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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고고학

돌과 뼈로 읽는 인간의 역사
김상태 지음
사계절

2023년 05월 10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4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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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8.96MB)
ISBN 9791169810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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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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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000년경,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부터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문자를 사용하여 체계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수메르 점토판에 적혀 있던 길가메시 서사시와 중국 갑골문에 새겨진 인간의 길흉화복은 이후 5000년간 무시무시한 속도로 발전하는 문명의 초석이 되었다. 우리는 문자로부터 시작된 인류의 흥망 과정은 ‘역사歷史’라고, 문자 기록을 바탕으로 과거를 탐구하는 학문을 역사학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인류 최초의 문자’가 곧 ‘인류 최초의 기록’인 것은 아니다. 인류의 진화는 무려 700만 년 전에 시작되었고, 그 700만 년 동안 인간은 무수히 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들이 만든 석기에, 그들이 살던 마을 터에, 그들이 동굴 속에 그린 벽화나 돌에 새긴 빗금에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지금 우리에게 전해진다. 때로는 뼈만 남은 그들의 몸이 아주 오래된 과거의 경험을 대신 말해 주기도 한다.

이 책은 유물과 유적을 통해서 문자 이전의 역사를 탐구하는 고고학考古學 이야기이다. 그중에서도 300만 년 전 무렵에 인간이 날카로운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면서 시작된 구석기 시대를 연구하는 ‘구석기 고고학’의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세상 어디에나 널려 있던 흔하디흔한 돌들에 어떻게 각각의 의미가 생기고 쓰임이 더해졌을까? 그리고 의미와 쓰임이 생긴 돌들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지금부터 단단한 땅속 깊이 묻혀 있던 돌과 뼈를 꺼내서 원시 인류의 삶과 생각을 읽어 보자.
들어가며. 지구 시계의 마지막 2분 15초: 인간의 시대 4

1부. 최초의 인간은 무엇을 만들었을까?: 원시의 도구와 재료 이야기
● 도구가 만든 격차: 있는 자 대 없는 자 16
● 망치, 세상 모든 도구의 어머니 26
● 르발루아, 네안데르탈인의 신기술 33
● 흑요석, 무엇으로든 바꿀 수 있는 돌 40
● 인류 최초의 패션쇼 48
● 슴베찌르개, 한반도 최초의 해외 수출품 56
● 인간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찾는다 65
● 차원을 뛰어넘은 도구들 75
● 똑같이 생겼는데 왜 이름이 다를까? 83

2부. 구석기 300만 년의 대모험: 원시 인류의 삶과 생각
● 새로운 왕의 등극: 사냥감에서 사냥꾼으로 92
● 구석기 시대의 ‘즐거운 나의 집’ 98
● 구석기인도 좋아하는 풍수지리 105
● 매머드인가 맘모스인가? 112
● 불만 있는 자, 내가 최고 119
● 온통 얼어붙은 세상에서 뭘 먹고 사나? 125
● 돌 고르는 사람들 130
● 인류애의 기원을 찾아서 137
● 대량 생산과 분업: 3만 년 전의 산업사회 145
● 수양개 유적에서 나온 눈금 돌은 자일까 계산기일까? 153
● 신대륙의 슬픈 아이러니 159

3부 여기는 그냥 돌밭이 아니라 일터입니다: 원시의 삶을 추적하는 고고학자
● 석기와 짱돌 구별법 168
●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돌밭을 구르다 175
● 지표에서 땅속까지 고고학 발굴의 모든 것 182
● 아는 것이 힘이다? 하는 것이 힘이다! 188
● 고고학자가 돌을 읽는 방법 194
● 180만 년 전에 사용한 도구라는 말을 믿으라고? 201
● 네안데르탈인이 한반도에도 살았을까? 207
● 남보다 일찍 발견해서 억울해진 사람들 214
● 북한에도 고고학자가 있나요? 220

