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 쾌락(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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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3971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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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분 43.0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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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5.00MB
17분 16.0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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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분 18.00MB
23분 21.00MB
67분 61.00MB
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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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본적으로 데모크리토스의 자연철학을 토대로 한 원자론적 유물론자였기 때문에, 인간의 영혼과 신도 물질적인 존재로 보고, 신화적인 신의 개입을 배제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최고선은 세계의 작동 원리와 욕망, 쾌락, 고통의 한계에 대한 참된 지식을 통해 ‘아타락시아’(αταραξία, 마음이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평정한 상태)와 ‘아포니아’(ἀπονία, 몸 고통의 부재)라는 소박하고 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쾌락’을 누리는 것이라고 믿었다.
이런 삶을 누리기 위해 그들은 야심과 경쟁으로 마음의 평정을 해칠 수 있는 삶을 멀리하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으므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육체적 쾌락이 아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며, 미니멀리즘이나 마음챙김과 같은 평정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식을 구했다.
현대지성 클래식이 47번째로 출간한 『에피쿠로스 쾌락』은 국내 최초로 현존 원고 8편 전체를 소개하는 그리스어 완역본이다. 에피쿠로스는 300권이 넘는 책을 썼다고 하지만,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본서에 소개된 8편이 거의 유일하다(게다가 그중 4편은 후대 편집본이다). 마음과 몸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평생 평정심을 누리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강조한 그의 쾌락주의 사상은 무한경쟁과 비교, 성공과 자극적인 흥밋거리를 찾아 헤매는 현대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문 자체는 길지 않지만 283개의 각주와 35쪽의 방대한 해제를 통해,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궁금해할 만한 부분에 어김없이 꼼꼼하고 해박한 설명을 추가해 독자들의 깊은 이해를 돕고 있다.
02. 헤로도토스에게 보낸 서신
03. 피토클레스에게 보낸 서신
04. 현자론
05.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서신
06. 주요 가르침들
07. 에피쿠로스 어록
08. 에피쿠로스 저작들의 단편
해제 | 박문재
에피쿠로스 연보
우주는 물체와 허공이다. 물체들이 존재함은 감각 자체에 의해 어디서든 증명되고, 추론을 통해 불확실한 것을 증명하려면 반드시 감각에 근거해야 한다. 그리고 만일 우리가 허공, 공간, 감각으로 부르는, 인지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물들이 있을 공간도 없고, 우리에게 사물들은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움직일 공간도 없을 것이다. …
물체 중 어떤 것은 합성물이고, 어떤 것은 합성물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모든 것이 파괴되어 무가 되지 않으려면, 그 요소들은 더 이상 나누어질 수 없고 변할 수 없어야 하고, 합성물이 해체될
때 존속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성질이 충분히 강해 어떤 것에 의해서도, 그리고 어떤 식으로도 해체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사물들의 시작은 나누어질 수 없는 성질을 지닌 어떤 것들이다. …
합성물은 물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 원자들에서 생겨나고, 해체되면 다시 원자들로 돌아가는데, 원자들은 서로 다른 무수히 많은 형태를 지닌다. 한정된 형태를 지닌 원자들로부터는 이렇게 무한히 많은 사물이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각각 동일한 형태를 지닌 원자들은 절대적으로 무한하고, 원자들이 지닌 서로 다른 형태의 수는 무수히 많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무한하지는 않다.
-- 02. 헤로도토스에게 보낸 서신_ p.46-48
앞에서 말한 모든 것 외에도, 마음에서 가장 큰 혼란과 괴로움이 생기는 이유는 사람들이 합리적인 사고에 근거해서가 아니라 어떤 비이성적인 사고 속에서 천체들이 축복받은 불멸의 존재라고 믿으면서도, 그런 천체들이 불멸의 존재에 어울리지 않게 반대되는 의지와 행위와 동기를 지니고 있다고 믿고, 신화 또는 죽어서 감각이 없어지는 것(마치 그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듯)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 천체들이 영원한 재앙을 줄 것을 예상하거나 상상하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그런 예상이나 상상에서 생기는 두려움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이런 천체 현상에 대해 막연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동일하거나 더 큰 혼란과 괴로움을 겪는다. 반면에 평정심이 있으면 보편적이고 가장 중요한 원리들을 확고하게 기억함으로써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 02. 헤로도토스에게 보낸 서신_ p.70
천체 현상을 다룰 때 우리는 설명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갖다 붙여 어떤 현상을 설명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인간의 삶에 관한 여러 이론이나 그 밖의 다른 자연 현상과 관련된 문제를 설명하는 데 사용한 것과 같은 탐구 방식을 써서도 안 된다. 예컨대 “우주는 물체들과, 감각으로 인지할 수 없는 성질의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라거나 “원소들은 나눌 수 없다”라는 명제같이 현상과 일치하는 설명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그런 모든 것을 탐구할 때 사용하는 방식을 천체 현상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와는 달리 어떤 천체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여서, 그 현상에 대한 설명이 우리 감각에 근거한 인지와 일치하는 경우는 여럿이기 때문이다.
