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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탕하고 쟁취하며 군림하는

암컷들

루시 쿡 지음 | 조은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23년 05월 04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5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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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7.25MB)
ISBN 978890127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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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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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의 바이블 『이기적 유전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암컷은 착취당하는 성이며, 진화의 근본적인 차이는 난자와 정자에서 시작된다.” 여성은 조신하고 신중하게 모성으로 알을 품으며, 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남성이 진화를 이끈다는 의미다. 그러나 리처드 도킨스의 제자이자 영국을 대표하는 자연사 다큐멘터리 제작자 루시 쿡(Lucy Cooke)은 이렇게 묻는다. “그 말, 장담할 수 있습니까. 교수님?”
스승인 도킨스를 뛰어넘는 대담한 서사로 암컷과 성, 진화에 대한 생물학의 혁명을 그리며 학계와 언론의 찬사를 받은 문제작 『암컷들(BITCH)』이 드디어 한국의 독자를 만난다. 암컷의 성과 본성, 그리고 진화의 동력에 관한 현대 진화생물학의 발견은 지난 두 세기의 가부장적 프레임을 타파하며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마다가스카르의 정글과 케냐의 평원, 하와이나 캐나다의 바다 등을 종횡무진 모험하면서, 진화생물학의 최전선을 걷고 있는 연구자들을 만난다. 바람둥이 암사자, 레즈비언 알바트로스, 폭압의 여왕 미어캣, 여족장 범고래 등 수컷보다 방탕하고 생존을 위한 투사로 살아가며 무리 위에 군림하는 자연계 암컷들의 진면목을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텔링으로 펼쳐 보인다. 무엇이 자연적이고 정상이며 심지어 가능한가? 이 책은 세상에 대한 당신의 기본 전제부터 전복시킬 것이다.
들어가며 다윈의 고정관념을 거스르는 암컷들
빅토리아 시대와 진화론의 아버지 | 생물학자들의 확증편향
다윈에게 반기를 든다는 것 | 여성의 본성을 찾는 여정

1장 무정부 상태의 성: 암컷이란 무엇인가
두더지와 하이에나 암컷의 가짜 음경
남성성과 여성성의 기원을 찾아서 | 혼돈의 염색체
‘남성’ 염색체가 사라지고 있다? | 성적 형질의 다양성
하와의 갈비뼈

2장 배우자 선택의 미스터리: 여성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는가
산쑥들꿩의 아찔한 춤 | 암컷의 선택에 관한 논란의 역사
수새는 선택받고 싶어 한다

3장 조작된 암컷 신화: 바람둥이 암컷에 대한 불편한 발견
조작된 정절 | 바람피우느라 바쁜 새들
음탕한 랑구르원숭이 | 고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베이트먼의 오류 | 정숙한 암컷의 죽음

4장 연인을 잡아먹는 50가지 방법 : 성적 동족 포식의 난제
거미의 극심한 성적 갈등
죽더라도 암거미의 눈에 띄어라
삶과 죽음을 가르는 진동 | 성적 동족 포식의 큰 이점

5장 생식기 전쟁 : 사랑은 전쟁터이다
암컷의 생식기는 모두 거기서 거기? | 암오리의 나선형 질
질은 진화한다 | 음핵과 오르가슴, 그리고 친부 결정권

6장 성모마리아는 없다 : 상상을 초월하는 어미들
모성애라는 미신 | 개코원숭이의 계급과 부모되기
어미의 다양한 통제권 | 엄마답게 만드는 호르몬, 옥시토신
호르몬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 애착 | 함께 돌보다

7장 계집 대 계집 : 암컷의 싸움
암컷들의 피 튀기는 결투
다윈의 성선택에 문제 제기하는 암컷들
알파 암탉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무자비한 번식 경쟁과 독재자 | 여왕님 만수무강하시옵소서!
벌거숭이두더지쥐 여왕의 폭압

8장 영장류 정치학 : 자매애의 힘
원더우먼 여우원숭이 | 암컷 지배 | 지배의 이유
자매여 단결하라! | 보노보가 충돌을 피하는 법
보노보 사회가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

9장 범고래 여족장과 완경 : 고래가 품은 진화의 비밀
폐경의 수수께끼 | 범고래 똥에서 찾은 진화의 비밀
나이 든 여족장 사회의 유대와 결속력
완경한 범고래에게 기대하는 미래

10장 수컷 없는 삶 : 자매들끼리 알아서 해결하고 있다
개척적인 동성 커플 | 놀라운 무성생식 기술
질형목 생물의 진화적 장수 비결
암컷으로만 이루어진 종의 성공 | 미래는 여성이 될 것이다

