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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는가

필립 로스 지음 |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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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5월 2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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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2.89MB)
ISBN 978895469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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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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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혼자 글을 쓰는 것이 내 삶의 거의 전부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파티를 즐기듯이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즐깁니다.”

우리 시대의 거장, 문학의 화신化身
필립 로스를 평생토록 사로잡아온 질문

나는 필립 로스의 솔직함을 사랑한다. 문학에 있어서 그는 나의 영웅이다.
_살만 루슈디(소설가)

모두가 필립 로스가 되길 원했지만, 그 누구도 근접조차 하지 못했다.
_인디펜던트
서문

1부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읽으며

나는 전에는 늘 당신들이 나의 금식에 감탄하기를 바랐다”, 또는 카프카를 바라보며
미국에서 소설 쓰기
새로운 유대인 고정관념들
유대인에 관해 쓰기
『포트노이의 불평』에 관하여
그런데 그 책은 어떻게 하다 쓰게 되었는가? 하고 내게 묻는 사람들에게 답하여
유대인을 상상하기
글쓰기와 기성 권력
책 여덟 권 뒤에
『누벨 옵세르바퇴르』 인터뷰
『런던 선데이 타임스』 인터뷰
『파리 리뷰』 인터뷰
주커먼에 관한 인터뷰

2부 업계 이야기-한 작가와 그의 동료들과 그들의 일

프리모 레비와의 대화 - 토리노에서
아하론 아펠펠트와의 대화 - 예루살렘에서
이반 클리마와의 대화 - 프라하에서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와의 대화- 뉴욕에서 브루노 슐츠에 대해
밀란 쿤데라와의 대화 - 런던과 코네티컷에서
에드라 오브라이언과의 대화 - 런던에서
메리 매카시와 주고받은 편지
맬러머드의 모습들
거스턴의 그림들
솔 벨로를 다시 읽으며

3부 설명

주스냐 그레이비냐?
아버지의 유산
이디시/영어
나는 미국 이름들과 사랑에 빠졌다
나의 유크로니아
에릭 덩컨
정오표
압제는 자유보다 잘 조직되어 있다
체코 교육
루두스의 우위
『유령 작가』 인터뷰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 인터뷰
사십오 년 뒤에
소설의 무자비한 내밀함

소설은 모두가 가진 것처럼 보이는 원칙과 믿음을 긍정하려고 쓰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감정이 적절하다는 것을 보증해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사실 소설의 세계는 사회가 감정을 가두는 제약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예술의 위대한 점 하나는 작가와 독자가 일상의 행위에서 늘 선택할 수는 없는 방식으로, 또는 선택할 수 있다 해도 살아가는 일에서는 가능하거나, 관리할 수 있거나, 합법적이거나, 권할 만하거나, 심지어 필요하지 않은 방식으로 경험에 반응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_95쪽

‘순전한 장난기’와 ‘죽을 듯한 진지함’은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입니다. 하루를 끝내고 나는 그 친구들과 함께 산책을 하지요. 동시에 나는 ‘죽을 듯한 장난기’ ‘장난스러운 장난기’ ‘진지한 장난기’ ‘진지한 진지함’ ‘순전한 순전함’과도 사이가 좋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것에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그건 그냥 내 심장을 쥐어짜서 내가 아무 말도 못하게 만들거든요.
_211쪽

나는 삶에 대한 나 자신의 숨막힐 듯 따분하고 좁은 관점에서 자유로워지고 꾐에 넘어가 나 자신의 것이 아닌, 완전히 전개된 서사적 관점에 상상력으로 공감하기 위해 소설을 읽습니다. 내가 쓰는 것과 똑같은 이유지요.
_221~222쪽

자신을 공격하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이기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지요. 독설을 쏟아내고 입에 거품을 문다 해도 상대를 과소평가하면 책이 약해지지요. 나에게 작업, 글을 쓰는 작업이란 일인칭 광기를 삼인칭 광기로 바꾸는 겁니다.
_236~237쪽