마치며. 도구에 담긴 우리의 미래 228
시각 자료 목록 및 출처 232
한눈에 보는 한반도 구석기 문화 234

「들어가며. 지구 시계의 마지막 2분 15초: 인간의 시대」
문자로 기록된 시대를 역사歷史라고 하고, 그보다 앞선 시대는 ‘먼저 선先’ 자를 써서 선사先史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선사가 역사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엄밀하게 따져서 문자로 된 기록이 없다는 것일 뿐, 그 모두가 역사의 큰 범위 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인간의 역사라고 하면 총 700만 년 정도인 셈입니다. 그럼 이것이 역사의 전부일까요? 그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을까요? 역사에 관한 이러한 정의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편견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와 함께 지구 하늘 아래에서 호흡하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인간이 탄생하기 전까지는 아무 의미가 없어!’라는 오만을 부리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인간이 한껏 오만을 부려 봤자 겨우 700만 년짜리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_5쪽

「도구가 만든 격차: 있는 자 대 없는 자」
그런데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찍개로 무엇을 했을까요? 찍개의 날은 거칠고 조악하지만 힘껏 내리칠 때의 위력은 굉장합니다. 동물의 가죽을 찢고 고기를 잘라 낼 수 있으며, 뼈를 부수고 그 안에 든 영양 가득한 골수를 꺼내는 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나뭇가지를 자를 수도 있고, 심지어 동물을 사냥할 때는 맹수의 발톱이나 송곳니 역할을 대신합니다. 인간이 맨손으로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찍개로 인해서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니 찍개는 그저 원시적인 돌멩이가 아니라 인류의 식생활을 비롯한 삶의 지평을 확장시킨 도구입니다. _21쪽

「인류 최초의 패션쇼」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이 발견된 곳 중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장소는 중국 베이징원인 유적(베이징 팡산구 저우커우뎬)입니다. 베이징의 위도는 북한의 신의주와 비슷하고, 21세기를 기준으로 하면 1월 평균 최저 기온은 영하 8도 정도입니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불을 피운다고 해도 맨몸으로 겨울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 동물 가죽을 그냥 말리면 꼭 육포처럼 빳빳해집니다. 옷으로 가공하려면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무두질’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고고학자들은 수많은 구석기 유물 가운데 밀개를 가죽 손질용 도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_50~51쪽

「차원을 뛰어넘은 도구들」
인류가 도구를 만들기 위해 돌을 깨기 시작한 것은 약 300만 년 전의 일로 추정됩니다. … 그러다 인류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도구를 하나로 합치고(결합) 새로운 차원의 도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일찍이 호모 에렉투스들이 나무로 창을 만들었지만, 창끝에 날카로운 돌을 장착하면 훨씬 더 위력적인 무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수십만 년이 지난 뒤 네안데르탈인 시대의 일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찌르개 중 일부는 분명히 자루에 결합하는 형태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종류, 다른 재질의 도구를 결합하는 것은 사고의 혁신적 전환이자, 특정 도구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발전입니다. 동시에 그것은 인간이 그만큼 지적인 성장을 이루었다는 확실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_77쪽

「구석기 시대의 ‘즐거운 나의 집’」
1950년대에 이라크 북부 자그로스Zagros 산맥에 있는 샤니다르Shanidar 동굴은 과거에 네안데르탈인들의 집이었습니다. … 동굴 안에서는 산양과 멧돼지, 사슴의 뼈와 함께 화덕도 여러 개 발견되었습니다. 사냥한 동물을 동굴로 옮겨 와 가족과 먹었겠지요. 그리고 같은 장소에 네안데르탈인의 무덤도 있었습니다. 최근에 재발굴을 진행하면서 무덤 주위의 흙에서 다량의 꽃가루를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네안데르탈인들이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려고 꽃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습니다. 꽃가루는 외피가 견고하기 때문에 산성 토양에서도 잘 보존되고 세균에 의해 분해되지도 않습니다. 동굴에서 나온 꽃가루의 성분 중에는 약용 허브도 있었습니다. 발굴을 진행한 학자들은 약용 허브에서 원시적 치료의 가능성을 추측하는 한편 이들이 죽은 동료의 부활을 기원했을 것이라는 가설도 제안했습니다. _103쪽

