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제 키드의 귀환

잇스토리 영상화 기획소설 시리즈_2

강재영 지음

잇스토리 2023년 05월 16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SF 블랙코미디. 고향으로의 귀환을 앞둔 외계인 ‘비스타’가 지구인 친구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내려고 벌이게 되는 지구인보다 더 지구인 같은 외계인의 이야기이다.
외계인 비스타는 대학생으로 위장해 지구인 청년들의 사회성을 연구하다 귀환을 앞둔 상태로,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며 지구 생활을 정리하던 중 그는 뜻밖의 사건을 접하게 된다. 짝사랑하는 지구인 친구 수정이 학과의 카메라 렌즈를 훔친 도둑으로 매도 당한 나머지 잠적하고 만다. 이 일로 인해 비스타는 지구인의 사정에 관여하지 말라는 규칙을 깨며 직접 범인을 밝혀내려 한다. 과연 비스타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됐으며, 그가 규칙을 어기면서 까지 바로잡으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비스타는 무사히 자신의 고향 글리제 행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글리제 키드의 귀환>은 영상화를 위해 기획/출간된 중편소설이다.

목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에필로그

책 속으로

적갈색 벽돌의 예술학관 강의동 건물엔 학생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중이었다. 3층 복도의 난간 아래, 1층엔 연극전공 신입생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현관문으로 선배들이 들어올 때마다 우렁찬 인사가 터져 나왔다. 정작 선배들이 사라지면 앓는 소리와 함께 무릎 굽혀 앉는 신입생들이 보였다. 비스타는 무감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뒤에서 터벅터벅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린 비스타는 계단을 오르는 인찬이 영화전공 선배 두 명과 함께 명찰 목걸이를 찬 은지를 봤다. 비스타는 은지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경직된 은지가 가벼운 눈인사만 하자 인찬과 영화전공 선배들을 향해 욕을 뻐끔거렸다.
<1장 중>

“…… 안 가면 안 돼?”
“…… 정했어, 가는 걸로.”
비스타는 자신을 빤히 보는 수정의 자세를 슬금슬금 따라 했다. 이내 수정이 비스타의 정강이를 여러 번 걷어찼다. 비스타는 다리를 다른 쪽으로 옮겼다.
“너! 너 말고 소리 잘 따는 애 없는데…….”
비스타는 실실거렸다.
“많아, 생각보다.”
“…… 자주 연락해. 매일 하루에 한 번. 오케이?”
“…… 응. 오케이.”
먼발치의 강의동 건물과 앙상하고 큰 나무 밑으로 오후의 해가 졌다. 긴 줄기의 햇살들이 바닥과 곳곳에 진한 주홍빛으로 물들어갔다.
<1장 중>

“과장님이 말씀하셨는데, 웬만하면 지구 생활하면서 튀지 말라고.”
비스타는 스코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나도 그 소린 들었어. 특무대 용사는 소리 없이 움직인다, 이거잖아.”
“저는 사실 그렇게는 안 들렸습니다.”
비스타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와플을 옆에 내려놓았다.
“그러면 이 말이겠다. 지구 가면 조직 생활할 때 처신 제대로 하라고, 가늘고 길게, 평범하게, 이런 거.”
스코프가 베어 문 와플을 마저 삼켰다.
“그게 나아요? 가늘고 길게, 평범하게, 이런 거.”
“뭐…… 딱히 불편한 건 없는 것 같기도 해. 나도 잘 몰라.”
비스타는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자 스코프가 말했다.
<2장 중>

“그니까 선배들은 수정이가 결백하다는 건 믿는 거죠?”
‘선배’라는 단어에 놀란 듯, 음향 선배와 미술 선배가 어색한 웃음을 내보였다. 미술 선배가 코를 훌쩍였다.
“왜 갑자기 선배래?”
“지금은 선배들 같으니까. 형들이 아니라.”
음향 선배와 미술 선배가 멋쩍은 나머지 미소를 가라앉혔다.
“나 형들 이해하는데…… 나나 수정이나 일이 학번 선배들 진짜 좋아했거든. 알았어, 그럴 수 있지……. 대신 수정이한테 연락이라도 해줘요. 나라가 그러더라. 문자는 보는데 답이 없대.”
비스타는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 탄원서 묶인 클립보드와 담배 보루 하나를 챙겼다. 비스타가 몇 걸음 움직여 문을 열고 나간 후, 음향 선배와 미술 선배가 한숨 쉬며 펜을 내려놓았다.
<3장 중>

“됐어. 무료야, 무료.”
“아닙니다. 낼게요.”
“다음에 장거리 갈 일 생기면 내줘. 괜찮아.”
비스타는 카드를 다시 지갑 안에 집어넣었다.
“감사합니다.”
“다른 기사님들 돌아다닐 거야. 나중에 보자.”
밖으로 나온 비스타는 떠나는 택시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우람한 예술학관을 올려다봤다. 어둠 속에서 더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드러냈다.
이내 결기를 머금은 듯, 입을 앙다문 비스타는 뚜벅뚜벅 예술학관 현관으로 향해 걸어 나갔다.
<3장 중>

출판사 서평

<글리제 키드의 귀환>은 보통의 SF물과는 다소 차별성을 보인다.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폐해를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상의 현실 판타지적 요소가 아닌 SF장르로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춘 성장 드라마에 가깝고 블랙코미디와 로맨스가 가미된 복합장르로서 읽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글리제 키드인 비스타를 통해 우리나라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군사문화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을 하고 있다. 규율과 기강을 잡는다는 명분하에 자행되는 이런 문화가 과연 정당한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아이러니 하게도 비스타라는 외계인, 그것도 군인의 시선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다소 무거워 보이는 소재를 유머러스하고 직설적으로 다루면서 재미라는 기본 요소를 유지한 점이 인상 깊은 작품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재영

강재영 작가. 1997년, 경기도 화성 출생. 대학에서 영화 및 시나리오를 전공했다.
<글리제 키드의 귀환>은 첫 영상화 기획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