11장 이분법을 넘어서 : 무지갯빛 진화
따개비의 유동적 성 | 비이원적인 세계
흰동가리 니모와 성전환 | 암컷들이 가르쳐주는 것

나오며 편견 없는 자연계
감사의 말 | 주 | 더 읽을거리 | 찾아보기

동물의 암컷에 대한 풍성하고 생생한 초상화이며 진화의 뒤엉킨 역학을 새롭게 해석하는 놀라운 통찰이다. 우리는 진화생물학자들에게 흥미진진한 시대를 살고 있다. 성선택은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의 진통을 겪고 있다. 실험으로 폭로된 내용이 기존에 수용된 사실들을 뒤엎고 개념의 변화는 오랫동안 고수되어온 가정들을 밀어내고 있다. 다윈이 전적으로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수컷의 경쟁과 암컷의 선택이 성선택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진화가 그린 큰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다윈은 빅토리아 시대의 핀홀 사진기를 통해 자연 세계를 보았다. 여기에 암컷의 성을 추가한다면 우리는 지구의 생명을 총천연색 와이드스크린 버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점점 사람들을 빨아들인다. -32쪽 〈들어가며〉 중에서

이 책에 나오는 계집들은 암컷으로 태어나 어떻게 단순한 수동적 보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사로 살아가는지 보여줄 것이다. 다윈의 성선택 이론은 암수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어 두 성을 가르는 쐐기를 박았지만, 이런 구분은 생물학적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이 더 컸다. 동물의 형질은 신체적이든 행동적이든 다양하고 가소성이 있다. 자연선택이든 성선택이든 선택의 힘이 부리는 변덕에 맞춰 변형될 수 있으며 성적 형질을 유동적이고 유연하게 만든다. -34쪽 들어가며 중에서

동물계에서 생식세포는 오로지 두 종류의 크기로 나타났다. 크거나 작거나. 이 기본적인 이분법이 생물학적으로 성을 정의하는 표준이다. 암컷은 크고 영양분이 풍부한 난자를 생산한다. 수컷은 작고 이동성이 있는 정자를 만든다. 이보다 완벽한 구분이 있을까? 참으로 훌륭하지 않은가? 아니, 그렇지 않다. 성은 복잡한 비즈니스다. 앞으로 보겠지만 상호작용하여 성을 결정하고 구분하는 유전자와 성호르몬의 오래된 네트워크에는 남과 여라는 이분법을 무시하고 생식세포, 생식샘, 생식기, 몸, 그리고 행동을 뒤죽박죽 섞어버리는 능력이 있다. 이 모든 것은 성을 구분하는 일을 전혀 간단하다고 볼 수 없는 아주 복잡다단한 과정으로 만든다. -42쪽, 1장 〈무정부상태의 성〉 중에서

여자는 책임질 일이 많다. 왜 코주부원숭이 수컷은 그렇게 길고 덜렁거리는 코를 가졌을까? 코주부원숭이 아가씨들이 그걸 좋아하니까. 자루눈파리의 거추장스럽게 양쪽으로 뻗친 눈자루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눈자루의 너비가 몸길이보다 더 길다. 당연히 산쑥들꿩의 팝핑 댄스도 그렇다. 암컷의 선택은 진화의 힘 중에서도 가장 엉뚱하고 기발하며 자연이 만든 가장 사치스러운 창조물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여성이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는지를 밝히는 일이 최근 몇 년간 진화생물학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 분야가 되었다. 그리고 산쑥들꿩만큼이나 초현실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통찰을 끌어냈다. -80쪽, 2장 〈배우자 선택의 미스터리〉 중에서

범고래 레아는 (나처럼) 삶의 다음 단계에 들어선 사회적 동물이다. 레아에게 난소의 죽음은 주체성의 부활을 예고했다. 그녀는 퇴색되어 사라지기는커녕 사회의 중앙 무대를 차지할 것이다. 무르익은 통찰로 무리의 존경을 받고 무리를 이끌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남부 상주군 범고래에 남아 있는 완경한 암컷의 하나로서 레아는 새로운 그래니가 될 수 있을까? “다들 누가 무리를 넘겨받을지 궁금해해요. 하지만 저들에게는 그런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어요.” 가일스가 말했다. 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유지할 치누크연어가 부족해지면서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도 영향을 줄 거라는 게 가일스의 생각이다. “문화의 틀 전체가 해체되는 기분이에요.” 374쪽, 9장 〈범고래 여족장과 완경〉 중에서

