울림이 있을까. 『미래과거시제』는 배명훈의 다양한 장점이 몇 년 사이 일어난 이슈들을 지나며 한껏 무르익은, 탁월함을 또 한 번 갱신한 작품집으로 다가올 것이다.

표지 그림에 대하여

『미래과거시제』의 표지 그림은 배명훈의 『타워』 영어판과 『빙글빙글 우주군』 한국어판 및 영어판의 표지 일러스트를 그린 최지수 작가의 작품이다. 만다라 도안을 차용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 요소를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그려냈다. 작품을 읽고 난 다음 다시 그림을 보게 된다면, 「수요곡선의 수호자」에 등장하는 고래상어부터 「알람이 울리면」에 나오는 스케이트장까지, 그림에 녹아 있는 소설 속 다양한 요소들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갈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배명훈

2005년 SF 공모전에 단편소설 「스마트 D」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타워』 『안녕, 인공존재!』 『총통각하』 『예술과 중력가속도』, 장편소설 『신의 궤도』 『은닉』 『청혼』 『맛집 폭격』 『첫숨』 『고고심령학자』 『빙글빙글 우주군』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에세이 『SF 작가입니다』 등을 썼다. 2010년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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