당시에 나는 두 가지 어리석은 일을 했습니다. 나 자신을 설명하기 시작한 것과 나 자신을 방어하기 시작한 것. 나는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_240쪽

소설가는 자신의 강박적 주제를 진짜 모르기 때문에 고통을 겪습니다. 반복해서 그것을 포위 공격하는 것은 강박적 주제가 그가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_306쪽

나한테는 알레고리, 즉 어떤 주제를 보여주기 위해 저자가 만들어낸 이야기보다 이질적인 것이 없습니다. 사건은 현실이든 가상이든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야 하고 독자는 그 힘과 시에 순진하게 유혹되어야 합니다.
_442쪽

소설가가 가장 몰두하는 대상은 자신의 언어입니다. 많은 작가가 다음에 사용할 적당한 말을 찾다가 죽곤 하지요.
_631쪽

모두가 힘든 일을 하고 있지요. 진짜 일은 모두 힘듭니다. 내 일은 또 공교롭게도 할 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오십 년 동안 매일 아침 나는 무방비 상태이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로 다음 페이지를 마주했습니다. 내가 글쓰기로 이룬 것은 자기 보존입니다. 재능이 아니라 고집이 내 삶을 구했어요. 행복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고 내가 나 자신에게 동정심을 품지 않았다는 것도 나에게는 행운이었지요. 왜 그런 과제가 나에게 떨어졌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어쩌면 글쓰기가 나를 훨씬 나쁜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준 것인지도 모르지요.
_641쪽

여기 내가 있다. 소설이라는 변장과 꾸밈과 책략에서 나와 여기에 있다. 여기 내가 있다. 날랜 손재주를 빼앗기고 그간 내가 소설 작가로서 누린 상상의 자유를 부여하던 그 모든 가면을 벗어버리고 여기에 있다.
_11쪽

2018년 5월 22일 타계한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 문학동네에서 2023년 5월 22일 그의 5주기를 맞이해 그가 평생에 걸쳐 치열하게 써온 산문을 집대성한 『왜 쓰는가』를 펴낸다. 『에브리맨』 『미국의 목가』 등의 작품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필립 로스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퓰리처상, 펜/포크너상, 펜/나보코프 상, 펜/솔벨로 상, 전미도서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 골드 메달, 코망되르 레지옹 도뇌르 훈장 등 미국인이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미국문학의 고전을 펴내는 비영리출판사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에서 생존 작가로서 세번째로 완전 결정판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현대 미국문학에는 필립 로스가 있다. 그리고 그다음에 나머지 작가들이 있다”(시카고 트리뷴)라는 논평처럼 현대 작가로서 가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문학적 성취에 도달했다고도 할 수 있는 필립 로스는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첫 소설집 『굿바이, 콜럼버스』 이후 세상을 떠나기 몇 해 전까지 서른 권이 넘는 소설을 집필하고 “방에서 혼자 글을 쓰는 것이 거의 내 삶의 전부”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그야말로 문학의 화신이라 할 수 있다.
『왜 쓰는가』는 그런 그가 1960년부터 2014년까지 쓴 창작론, 문학론, 서평, 인터뷰, 대담, 연설문 등을 총망라한 책이다. 다채로운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이 책에 실린 글은 결국 필립 로스가 평생 동안 몰두해온 주제, 도대체 ‘왜 쓰는가’에 대한 집요한 대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함유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 필립 로스는 85세의 나이로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그것을 고민해왔고, 그 고민의 과정과 결과가 한데 담긴 책이 바로 『왜 쓰는가』이다. 가히 전투적이라 할 정도로 처절하게 문학적 삶을 살아낸 그에게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왜 쓰는가』는 21세기에 여전히 읽거나 쓰며, 문학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지평과 함께 커다란 문학적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예술은 인생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고독도 인생이고, 명상도 인생이고, 허세도 인생이고, 불평도 인생이고, 사색도 인생이고, 언어도 인생이지요. 문장을 더 낫게 고치는 일을 하는 것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보다 못한 인생인가요? 『등대로』를 읽는 것은 소젖을 짜거나 수류탄을 던지는 것보다 못한 인생인가요? 문학적 소명에 따른 고립-단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 방에 혼자 앉아 있는다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포함하는 고립-은 밖에 나가 야단법석 속에서 감각을 축적하거나 다국적 기업을 다니는 것만큼이나 인생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_231쪽