“이는 다양한 예로 보여졌다…… 암컷은 비록 비교적 소극적이지만 대개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권을 잘 행사하고 특정 수컷을 다른 수컷보다 선호하여 받아들인다.”4 다윈은 계속해서 그런 변덕의 전반적인 효과를 설명한다. “더 매력 있는 수컷을 암컷이 선호하기 때문에 수컷이 변화한다. 종의 존재와 양립하는 한 오래도록 시간제한 없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가부장제는 성선택을 자연선택의 하위 분류로 취급하긴 했어도 암컷과 짝지을 권리를 두고 수컷들이 대결한다는 발상을 받아들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다윈이 물의를 일으킨 부분은 여성이 성적으로 자율적일 뿐 아니라 남성의 진화를 좌지우지하는 결정권을 가졌다는 주장이었다. 이것은 마나님들에게 강력한 권한을 준 것으로 대부분의 (남성) 생물학자들의 심기를 몹시 불편하게 만들었다. 빅토리아 시대는 남성이 여성을 통제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 반대가 아니라. -86쪽, 2장 〈배우자 선택의 미스터리〉 중에서

세상 누구보다 독창적이고 꼼꼼한 과학자도 문화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윈이 남성 중심으로 성을 읽은 것은 그 시대에 만연한 남성 우월주의 탓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빅토리아 시대 상류층 사회에서 여성에게는 평생 한 가지 중요한 역할이 있었으니,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남편의 관심사에 동참하며 바깥일을 거드는 것이다. 이는 가정을 지키며 남성을 뒤에서 받쳐주는 보조 역할에 불과하다. 여성은 신체적으로나 지적으로 ‘약한’ 성으로 정의되었기 때문이다. 여성은 모든 면에서 남성의 권위에 종속되어 있었다. -24쪽, 〈들어가며〉 중에서

그런데 얼마 뒤에 조사해보니 정관수술을 받은 수컷의 영역에서 낳은 알의 69퍼센트가 새끼를 까는 유정란이지 않은가(중략) 암컷이 제 영역 밖에서 거세되지 않은 수컷과 정사를 한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나리오였다. 1970년대 인간 세계에서는 성 혁명이 한창이었는지 몰라도 명금류 암컷은 아직 그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모든 참새목 아과(명금류)의 10분의 9(93퍼센트)가 대개 일부일처를 따른다.” 권위 있는 조류학자 데이비드 랙David Lack이 1968년에 쓴 말이다. “‘일처다부제’인 종은 알려진 바 없다.” 당황한 과학자들은 수컷의 불임화가 붉은날개검은새 개체수를 조절하는 도구로 적합하지 않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암컷의 성적 문란함’이 원인일 가능성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인용했다. 이런 당황스러운 결과는 유해 조수 통제의 실패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암컷의 짝짓기 행동에 대한 이해에 일대 혁명을 예고했다. -115쪽, 3장 〈조작된 암컷 신화〉 중에서

허디는 도서관에 들어가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자신이 본 랑구르가 유일한 ‘음탕한’ 암컷 영장류는 아니었음을 발견했다. 사회성이 강한 많은 종들이 특히 배란기에는 색정증에 가까운 적극적인 성적 취향을 보였다. 야생에서 침팬지 암컷은 평생다섯 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지만 수컷 수십 마리와 6,000번 이상의 교미를 한다. 배란기에 이 암컷은 무리의 모든 수컷을 유혹하고 하루에 30~50회 섹스를 한다. 바바리마카크 암컷도 욕정이 강하기로 유명하여 기록에 따르면 11마리의 성숙한 수컷이 있는 집단에서 한 암컷이 모든 수컷과 17분마다 교미를 했다. 개코원숭이 암컷은 발정기에 색욕이 넘쳐서 심지어 수컷이 거부할 정도로 섹스를 조른다는 기록도 있다. - 126쪽, 3장 〈조작된 암컷 신화〉 중에서

저녁 식사와 데이트를 한 번에 해결하는 암거미의 성향은 빅토리아 시대 남성 동물학자들에게 여러모로 모욕적이었다. 악랄하고 난잡하며 지배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원래의 소극적이고 수줍고 한 남자만 아는 틀에서 벗어난 여성이 나타난 것이다. 암거미는 또한 진화의 난제이기도 했다. 생물이 사는 이유가 제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라면 섹스도 하기 전에 파트너를 집어삼키는 행위는 진화적으로 적절치 못한 적응 아닌가. 그러나 성적 동족 포식은 전갈에서 나새류, 문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무척추동물과 함께 모든 종류의 거미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가장 유명한 동물이 아마 사마귀일 것이다. 암사마귀는 연인의 머리를 뜯어먹는 팜파탈이다. 수사마귀는 목이 잘린 채로 용맹하게 뒤로 물러선다. 그런 행동을 보고 수 세대의 동물학자들은 진화가 머리를, 즉 이성을 잃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150쪽, 4장 〈연인을 잡아먹는 50가지 방법〉 중에서

