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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그리운 말

사라진 시절과 공간에 관한 작은 기록
미진 지음
책과이음

2023년 05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3월 31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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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3.71MB)
ISBN 9791190365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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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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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정형 혹은 비정형의 공간에 얽힌 내밀한 기쁨과 그리움에 관한 기록. 하늘과 맞닿은 만리동 꼭대기 허허벌판에 쌓아 올린 무허가 슬레이트 집, 내시경 튜브가 지나가는 좁다란 목구멍 같은 어두운 반지하 집, 네모반듯한 집을 꿈꾸는 엄마의 소원대로 마침내 마련한 전철역 인근의 햇살 가득한 집……. 즐겁고 때로는 슬펐던 집이라는 공간에서 세상과 부딪히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사라진 시절과 떠나온 공간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롤로그|어떤 사소한 기쁨과 그리움

PART 1 어디에도 없는 집
하늘과 맞닿은 집
완벽한 복수
술래잡기
허수아비 내 친구
굴레방다리를 건너며
피아노를 얻는 명쾌한 방법
선택의 문제
슬픈 딜리버리
뒹구는 고양이
타이거 소년의 팬티
겨울 어느 좋은 날

PART 2 골목길 모퉁이에서
담장 너머 놀이터
딸 부잣집 황 씨네
소풍 날의 도시락
죽도록 걸을래
흔들리는 나날
연극 보러 가는 길
덕수궁 돌담길
꽃으로 필 거야
도 바로 옆에 레

PART 3 우리 집 가는 길
반지하에서
눈치 없는 도둑
아파트에서
어느 추운 날
자기만의 방
아빠와 집짓기
세상에서 제일 예쁜 얼굴
어떤 기억
남은 자들
아빠의 이름으로
소심한 세입자
느리게 걷는 동네 한 바퀴

에필로그|사라지는 것은 말을 걸고

허허벌판에 벽돌을 켜켜이 쌓고 슬레이트 지붕을 올렸다. 배수지를 일터로 삼은 가장들이 하나둘 모여 자신과 딸린 식구들이 살 집을 지었다. _p.12

엄마가 좋은데, 엄마처럼 살고 싶은데, 엄마처럼 주변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며 살고 싶은데, 엄마는 엄마처럼 사는 게 망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얼마나 잘 살아야 망하지 않는 것인지 그때 나는 엄마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_p.40

어쩌면 기다리는 게 삶일지 모른다고 어렴풋이, 아주 어렴풋이 알았던 것이다. _p.136

망가진 화장실 창문을 고치는 아빠를 보며 나는 내시경 튜브가 지나가는 목구멍 같은 집에서 한시라도 빨리 탈출하고 싶었다. _p.168

내 집 장만을 향한 엄마의 간절한 바람은 모두의 바람이 되었다. _p.180

젊음에 겨워 눈부신 천 개의 얼굴이 세월을 타고 넘으면 한 개의 엄마 얼굴이 된다. _p.196

집이라는 공간에 얽힌 내밀하고 단단한 기억
“우리 집은 좋으면서도 슬펐다”라고 작가는 고백한다. 비바람에 슬레이트 지붕이 들썩이고 송충이가 비처럼 내리던 만리동 꼭대기 집, 가을비가 내릴 때마다 세상 모든 낙엽이 모여드는 아현동의 반지하 연립주택, 엄마의 평생소원대로 마침내 장만한 봉천동의 네모반듯한 집, 결혼 후 세입자로서 아홉 번의 이사를 하며 거쳐 간 때로는 춥고 때로는 따뜻했던 집. 작가는 세상에 태어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지친 몸을 누인 그 모든 집이라는 공간에 촘촘하게 엮은 그물을 깊이 내려 단단한 기억을 길어 올린다.

삶의 결핍이 빚은 다정한 생의 의지
크든 작든, 춥든 온화하든, 모나든 반듯하든, 집은 누구에게나 간절한 바람과 자기 몫만큼의 생의 의지가 깃든 공간일 것이다. 작가의 집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씻기고 치우고 무언가를 깨끗이하는 데 평생을 쏟은 바지런한 엄마는 언제고 떠날 허름한 집에서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릇과 화분과 항아리를 윤이 나도록 쓸고 닦았다. 짓고 고치고 땜질하는 일에 익숙한 아빠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집의 어디를 고쳐야 한 계절을 또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살피고 손봤다. 그 시절의 부모가 그러했듯, 작가의 엄마와 아빠는 오직 내 집 갖는 것을 목표로 묵묵히 내핍을 감내하고, 유일하게 햇살이 들어오는 방을 자식들에게 양보한 채 컴컴하고 어두운 무덤 같은 방에서 서로의 등을 맞대고 잠을 청했다. 삶은 고되었으나 누구도 서로를 탓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사라진 것들에서 끌어올린 무수한 감정의 타래
행복과 슬픔, 분노와 기쁨이 조금씩 뒤섞인 기억의 풍경 속에서 작가는 특유의 문장력으로 집 너머, 공간 너머의 것들을 한껏 탐험한다. 그곳에는 스케치북만 한 창을 통해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홉 살의 나와, 중학생이던 어느 봄에 교실 창문을 타고 환청처럼 들린 포클레인 소리와 엄마의 울음소리에 러너가 되어 달린 길이, 단짝 친구와 함께 밤늦도록 차가운 풀밭에 뒹굴며 올려다본 까만 하늘이 들어 있다. 지붕갈이를 하려고 사다리에 위태롭게 디딘 아빠의 상처투성이 다리 아래로 보이는 여기저기 빠지고 두꺼비처럼 자란 검은 발톱이, 몸의 기능을 조금씩 잃어가며 몇 알 남지 않은 쌀자루처럼 사방으로 쓰러질 것만 같은 엄마의 쇠약한 등이, 가난과 모순에 고개를 외로 돌리면서도 결코 아래로 숙이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있다. 검은 하늘에 박힌 별처럼 이름 모를 무수한 감정이 잘게 부서지던 시절에 관한 비밀스러운 고백은 우리를 곧장 각자의 과거 속으로 불러들인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온다
마른 나뭇가지에 새순이 돋듯, 세월은 걷잡을 수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그 시절의 동네와 집은 이미 허물리고 사라졌다. 내 것 네 것 따로 없는 열두 가족이 한데 어울리며 살아가던 곳에는 대단지 고층 아파트가 우뚝 서서 위용을 뽐내고, 시장에서 산 짐을 보자기에 싸서 머리에 이고 오르던 만리동 고개에는 재개발을 알리는 노란 현수막이 당당하게 휘날린다. 그럼에도, 아니 그럴수록 작가가 사라진 집을 애써 기억하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에 처음으로 존재했던 그곳에 다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무언가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기억할 것을 권한다. 사회적 쓸모 혹은 미추와 상관없이 나라는 존재를 나로 살아가게 하는 기억은 그 자체로 값지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삶을 살든, 아무리 애쓰거나 어디를 방랑하든, 우리의 피로한 희망은 평온을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법이므로.

작가정보

저자(글) 미진

산이 바라보이는 방에서 글을 쓴다.
싹싹 비운 식구들의 밥그릇과 밤새 쉬어 가벼워진 눈으로 책 읽는 시간을 좋아한다.
작고 평범한 것들에 감사하며, 아무도 돌보지 않는 것들에 더 오래 시선을 둔다.
〈문학의봄〉에서 단편소설 〈아들이 사라졌다〉로 등단했다.
기억 속 사라지는 것들과 함께 휘청거리는 삶을 붙잡고 한 걸음씩 걸어갈 생각이다.
인스타그램 @yes_abou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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