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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천선란 지음
자이언트북스

2023년 05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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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38.27MB)
ISBN 979119182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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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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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끼숲』은 누군가의 마음을, 살아 숨쉬는 생명을, 모든 것들이 연결된 이 세계를 구하려는 간절한 바람으로 쓰여졌다.
세 편의 연작소설은 지상이 멸망한 후 지하 도시로 추방된 인류의 미래를 배경으로, 여섯 명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사랑과 우정, 모험을 그려낸다. 지하 도시의 인간은 다음 세대, 즉 다시 지상으로 올라갈 세대를 위해 인류 문명을 지속시키는 중간 다리이자 충실한 일꾼에 불과하지만, 여섯 명의 친구들은 그 안에서도 서로 눈을 맞추고, 포옹하며, 손을 맞잡고 숨이 벅차도록 함께 달린다.
첫사랑임을 깨닫자마자 그 상대를 잃고 마는 소년의 아픈 성장을 보여주는 「바다눈」, 누구보다 증오하면서도 동시에 열렬히 사랑하는 쌍둥이 자매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이루어진 「우주늪」, 상실의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 「이끼숲」을 통해 천선란의 소설 세계가 지닌 에너지—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발 딛고 선 땅으로 돌아왔을 때, 절망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도록 만드는 힘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바다눈 13
우주늪 101
이끼숲 135

해설 | ‘닫힌 세계’ 너머를 그려보는 일 소유정(문학 평론가) 258
작가의 말 277

하나의 감정만으로 삶 전체를 설명하는 건 마르코에게 어려웠다. 어떤 순간은 마르코를 살고 싶게 했고, 어떤 순간은 마르코를 죽고 싶게 했다. 살아가는 건 징검다리 건너듯이 원치 않아도 어느 순서에는 반드시 불행의 디딤돌을 밟아야만 하는 것 아닌가.(69쪽)

신발로 땅을 툭툭 내리찍으며 나를 기다리던 너를 발견했을 때의 안도감과 미약하게 떨리던 몸, 긴장한 듯 멈춘 숨. 뜬금없이 달려가 너를 와락 끌어안아버리고 싶던 충동, 그걸 억누르느라 꽉 쥐었던 주먹. 그건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처음 자각한 순간이야.(137~138쪽)

이제 톨가는 태풍을 뚫고 바다를 건너는 것이 아니라 태풍으로부터 집을 지켜야 한다. 집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지겠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외골수가 되어가는 과정이니까.(184~185쪽)

이곳은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 분하고 억울하다.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232~233쪽)

식물은 죽지 않아, 소마. 끊임없이 순환하며 새 모습으로 계속 재탄생해. 하지만 그건 식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 행성의 시스템이야. 모든 생명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씨앗처럼 뿌린다는 걸, 비록 나는 없더라도 내 삶은 이 행성 전체에 퍼져 다른 생명을 꽃피우게 한다는 걸 잊지 마. 미안해.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말뿐이야. 그래도 기억해줘. 이 말을 너한테 꼭 해주고 싶었어. 흙이 무너지던 순간에 말이야.(239쪽)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 작가
천선란 연작소설 『이끼숲』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메모로부터 출발한 이야기 『천 개의 파랑』(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에서, ‘목놓아 울다 문득 나무와 들풀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누군가의 슬픔을 상상했던 날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나인』(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까지, 천선란의 이야기는 어떤 바람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에 공명하며, 독자들은 그를 ‘2022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한 것일 테다.

만일 당신이 지금 이 세계에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면, ‘구하고 싶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란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살고 싶다’는 강렬한 생존 욕구만큼이나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구하려는 의지가 커진 듯하다. 아마 이 마음은 출구 없이 꽉 닫힌 이 세계에 작용하는 압력에 비례하여 더욱 간절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면서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결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 작품이 이야기의 세계에 존재해온 ‘구원 서사’라기보다, 말 그대로 이야기의 안팎에서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정말로 구하고 싶다는 작가의 강력한 바람으로 쓰여졌음을 짐작게 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존재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서 결코 눈 돌리지 않는 작가가 우리와 함께 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 이로 인한 안도감과 든든함으로 독자들에게 『이끼숲』을 전한다.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
슬픔을 향한 가장 강력한 옹호,
마침내 닫힌 세계를 뚫고 나가는 지극한 슬픔의 힘

세 편의 연작소설은 지상이 멸망한 후 지하 도시로 추방된 인류의 미래를 배경으로, 여섯 명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사랑과 우정, 모험을 그려낸다. 지하 도시의 인간은 다음 세대, 즉 다시 지상으로 올라갈 세대를 위해 인류 문명을 지속시키는 중간 다리이자 충실한 일꾼에 불과하지만, 여섯 명의 친구들은 그 안에서도 서로 눈을 맞추고, 포옹하며, 손을 맞잡고 숨이 벅차도록 함께 달린다.