“처음 암오리를 해부했을 때 어찌나 놀랐는지 하마터면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어요.” 브레넌이 내게 한 말이다. (중략) 브레넌은 암오리가 실제로 자신의 알을 수정시킬 수오리를 선택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음에 드는 상대의 음경이 난관으로 더 깊이 들어오게 통로를 허락하는 것이다. 비폭력적 상황에서 수오리는 교미 전에 춤을 춰서 암오리에게 구애한다. 마음이 동한 암컷은 수용의 자세를 취하여 물속에서 엎드린 채 꼬리를 들어 올린다. “암오리는 배설강 윙크를 해요. 나는 네 것이니 데려가라는 보편적인 신호죠.” -195쪽 5장, 〈생식기 전쟁〉 중에서

귀족의 딸로 태어난 개코원숭이는 엄마의 사회적 관계 덕을 크게 본다. 엄마의 높은 지위가 자식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어미의 폭넓은 인맥이 다른 개코원숭이의 경쟁적 공격은 물론이고, 납치를 시도하는 암컷이나 영아를 살해하는 수컷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이다. 상류층의 훌륭한 사회적 네트워크에 속한 새끼는 다른 어른 근처에서 먹이를 먹어도 용인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든든한 지원 구조 안에서는 어미가 자식에게 유일한 전부가 되지 않아도 된다. 이는 특히 처음으로 새끼를 낳아 혹독하게 학습 중인 초보 엄마에게 도움이 된다. 앨트먼은 높은 계급의 친척들로 둘러싸인 딸들은 어린 나이에 새끼를 낳고 새끼가 생존할 가능성도 더 높다는 걸 발견했다. -231쪽, 6장 〈성모마리아는 없다〉 중에서

양육하고 보호하려는 강렬한 욕구는 여전히 혼합된 모성의 핵심 부분으로 남아 있다. 모성애에는 이기적으로 태어난 두 이방인을 깊고 근본적인 관계로 연결하는 변혁의 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엄마와 아기의 신비로운 결합은 진짜이다. 다윈이 우리에게 준 믿음과 달리 누구에게나 있거나 즉시 발휘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나는 이런 상징적인 관계를 뒷받침하는 강력하면서도 위태로운 호르몬의 발판을 알아보기 위해 스코틀랜드 동쪽 해안에서 떨어진 바위투성이 무인도로 떠났다. -239쪽, 6장 〈성모마리아는 없다〉 중에서

풀이 무성한 마사이 라마 평원의 늦은 오후. 주황빛 태양이 슬슬 수평선을 향해 내려오는 가운데 토피영양Damaliscus lunatus jimela 한쌍이 아카시아 긴 그늘에서 대결이 한창이다. 발정기를 맞아 두마리의 중간 크기 영양-과장하면 업그레이드된 염소-이 섹스를 위해 겨루는 다른 수백 마리 토피영양에 합류했다. 뿔 달린 한 쌍이 대결을 시작하여 상대를 향해 돌진한 다음 무릎을 꿇더니 수금 모양의 뿔을 마주 걸고 머리를 바닥까지 내린 채 사납게 대치한다. 긴장된 몇 초가 지나자 몸집이 좀 더 큰 놈이 힘을 발휘하여 상대를 밀어붙인다. 씨름판에서 쫓겨난 패자는 치욕스럽게 머리를 흔들며 허둥지둥 무리로 돌아가고 승자는 남아서 상을 받는다. 포상은 최고의 수컷과 나누는 정사이다. 잔뜩 무장하고 공격에 나선 이 경쟁자들은 암컷을 두고 싸우는 수컷이 아니다. 토피영양의 제일 좋은 정자를 두고 겨루는 암컷들이다. -7장, 〈계집 대 계집〉 중에서

그 결과 오랫동안 암컷의 지배는 포유류에서 드문 것으로 알려져왔다. 앞서 보았던 점박이하이에나와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모계 사회는 반대로 암컷의 몸집이 수컷보다 크게 진화하여 다윈의 ‘자연스러운 질서’를 뒤엎고 수컷을 제압하게 된 사례이다. 그런데 여우원숭이는 암수의 크기에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집단에서는 암컷이라는 약체가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여우원숭이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서 권력의 기원과 역학에 관해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그걸 알아내기 위해 나는 마다가스카르 남부의 뜨거운 내륙으로 순례를 떠났다. -300쪽, 8장 〈영장류 정치학〉 중에서

로레타는 창에 몸을 기울여 머리를 댔다. 패리시도 똑같이 창에 몸을 기댔고 둘은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 털을 골라주는 시늉을 했다. 어느 시점에 로레타가 자신의 손을 올려서 창에 대었고 과학자도 자기 손을 보노보손과 마주 댔다. 마치 유리가 없는 것처럼. (중략) 나는 보노보와 이런 교감을 경험하는 패리시의 특별한 능력에 경이를 느꼈다. 그리고 인간과 아주 가깝지만 인간이 아닌 동물과 그토록 오래 역사를 공유하는 것이 참으로 대단한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정말로 특별한 관계였다. 이 현명한 늙은 암컷은 패리시가 그들의 평화로운 모계 사회의 비밀을 해독하게 도왔고, 가부장제와 폭력이 인간의 DNA에 처음부터 새겨진 것이 아님을 이해하게 했다. -339쪽, 8장 〈영장류 정치학〉 중에서

