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선생 아파트 시집

정인규 지음

북랩 2023년 04월 21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4월 2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입주민의 갑질과 부당한 노동 강요!
아파트 공화국의 민낯을 시로 노래하다!

경비원들은 부당한 대우를 당하면서도 ‘단기 계약직’이라는 굴레에 씌워져 있기 때문에 참고 견뎌야 한다. 재활용 분리, 주차 관리, 청소, 택배 등 원래 경비 업무와 관련이 없는 잔업에 시달리며 정당한 근로자로서 대우를 못 받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며 모두의 문제이다.

웃음과 헌신으로 다져진 경비
입주민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
주차단속 안 한다고 연락이 오면
총알같이 뛰어가서 단속을 하고
입주민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그 이름 영원하리

〈경비원의 노래〉 中에서

목차

권두시

별사람 없더라
세콤센터 폭파사건
개인의 품격
무얼 위해 사는가?
인수인계
멀쩡한 정신 가지고 사는 것도 복이다
경비실의 적막
생활계획표
1960년대생
월급봉투
상갓집 풍경
친정 가는 날
뭉치면 죽는다
7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원피스 아줌마
첫사랑
여름 장마
매미
골목길
택구
산山
인터폰 하지 말라
그래도 세상은
명품아파트
양심을 담아내다
얌체족
8월처럼
또다시 병이 도지다
오늘 빡세게 받았다
불타는 금요일
코로나 확진
이렇게 살지 말자1
불법주차단속
매미도 한철이다
생일상
기록만 쌓이네
사유서 1
사직서
낮술 하기 좋은 날
인생人生 1
경비원의 자격
경비원의 25시
사유서 2
어지간히 해라
명품아파트의 자질
때때옷
걱정도 팔자다
입주민의 명절선물
계급이 깡패다
인생人生 2
시간은 자꾸 가는데
백일기도
33주년
죽기 좋은 날
삼강칠성三姜七性
추억
밤하늘
가을산
오지랖
버킷리스트
이런 사람으로 살자
일생
시장 풍경
가을 1
사진
싸움
내장산
직업에 귀천은 있더라
가을 2
프로필
또 연말이다
당근 거래
꿈
겨울나무
업무 분담
견해 차이
계획수정
세대 연락
금연 지도
경비원의 품격
경비 서면서 일어나는 오만가지 일들
앞 편의점
인연
임인년의 12월
2023년에 바란다
태어나 보니 잘사는 줄 알았다
기적은 일어나네
그때는 그랬지
내 엄마
꼴값에는 커트라인이 없다
12월
서울구경
경비원의 노래
내일
천태만상
나이를 먹는다는 게
망산
세월歲月
소원수리
올 게 왔다
대방동의 겨울
다 들어낸다
감 담그는 날
업무가 시작됐네
정치인들의 일탈행위
똥품아파트
이만선생貳萬先生
멘탈 갑이다
이렇게 가는구나
출근길
비보를 접하다
두 번째 책을 내면서
1월 첫날
절필絶筆을 선언한다
나 돌아가리라

책 속으로

또 연말이다

멍청하게 앉아 있으니 전화벨 요란히 울려대네
각 동 게시물 나와 있다고 연락 와서
각 초소 배분해서 전달하고
영리한 김 반장 게시물 보더니
경비원 미화원 임금조정 건의안이 들어있다네
보는 순간 또 연말이구나 생각이 드네
최저임금이 오르다 보니 연말이 되면 경비원을 줄이자는 말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례행사라오
경비원들 일 안 하고 노는데…
초소 하나는 없애자는 등등
해마다 되풀이되는 옹알이라오
일천 세대가 넘는 단지에 다섯 명 인원으로 근무하건만 해마다
이 말을 짖어댄다오
최저임금이 안 오르면 될 것을 괜히 올려 분란을 주네
올라 본들 휴게시간 30분 더 쉬게 하면 될 것이고
경비원들은 개인 휴게시간을 초소 내에서 쉬게 하니
실제로 개인 휴게도 아니라네
그냥 그러러니 하면서 살고 있건만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네
훌륭하신 동대표님들이여 자중하시게나
당신네들 모두 정원 미달에 감투 쓰고 있지 않은가
2년간 입주민 위해 살기 좋은 아파트 만들기 위해 봉사한 공이
지대하니 만족하고 이제는 물러섬이 어떤지…
연임하려고 용쓰지 말고…

- 148쪽


대방동의 겨울

꼭두새벽 일어나 대충 한술 뜨고
의무처럼 차로 달려서 도착하면
나를 반기듯 트리에 불빛 깜박거리고
털 귀마개 방한 장갑 신호봉 비껴들고
칼바람 맞으면서 전장으로 간다
여기서 두 번째 맞이하는 대방동의 겨울
20여 년 전에는 한적한 시골 산동네였던 이곳
이제 아파트단지로 닭장같이 줄 서 있고
뒤쪽에 높은 산이 있어 왜 이리 추운지…
며칠 전,
재계약 문제로 과장 왔다 가고
꿈에서도 노인들과 같이 놀고 있고
세상의 조화가 불길해 보이는구나
아침 입초 서고 들어올 쯤
날은 밝아져 하루 일과 시작되네
아침에 맞는 귀싸대기 귀가 얼얼하고
손은 시려서 난로 앞에 앉는다

- 207쪽

작가정보

저자(글) 정인규

담배 농사로 유명했던 함안에서 태어났다.
베이비붐 세대로서 굴곡진 시대를 살았다.
인생 후반기에 경비원으로 일하였다.
저서로는 『경비원의 사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