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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소리를 듣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 이연승 옮김
블루홀식스(블루홀6)

2023년 03월 27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3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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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4.07MB)
ISBN 979118957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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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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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저우둥’,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의 『밤의 소리를 듣다』이다. 『어리석은 자의 독』으로 인간의 절망과 내면을 농밀하고 묵직하게 담아내며 충격적인 전율을 선사하고, 『전망탑의 라푼젤』로 빈곤, 폭력, 아동 학대 등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혹독함과 비참함, 절망과 동시에 구원과 온기를 선사했다면 이번에는 아웃사이더 학생들의 성장과 미스터리의 교묘한 얽힘을 보여준다.
밤의 소리를 듣다
옮긴이의 말

첫 문장
은빛의 가는 실 같은 비가 내리고 있다.
편의점에서 산 비닐우산 위를 무수한 물방울이 미끄러져 떨어진다. 모퉁이를 돌자 신사의 기둥문이 보인다.

‘달나라’
흰 바탕에 주황색 글씨가 적힌 세련된 간판이었다. 반짝이는 네온 장식도 달려 있었다. 재활용품 가게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고 그걸 떠나 이름부터 이상했다. 창고처럼 보이는 이 건물이 쇼와 시절*에는 제법 북적이던 댄스 홀이었다고 한다. 댄스 홀이 폐업한 뒤에는 어떤 원예업자가 사들여 창고로 썼고 그 후 한동안 비어 있던 건물을 빌려 재활용품 가게가 영업을 시작했다. p7

그 여자는 느닷없이 손목을 그었다.
뿜어져 나온 피가 순백의 섀하얀 원피스에 커다란 꽃을 피웠다.
공원 맞은편 벤치에 앉아 있던 여자는 서자마자 커터칼로 자신의 왼쪽 손목을 베었다. 너무나 태연하고 서슴없는 동작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무릎에 올려놓은 문고본 책이 다리 옆에 툭 떨어졌다. p10

“왜 손목을 긋고 저한테 보여 준 거예요?”
“그건…….”
유리코는 작은 꽃다발을 빙글빙글 돌렸다.
“당신이 아주 부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요.”
순간 현기증이 느껴졌다. 앞으로 기울어질 뻔한 자세를 간신히 바로잡는다. p27

“그곳이 날 받아 주는 곳이니까요. 그 학교만이 유일하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으니 관심이 생겼다. 느닷없이 내 삶에 뛰어든 가시마 유리코와 아사미 선생. 그들이 교류하는 야간부 고등학교라는 곳. p30

“실은 다이고 말인데, 이치노세와 주먹다짐을 하고 난 다음에 말이지.”
그녀는 갑자기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길에 대자로 드러누워서 ‘괜찮아! 나한테는 친구가 한 명 있으니까!’라고 했대.”
유리코는 “다이고는 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라고 했다. p115

-그 소리가 저를 위축시킵니다. 밤의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듯한 그 소리가.
이리에 씨의 말은 지금도 내 가슴 깊숙한 곳에 남아 있다. p131

예로부터 일본에는 너구리나 오소리, 흰코사향고양이는 ‘무지나’라 불리며 인간을 홀리는 재주가 있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구라모토 저택 정원에서는 라쿤도 무지나 반열에 오른 게 아닐까.
고노스케 씨가 본 무지나는 뭐였을까.
죽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뭘까. p149

이 노파는 모든 일을 설렁설렁하고 대충 판단하는 것 같지만 결국 모든 일이 마땅히 향해야 할 귀착점으로 향하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 걸 미리 계산했을 리 없는데도 아무렇게나 뻗어 간 실타래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정작 본인은 담담하지만. p265

“안다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돼. 세상 모든 일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니까. 류타. 넌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행동할 거야. 그리고 거기서 뭔가가 만들어질 테고. 물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 것도 받아들이는 힘을 길러야 한단다. 안다는 건 그런 거야. 모르고 있으면 배울 수 없지.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성장할 수도 없어.” p289