「바다눈」은 첫사랑임을 깨닫자마자 잃고 마는, 소년의 아픈 성장을 그려낸 작품이다. 지하 도시의 연구소 경비원인 마르코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홀린 듯 이끌린다. “거대한 고래 울음 같은, 잘게 부서진 별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소녀 은희는 마르코의 순수한 마음을 일깨우며 그를 사랑의 세계로 이끈다. 물론 이 사랑은 기쁨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지하 도시의 질서가 그 안으로 틈입하기 때문이다.

마르코는 부당한 노동 환경에 맞서 파업에 나선 선배 커커스를 보며 혼란을 겪는다. 아직 어떤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심적 압박을 느끼는 그에게 친구 유오는 “아무도 뭐라고 안 해. 마음에 쫓길 필요 없어”라고 말해준다. 덕분에 마르코는 대의와 당위에 짓눌려 옴쭉달싹 못하는 대신, 선택에 따른 결과―“커커스가 바랐던 것은 노동의 대가였고, 회사가 쥐고 있던 것은 커커스의 목숨이었다. 정당한 전투가 아니었다. (…) 커커스는 패배한 게 아니라, 밟혔다”는 깨달음―를 통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사랑과 노동이라는 사건을 충실히 겪는 사이, 유독 작았던 마르코의 키와 체구는 친구들 중 단연 우뚝해진다. 독자는 이 육체적 성장을 지켜보며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짙은 비애를 느끼게 된다.

「우주늪」은 누구보다 증오하고, 또 열렬히 사랑하는 쌍둥이 자매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다. 지하 도시의 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아, 평생 좁은 방에 갇혀 사는 의조는 쌍둥이 자매 의주가 한없이 밉고 부럽다. 자유롭게 지하 도시를 오가며 배우고, 일하고, 만나는 의주에게, 의조는 쨍하게 울리는 분노의 목소리로 숨겨둔 이야기를 전한다.

의조는 들키지 않고 지하 도시를 오갈 수 있는 배관 통로를 발견하고 의주의 뒤를 밟는다. 자신이 살 수도 있었을 삶을 추적하던 어느 날, 그는 환풍구를 두고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너는, 비밀이니?” 의주의 친구 치유키는 의조의 상황을 알아채고 그에게 글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그 배움 덕분에 의조의 감정은 사랑과 이해로 나아간다.

차갑게 찌르는 듯하던 문장들은 페이지가 넘어감에 따라, 답답한 지하 도시를 뚫어버릴 듯 뜨겁게 흘러넘친다. 편지의 마지막 대목에 이르면 독자는 분노가 실은 삶을 향한 갈망이었다는 사실을, 또 그 갈망이 해내는 놀라운 행위를 먹먹하게 목격하게 된다.

「이끼숲」은 상실의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다. 붕괴 사고로 사랑하는 유오를 잃은 소마는, 친구들과 유오의 클론을 훔쳐 지하 도시 밖으로 탈출하고자 한다. 유오를 닮았지만 유오는 아닌 존재, 그런 클론이라도 데리고 지상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급작스러운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이 마음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지하 도시의 위원장은 그만 슬픔을 멈추고 현실로 복귀하라고 명령하지만, 소마는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고 말하며 이를 위반한다. 친구들 덕분에 지하 도시의 맨 위층, 지상의 바로 아래까지 도달한 소마는 결국 지상으로 한 걸음을 내디딘다. 눈앞에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경, 그리고 그 곁에는 유오가 함께 있다.

세 편의 연작소설 중 가장 긴 분량을 가진 이 작품 안에서, 화자는 내내 슬픔에 가득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지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 적당한 기간이라는 게 있을 수 없는 ‘애도’가 깔끔하게 완료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마치 저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야기와 함께하는 사이, 독자들은 마음속에 들어차 있던 오랜 슬픔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연작소설 『이끼숲』에 담긴 지극한 슬픔의 힘은 마침내 닫힌 세계를 뚫고 나간다. 슬픔을 향한 가장 강력한 옹호, 구하겠다는 바람으로 쓰여진 이 작품을 통해, 천선란의 소설 세계가 지닌 에너지—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발 딛고 선 땅으로 돌아왔을 때, 절망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도록 만드는 힘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 '예스24 오리지널'로 크레마클럽에서 선연재되었다.

* 『이끼숲』은 CJ ENM의 ‘Untold Originals(언톨드 오리지널스, CJ ENM이 발굴하고 선보이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라는 뜻의 브랜드 슬로건)’ 프로젝트의 세번째 시리즈로 발표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CJ ENM과 블러썸크리에이티브가 함께 기획한 IP를 소설로 선보인 후 영상 콘텐츠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배명훈의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김중혁의 『딜리터: 사라지게 해드립니다』가 발표됐으며, 김초엽이 다음 순서를 준비중이다. 이야기의 확장은 계속된다.

작가정보

저자(글) 천선란

2019년 『무너진 다리』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 『노랜드』,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 『천 개의 파랑』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나인』, 중편소설 『랑과 나의 사막』 등이 있다.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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