온 생이 문학 그 자체였던 필립 로스
그가 남긴 문학에 대한, 삶에 대한, 인간에 대한 불멸의 산문들

1부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읽으며’는 글쓰기라는 행위와 문학이라는 서사예술에 대한 산문들이 주를 이룬다. 일종의 창작론, 또는 문학론이라고 할 수 있는 글들이다. 거기에 유대계 미국인인 필립 로스는 자신을 구성하는 정체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저항하며 문학 본질을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모색한다. 유대인으로서의 글쓰기, 미국인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한 뒤 그는 자신의 소설 세계를 확장하기 위한 하나의 창작 방법론인 ‘무언가가 되기’에 대해 언급한다. 그가 자신의 수많은 작품들에서 그의 얼터 에고가 되어준 소설 속 인물 네이선 주커먼으로 변신하는 순간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소설 쓰기의 근본 원리에 대한 힌트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네이선 주커먼은 연기입니다. 그것은 모두 흉내의 기술이에요, 안 그래요? 그게 근본적인 소설가의 재능이죠. 주커먼은 포르노그래피 작가를 흉내내는 의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나는 포르노그래피 작가를 흉내내는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작가를 흉내내는 책을 쓰고 싶어하는 작가입니다-그런 다음에는, 그는 잘 알려진 문학 비평가인 척해서 연기를 복잡하게 만들고 가장자리에 철조망을 치지요. 가짜 전기, 허위 역사를 만들고 내 삶의 실제 드라마로부터 반半 상상의 존재를 지어내는 것이 바로 나의 삶입니다.
_251~252쪽

그는 등장 이후 끊임없이 논란의 한복판에 섰던 작가이기도 하다. 『굿바이, 콜럼버스』를 발표한 직후 자기혐오적 반유대주의자라는 혐의로 유대인 연맹에 맹렬한 비난을 받았으며, 한 유대인 소년의 성적 일탈을 적나라하게 다룬 『포트노이의 불평』은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필립 로스에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큰 유명세와 악명을 동시에 선사하기도 했다. 특히 젊은 시절 그는 그런 공격들에 전투적으로 대응했는데, 그 수단은 역시나 글이었다. 그가 자신이 반유대주의자라는 혐의에 대해 강력한 논거로 항변하고, 『포트노이의 불평』에 쏟아진 집중포화를 격렬히 방어해내는 글은 뜻하지 않게 선명한 구체성을 띤 문학론이 된다. 우리는 그의 생생히 살아 있는 목소리를 통해 흥미롭게도 문학의 본질을 조금씩 이해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책에 관한 아이디어는 내 경우는 완전히 우연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다 끝내고 나면 일반적으로 지금 꼴이 갖추어진 것이 이전 소설, 최근의 소화되지 않은 개인사, 내 직접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환경, 내가 읽고 가르쳐온 책들의 상호작용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게 보이지만요. 이런 경험의 요소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변화무쌍한 관계에서 어떤 제재가 분명히 나타나고, 그때 곰곰이 생각하면서 그것을 붙들 방법을 찾아내지요.
_212~213쪽