자연학을 탐구할 때는 근거 없는 전제들과 미리 정해놓은 법칙들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현상들이 소리치는 것을 따라야 한다. 우리는 소란 없는 삶을 살아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인간의 삶에 비이성적인 것과 근거 없는 생각을 비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방식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 각각을 현상과 일치하는 방식으로 개연성 있는 이론을 사용해 설명하고, 우리가 그 설명을 받아들이기만 하면(우리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 모든 소란은 잠잠해진다. 하지만 현상들과 일치하는 여러 이론 중 어떤 것은 받아들이고 어떤 것은 거부한다면, 자연학에 관한 탐구에서 완전히 이탈해 신화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 03. 피토클레스에게 보낸 서신_ p.76-77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익숙해져라. 모든 좋고 나쁨은 감각에 있는데, 죽음은 감각의 박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죽음은 아무것도 아님을 아는 바른 지식은 우리 삶에 무한한 시간을 더해주는 방식이 아닌, 불멸에 대한 갈망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삶의 필멸성조차 즐길 수 있게 한다. 죽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음을 철저하게 아는 사람에게는 사는 것과
관련해서도 두려움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음에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 아니라 죽는다는 생각을 하면 고통스럽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헛소리를 하는 것이다. 정작 죽음이 닥쳐왔을 때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데도, 그런 죽음을 예상하고서 헛되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모든 재앙 중에서 가장 두렵고 떨리는 재앙이지만,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죽음은 우리에게 오지 않고, 죽음이 우리에게 왔을 때는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반면에 현자는 삶에서 도피하려고 하지 않고,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현자는 삶을 걸림돌로 여기지 않고, 죽음을 재앙으로 여기지도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음식을 고를 때 오로지 양이 많은 것이 아니라, 더 맛있고 즐거움을 주는 것을 고르듯, 현자는 가장 긴 시간을 누리려는 게 아니라, 가장 즐거운 삶을 누리려고 한다. …
이런 것을 관찰해서 확실하게 알아두면, 행복한 삶의 목표인 몸의 건강과 평정심을 얻기 위한 모든 선택과 회피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우리의 모든 행위는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것이 우리에게 이루어지기만 하면, 마음에 휘몰아치던 혹독한 폭풍우는 사라진다. … 이런 이유로 우리는 쾌락을 행복한 삶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쾌락을 가장 으뜸가는 선이자 선천적으로 주어진 선으로 인식하고, 모든 선택과 회피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모든 선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느낌을 사용할 때는 결국 쾌락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
사려 깊은 사람은 제대로 이성적인 사고를 따라 행동해서 실패하는 것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해서 성공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바르게 판단해서 행동했지만 우연에 따라 실패하게 된 것이 바르게 판단하지 않은 채 행동했다가 우연히 성공하게 된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 05.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서신_ p.109-116
각자도생, 인생의 혹한기를 만난 우리 앞에
선물처럼 다가온 가장 현실적인 철학
나라마다 ‘중산층’을 정의하는 기준이 다르다. 미국의 공립학교에서는 중산층을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우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사람. 그리고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있는 계층”이라고 가르친다. 프랑스는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이 제시했던 ‘삶의 질’ 공약에서,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으며,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고, 남들과는 다른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사회적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을 그 기준으로 내걸었다.
