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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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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소굴

2023년 05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4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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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2.07MB)
ISBN 9791198088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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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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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황폐해진 오스트리아의 한 시골 마을. 그곳 우체국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네. 스물여덟 살의 그녀는 한창 청춘이 꽃피는 시절을 전쟁에 빼앗기고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매일 똑같은 쳇바퀴를 도는 크리스티네의 표정은 늘 창백하고 메말라 있다.

어느 날, 우체국으로 전보 한 통이 날아든다. 오래전 미국으로 떠난 이모가 스위스 휴양지에서 보낸 초대장이다. 답답한 일상에 생긴 그 작은 균열에 크리스티네는 당혹스러워한다.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모와 이모부는 크리스티네를 반갑게 맞아준다. 상류층이 된 이모의 아낌없는 후원으로 크리스티네는 촌스러운 옷을 벗어 던지고 평생 꿈꿔본 적 없는 화려한 변신을 시도한다. 처음 입어보는 고급 드레스, 윤기나고 풍성한 머리칼, 반짝이는 장신구로 치장한 크리스티네는 거울 속 자신의 낯선 모습에 놀란다. 외모뿐만이 아니다.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던 호텔 사람들에게 순수하고 발랄한 크리스티네는 신선한 충격이다. 크리스티네는 처음 맛보는 상류층 생활에 취하여 뜨거운 열정을 뽐내고, 사람들은 이에 매료된다.

하지만 신데렐라의 마법은 언젠가 끝나는 법이다. 신데렐라가 시곗바늘을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 크리스티네도 영원히 변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마법이 풀리는 순간,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1부
2부
역자 후기

어느 날 저녁 그들은 정원 벤치에서 두세 차례 가볍게 키스했다.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 연민이었다. 남자가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결혼하자고 말했다. 여자는 아무 말 없이 피로에 지친 미소로 응답했다. 감히 전쟁이 끝나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기에. (p.44)

열일곱, 열여덟 살 전후의 소녀들은 남자아이들이 접근할 때까지 참을성 있게 얌전히 기다리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권리를 요구하듯 즐거움을 찾았다. 자신의 젊음뿐 아니라 전쟁에서 죽어간 젊은이들의 몫까지 즐기려는 듯, 맹렬하게 즐거움을 추구했다. (p.47)

크리스티네의 어머니는 딸에 대한 그의 감정이 점점 절실해지고 있음을 알아챘고, 언젠가 그의 아내가 불가피한 운명을 맞이한다면 그가 딸에게 더욱 노골적인 시선을 보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크리스티네는 아무런 내색도,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는 이미 오래전에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췄기 때문이다. (p.51)

인간은 부끄러운 일을 당하면 무의식중에 그 충격이 머리에서 발끝에 이르는 전체 신경계로 전달된다. 그리고 누구와 잠깐 스치거나 우연히 어떤 일에 생각이 미치면 과거에 겪었던 고통이 되살아나거나 몇 배로 증폭된다. (p.62)

미용사가 쾌활하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구름처럼 퍼져오는 향기 속에서 여자는 숨을 내쉬었다. 향기로운 향유와 미용사의 능숙한 손길이 머리칼과 목에 와 닿았다. 눈을 떠서는 안 된다고, 여자는 생각했다. 눈을 뜨면 이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단 한 번만이라도 이대로 편하게 앉아서, 남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봉사를 받으며 일요일 같은 느낌을 즐기고 싶었다. (p.85)

새로 입은 옷이, 새로 만난 세상이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든 걸까? 아니면 내 몸 안에 이런 능력이 숨어 있었던 걸까? 엄마는 내가 너무 소심하고 겁이 많다고 늘 말했는데……. 세상일이란 게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지도 몰라. 인생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쉬운가 봐. 용기만 있으면 되나 봐.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 그러면 숨겨진 내 능력을 되찾게 될지도 몰라. (p.108)

그 순간, 가슴이 터질 듯한 감동에 휩싸여 마음속 가장 깊은 곳까지 흔들린 여자는 난생처음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의 영혼은 신비스러울 정도로 부드럽고 탄력 있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서 단 한 번의 체험만으로 무한히 커질 수 있고, 그 비좁은 공간에 온 세상을 담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p.111)

사람의 이름에는 운명을 변화시키는 신비스런 힘이 있다.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처럼 처음에는 그저 우연한 것으로 아무 구속력도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름은 그 마술적인 힘을 의식하기도 전에 이미 몸속으로 파고들어 그의 일부가 되고, 운명의 일부가 된다. (p.139)