2부 ‘업계 이야기─한 작가와 그의 동료들과 그들의 일’은 필립 로스가 인터뷰 진행자로서 만난 인물들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홀로코스트를 겪고 『이것이 인간인가』 등의 명저를 써낸 이탈리아 유대인 작가 프리모 레비, 전체주의 체제의 체코에서 프랑스로 망명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의 작품을 쓴 소설가 밀란 쿤데라를 비롯해 에드나 오브라이언, 이반 클리마, 아하론 아펠펠트 등 다양한 사회 조건 속에서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과 나눈 대담들이다. 필립 로스는 탁월한 작가이자 열광적인 독서가인 그만이 할 수 있는 질문들로 대담을 이끌어나가고, 이야기는 각각의 작가들이 개별적 예술가로서 겪는 창작의 고뇌에서 시작해, 집단적 폭력, 억압적인 사회주의 체제, 자유주의 국가 등 그들이 속한 세계의 구성원으로서의 예술 행위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속에서 어떤 문학이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그 문학을 통해 무엇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가 이어진다.

신성불가침의 확실성에 기초한 세계에서 소설은 죽습니다. 전체주의 세계는 마르크스를 기초로 하든 이슬람을 기초로 하든 다른 어떤 것을 기초로 하든 질문이라기보다는 답의 세계입니다. 그곳에 소설의 자리는 없습니다. 어쨌든 내가 보기에 요즘 전 세계에서 사람들은 이해보다는 심판을, 묻기보다는 답하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소설의 목소리는 인간 확실성의 시끄러운 어리석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습니다.
_445~446쪽

3부 ‘설명’에서는 문학과 함께 살아온 자신의 삶을 시작부터 끝까지 돌아보며 문학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산문과 연설문이 수록되어 있다. 마치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진행되는 3부의 첫번째 글 「주스냐 그레이비냐?」는 갓 성인이 되어 문학적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뒤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눈부’시기 위해 거울을 보며 큰 소리로 다짐하는 장면은 웃음이 나면서도 어쩐지 적지 않은 울림을 준다. 가난한 시절 매일 찾아가던 식당, 요리사가 매번 ‘주스? 그레이비?’라고 묻던 그 식당에서 우연히 주운 종이에 정리되지 않은 채 쓰인 열아홉 개의 문장이 그가 이후 평생 써나간 모든 소설의 첫 문장이 되었다는 실제인지 상상인지 알 수 없는 일화는 꽤나 흥미진진하다.

왜 못하겠는가? 내 아파트에는 나를 막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다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을 만큼 좁았다. 또 매일 아침 욕실에 걸린 거울을 건너다보며 거기에 비친 나의 모습을 향해 큰 소리로 “네가 할 것은 오로지 일뿐이야!” 하고 말할 때 나를 방해할 것은 내 눈에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나에게 있는 모든 자유로운 자투리 시간까지 이용했고, 눈부신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내 야망이 분명하고 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만 하다면, 나의 불굴의 용기가 무한하고 나의 헌신이 무결하고 내가 내 상상력을 온전히 책임지기만 한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밖에 없다고 믿기 시작했다.
_535쪽

글을 쓰기 시작한 초기부터 작가 필립 로스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평생을 그의 문학에 재료가 되어준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심도 깊은 애정과 이해가 담긴 글, 문학의 미래에 대한 거시적인 전망에 대한 글들도 3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필립 로스’ 항목의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 위키피디아에 보내는 편지글 형태의 「정오표」는 필립 로스의 논리적 글쓰기와 유머 감각이 빛나는 글이다.

