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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얼

사막의 어미늑대 이야기
쉐모 지음 | 문현선 , 김진영 옮김
지나북스

2023년 05월 09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5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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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5.55MB)
ISBN 9791186605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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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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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인 쉐모는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중국뿐 아니라 유럽 등지에서 상당히 지명도 있는 작가로서 소설적 진실을 극적으로 다루기보다는 투박한 문체로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문체를 구사하는 스타일로 주로 사막과 동물, 자연에 대한 작품을 집필한다. 

이 책은 인간의 무자비한 남획으로 초원을 떠나 사막에서 살게 된 어미늑대 휘얼과 잔뼈가 굵은 뒤 평생 사냥으로 업을 삼아 왔지만 이제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입장이 된 늙은 사냥꾼 멍바 할아버지, 그리고 결국 더 이상 삶의 터전이 될 수 없는 사막을 떠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비시켜 다루고 있다.

늑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인간,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늑대 그리고 늑대의 시선에서의 자연, 인간의 시선에서의 자연을 그리는 이 소설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서 동질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인간과 동물, 그 모든 생명체의 실존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1-71장

“양은 풀을 먹지. 잔디를 뜯어 먹고 모래언덕을 덮은 풀도 뜯어먹어. 호숫가의 풀도 뜯어 먹고 나무껍질도 뜯어 먹어. 결국에는 다 먹어 치워서 토지를 사막으로 만드는 거야. 그러니 토지신이 모래더미가 안 되는 게 이상하지. 그래서 토지신이 자기 개, 늑대를 보내는 거야. 늑대에게 가서 양을 잡아먹으라고. 누구든 토지신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늑대가 잡아먹는 거지.”
---p.60


갑자기 헤이가오쯔의 말소리가 들렸다. “저 숫양들은 다 늑대야. 싸우지 않은 면양들도 똑같아. 모든 양이 다 양이면서 늑대지. 먹을 만큼 먹고 마실 만큼 마셨을 때는 양이지만 죽도록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면 바로 늑대가 되는 거지.” 멍쯔는 그 말을 알 것 같으면서도 이해는 되지 않았다.
---p.64


어떤 사람들은 그럼 떠나자고 했다. 쐉푸도 떠나고 링관도 떠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갔다. 그러면 또 어떻게 되나? 수천 수백만이 떠나갔지만 여긴 여전히 옛날 그대로다. 변한 것이라고는 타향을 떠도는 외로운 영혼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뿐이었다. 길은 어디에 있는가?
---p.203


수조 하나만큼 물을 받으면 수천만 마리의 양이 앞을 다투어 마셔댄다. 일찍부터 가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한 입, 반 모금을 겨우 마실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들려오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데 모여서 한숨을 내쉬며 모두들 이렇게 말했다. “오늘 아침에 마실 술이 있으면 일단 마시고 보는 거지. 내일 찬물을 마시든 말든.”
---p.242


훠쯔는 우물의 서쪽에 묻었다. 방위가 좋았다. 앞에는 우물이 있고 뒤에는 모래산이 있어서 청룡과 백호가 완전하니 어느 생엔가는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희망은 누구도 품지 않았다. 사막은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그득 고여서 하늘과 땅을 메웠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물이 없어질지, 산이 없어질지, 훠쯔의 이름마저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세계마저도 사라질지 모를 일인데 하물며 희망이라니.
---p.408

넓은 사막, 각자의 이야기

중국 서북부 내륙의 고원 지역,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이 지역에는 다양한 동물들과 사람들이 공존하며 살아간다. 인간의 위협에서 쫓겨 와 살게 된 늑대 가족도 있고 몇 대에 걸쳐 사막에서 양을 치는 목동들과 양을 위협하는 여우와 늑대 사냥꾼 뿐 아니라 늑대 사냥꾼들의 밀렵을 잡기 위한 경찰들까지.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생존 이유와 방식으로 이 거친 자연 속에서 살아가며 또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종종 충돌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만남과 충돌 그리고 그들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 이 책의 주인공인 어미늑대 휘얼은 인간들을 이렇게 생각한다. ‘저 두 발 달린 짐승, 인간들은 왜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 걸까? 이 초원에 늑대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나 있나? 풀을 먹고 사는 초식 동물들이 초원에서 죽어라 먹고 죽어라 새끼를 낳고 또 죽어라 먹어 치우면 언젠가 이 푸르디푸른 초원은 다 뜯어 먹혀 누런 사막으로 말라붙고 말 것이다.’ 이렇게 가뜩이나 인간이 마뜩찮던 휘얼에게 인간과 정면대립할 일이 생기고 만다. 바로 자신의 아픈 손가락인 막내 샤샤가 인간의 총에 맞아 죽은 것이다. 이일로 인해, 휘얼은 인간에게 복수를 선언한다.

반면, 이 책의 또 한명의 주인공인 멍바 할아버지는 한때 잘나가는 여우 사냥꾼이었으나 나이가 든 지금은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경찰을 도와 밀렵꾼들을 찾는 일을 돕고 있다. 멍바 할아버지는 오랜 세월 사막에서 지내며 여우를 잡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연과 동물, 밀렵꾼의 생태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분쟁과 사건은 멍바 할아버지의 중재와 해결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멍바 할아버지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려는 경찰의 입장도 이해하고 있어 작품 속 인물 중 가장 내적 갈등과 고민이 많은 인물이다.

이 밖에도 우물 주인 훠쯔와 그의 아내, 멍바 할아버지와 함께 다니는 멍쯔, 목동이지만 양을 증오하는 헤이가오쯔, 양 가죽을 판매하는 퉈쯔, 밀렵 사냥꾼인 야오쯔와 장우 등이 등장하며 사막에 사는 각자의 입장을 대변한다.


하나의 우물, 모두의 이야기

하지만 이 모든 등장인물들을 모아주는 중심에는 우물이 있다. 양을 치는 양치기들도 양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우물가로 모이고, 소를 치는 목동도 우물가로 오고 마실 물이 없는 늑대 가족도 물을 찾아 이곳으로 온다. 그리고 이렇게 우물을 중심으로 모인 그 때 하나의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평안했던 주두징의 평화는 깨지고 만다.

하나의 사건은 또 하나의 사건을 불러오고 수많은 양과 늑대의 죽음, 더 나아가 인간들의 죽음에까지 이르자 사람들은 결국 하나밖에 없는 우물을 메꿔버리고 이곳을 떠나기로 한다. 우물을 차지하려던 싸움은 결국 아무도 우물을 차지하지 못하는 싸움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다른 존재를 부정하고 공생의 법칙을 깨버리자 스스로의 근거마저 잃게 된 주두징의 현실은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닮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사막의 어미늑대 이야기는 멀게만 느껴지지만 사실은 우리와 매우 가깝게 닿아있는,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지구 환경에 대한 가장 사실적이고도 아름다운 은유로 포장한 슬픈 보고에 가깝다.

『휘얼』은 사막에 사는 늑대의 이야기이며, 그 사막에서 대치하는 늑대와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한 결국은 사막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이야기이자, 다른 삶의 터전을 찾아나서야 하는 늑대의 이야기입니다.

사막은 우리에게 아직 머나먼 곳이지만 변해버린 환경에서 과거의 방식을 포기 하고 새로운 조건에 적응해야 하는 삶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숙명입니다. 그래서 이 머나먼 곳의 이야기는 ‘지금, 여기, 우리’에게도 절실해집니다. (역자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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