「돌 고르는 사람들」
고고학자들은 석기 제작 기술의 발전에서 몇 가지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석기가 기능에 따라 분화되면서 종류가 다양해졌습니다(다양화). 개별 석기가 다용도 도구에서 한 가지 기능만 가진(그래서 더욱 정밀한) 도구로 진화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같은 기능을 가진 석기는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일종의 표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표준화된 석기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 본 주먹도끼, 르발루아 찌르개, 돌날 석기, 화살촉은 석기의 발전 단계를 대표하는 유물입니다. 이 과정의 핵심은 좋은 돌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것입니다. _133쪽

「아는 것이 힘이다? 하는 것이 힘이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지만 석기 보는 눈을 기르는 데에는 왕도가 있습니다. 바로 직접 돌을 깨 보는 것입니다. 석기를 박물관 전시실이나 책 속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릅니다. 일단 만들려고 하면 돌을 구하는 첫 단계부터 간단치 않습니다. 석재를 선별하고 망치를 골라서 여러 종류의 구석기를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분야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뗀석기는 최소 1만 년, 최대 300만 년 전의 기술이라 세상 어디에도 제작 방법이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재현’ 혹은 ‘복원’을 부단히 반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일을 하는 연구자를 실험 고고학자라고 부릅니다. _189쪽

「고고학자가 돌을 읽는 방법」
손재주에 상관없이 모두 비슷하게 만들 수 있었던 까닭은 설계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설계의 장점은 굉장히 많은데, 특히 그것을 공유하면 결과물이 비슷해지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 주목해서 인류가 만든 모든 도구 중에서 최초로 ‘설계’라는 것을 했음 직한 물건을 찾아보면, 놀랍게도 무려 180만 년 전에 만든 주먹도끼가 나옵니다. … 표준화의 이면에는 중요한 의미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인류는 주먹도끼를 100만 년 이상 사용하면서 이 도구의 형식적 특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같은 시대의 구성원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후손에게도 전달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주먹도끼를 만든 사람들은 원시적이지만 소통 가능한 언어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_195~197쪽

「마치며. 도구에 담긴 우리의 미래」
지금으로부터 수백만 년 전, 자연계의 나약한 종 중 하나였던 인간이 돌조각 하나를 집어 든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래도 밤이 되면 맹수를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가야 했고, 잠깐의 방심으로 목숨을 잃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구석기 시대가 끝날 무렵에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보잘것없던 돌조각이 어떤 맹수라도 거침없이 포획할 수 있는 위력적인 무기로 발전했고, 인간은 동물의 가죽을 비롯해 자연에서 획득한 각종 전리품으로 몸과 삶터 전체를 단단하게 둘러쌌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출발하여 지구의 모든 땅에서 번
성했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물려받은 후손입니다. 구석기 시대가 끝나고 1만 년이 더 흘렀습니다. 그동안 인류는 더욱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전부 도구에서 나왔습니다. _229쪽