필립 로스는 2012년 더이상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여든의 나이가 된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문학을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학사에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작가, 또는 삶의 한 시기에 쏟아내듯 작품을 써내려간 작가들은 많지만 필립 로스처럼 생애 내내 꾸준히 탁월한 작품을 써나간 이는 많지 않다. 그런 그가 절필 선언 이후 문학으로 이루어진 삶을 복기하며 쓴 산문 「사십오 년 뒤에」와 연설문 「소설의 무자비한 내밀성」은 문학적 삶이라는 긴 역주를 끝마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혜안이 담겨 있다. 자신이 쓴 작품 중 가장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새버스의 극장』을 인용하며 끝나는 「소설의 무자비한 내밀성」은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낸 이에게는 마치 선물과 같은 깊은 감동을 준다.
『왜 쓰는가』에서 우리는 평생을 문학에 바친 한 작가의 언어에 대한 사랑, 세계에 대한 통찰, 독창적인 유쾌함, 한계 없는 상상력을 만나게 된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세계와 격돌시키며 사유를 확장해온 문학인이자 “내게 더 큰 고난을 다오”라 외치며 삶을 온전히 경험하고자 했던 한 인간인 그가 써내려간 이 문학론이자 창작론, 그리고 인생론이 담긴 풍요롭고 탁월한 산문을 읽는 것은 필립 로스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거의 모든 진지한 소설가가 증언할 수 있겠지만, 자기 기량의 최고 수준에서도 이 직업이 요구하는 자기 고문의 양은 대개 적지 않지요. 모든 재능에는 조건이 따라붙지요-그 성격, 영역, 힘. 또 기간, 재임 기간, 수명. 수많은 확고한 이유로 거친 모험은 끝이 났습니다. 신음과 환희는 끝이 났습니다. 모든 사람이 영원히 열매를 맺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 나는 평생이 걸려 발견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_650쪽

◆ 언론사 리뷰

나는 필립 로스의 솔직함을 사랑한다. 문학에 있어서 그는 나의 영웅이다.
_살만 루슈디(소설가)

모두가 필립 로스가 되길 원했지만, 그 누구도 근접조차 하지 못했다.
_인디펜던트

미국 현대문학에는 필립 로스가 있다. 그리고 그다음에 나머지 작가들이 있다.
_시카고 트리뷴

필립 로스는 20세기 문학사에 가장 위대한 이름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_가디언

『왜 쓰는가』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즐거움을 선사하는 고전이며,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파티다. 모든 형태의 억압에 저항하는 외침이 담긴 이 책을 이 시대, 아니 모든 시대의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
_메리 카(시인, 전기작가)

한결같이 지적이며 재미있다.
_월스트리트 저널

작가정보

저자(글) 필립 로스

Philip Roth

필립 로스는 1998년 『미국의 목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해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국가예술훈장을 받았고, 2002년에는 존 더스패서스, 윌리엄 포크너, 솔 벨로 등의 작가가 수상한 바 있는,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 최고 권위의 상인 골드 메달을 받았다. 필립 로스는 전미도서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펜/포크너상을 세 번 수상했다. 2005년에는 『미국을 노린 음모』로 2003~2004년 발표작 중 미국을 테마로 한 탁월한 역사소설에 수여하는 미국 역사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으로 영국 WH 스미스 문학상 ‘올해의 도서상’을 받음으로써, 이 상의 46년 역사상 최초로 두 번 수상한 작가가 되었다. 또한 생존 당시, 미국 생존 작가 중 세번째로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ibrary of America, 미국 문학의 고전을 펴내는 비영리 출판사)에서 완전 결정판(전9권)을 출간했다.
로스는 펜(PEN)상 중 가장 명망 있는 두 개의 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펜/나보코프상을, 2007년에는 펜/솔벨로상을 받았다. 2011년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국가인문학훈장을 받았고, 같은 해 인터내셔널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2012년 스페인 최고 권위의 상인 아스투리아스 왕세자 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코망되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2018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번역가로 활동하며 현재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옮긴 책으로 『로드』 『제5도살장』 『바르도의 링컨』 『호밀밭의 파수꾼』 『에브리맨』 『울분』 『포트노이의 불평』 『미국의 목가』 『굿바이, 콜럼버스』 『새버스의 극장』 『아버지의 유산』 『사실들』 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유럽문화사』로 제53회 한국출판 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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