누군가에게 은밀하게 털어놓는 속내에는 항상 위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낯선 사람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순간 그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비밀을 알게 되면 상대방이 유리해지는 법인데, 정말 그러했다. (p.166)

정상에 선 사람은 세상을 제대로 내려다보지 못하고, 행복에 겨운 사람은 남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법이다. 실제로 고생해본 사람만이 어떤 일에나 방심하지 않고, 늘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렇게, 직감적으로 위협을 감지하는 능력이 생기고 남보다 더 영리한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p.176)

두려움은 실제 모습을 일그러뜨려 보여주는 일종의 요술 거울과 같다. 무엇이든 이 거울에 비치면 왜곡된 비율로 늘어나면서 끔찍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상상력이란 한번 불타오르면 전혀 있을 법하지도 않은 엉뚱한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이치에 맞지도 않는 일들이 부인의 눈에는 갑자기 그럴듯해 보이기 시작했다. (p.195)

오직 한 가지 느낌이 다른 모든 느낌을 밀쳐냈다. 그것은 분노였다. 분출구도 없이 몸 안에 갇혀 부글부글 끓는 무력한 분노, 끝없이 솟구치는 분노였다. 그러나 여자는 그 분노의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이모인지, 어머니인지, 혹은 자신의 운명인지. 그것은 불공평한 처사로 억울하게 고통을 받아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분노였다. 여자의 상처받은 영혼은 온전했던 자신에게서 어느 한구석이 떨어져 나갔음을 느끼고 있었다. 축복받은 날개를 떼어버리고 이제는 땅바닥을 기는 눈먼 구더기가 되어야 했다. 무엇인가가 영영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p.228)

이제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 침대에서 자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이 창문을 통해 황금빛 풍경을 바라보고, 이 맑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 여자는 그 누군가가 절대로 될 수 없었다. 이것은 이별이 아니라, 죽음이었다. (p.231)

어떤 물질이든 외부에서 가해지는 열에 의해 온도가 올라갈 때 그 물질 고유의 임계점이 있다. 그 지점을 지나면 아무리 열을 가해도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물이 끓는 비등점이 있고 쇠가 녹는 용해점이 있듯이, 정신도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행복감 역시 절정에 이르면 더는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고통, 절망, 굴욕, 혐오,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그릇에 물을 부을 때 가득 차면 더는 부을 수 없는 것과 같다.
그처럼 전보의 내용도 크리스티네에게 새로운 고통을 주지 못했다. (p.234)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아. 신도, 국가도, 삶의 의미라는 것도 믿지 않아. 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을 거야. 그런 권리를 찾지 못하는 한, 세상이 내 인생을 빼앗아 갔고 나를 속였다고 생각할 거야. 언젠가 진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낄 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내다 버리거나 토해낸 찌꺼기를 먹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느낄 때까지 나는 계속 그렇게 할 거야. (p.293)

남의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지저분한 접시를 남기면 부끄럽듯이, 숨길 수 없는 것이라면 부끄러운 것이죠. 어쩔 수 없이 부끄러운 겁니다. 취업자건 실업자건, 정직한 사람이건 인색한 사람이건, 가난한 사람에게서는 냄새가 납니다. 그래요, 냄새가 나요. 창이 없는 방에서 냄새가 나듯이, 자주 갈아입지 않은 옷에서 냄새가 나듯이 냄새가 나요. 썩은 물의 악취처럼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게 되죠. 씻어낼 수도 없어요. 새 모자를 써도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구토 후에 입을 헹궈내도 냄새가 나는 것처럼. 가난의 냄새는 몸에 배어서 살짝 스치기만 해도 맡을 수 있죠. (p.312)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자의 알몸을 어루만지고, 그 따뜻함을 느껴보고 싶었어. 그러면 나의 지독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야.(p.335)

크리스티네와 페르디난트의 가슴속에서는 이 시간에 편안히 잠들어 있는 사람들은 물론, 잠든 도시에서 벌써 일어나 고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분노가 솟구쳤다. 두 남녀는 아무 말 없이 어둠을 뚫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역에 가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 앉아서 쉴 수 있을 터였다. 기차역은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위한 집이었다.(p.349)

두 사람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돈의 위력을 실감했다. 돈은 있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없을 때에는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따라서 돈은 ‘자유’라는 거룩한 선물을 주기도 하지만,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단념해야 할 일이 생기면 분노가 솟구치게 한다.(p.356)