우리는 어떤가? 직장인 대상 한 설문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답변이 나왔다. “부채 없이 30평 이상의 아파트 소유,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2000cc급 이상의 중형차 소유, 통장 예금 잔고 1억 원 이상, 1년에 1회 이상 해외여행.” 물론 공식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슬프게도 우리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얘기다.
핵심은 저기는 정신적인 가치를, 우리는 숫자를 내세운다는 것이 아니다. ‘성공’이나 ‘행복’이라고 했을 때 그 기준이 자기 안에 있지 않고 모두 내 밖에 있다는 사실이 문제다. 내가 얻어내도 행복하지 않을 기준을 억지로 내면화하려다 보니, 자신과 맞지 않는 옷을 오랫동안 입고 있는 모습이다.
에피쿠로스가 활동하던 시대도 중국의 춘추전국 시대처럼 그리스 도시국가 내외로 큰 변화가 있던 혼란기였다. 제1~2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해 아테네의 국력이 쇠퇴하고, 알렉산드로스가 이끌던 마케도니아가 전 세계를 휩쓸던 때였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융성하던 안정과 평화의 시대는 지나고, 헬레니즘이 문화 코드로 자리하던 시대에 개인은 각자도생과 자존을 배워야 했다. 사회적 혼란과 불안감으로 더 이상 이전의 철학적 기반과 사상이 도움을 주지 못할 때 탄생한 철학이었다.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게 해줄 만한 실존주의적인 철학이 필요했다.
에피쿠로스는 바로 이런 시대에, 그런 사유가 가능한 철학을 했다. 그는 등장 후 500년간 지중해에서 가장 주목받았지만, 동시에 가장 멸시받은 철학자이기도 했다. 그만큼 파격이었고, 그만큼 새로운 사유의 길을 열어주었다. 혁명의 철학자 마르크스도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를 박사 학위 논문 제목으로 정하고, 그의 철학 안에 담긴 역동성을 깊이 받아들였다.
서양의 노자, 에피쿠로스를 통해 배우는
평정심을 키워 행복에 이르는 길
“진정한 행복은 방탕과 욕망 충족이 아니라 모든 정신적·육체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에 있다!” 에피쿠로스의 사상을 두 단어로 요약하자면 ‘아타락시아’(마음이 두려움에서 해방되어 평정한 상태)와 ‘아포니아’(몸 고통의 부재)이다. 이렇듯 마음의 평정 상태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삶을 ‘쾌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삶을 누리기 위해 야심과 경쟁으로 마음의 평정을 해칠 수 있는 삶을 멀리하고, 모든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났을 때 얻어지는 최고의 쾌락을 인생의 유일한 본성적인 목적으로 삼아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고자 했다. 또한, 최고의 쾌락 상태인 ‘아타락시아’를 누리는 데는 현세의 삶만으로 충분하므로 내세나 영생을 바랄 필요가 없고, 실제로 인간 영혼과 육체는 모두 물질적인 것이므로 결국은 해체되어 죽음을 맞이하고, 내세나 영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주는 원자와 허공으로 이루어져 있고, 천체들과 신들과 인간 영혼을 비롯한 만물은 원자로부터 생성된다고 보았다. 오직 원자만이 영원히 변하지 않고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물질이므로, 모든 것은 원자에 의해 생성되었다가 다시 원자로 돌아간다. 에피쿠로스가 원자론적인 우주관과 세계관, 자연학에 대한 방대한 집필을 한 것도 그러한 지식이 우리를 두려움과 불안에서 벗어나게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여전히 신화 속에서 신과 연결되어 살아가던 시대에 과감히 신으로부터 독립해 나에게 주어진 것에 자족하며 살아가는 삶을 강조했던 그의 사상을 음미하다 보면, 현대의 마음챙김, 미니멀리즘, 소확행을 낳은 ‘쾌락주의’의 시원(始原)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의 방대한 사상 체계는 ‘쾌락주의’ 하나로 정리되지만, 뻗은 가지를 따라가 보면 자연주의 철학과 과학적 사고법의 시조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행복과 성공이 단일한 기준이 아니라
여러 갈래가 있음을 알게 해주는 8편의 아티클
현대지성 클래식이 47번째로 출간한 『에피쿠로스 쾌락』은 국내 최초로 현존 원고 8편 전체를 소개하는 그리스어 완역본이다. 에피쿠로스는 300권이 넘는 책을 썼다고 하지만,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본서에 소개된 8편이 거의 유일하다.