강한 신체보다 강력한 도구를!
‘도구 천재’ 인간의 진화를 추적하는 『단단한 고고학』
45억 년 전 지구의 탄생 이후 등장한 모든 생물은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는 생존 투쟁을 거쳐야 했고, 그 투쟁의 결과로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가진 개체들이 살아남았다. 이것이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밝힌 생물 진화의 요지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환경에 적응한 개체들의 유전적 특질의 계보가 바로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사막 지방의 낙타는 등에 달린 혹에 저장한 지방을 수분으로 분해할 수 있게 되었고, 바다에 사는 고래는 포유류임에도 어류와 같은 지느러미를 갖게 되었다.
700만 년 전, 영장류의 일부가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와 처음 두 발로 걸으면서 시작된 인간의 진화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와 네안데르탈인,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 등을 거쳐 현생 인류로 이어졌다.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몸을 덮고 있던 털이 사라졌고, 발가락이 짧아졌으며, 뇌의 크기가 세 배 이상 커졌다(300~400cc=〉1300~1500cc). 그리고 뇌가 크고 강해지는 속도와 비례해서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가 정교해졌다. 인간은 다른 생물들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턱뼈, 빨리 달리거나 오래 헤엄칠 수 있는 능력, 혹은 보호색이나 강력한 소화 효소 같은 신체 능력의 향상을 꾀하는 대신 사고력과 도구 제작·활용 기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따라서 인류의 진화는 네 발 달린 영장류의 한 계통이 네 발 중 둘을 손으로 바꾸면서 ‘도구 천재’로 성장한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바로 고고학 덕분이다. 헐리우드 영화 〈인디애나 존스〉로 유명해진 그 분야이다. 고고학은 문자 기록이 아니라 유물과 유적에 남은 인간의 흔적에서 역사를 찾는 학문이다. 문자로 기록되지 않은, 무려 700만 년 전에 시작된 인간의 시대를 탐구하는 일은 고고학자(때로는 진화 인류학자와 함께)의 몫이다. 이들은 단단한 땅속에 묻혀 있던 돌과 뼈를 꺼내서 원시 인간의 생각을 읽어 내고 그들의 삶을 복원한다. 또한 그 과정은 인간의 신체적(유전적) 변화와 그에 따른 도구 생활의 변화를 추적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도구와 함께 발전한 인류의 진화 과정을 이렇게 정의한다.

“지금으로부터 수백만 년 전, 자연계의 나약한 종 중 하나였던 인간이 돌조각 하나를 집어 든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 보잘것없던 돌조각이 어떤 맹수라도 거침없이 포획할 수 있는 위력적인 무기로 발전했고, 인간은 동물의 가죽을 비롯해 자연에서 획득한 각종 전리품으로 몸과 삶터 전체를 단단하게 둘러쌌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출발하여 지구의 모든 땅에서 번성했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물려받은 후손입니다.”(229쪽)