바다는 엄청난 양의 물을 가지고도 사람을 갈증으로 죽게 할 수 있다. 세상에는 아늑하게 햇빛이 들어오고 폭신한 침대가 있는 조용하고 안락한 방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수십만, 수백만 개의 방, 셀 수도 없이 많은 방, 아무도 사용하지 않거나 비어 있는 방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는 그 방 한 칸이 없었다. 잠시 서로 기대거나 입을 맞출 공간이 없었다. 온종일 쏘다니며 느꼈던 미칠 것 같은 갈증과 분노를 풀어줄, 아무것도 없었다.(p.357)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시끄러운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지, 몸과 마음은 진실과 신뢰를 갈망하는데 낮은 목소리로 거짓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p.359)

수십, 수백 명의 지원자가 일자리 하나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내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면접관이 내 옷을 하나하나 벗겨내듯이 내 신청서와 이력서를 훑어볼 때마다 나는 한편으로 취직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과 다른 한편으로 팔려가기를 기다리는 애완동물 상점 쇼윈도의 강아지가 되어버린 모욕감 사이를 오가며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 (p.370)

우리는 국가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그 소송에서 이길 충분한 사유가 있어. 어떤 법정에 가더라도 우리는 분명히 승소할 거야. 국가는 그 엄청난 부채를 갚을 수도 없고,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것들을 되돌려 줄 수도 없어. 국가가 훌륭한 후견인이던 시절에는 국가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한 명분이 있었지. 절약하고, 규칙에 따르고, 국가에 대해 올바르게 행동할 의무가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국가가 깡패처럼 우리를 다루고 있어. 그렇다면 우리도 국가에 대해 깡패가 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p.386)

전쟁에 청춘을 빼앗긴 여자, 크리스티네
일생일대의 마법 같은 순간을 마주하다

자정을 알리는 종이 친 뒤 시작되는 신데렐라의 진짜 이야기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황폐해진 오스트리아의 한 시골 마을, 클라인-라이플링. 그곳 우체국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네. 스물여덟 살의 그녀는 한창 청춘이 꽃피는 시절을 전쟁에 빼앗기고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전쟁은 청춘뿐 아니라 하나뿐인 오빠와 아버지까지 앗아갔으며, 그녀는 지금 몸이 성치 않은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매일 똑같은 쳇바퀴를 도는 크리스티네의 표정은 늘 창백하고 메말라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체국으로 전보 한 통이 날아든다. 스위스 휴양지에서 자신의 이름 앞으로 발송된 전보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타성에 젖어 있던 크리스티네의 일상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이미 오래전 미국으로 떠난 뒤 상류층이 된 이모가 스위스의 호화 호텔로 크리스티네를 초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거동도 못 하는 어머니를 두고 떠날 수는 없는 일. 게다가 우체국을 여닫을 직원은 저 하나뿐이다. 일면식도 없는 이모를 이제 와서 만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걱정이 많고 조심스러운 크리스티네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어머니에게 등 떠밀려 이모를 만나러 간다.

클라인-라이플링을 떠나본 적 없던 크리스티네는 스위스로 향하는 기차에서부터 신비로운 황홀경에 빠진다. 너른 대지, 상쾌한 바람, 낯선 사람들……. 처음 맛보는 해방감이었다. 하지만 들뜬 기분도 잠시, 스위스 호텔에 도착한 그녀는 곧바로 후회한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옷과 장신구를 걸친 귀부인들, 크리스티네는 꿈도 못 꿀 숙박비를 자랑하는 호텔 룸, 몸과 마음에서 자연스러운 여유로움을 풍기는 투숙객들 사이에서 크리스티네의 낡은 등나무 가방과 허름한 옷차림, 어색한 몸짓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당장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이제 와서 이모와 어머니를 실망시킬 수는 없다. 크리스티네를 알아본 이모가 따뜻하게 환대해 주지만, 이모 역시 그녀의 누추한 행색이 부끄럽긴 마찬가지다.
“불쌍한 것! 자기가 얼마나 촌스럽게 옷을 입었는지 정작 자신은 그것도 모를 거예요. 망할 놈의 전쟁이 오스트리아 사람들을 모두 망쳐놓았어요. 가엾은 것!”