“알바트로스는 사람과 똑같아요.” 드물게 의인화의 덫에 걸린 영이 인정했다. “대부분 일부일처이고 오랫동안 같은 상대와 함께 머물러요. 물론 저 사회적 일부일처 커플 중에서도 누구는 바람을 피우고 누구는 이혼을 하죠. 전체적인 스펙트럼이 그렇습니다.” 그 스펙트럼에 이제는 기혼의 다른 수컷에게 정자를 기증받아 다음 세대를 생산하는 장기적인 동성 관계가 포함된다.
새로 밝혀진 알바트로스 동성 커플이 제안하는 바는 훨씬 고무적이다. 자연에서 성역할에 내재된 융통성은 물론이고 동물이 새로운 사회, 생태적 환경 앞에서 파격적으로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생태적 대재앙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점차 더 중요해질 특성이다. -389쪽, 〈수컷 없는 삶〉 중에서

▽ 최재천 교수, “그들의 이야기에 속수무책으로 빨려든다”
▽ 『인류의 기원』 이상희 교수, 《씨네 21》 이다혜 기자 강력 추천
▽ 《네이처》, 《텔레그레프》 선정 2022년 최고의 과학책
▽ 18개국 베스트셀러 『오해의 동물원』 저자의 최신작

■ 이분법적 성, 자비로운 모성 신화,
다윈 시대의 편견을 깨부순 ‘암컷 생물학’의 탄생
“똑바로 봐, 우리 암컷들의 진짜 모습을!”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렇게 말했다. “암컷은 착취당하는 성이다. 착취의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사실에 있다.” 다량의 정자를 지닌 수컷은 “아무리 많은 암컷과 교미를 해도 충분하지 않”으며, 작고 약한 암컷은 출산과 양육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기에 수동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도킨스의 제자로 있던 동물학 전공자 루시 쿡은 암컷이 발생적으로 수컷의 유전자에서 비롯하였으며 진화를 주도하는 것은 수컷이라는 경전의 해석 앞에 늘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성은 경쟁적이고 방탕할 수 있으며, 어떤 성은 수동적이고 정숙할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루시 쿡은 학계를 떠나 편견 없는 자연의 모습을 대중에게 알리겠다는 신념하에 양서류, 나무늘보 등을 카메라에 담으며 영국의 대표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제작자로 자리매김했다. 『오해의 동물원』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가 ‘암컷 생물학’으로 한국의 독자를 찾아왔다. 『암컷들』은 수컷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과거 생물학의 가부장적 프레임을 벗어버리고, 진화생물학 연구의 최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혁명적 연구에 주목한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호두농장에서부터 하와이의 해안, 마다가스카르의 정글과 케냐와 북아메리카의 대평원 등을 직접 탐험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암컷 동물들을 만났다. 이 책은 프란스 드 발을 비롯하여 세라 블래퍼 허디, 진 앨트먼, 메리 제인 웨스트 에버하드, 퍼트리샤 고와티 등 첨단 과학기술과 야생 탐사의 풍부한 데이터, 진화와 성에 대한 대안적 시각으로 무장한 학자들의 선구적인 연구를 박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고 있다. 특유의 재치 있는 문체로 모성, 돌봄의 본능, 일부일처제 같은 편견을 깨고 생태계에 군림하며 역동적으로 경쟁하는 암컷들의 생생한 초상화를 완성시켰다.
저자는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혐오적 문화와 가부장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다윈의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뿐 아니라, 다윈 시대의 프레임에 갇혀 데이터에 대한 ‘간결성의 원칙(증거를 신뢰하고 단순한 설명을 선택하는 과학의 방법론)’을 어기며 결과를 조작하기까지 했던 과거 생물학의 허점들을 통쾌하게 파헤친다. 스승인 리처드 도킨스를 뛰어넘는 대담한 서사로 다윈주의의 경계를 무한히 확장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진화생물학을 재구성하고자 하는 시도다. 지금껏 기록되지 않은 암컷들의 삶을 담은 이 책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진짜 암컷들의 본모습은 우리의 상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다.