도구가 없으면 인류도 없다!
구석기 시대 도구로 보는 진화의 각 단계
약 300만 년 전, 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돌멩이를 집어서 어떤 일에 활용한 ‘최초의 순간’ 이래로 인간은 지구상 거의 유일한 도구 생활자로 거듭났다. 2020년에는 지구 탄생 이후 처음으로 인간이 만든 인공물의 무게anthropogenic mass가 자연계 모든 생물체의 무게biomass를 추월한 역사적 사건도 벌어졌다(27쪽 참조). 도구 생활의 첫 단계에서 구석기인들이 사용한 도구를 뭉뚱그려 ‘석기石器’라고 부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기 안에서 꽤나 역동적인 기술 변화를 발견할 수 있고, 도구의 발전 단계마다 다채로운 기종들이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사용한 최초의 도구는 ‘찍개chopper’였다고 추정된다. 자갈돌 두 개를 몇 차례 부딪쳐서 날카롭게 깨진 부분을 여러 가지 필요한 일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찍개의 날은 거칠고 조악하지만 힘껏 내리칠 때의 위력은 굉장해서 나뭇가지를 자를 수도 있고, 동물을 사냥할 때는 맹수의 발톱이나 송곳니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이것은 단지 원시적 도구가 아니라 인류의 식생활을 비롯한 삶의 지평을 확장시킨 핵심 도구였다.
찍개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 100만 년이 훌쩍 지나서 지금으로부터 180만 년 전 어느 날, 고인류의 또 다른 종인 호모 에렉투스가 ‘주먹도끼hand axe’를 발명했다. 잘 만든 주먹도끼는 찍고(송곳) 찌르고(칼) 자르고(가위) 부수기(망치) 같은 다양한 기능을 가졌다. 또한 스페인의 아타푸에르카Atapuerca 유적에서는 죽은 동료의 무덤에 부장품으로 매장한 주먹도끼가 나오기도 했다.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 인류는 불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불에 연료를 추가하여 더 크게 만들고, 다른 곳에 옮겨 붙이고, 심지어 껐다 켰다 하는 기술을 습득한 인류는 이때부터 화식火食을 통하여 소화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50만 년 전에 등장한 네안데르탈인은 석기 제작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제작 공정을 예비 단계와 본 단계로 이원화한 이들의 ‘르발루아Levallois 기술’은 도구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증대시켰다. 고고학자들은 르발루아 기술의 등장을 기점으로 구석기 시대를 전기와 중기로 구분하기도 한다.
20만 년 전에 등장한 현생 인류의 직접 조상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으로부터 4만 년 전쯤에 르발루아 기술을 바탕으로 또 하나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돌날 기술blade technique’로 명명된 이것은 구석기 시대의 산업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변화를 촉발했다. 이 단계에서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석기 제작 과정이 일정하게 표준화되고 생산성은 수십 배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석기의 질도 상향 평준화되었다.
구석기 시대 말엽인 1만 5000년 전에 이르러 인간은 인력이 아닌 동력을 사용하는 혁신 도구, 활과 화살을 발명했다. 그 무렵은 빙하기가 끝나면서 지구의 기온이 서서히 상승하던 시기로, 기후 변화에 따라 몸집이 큰 동물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작고 날쌘 동물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당시의 인간은 이런 기후 및 생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활과 화살이라는 도구를 창조한 것이다.

한반도에도 네안데르탈인이 살았을까?
한반도의 구석기 인류를 추적하는 고고학자
1441년(세종 23년) 5월 18일, 의관이 약으로 쓸 뇌부雷斧를 사방에서 찾아 모아야 한다고 아뢰자 세종이 그대로 따르게 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남아 있다. 이때의 뇌부란 청동기 시대에 사용한 간돌도끼의 일종으로, 날 양쪽을 반들반들하게 갈아서 마치 조개가 입을 앙 다문 듯한 형태인 ‘조갯날 돌도끼’이다. 그러나 고고학이 없던 조선 시대에는 이것을 번개가 만든 영험한 도끼라고 여겨서 뇌부라고 불렀다. 실제로 같은 해 6월 평안도 의주에서 “뇌부를 얻어 헌상하였다”는 기록이 이어진다. 이처럼 고고학의 출현 이전에는 문자 기록이 없는 역사의 흔적을 탐구할 방법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20세기 초반 서구 열강의 경쟁 속에서 근대 학문으로 자리 잡은 고고학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통해 한국에 소개되었고, 1945년 해방 후 본격적으로 한반도의 선사 시대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정립되었다. 이때부터 한국의 고고학은 언제 한반도로 인류가 옮겨 왔는지, 그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그들이 무엇을 먹고 만들며 일상을 일구었는지 탐구했다.
1988년 강원도 양구군 상무룡리 유적 발굴을 통해 본격적으로 구석기 연구를 시작한 지은이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과 최신 연구를 토대로 한반도의 구석기 시대를 정리하였다. 중국 황허와 양쯔강 유역에서는 70~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의 인골과 유물이 다량 발견되었고, 한국의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에서도 주먹도끼를 비롯해 호모 에렉투스가 사용한 도구가 발견되었다. 이러한 점에 미루어서 과거 빙하기에 황해가 얼어붙고 중국과 한반도의 여러 강이 한 줄기로 합류했을 때 그 물길을 따라 중국 지역에 살던 호모 에렉투스가 한반도로 이동했다고 추정한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의 경우는 중국 북부와 몽골, 시베리아 동북 지역에 분포하는 돌날 기술과 동일한 계통의 석기가 한반도 남부에서 발견된 점을 근거로 이 지역의 호모 사피엔스가 한반도 북부 지역을 경유하여 남하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지은이는 두 가정 모두 분단으로 인해 북한 지역의 구석기 시대 유적과 유물을 정밀하게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을 아쉬워한다.