이런 불상을 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던 남자. 그는 정말 도둑이었을까. 만약 당시 그가 경찰 수사망에 걸려 조사를 받고 혐의가 풀렸다면 나카야가 이토록 사건에 연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수상한 사례는 그밖에 더 있을지 모른다. 지금 나카야는 그때 놓쳐 버린 많은 물고기들을 쫓고 있다. p332

모든 게 ‘달나라’로 수렴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사건과 깊숙이 관련된 두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실에서 나는 새삼 신비로움을 느꼈다. 운명이라는 한 단어로 결론짓기에는 부족했고 그 안에는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어떤 힘이 작용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히로키 씨가 찬찬히 입을 열었다.
“그 모든 일은 그곳에 네가 있었기 때문에 일어났단다.” p420

-안녕, 류타.
그곳에는 오직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류타 정도는 한자로 제대로 써 달라고, 바보야.”
이제는 곁에 없는 친구를 향해 나는 면박했다. p422

“걔는 괜찮아. 어디를 가든 잘 살 애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라고 했던 다카에의 말이 되살아났다. 그 고집 센 노파가 나보다 훨씬 다이고를 잘 알고 있었다. p444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의 충격적인 미스터리!
“당신, 죽음을 바라지 않나요?”
11년 전 마을에서 발생한 끔찍한 일가족 살인 사건의 비밀.
그리고 눈앞에서 손목을 그은 여자.
불온한 공기가 그들을 둘러싸는데…… 잔인한 운명의 소용돌이가 이끄는 곳은?


『밤의 소리를 듣다』는 『어리석은 자의 독』, 『전망탑의 라푼젤』에 이어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가 야심 차게 보여주는 우사미 마코토(流)미스터리다. 『밤의 소리를 듣다』는 정규 과정에서 일탈한 아웃사이더 학생들의 성장담과 한 마을에서 과거 발생한 살인 사건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야기다. 이야기의 얼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똑똑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된 19세 소년 류타. 그런 류타 앞에서 갑자기 한 여자가 손목을 긋고 류타는 그녀에게 매료돼 그녀가 다니는 하루 고등학교 야간부 과정에 입학한다. 학교에서 친구가 된 다이고는 재활용품 가게 ‘달나라’의 일을 도우며 고객의 상담이나 의뢰를 들어주는 심부름센터 일도 함께 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다이고와 함께 이 일을 하며 류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몇 년 전 마을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 사건의 수수께끼에 휘말리게 된다. 평온한 일상과 청춘을 뒤흔드는 충격과 경악의 미스터리가 쉼없이 펼쳐지는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의뢰가 들어왔을까. 고객들의 의뢰에서 수수께끼가 출발한다는 점에 주목해 그 에피소드를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톱밥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던 장수풍뎅이 애벌레의 몰살, 죽은 아들의 모습으로 둔갑해 나타난다는 너구리, 유화 속 그려진 어린 자매의 갈등 등이 그러하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독특하고 무척이나 흥미롭다. 류타는 이런저런 의뢰를 받아 그 수수께끼를 풀며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자신의 세상을 조금씩 넓히고 사회로 나가는 ‘재활 훈련’을 착실히 해간다. 그러다 11년 전 마을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가족 살인 사건의 비밀을 계기로 일상이 다시 한번 크게뒤흔들린다. 모든 이들을 쓸어 버릴 기세로 매섭게 몰아치는 잔인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년과 소녀, 친구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묵묵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형언할 수 없는 놀라움과 진실, 경악에 이르게 된다.