■ 바람피우기 바쁜 새부터 수컷을 두고 싸우는 토피영양…
진화의 엔진으로서 암컷의 진면목
“성적으로 방탕하고 치열하게 쟁취하며 무리 위에 군림하는 투사들”

케냐 마라이 국립공원의 밤, 저자는 탐사 차량 주변을 서성거리는 암사자 때문에 공포의 하룻밤을 보낸다. 암사자는 녹음기 속 수컷의 울음소리를 듣고 슬그머니 빠져나와 다른 수컷과 밀회를 즐기러 온 것이다. 생물학에서 이형접합(암수 배우체의 근본적 차이)은 암수의 성 분화뿐 아니라 그들의 행동까지 결정하며, 이에 수컷은 방종하고 암컷은 까다롭고 정숙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암사자의 방탕함과 바람기는 동물의 왕국에서 유일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진부한 성역할이 씌인 것일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동물들의 진짜 모습을 “아직 인간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애를 받는 암컷은 경쟁하는 수컷의 매력과 성적 요구에 ‘마지못해’ 응한다고 설명했던 다윈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연계의 암컷들은 성적 방종 그 자체를 보여준다. 『암컷들』은 바람둥이 암사자를 비롯해 폭압의 여왕인 미어캣, 수컷을 차지하기 위해 피 튀기며 싸우는 토피영양, 레즈비언이 된 알바트로스와 나이 든 범고래 여족장 등 수컷보다 방탕하고 생존을 위한 투사로 살아가며 무리 위에 군림하는 자연계 암컷들의 진면목을 과감하게 펼쳐낸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대 충실한 부부의 모델로 삼았던 명금류 새 바위종다리 암컷이 실은 두 마리 수컷과 250회 이상 짝짓기 하느라 바빴다. 사회적으로 일부일처성인 암새의 90퍼센트가 다수의 수컷과 교미하는데, 이러한 바람기는 더 나은 유전자를 선택하기 위한 수단임은 물론 친부가 누구인지 혼동을 줌으로써 영아 살해의 위험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고 양육 과정에서 도움도 받기 위한 교묘한 전략이다. 과학자들의 확증편향과 편견 너머 동물계의 암컷들은 자신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성적으로 해방된 삶을 영위하고 있었으며, 일말의 수치심도 느끼고 있지 않다.


■ 암컷의 선택과 생식기 연구에서 만난 진화의 비밀
“자연에 대한 올바른 질문을 하려면 여성에 대한 자료도 많아야 합니다”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산쑥들꿩 수컷은 구애를 위해 목울대를 부풀리며 가슴을 튕기는 기묘한 ‘팝핑 춤’을 춘다. 죽을힘을 다해 경쟁적으로 춤을 추는 수컷들 앞에 암컷은 마치 관심 없다는 듯 소극적으로 군다. 그런데 새를 가장한 ‘펨봇’ 로봇으로 이들의 습성을 연구한 결과 이러한 춤은 수컷끼리의 괴상한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암컷과 소통하는 과정이었다. 그 한 해 가장 많이 짝짓기를 한 산쑥들꿩(닉네임 딕) 수컷은 가장 요란한 춤꾼이었을 뿐 아니라 암새가 주는 미묘한 신호에 잘 반응하며 상대의 말을 ‘잘 듣는’ 매력적인 새였던 것이다. 이 연구는 여성이 무엇을 선택하는가라는 최신 진화론의 화두를 반영한다.
과학은 시대의 편견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2세기가 지난 지금도 전 세계 자연사 박물관의 모식표본은 여전히 대부분 철저히 수컷 위주이며 암컷을 대표하는 표본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생식기 연구는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조류 생식기 연구자인 퍼트리샤 브레넌은 말한다. “과학에는 뜻밖의 재미가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질문을 하려면 이걸 살펴볼 여성이 있어야 하지요.” 암컷의 생식기가 출산을 위한 기관으로 거기서 거기라는 통념과 달리 동물의 생식기는 가장 진화가 빠른 기관이다. 하이에나는 남성의 음경처럼 생긴 음핵을 통해 출산을 하고, 나선형으로 생긴 청둥오리와 돌고래의 질은 수컷의 음경을 차단하여 원치 않는 임신을 막는다. 집게벌레 암컷 역시 ‘저장낭’에 수컷의 정자를 보관함으로써 새끼의 친부를 결정하는 은밀한 선택권을 행사한다. 여성 생식기에 대한 연구는 번식과 진화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펼쳐지는 여성의 선택이 진화의 또다른 엔진을 주도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 개코원숭이 암컷의 계급사회와 ‘알로마더’가 보여준
모성의 새로운 정의와 돌봄 전략
“성모마리아 같은 모성은 없다. 다정함과 덜 이기적인 마음이 필요할 뿐”