인류의 기원을 찾아서!
매혹적이지만 낯선 시간으로 떠나는 고고학 여행
『단단한 고고학』은 ‘켜켜이 쌓인 역사’라는 말을 그저 수사가 아니라 물리적 실체로 우리에게 보여 준다. 지은이는 인류의 기원과 발전이라는 매혹적이지만 다소 낯선 주제를 친절한 설명과 70여 장의 정선한 사진 자료를 통하여 유쾌한 이야기로 바꾸어 놓았다. 맨 처음 돌로 죽은 동물의 살점을 자른 인간이 느낀 희열과 맨 처음 동굴에 그림을 그린 인간들의 환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의 1부를 펼쳐 보자. 이들이 막집에서 누구와 함께 살았으며, 어떻게 공동체를 구성하고 자녀를 양육했는지가 궁금하다면 2부를 보면 된다. 마지막으로 이들이 남긴 미세한 흔적에서 원시 시대의 생활상을 복원하는 고고학자들의 역할이 궁금하다면 3부가 그 대답을 들려 줄 것이다. 아울러 책 말미에 딸린 「한눈에 보는 한반도 구석기 문화」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1층 선사·고대관의 구석기실에 전시된 한반도를 대표하는 구석기 시대 유물 10종을 미리 볼 수 있다.
이제 인간의 시대 가운데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구석기 시대,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장 엉성했던 시절을 연구하는 구석기 고고학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보자.

“지금으로부터 수백만 년 전, 자연계의 나약한 종 중 하나였던 인간이 “구석기 시대가 끝나고 1만 년이 더 흘렀습니다. 그동안 인류는 더욱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전부 도구에서 나왔습니다. 인간이 생활에 사용하는 모든 인공물은 우리 스스로 만든 도구입니다. 처음엔 맹수의 발톱과 이빨을 모방했지만, 이제는 아득히 발전하여 동물과는 삶의 영역을 공유하지 않을 만큼 초월적 상태에 도달해 있습니다. … 고고학적 성과를 토대로 인간의 기억을 더듬으면, 그들은 돌조각과 나뭇가지, 동물의 뼈와 가죽, 뜨거운 불 등 주변 어디에나 있는 재료를 적절히 선택하고 가공하고 결합했습니다. 즉 창의적 방식으로 조합해서 왕좌에 오른 것입니다. 지금은 얼마나 다른가요? 지금의 인간은 고인류와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였을까요? 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229~230쪽)

작가정보

저자(글) 김상태

구석기 고고학을 전공하고 전기 구석기 시대 뗀석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강원도 양구군 상무룡리 유적 발굴을 통하여 본격적으로 구석기 연구를 시작했으며, 그 밖에 제주도 최초의 구석기 유적인 서귀포시 생수궤 등 여러 발굴에 참여했다.
1996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로 박물관 업무를 시작했으며, 이후 유물관리부와 고고부, 전시팀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며 관련 저술과 전시로 활동을 넓혔다.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등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최초의 진화 인류학 특별 전시 〈호모 사피엔스: 진화∞관계&미래?〉(2021년 5~9월) 등을 주관했다.
지은 책으로 구석기 시대에 인류가 사용한 도구를 연구한 『한국 구석기 시대 석기군 연구』와 『한국미의 태동 구석기·신석기』(공저), 박물관 큐레이터와 큐레이터 지망생을 위한 실용적인 유물 관리 지침서 『박물관 소장품의 수집과 관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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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단한 고고학
    돌과 뼈로 읽는 인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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