마음과 몸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평생 평정심을 누리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길이라고 강조한 그의 쾌락주의 사상은 무한경쟁과 비교, 성공과 자극적인 흥밋거리를 찾아 헤매는 현대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행복과 성공이, 몇몇 소유물의 유무와 통장에 찍힌 숫자의 길이로 증명되는 것이 아닌,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여러 갈래의 오솔길이 우리 앞에 있음을 웅변하기 때문이다.
탁월한 고전 본문 이해와 번역으로 정평이 난 옮긴이는 에피쿠로스의 글 8편을 번역하면서 283개의 각주를 달아 일반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궁금해할 만한 부분에 친절한 설명과 주해를 달았고, 35쪽에 이르는 해제를 통해 에피쿠로스 철학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과 철학적 배경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무엇보다도 단어 하나를 옮기는 데도 정확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문장 자체를 깊이 음미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이는 일에도 애썼다. 자, 이제 에피쿠로스가 남긴 몇 마디를 마음에 담아보고 자유로움의 바다에 빠져보자.
“우리는 가지지 않은 것을 바라다가 가진 것까지 망쳐서는 안 되고, 우리가 지금 가진 것도 전에 우리가 바라던 것이었음을 생각해야 한다.”
“자유로운 삶은 큰 부를 얻을 수 없다. 대중이나 권력자들에게 예속된 삶을 살지 않고 큰 부를 얻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충분히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운이 좋아 큰 부를 얻게 된다면, 그 부를 이웃들에게 나눠 주어 그들의 호의를 얻기도 쉽다.”
작가정보
(Epicurus, 기원전 341~270)
기원전 341년에 에게해 근방에 위치한 사모스 섬에서 태어나 18살에 아테네로 오기 전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문법학교 교사 네오클레스로 아테네 시민이었다. 14세 때 철학을 접했는데, 문법학교 교사들이 기원전 8세기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글에 나오는 ‘카오스’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철학에 입문, 데모크리토스의 책들을 읽으며 철학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18살 되던 해 아테네로 온 에피쿠로스는 상당 기간 자신의 철학을 정립하고 나서, 아나톨리아의 람프사코스에서 학교를 열었다. 32살에는 다시 아테네로 돌아와, 거기에 있는 “정원”(κ?πο?, ‘케포스’)에서 철학 토론을 하며 오랜 세월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을 전파했다. 에피쿠로스 철학은 처음부터 인기가 대단했다. 그리스 본토를 넘어 지중해 세계 전체로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로마의 정치가이자 대중연설가 키케로(기원전 106-43년)는 “에피쿠로스주의자들이 폭풍처럼 로마를 집어삼켰다”라고 한탄했다.
주요 사상인 ‘쾌락주의’를 통해 진정한 행복은 방탕과 욕망 충족이 아니라 모든 정신적·육체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에 있음을 강조하여 자연주의 철학과 마음돌봄 조류의 선구자가 되었고, 관찰과 추론에 대한 확고한 주장으로 과학적 사고법의 시조로 인정받는다. 그는 이후 500년 동안 지중해에서 가장 존경받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경멸받는 철학자였다. 에피쿠로스학파는 600년 정도 지속했고, 그가 죽은 후에도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거의 그대로 보존되었으며, 현대의 자연철학과 평등주의, 미니멀리즘 사상에도 정신적 배경이 되어주는 등 그 영향력은 여전히 견고하다.
에피쿠로스는 방광에 돌이 생겨 14일 동안 앓았으며 72세(기원전 270년)에 죽었다. 그의 학교는 고대 그리스 철학 학파들 중에서 공식적으로 여성을 받아들인 최초의 학교였다. 학교 정문에는 “나그네여, 이곳에서 우리의 최고선은 쾌락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독일 보쿰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또한, 고전어 연구기관인 비블리카 아카데미아Biblica Academia에서 오랫동안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익히고,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원전들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30년 이상 인문학과 신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실낙원』(존 밀턴) 등이 있고, 라틴어 원전을 번역한 책으로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등이 있다. 그리스어 원전에서 옮긴 아우렐리우스
의 『명상록』과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솝우화 전집』 등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낭독 이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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