출산율 0.78명 시대, 모성은 요즘 여성들은 물론 과학자들에게 관심 받지 못한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동물의 암컷은 늘 어머니와 동일시되어 왔으며, 천성인 모성으로 육아에 헌신하는 존재로서 그려졌다. 모성은 애착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영향을 받지만 저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케냐 킬리만자로에서 일곱 세대에 걸쳐 1,800마리가 넘는 노랑개코원숭이를 연구한 동물학자 진 앨트먼 프린스턴대학교 동물행동학과 명예교수에 따르면 영장류에게 모성이란 ‘양육과 생존 사이에서 끊임없이 협상하는 줄타기’다.
매일 수 킬로미터씩 이동하며 먹이를 찾는 개코원숭이 암컷은 초산일수록 새끼를 제대로 안는 법도 모른다. 초산의 영아 사망률은 무려 60%에 이르고, 새끼를 많이 낳아 경험이 쌓일수록 사망률은 급격히 줄어든다. 생존율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조건은 어미의 계급이다. 먹이에 우선권이 있는 상위 계급 암컷의 새끼는 어미가 지닌 네트워크의 호위를 받으며 더 건강하고 독립적인 개체로 성장한다. 그러나 하위계급 암컷의 새끼는 다른 수컷에 의해 살해당할 가능성이 크고 어미의 집착과도 같은 보호 아래 상대적으로 느리게 독립한다. 이에 따라 암컷의 에너지는 점점 고갈되고, 사회적 불평등 앞에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새끼를 학대하기에 이른다.
흥미롭게도 동물의 세계에서 암컷이 임신과 수유의 세계에서 풀려나면 오히려 자식에게 헌신하는 주체는 주로 아빠다. 조류 대부분은 부모가 새끼를 함께 돌보고 양서류는 싱글대디, 싱글맘에서부터 공동육아에까지 다양한 돌봄 전략을 보여준다. 공동의 탁아소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백목도리여우원숭이를 비롯해 포유류의 3%는 남의 새끼를 돌보고 부양하는 알로마더, 즉 다른 엄마들의 절실한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동물 세계의 다양한 돌봄 전략은 인간이 그 어떤 유인원보다 크고 무력하게 태어나지만 훨씬 빨리 번식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바로 돌봄의 무게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하나의 사회가 보호자의 역할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가운데 공감과 협력,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진화되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다정함과 덜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모성본능을 깨울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사회가 알로마더의 역할을 자처할 때 저출산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 거미의 성적 동족 포식으로 보는 성적 갈등과
‘암컷 지배’로 재해석한 인간의 본성
“암컷은 어떻게 수컷을 지배하는가?”

한국사회의 심각한 젠더갈등은 저출산의 주요 요인으로 주목받지만, 암수 동물 사이의 성적 갈등은 성공적인 번식을 위한 진화의 엔진이 된다. 이 성적 갈등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가 바로 거미다. 번식기의 황금무당 거미는 교미를 시도하는 수컷을 슬러시로 만들어 흡입해버리고, 수컷은 죽어가는 와중에 정자를 발사시켜 번식에 성공한다. 번식이 양성이 합심하는 조화로운 과정으로 설명했던 다윈에게 팜파탈과 같은 암거미의 존재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번식이 남녀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대립하는 이해의 줄다리기 혹은 성적 갈등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전자를 전달하고자 하는 수거미와 양질의 영양분을 흡수해 건강한 알을 낳고자 하는 암거미의 목표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모든 성적 갈등이 누군가에게 치우친 권력 구조에서 벌어진 것은 아닐까? 가부장적 사회가 아닌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는 좀 다를까? 귀여운 외모로 유명한 미어캣은 모계사회를 이루는 대표적 포유류인데, 여왕을 제외한 다른 암컷이 수컷과 짝짓기를 시도한다면 무리에서 퇴거당할 뿐 아니라 잔혹하게 살해당하기 십상이다. 하위 계급의 암컷은 자신의 새끼를 죽인 여왕의 자손에게 젖을 먹여야 하는 형벌에 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간처럼 폐경을 하는 동물 중 하나인 범고래의 모계사회는 어떤가. 수십 년간 무리를 이끄는 나이 든 여족장은 자신의 생식 능력을 제한하여 젊은 암컷과의 경쟁을 피하고, 축적된 경험과 지혜로 무리를 이끈다.
저자는 동물을 이념의 무기로 휘두르는 것을 경계하지만 한편으로는 동물의 암컷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한다면 무엇이 자연적이고 정상이며 심지어 가능한가에 대한 오래된 기본 전제를 뒤흔들 수 있다고 믿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기원과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기 위한 학자들의 노력은 영장류학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는 잔인한 개코원숭이의 문화는 남성 지배와 공격성을 설명했으며, 1970년대에는 침팬지가 인간 조상의 모델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러나 저자는 침팬지 사회에서 암컷의 권력이 과소평가되었다는 프란스 드 발의 목소리에 동의하며, 모든 권력을 거머쥔 그 어떤 알파 수컷도 배후에서 그를 밀어주는 암컷 킹메이커, ‘마마’가 없이는 무리를 지배할 수 없었다는 놀라운 발견을 주지한다.
이들 나이 든 암컷 침팬지는 모든 침팬지를 이어주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갈등이 벌어졌을 때 모두가 찾는 중재자였으며, 암컷들의 우두머리로서 가족과 동맹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 있었다. 영장류 사회에서 권력은 신체적 우위뿐 아니라 경제적 레버리지(예를 들면 열매 위치를 아는 전문 지식, 번식에 대한 통제, 전략적 동맹 등)에서 나오고 있었는데, 이 ‘마마’의 존재는 수컷이 지배하는 히말라야원숭이와 버빗원숭이 사이에서도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만약 침팬지 말고 다른 영장류를 먼저 발견했으면 인간 사회와 권력의 기원에 대한 이해가 뒤집혔을까? 이러한 질문들이 대안적 사회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 동성애와 단성생식을 택한 동물들,
진화를 가속화하는 기후재앙과 과학에 필요한 다양성의 시각
“무엇이 자연적이고 정상이며 심지어 가능한가”