“전혀 모르는 타인의 기분이 우연히 연결되어,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구원이 탄생한다.
나는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는 그 명성에 비해 국내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1957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났다. 2006년 『룸비니의 아이』로 제1회 ‘유幽’ 괴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지방 도시에서 전업주부로 살아온 경험을 살려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을 괴담으로 끌어내는 작풍이 특징이다. 특히 인간에게 잠재된 어두운 감정을 묘사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또한 언제나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괴이함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둠을 교묘하게 드러내는 재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러한 작가가 환상소설이나 괴기소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된 것은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이며, 그 외에 레이 브레드베리, 스티븐 킹, 토머스 쿡 등의 작품에서도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작가는 데뷔 이후, 『일곱 색의 동화』, 『들어가지 않는 숲』 등 호러 색이 짙은 작품을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내다가 2009년 돌연 작가로서의 활동을 멈춘다. 그러다 2016년 다시 등장해 이전까지 썼던 작풍과는 다른 분위기의 호러와 심리 서스펜스, 미스터리와 휴먼 드라마를 융합한 작품을 쏟아 놓기 시작한다. 특히 2017년 『어리석은 자의 독』으로 제7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복귀탄을 쏘아 올린다. 블루홀식스에서 2020년에 국내 출간한 『어리석은 자의 독』은 인간의 절망과 내면을 농밀하고 묵직하게 담아낸 충격적인 걸작으로 범죄 소설과 미스터리, 호러의 경계를 자유분방하게 활보한다. 더 나아가 인간의 처절한 심리와 업보, 비극을 담아낸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우사미 마코토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전혀 모르는 타인의 기분이 우연히 연결되어,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구원이 탄생한다. 나는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사소한 이야기의 힘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인터뷰에서 일상을 초월한 괴이를 소재로 공포 작품을 써 오다가, 『어리석은 자의 독』 이후부터 기이한 사건보다는 현실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그리고 있는데,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그녀는 사실 자신 안에서 그만큼의 변화는 없다고 말한다. 애초에 괴이함을 그린 이유는 두려움을 느낀 인간 존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 따르면 일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괴이를 눈앞에 둔 사람들은 제각각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어떤 이는 겁먹은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허세를 부리는가 하면, 공포에서 벗어나려 하다가 당황하는 자도 있다.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 있고, 그녀는 그런 인간의 모습에 흥미를 느껴 작품을 써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관심은 괴이함이 나타나지 않는 작품에서도 변함없다. 가령 범죄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의 경우에도 그녀의 관심은 범죄에 이르는 인간의 존재인 것이다. 즉 인간을 그린다는 점에서 호러나 미스터리나 다르지 않다는 게 그녀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 “데뷔 전 50년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해서인지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다”라고 밝히며 매일매일 취침 전 세 시간은 반드시 작품 집필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밤의 소리를 듣다』를 통해 우사미 마코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다시 한번 만끽해보시기를 바란다.

작가정보

宇佐美 まこと
1957년 일본 에히메현 출생. 2006년 『룸비니의 아이』로 제1회 ‘유幽’ 괴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다. 일상에 내재된 균열을 작가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또한 그 균열의 틈새로 괴이함이 스며드는 과정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두운 감정을 묘사하는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밤의 소리를 듣다』는 고등학교 야간부 과정에 모이는 아웃사이더들의 사연과 11년 전 살인 사건의 비밀이 어우러져 성장과 미스터리가 교묘히 얽힌 이야기다. 잔인한 운명 앞에서도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는 우사미 마코토만의 매력이 돋보인다. 대표 작품으로는 『어리석은 자의 독』 『전망탑의 라푼젤』 『들어가지 않는 숲』 등이 있다.

아사히신문 장학생으로 유학, 학업을 마친 뒤에도 일본에 남아 게임 기획자, 기자 등으로 활동했다. 귀국 후에는 여러 분야의 재미있는 작품을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아오사키 유고의 『체육관의 살인』 시리즈를 비롯해 니시무라 교타로의 『살인의 쌍곡선』, 우타노 쇼고의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아키요시 리카코의 『성모』, 미쓰다 신조의 『붉은 눈』, 시즈쿠이 슈스케의 『범인에게 고한다』 『염원』, 오츠이치의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이노우에 마기의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테미스의 검』 『은수의 레퀴엠』 『악덕의 윤무곡』, 오승호(고 가쓰히로)의 『도덕의 시간』 『스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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