하지만 크리스티네를 변신시켜 주는 일쯤은 이모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이모의 옷을 빌려 입고 머리 스타일을 꾸미고 아름다운 장신구를 두른 크리스티네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호텔 방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으로 아득해진 그녀는 넋을 잃는다. 이것이 진정 나인가?

“여자는 놀라 호흡을 가다듬었다. 꿈에서조차 이토록 젊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차려입은 자신을 상상한 적이 없었다. 선이 분명한 붉은 입술, 섬세한 눈썹, 물결치는 금발 아래로 훤하게 드러난 목이 돋보였다. 하늘하늘한 드레스에 감춰진 맨살이 새롭게 느껴졌다. 여자는 거울에 비친 여자가 정말 자신인지 확인하려고 거울 앞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다가서거나 갑자기 움직이면 그 황홀한 모습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서 저절로 미간이 떨렸다.”

이후 크리스티네의 일상은 백팔십도 바뀐다. 내성적이고 수줍었던 태도 역시 생기발랄하고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모두가 그녀에게 춤을 청하고, 식사에 초대하고, 데이트를 간청한다. 꿈결 같은 시간 속에서 크리스티네는 지금껏 잊고 살았던 쾌락과 여유를 만끽한다.

심리소설의 대가, 츠바이크의 장편 걸작 『우체국 아가씨』
타고난 이야기꾼이 이끄는
한 인간의 처절한 드라마

하지만 츠바이크는 자신의 주인공이 변신에 도취된 채 영원한 신데렐라로 남도록 놔두지 않는다. 신데렐라에게 자정이 있듯 크리스티네의 여행도 급작스레 끝나게 된다. 달리는 기차에서 바깥으로 떠밀린 듯 한순간에 깨져버린 일생일대의 휴가. 백일몽에서 깨어난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시골 우체국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한번 황홀경을 맛본 이에게 시골 생활은 따분하고 무식하고 촌스럽기만 하다. 허무에 찌든 현실은 크리스티네를 미치기 직전으로 몰고 간다.

소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크리스티네가 변신하기 전과 변신한 상태, 그리고 변신이 끝난 후. 츠바이크는 각 부분을 마치 서로 다른 세 단편처럼 보일 만큼 색다른 감정선과 전개로 이끌어간다. 그리고 말미에 이르러 독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결말을 조우하게 된다.

어떤 학자들은 『우체국 아가씨』가 미완의 유작이라고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원고의 결말은 독자에게 짙은 여운을 남긴다. 크리스티네의 삶은 오히려 죽지 않고 독자의 상상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작가정보

슈테판 츠바이크는 1881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유대인 부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섬유 공장을 경영하던 아버지 모리츠는 독일어 외에도 영어와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구사했고, 은행가의 딸인 어머니 이다 역시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여성으로서 이탈리아어에 능통했다. 이처럼 좋은 환경과 빈의 문화적 분위기에서 성장한 츠바이크는 어린 시절부터 연극과 오페라를 감상하거나 많은 고전 작품을 탐독하면서 문학적 감수성과 예술적 재능을 키워 나갔다.
1900년에 츠바이크는 빈 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으나 학업보다는 글쓰기에 몰두하면서 작가로서 준비 작업을 시작한다. 일찍이 보들레르와 베를렌의 시에 심취한 츠바이크는 이듬해인 1901년 시집 『은빛 현』을 발표하지만, 이후 시가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소설과 전기(또는 평전)에서 훨씬 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소설집 『에리카 에발트의 사랑』을 시작으로 단편소설 「불타는 비밀」, 「모르는 여인의 편지」, 「광란」, 소설집 『감정의 혼란』 등을 발표하며 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나게 된다. 츠바이크 소설의 매력은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에서 연유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인간의 내적인 감정과 심리를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서술하는 그만의 특유한 재능에서 나온다. 여기에 시적 감각을 바탕으로 하는 성애 묘사와 에로티시즘적 소설은 동시대의 어느 산문작가도 따를 수 없을 만큼 당대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엔 히틀러를 피해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그리고 다시 브라질로 건너갔다. 하지만 전쟁과 나치즘으로 인해 점차 인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게 된 그는 자포자기의 심정을 노트에 적은 뒤, 부인과 함께 약물 과다복용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1942년 2월 22일, 그의 나이 60이었다.

건국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으며,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테레제, 어느 여인의 일대기』와 슈테판 츠바이크의 『우체국 아가씨』를 비롯해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완벽의 배신』,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프랑스 육아』를 번역했고, 츠바이크의 『이별여행』을 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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