기후재앙으로 인한 서식지의 변화는 암컷들의 진화 역시 가속화하고 있다. 하와이의 알바트로스 갈매기는 해수면 상승을 피해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해 떠나면서 레즈비언이 되기를 감행했다. 수컷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번식할 수 없게 되자 정자만을 기증받고 같은 암컷을 파트너 삼아 새끼를 키우게 된 것이다. 동물원에 살면서 유성생식의 기회를 잃은 흑단상어, 코모도왕도마뱀, 그물무늬비단뱀 등이 수컷 없이 복제를 통한 단성생식을 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전해진다. 환경이 파괴되고 생물 종이 재앙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멸종위기에 처한 톱상어 암컷은 자신을 복제하며 개체수를 늘려 나가고 있다. ‘복제’라는 고대의 번식 기술이 자연계에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 그리하여 미래는 모두 복제하는 성이 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상상은 행위의 기후변화 가해자로서의 인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암컷들』에 등장하는 자연계의 수많은 여성들은 생물학정 성 구분 자체도 고정적이지 않으며, 진화를 이끄는 힘은 어느 한 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유전자와 환경과 다양하게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낡은 분류방식에 순응하길 거부하는 암컷들의 진면목은 자연선택과 성선택, 사회선택이 복잡하기 뒤엉킨 진화의 메커니즘을 보여줄 뿐 아니라 남성과 여성,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전략적 협력이 어떻게 성공적인 진화로 이어지는지 확인시켜준다. 지배에 순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성과 공감력으로 무리를 이끌고 지혜와 연륜으로 공존하는 사회 모델을 찾는 것. 생물학적 진실을 밝히는 싸움은 우리 모든 존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첫걸음임을, 이를 위해 과학의 시선은 좀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추천사 이어서
대담하고 매혹적인 엎어치기. 놀라움으로 가득한 책 -《가디언》

생물학적 연구에 담긴 성차별적 시선을 걷어내는 책 -《파이낸셜 타임스》

암컷의 행동과 성에 대한 선입견을 눈부시게, 재미있게, 그리고 우아한 분노로 부숴버리는 책 -《옵서버》

폭발적이다! 진화생물학의 최전선에 관한 유쾌한 깨달음을 주는 여행!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작가정보

저자(글) 루시 쿡

Lucy Cooke
영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리처드 도킨스를 사사하여 동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계를 떠나 방송인으로 거듭난 그녀는 최신 생물학 연구와 현장탐사를 넘나드는 혁신적 스토리텔링, 그리고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자연사 다큐멘터리계의 떠오르는 별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쿡은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BBC, PBS, 디스커버리 채널의 황금 시간대에 방영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작가이자 프로듀서, 감독으로 활동하며 수상 경력을 이어갔다.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텔레그래프》, 《선데이 타임스》를 비롯하여 《BBC 와일드 라이프》 등에 기고하고 있으며, 영국 왕립연구소와 TED우먼,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등에서 야생동물의 생태에 관한 뛰어난 대중 강연으로 큰 화제가 되었다.
생물학계에 드리운 성차별적 신화를 넘어 ‘암컷의 생물학’을 재구성한 문제작 『암컷들』은 출간 즉시 주요 언론은 물론 학계의 극찬을 받았고,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프린스턴대학교 및 주요국제 대학의 교재로도 선정되었다. 그 밖에 지은 책으로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 후보에 오르고 전 세계 18개 언어로 번역된 『오해의 동물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나무늘보에 관한 작은 책』 등이 있다.

어려운 과학책은 쉽게, 쉬운 과학책은 재미있게 옮기려는 번역가.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천연물과학대학원과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코드 브레이커』, 『벤 바레스』, 『뛰는 사람』, 『10퍼센트 인간』, 『새들의 방식』, 『오해의 동물원』,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 『언더랜드』, 『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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